중년은 여전히 빛난다
"여보. 무슨 고민 있어요?"
"네?"
영준은 자신을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아내의 얼굴에는 자신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것 좀 먹으라고 불렀는데 못 듣길래..."
"아니요. 그냥.."
아내의 손에 들린 접시 위에는 카렌님이 오로라에서 가져오신 갖가지 과일들이 가득했다.
`저것도 돈 주고도 못 사는 것들이라 들었는데.`
과일뿐만 아니라 지금 사는 신축 건물, 아들 대학 등록금. 직장, 여유로운 생활까지 모두 카렌님이 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터 등급을 갱신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카렌이 준 마력환을 매일같이 먹고 운동해 늘어난 자신의 마나량.
"그럼 다시 헌터로 활동을..."
"아뇨. 만약 하게 된다면 그냥 갱신만 할 거예요. 저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요."
정말이다. 과거에는 헌터가 꿈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꿈의 방향이 조금 달랐다.
`나는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고 싶었던 거야.`
그 수단으로 헌터를 선택한 거다.
정작 그럴만한 힘이 생긴 지금은 오히려 그런 욕구는 사라지고 다른 쪽으로 흥미가 생겼다.
바리스타로서 자신이 만든 커피나 음료들을 먹고 맛있다고 해주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고, 바텐더로서 상황과 사람에 맞는 술을 내올 때 뿌듯했다.
"그럼 원하는 대로 해요. 당신이 뭘 하든 우리는 응원하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은 좋아할걸요?"
"아들이?"
"헌터 직계 가족이 있으면 그 등급이 신분증에 기록되잖아요. 아직 어리니까 그런 걸 신경 쓸 나이죠."
"아..."
카렌을 만나기 전에는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상식, 그 후로는 아예 등급에 관심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다.
실제로 등급이 높은 헌터 가족이 있으면 은연중에 혜택이 있다고 한다. 근처에 게이트가 생기면 당장에 달려올 테니까.
괜히 돈보다 귀한 게 헌터와의 인맥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도는 게 아니다.
`카렌님은 여기까지 아시고...`
영준이 세심한 카렌의 배려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가족한테는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이제야 카렌의 깊은 뜻을 이해한 영준의 존경심이 또다시 상승한다.
사실 카렌은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지만 이미 영준은 제멋대로 해석해 버린 후였다.
"그럼 해야겠어. 그리고 혹시나 등급이 높으면 조금이라도 그 분에게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어?"
영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저, 일 다시 나가도 되지 않을까요?"
"아직 바깥이 위험하니까 조금만 더 쉬고 이 기회에 옷도 사고 해요."
항상 부족한 자신 때문에 부르튼 손을 영준이 부드럽게 잡았다.
생활형편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내는 도무지 쉴 줄을 모른다.
"그래도 습관이라..."
"그럼 나랑 내일 같이 가요. 강이사님이 저번에 말씀하신 백화점에 직원 전용 할인도 있으니까요."
할인이라는 말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의 아내를 영준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 *
우우우우우웅!
헌터 협회가 있는 구획으로 향하는 길.
운전석에는 영준, 뒷자석에서는 카렌의 무릎 위에 삼색이 두 발로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이트 출몰 경보. 게이트 출몰 경보.]
아까부터 계속 이어지는 경고 방송.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꾸잉,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삼색이 주변을 보며 탄식했다.
어둠이 걷히고 조금 돌아오나 싶었던 연합의 분위기는 다시 헌터들의 파업으로 추욱 가라앉아 버렸다.
대부분 출몰하는 게이트는 F, E 등급이라 평소에는 대피소로 들어가지도 않던 시민들, 하지만 이제는 거리로 나오지도 못한다.
"엘리가 다시 야근하고 있어."
강이사가 준 보고서를 읽고 있는 카렌이 매섭게 자료를 훑었다.
딸이 집에 늦게, 그것도 피곤한 얼굴로 돌아온 지 벌써 며칠째. 얼굴은 담담하지만 속은 끓고 있었다.
"성장기에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합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도 정신적으로 탈진하는 번아웃(Burn-out)이 많이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
육아 쪽으로는 항상 조언을 얻고 있는 선배, 영준의 말에 카렌이 심각한 얼굴로 변했다.
"흠...그러면 안 되지."
카렌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차 안의 모두는 순간 오싹해졌다.
