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6/140)

  항상 싸웠지

  단지 몸의 일부만으로도 세상을 덮은 흉악한 기세.

  침략자가 점점 그 본신을 드러내면서 주위의 모든 생물체는 그 격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꾸잉..."

  사신 중 무려 둘, 현무와 백호를 눈앞에 두고도 기죽지 않았던 삼색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꼬리는 가까스로 빳빳이 세워 적의를 드러냈지만 안 그래도 기감이 예민한 영물에게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다.

  "내 옆에 붙어라."

  갑자기 목소리와 함께 단번에 씻은 듯이 사라지는 압박.

  "주인?"

  삼색이 누군가 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역시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카렌의 얼굴이 보인다.

  게이트에서 벌써 반쯤 몸을 드러낸 침략자의 기세가 거친 맹수 같은 느낌이라면 카렌은 그와 대조되는 반듯하게 정제된 기운을 자신의 주변에만 내뿜고 있었다.

  "카렌?"

  비는 그쳤고 뒤의 방어막 안에서 나온 채린과 엘프들이 다가온다.

  "가서 엘프들 데려와 줘."

  "알았어."

  모두가 황급히 기절한 엘프들을 마법과 정령으로 수습하는 동안 카렌은 게이트에서 여전히 눈을 떼지 않았다.

  기기기긱...

  분명 형체가 없는 기 싸움일진대, 카렌과 침략자 둘 사이에 끼인 공기가 마치 강철을 문대듯 비명을 질러댄다.

  그렇게 한참을 대치하던 와중.

  슈욱,

  카렌이 슬쩍 손을 휘젓자 침략자에게 칼날 수십 개가 반짝이며 날아간다.

  물컹

  의외로 너무나도 쉽게 명중해 버린 공격. 하지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저 침략자의 푸르뎅뎅한 몸을 통과해 게이트 안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여신이 왜 마법을 배우게 했는지 알겠군."

  방금 칼날이 놈의 몸을 지나갈 때의 느낌. 저건...

  [환영이 과하구나.]

  그때 모두의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

  적이라곤 믿기지 않는 청량한 느낌의 울림은 마치 뇌를 직접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

  동족들을 후방으로 옮기고 있던 엘프들의 눈이 순간 풀린다.

  "읏...정신차려!"

  채린조차 잠깐 멍하다 재빨리 마나를 온몸에 끌어올리고 나서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아...뭐지?"

  순간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채린의 외침에 정신이 퍼뜩 튼 엘프들이 머리를 파득 흔든다.

  "파동이다. 저런 식으로 현혹한 거야."

  카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놈의 몸이 살짝 떨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이걸로 정체는 더욱더 확실해졌다.

  ?

  [호오...이 행성에서 나름 강한 노예들인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침략자의 단어 선택에 모두가 일제히 발끈했지만, 이제는 게이트 밖으로 완전히 나온 그 장대한 몸집과 위압감에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내뿜는 불길한 기운에 비해 청량한 하늘빛을 닮은 몸의 색깔.

  작은 빌딩만한 크기의 몸에 투명하고, 마치 젤리같이 탱탱한 놈의 본신. 중앙에는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그 속을 부유한다.

  `왜 타락자들이 똑같은 마법을 쓰고 치유를 할 수 있었는지 알겠어.`

  모두의 기가 눌린 지금, 유일하게 담담하게 침략자를 보고 있던 카렌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물` 자체군. 아니, 정확히는 성질이라 해야 하나."

  물론 정령처럼 순수함은 없다. 수많은 의념, 의지가 모여 만든 집합체. 저 안의 힘을 대충 가늠해보니...

  행성 단위

  지구의 인간의 힘을 모두 모아 쑤셔 넣으면 저 정도쯤 될 것 같다.

  타락자들의 마법과 연합에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생 종교 `신세계`의 근본이 되는 치유 능력은 모두 저놈에게 나온 거다.

  카렌의 상식으로 벨리알에서도 물 마법에 정통한 마법사는 초급 치유도 가능했으니.

  [호오, 너는 나름 쓸만하구나. 내 노예들이 애먹을 만하군. 나를 섬겨라.]

  스스스스스....

  지면 위에 남아 있던 물웅덩이들이 놈의 의지에 따라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더니 동시에 파동을 일으키며 카렌에게 속삭인다.

  유혹의 종류가 끊임없이 바뀌며 카렌을 자극한다.

  힘, 권력, 돈, 지배, 식욕, 성욕, 안전, 소속감, 애정 등.

  "이런 거군. 넘어갈 만하겠어."

  인간, 엘프, 공룡들을 타락자로 만든 뇌 자체를 공명시키는 놈의 파동.