`끝났군.`
영준은 협회 본부까지 남은 km수를 확인하면서 그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카렌이 결정했으니 이제 이뤄질 일만 남았다. 다만 방식이 문제지.
"그래도 극단적인 우월주의자 놈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 채린이 여론을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고 하는군."
"맞다. 요즘 채린도 바빠서 미호가 뭐하냐고 물어보더라."
"헌터들이 문제가 많아."
재차 카렌이 다짐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미친놈들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볼 만큼 카렌은 물렁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렌의 심기에 제일 거슬리는 건.
"놈들이 오늘 최종적으로 한 요구도 가관이야. 연합 헌법의 한 조항을 없애 달라고 하는군."
"헌법을요?"
평범한 소시민인 영준조차 헌법의 중요성은 알았다. 모든 법의 근본 아닌가.
"연합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한다."
"그건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현대인이라면 상식인 말이다. 비록 현실은 달라도 말이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써 놓는 게 어딘가. 저건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표면적 안전장치다.
"저 조항을 없애고 공식적으로 헌터들만의 새로운 계급을 원하는 거야. 우월주의의 궁극적 목표지."
이래서 헌터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거다. 만약 된다면 자신들에게 나쁠 건 없으니까.
"근데 헌터 협회 정책은 투표로 정하던데, 아무리 주인이라도 당장에 바꾸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영준의 역할이 중요해졌어."
"예?"
갑작스러운 카렌의 말에 순간 차가 비틀거렸다. 곧바로 다시 중앙으로 복귀했지만, 영준의 심장은 빠르게 박동 친다.
"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정장도 멋있게 차려입은 거 아니냐?"
그레이 색 자켓에 정장바지, 마지막으로는 살짝 풀어헤친 와이셔츠까지. 오늘 영준은 그야말로 중년의 미를 뽐내고 있었다.
"이건 기능성 옷입니다. 요즘에는 헌터 장비들도 멋을 중요시한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등급심사를 받으러 간다고 하니 직접 백화점에서 골라준 정장이다. 결국 아내 옷을 고르러 가서 이걸로 끝나 버렸다.
"오? 이거 좋은데? 주인, 이거 봐라. 막 늘어난다."
신축성 좋은 운동복을 뛰어넘은 원단이 신기한지 삼색이 살짝 잡아 늘인다.
"어허, 운전하는 사람 방해하는 거 아니야."
"카렌님. 그런데 제 역할이라고 하면..."
"무조건 힘으로 찍어 누르면 반발이 심할 거니까 당근도 필요해. 그게 너야."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역시나 자신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카렌의 뜻은 너무 큰 걸까.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 너는 일단 오늘 F등급에서 A등급까지 찍자. 그리고 네 친구도 며칠 후에 또 찍으면 확실하겠지."
"..."
정확했다.
무슨 헌터 등급을 모바일 게임처럼 얘기하는 카렌의 배포는 영준에게 너무도 컸다.
"다 왔습니다."
영준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와중에도 차는 어느새 협회의 정문에 도착했다.
"이거 오랜만에 들어가니까 재밌다. 주인, 그거 이어폰 끼면 여기 가방 내부에 있는 마이크를 통해 내 말이 그대로 들린다! 영준 것도 있지."
삼색은 오랜만에 우주선 가방에 담겨서 카렌의 가슴 쪽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비어드가 쓸데없는 짓을 했어.'
오랜만에 조금 편하게 다니려던 카렌의 희망이 무참하게 무너진다.
"꾸잉, 그런데 여기는 되게 멀쩡하다? 다른 곳은 난리인데 말이야."
불과 몇 km 차인데 헌터 협회 건물 근처는 으리으리한 오피스텔, 아파트, 명품샵, 각종 편의시설에 사람이 북적댄다.
"여기는 헌터 구획입니다. 헌터들의 거주 구역과 장비, 사치품들이 가득하죠."
영준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복장을 보고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당 최소 몇억씩 가는 무기들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후...`
영준이 무심코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헌터증을 만지작거렸다. F급 헌터 오영준. 낙인처럼 새겨진 자신의 등급.
"영준. 쟤들이 무섭냐?"
"네?"
갑자기 가방의 유리를 톡톡 치며 하는 고양이의 말에 영준이 어리둥절해 되물었다.
"주인이 있는데? 그리고 맨날 채린이랑 대련해 놓고서는?"
삼색의 얼굴에는 순수한 궁금증이 묻어 있었다. 영준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니, 실제로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고 연극톤으로 말하길.
"우린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고양이의 어울리지 않는 대사에 카렌이 간신히 웃음을 참는다.
"스스로를 못 믿겠으면 우리를 믿어. 설마 주인을 못 믿냐?"
"아닙니다!"
세상 순한 얼굴로 남에게 항상 웃어주는 영준이 유일하게 화냈을 때.
카렌과 가족이 관련된 일.
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발끈하는 영준을 보고 삼색은 오히려 뿌듯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좋아. 밤마다 열심히 운동한 거 다 안다고. 들어가자."
"알겠습니다!"
갑자기 웬 아저씨가 헌터 협회 정문에서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이 뭔가하고 발을 멈춘다.
"또 시작이군."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가던 길을 간다.
흔한 일이다.
중년 아저씨가 갑자기 각성해서 희망을 품고 등급심사를 받으러 와서 다시 좌절하는 현실은.
"제가 오늘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A등급을 받겠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진 가지 말고."
카렌은 당황해서 영준을 말렸다.
전부터 느낀 건데 대체 강이사랑 영준은 자신이 한 말에 너무 과민 반응한다.
"그런 패기다! 주인 말고는 누구한테도, 아니, 아내도 있지. 어쨌든 쫄지 마! 우리는...끄어억! 어지럽다!"
"너도 그만 좀 하고. 이제 좀 들어가자."
카렌이 우주선 가방을 좌우로 빠르게 흔들어 삼색의 헛소리를 차단하고는 협회의 입구로 들어갔다.
[1층. 접수 / 측정실.]
마치 은행처럼 협회 직원들이 주르륵 창구 칸에 앉아서 예비 헌터들과 현직 헌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갔다 와."
"카렌님은 안 가십니까?"
"나는 채린이 보증서주기로 했어. 좀 있다 바로 B급부터 도전하려고."
지금 저기 대문짝만한 LED 전광판에 적힌 헌터들의 랭킹.
E, F 이하의 등급은 목록조차 없다.
C급 이상은 오로지 서로간의 실적, 결투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 양육강식의 세계.
"그런데 채린의 순위가 굉장히 낮은데? 10위밖에 안 된다."
"은퇴하신지 꽤 됐는데 10위도 엄청 높은 겁니다. 원래는..."
띠링!
[오영준 헌터님. 3번 창구로 와주세요.]
"원래는? 으아아! 말하고 가라."
"됐어. 갔다 와서 말해."
영준은 창구로 다가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등급심사 받으러 왔습니다."
"아..."
순간 영준과 마주한 창구 직원의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안타까움.
지금 눈앞의 중년의 이력이 주르륵 모니터에 흘러나오면서 직원은 꿀꺽 침을 삼켰다.
나이는 50줄을 바라보지만 F급 헌터.
가족은 아내, 그리고 20대 초반의 아들.
몇 년간 일하면서 수많은 헌터들을 봐 온 직원의 머릿속에서 단번에 영준의 인생이 가늠된다.
`포기할 수 없는 거지.`
지금 결의에 찬 저 표정. E급으로 반드시 올라가겠다는 저 얼굴을 얼마나 많이 봐 왔나.
특히 나이가 많은 헌터들은 등급 하나에 목숨을 건다.
"등급심사를 1년 동안 받지 않으셨네요."
"아...무슨 문제가 되나요?"
영준의 눈이 동그래진다.
맨날 수련하고 일이 끝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요즘 아예 협회 근처도 온 적이 없었다.
"아뇨. 1년마다 협회에서 심사 지원금이 나와서요. 이번에는 무료로 심사를 하실 수 있겠네요."
사실 지원금은 위쪽에서 `권유`하지 않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왠지 직원은 이 중년 남자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좋죠."
몇십만 원 정도 드는 심사비가 공짜라는 소식에 영준의 얼굴이 환해진다.
물론 자신의 월급도 적지 않아서 돈이야 넉넉히 있지만 그래도 큰 금액이 아닌가.
"그럼 심사하실 헌터님을 호출해 드리겠습니다."
-삐이!
호출 벨을 꾹 누르자 저쪽에서 C급 헌터 목걸이를 찬 남자가 건들건들 창구로 다가온다.
"아...또 아저씨야? 여자 헌터는 왜 이렇게 적은 거야?"
직원이 뽑아 준 서류와 영준을 훑어본 헌터가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직원의 귀에 자신을 가깝게 가져다 대었다.
"오늘 끝나고 잠깐 술이나 한잔 어때?"
"집에 고양이 밥 줘야 돼서요."
"그놈의 고양이는 밥 한 번 안 먹는다고 죽나?"
"배고프잖아요. 그리고 혼자 있는데 외롭기도 하겠죠."
노골적인 치덕거림이지만 주위에서는 보면서도 인상만 찌푸릴 뿐 제지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심명길...아, 대형 길드장의 아들이군.`
명찰의 이름을 본 영준이 단번에 헌터의 정체를 알아챘다. 흔치 않은 성씨인 데다 헌터계에서는 과거부터 유명한 놈이다.
술 마시고 개가 된다는 의미로 개명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여자 문제로도 추문이 끊이질 않았는데 부친 덕분에 매번 무마된다고 들었다.
"나도 외로운데 그럼 그쪽 집에 가서..."
"그럼 이제 갈까요?"
끊이지 않고 추근대는 명길의 말 사이에 영준이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이..."
감히 F급 헌터라고 말하려던 명덕은 웃는 상인 영준의 얼굴을 보며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측정실부터 가는 건가요?"
영준은 승급과정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카렌을 만나기 전에 간절하게 한 등급이라도 올려보려고 들락거렸으니까.
하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빨리 끝내자고. 어차피 안 되겠지만, 뭐야? 동반객 한 명에다가 지원금까지 받아? 가지가지 하는 군."
영준은 앞장선 명길의 비아냥에 그때야 자신을 향한 직원의 호의를 알아챘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살짝 젖혀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자 직원도 입술을 오물거리며 뭐라 말한다.
`제가 더 고맙죠.`
거머리를 떼어내 준 영준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그리고 은근히 걱정도 됐다.
`혹시나 저 망나니한테 불이익을 받으면 어떡하지?`
역시나 직원의 예상대로 그 짧은 순간에도 행패는 끊이질 않았다.
"동반객...당신이야? 기생오라비처럼 생겼군. 원래 이 시스템은 싹수가 보이는 유망주들을 스카우트가 보기 위한 건데..."
자신보다 잘생긴 카렌의 얼굴을 보자 명길이 괜히 한 번 투덜거린다.
'됐어.'
자신의 욕에 순간 나서려는 영준의 몸을 카렌이 재빨리 막아서며 입모양으로 뜻을 전한다.
"영준 눈 돌아갔다."
삼색의 말대로 조금만 늦었어도 바로 놈에게 주먹이 날아가지 않았을까.
"주인, 몰래 죽일까? 번개는 자연 재해다. 증거가 안 남지."
"...뭘 죽여. 근데 거슬리긴 하네. 일단 보자."
카렌의 귀에 들리는 음산한 목소리에 카렌이 움찔했다. 자신도 모르게 잠깐 혹해서 대답이 살짝 늦었다.
"동반객은 저기 의자에 앉아 있어. 금방 끝날 거야. 에이...귀찮게 이런 걸 무료로 하고 있어? 검사 비용이 한 100만 원은 돼야 좀 줄지."
일부러 들으라는 듯 지껄이는 놈의 말에도 영준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측정기 앞에 올라섰다.
"등급은 대충 알지? 아저씨의 지금 마나량은 6등급이야. F급 헌터지의 지.극.한 평균이지. "
괜히 심술을 내며 영준의 등급을 상기시킨 명길이 측정기의 시작 버튼을 누른다.
[측정을 시작합니다. 안내음이 나올 때까지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안내음과 함께 측정기에 표시된 바늘이 게속 상승하고.
"어...어?"
[띵!]?
명길의 당황한 외침이 무색하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등급에 바늘이 멈추어 선다.
1등급.
마나량으로만 치면 A등급 헌터가 가지고 있는 평균 수치. 기계가 측정할 수 있는 한계기도 하다.
"자...시작이다. 중년 아저씨의 유쾌한 반란."
삼색이 어느새 팝콘 하나를 뜯어서 가방 안에서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옛날 영화에서나 나오는 대사를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술 더 뜬 영준의 격한 중얼거림에 삼색은 아공간에서 팝콘을 대량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이 애새끼 등급 뺐어야겠어."
영준은 자신이 받은 모욕, 비아냥 등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은인인 카렌에게 감히 그딴 천한 말을 한 놈을 영준은 용서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