  카렌의 머릿속에서는 달콤한 목소리가 쉬지 않고 조잘대고 있었다.

  정신력이 약하거나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확실히 위협적인 능력이다.

  "재밌지만..."

  하지만 이미 200년 가까이 닳고 닳은 사람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

  카렌이 슬쩍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거만하게 뒷짐을 진다.

  스르륵

  허리 부근, 카렌의 손가락에서 뽑힌 은빛 실이 은밀하게 뒤쪽 허벅지, 발을 타고 땅을 파고서 스르르 뒤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동시에 놈을 보며 한마디를 던진다.

  "소용없다."

  [음?]

  계획대로 녀석의 시선은 잡아끌었다.

  자신의 힘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신기한 노예에게 침략자의 몸체가 스르륵 기울어져 굽어살핀다.

  [네가 방금 무슨 기회를 놓쳤는지 아느냐?]

  "이런 기회?"

  카렌이 실을 뽑은 오른손은 놔두고 왼손을 앞으로 꺼내 든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작은 은빛 파편들을 조형해 재빠르게 한 쪽으로 회전시키자 완성되는 간이 토네이도.

  곧바로 놈에게 날려 보낸다.

  [부질없는 짓이다.]

  놈이 코웃음 치자 물웅덩이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더니 토네이도를 너무나도 손쉽게 막아 버린다.

  "저렇게 쉽게?"

  카렌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모두가 깜짝 놀란다. 심지어 저놈은 저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흠..."

  카렌이 뭔가를 가늠하듯 고개를 주억거리자 놈은 당황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등등해 몸을 꿈틀거린다.

  [꽤 봐줄 만한 힘이지만, 네가 한 경솔한 행동으로 지구의 지적 생명체는 모두 멸종할 수도 있다.]

  "무슨 어울리지 않는 소리야? `침략자`주제에."

  카렌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그럴 의도로 왔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대는 실 없는 놈에게 비웃음을 보낸다.

  [우리는, 아니. `나`는 자비를 베풀어 너희를 살려주려 했다. 내가 왜 굳이 노예로 너희를 만들려 했겠느냐.]

  놈은 조롱에 화날 만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

  [얌전히 곧 지구에 도착할 우리에게 굴복...]

  카렌의 얼굴에 지루한 기색이 떠오른다. 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말 많은 놈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얻는 정보가 많이 놔두고 있었다.

  방금도 우리라 했다. 저놈 말고 여러 놈이다.

  신수처럼 속성별로 존재할까?

  아니면 여신이 예전에 말했던, 침략자`들`의 행성은 각자 저런 놈들이 주인으로 있을까?

  ?

  [나는 자비로운 핌불,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하지만 한참을 계속 참고 들어줘도 자신에 대한 찬양 일색일 뿐 더 이상 쓸만한 정보는 없었다.

  그저 너무나도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발언들.

  '마치...철 없는 왕족같군.'

  태어날 때부터 강한 힘을 가진 탓에 굴곡 없이, 부족함 없이 살아 온 생이 놈에게서 엿보인다.

  "자비롭다라..."

  [이제야 내 지고한 뜻을 이해했느냐?]

  무표정했던 카렌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자 핌불은 기쁜 눈치다.

  "그게 아니라. 그저 너의 즐거움이자 유희 때문 아니야?"

  [...]

  정곡을 찔렸는지 게이트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수다스럽던 핌불의 입이 닫힌다.

  "힘은 넘치는데, 심심하고, 너의 손 위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장난감을 갖고 싶었겠지."

  [크하하하, 정말 재밌는 존재로다.]

  노예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존재로 격상된 카렌. 하지만 여전히 핌불의 속내를 꿰뚫어 본 카렌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나를 높여서 너의 본성을 감추려 하지마. 그냥 힘을 가진 철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해. 자비를 베푸는 척하면서 본인은 뭐라도 된 마냥 뒤로는 노예들끼리 싸우는 걸 즐기잖아. 너 같은 놈은 많이 봤어."

  [...이...]

  핌불의 몸이 꿀렁거리며 주위의 모든 물이 일제히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 모습에 카렌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린다.

  "결국 안 되니 힘이지. 그것밖에 할 줄 모르거든."

  마지막 일침을 날린 후 카렌은 손짓으로 모두를 뒤로 물렸다.

  "주인? 계획은? 쟤 많이 화났는데?"

  삼색이 불안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놈은 몸을 넓게 펴더니 주변의 물과 하나가 되어 버렸다.

  물론 단번에 구별할 수 있었다. 저놈의 색은 기름에 물을 탄 듯 시리도록 푸른 인위적인 하늘색이니까.

  "그냥 자연재해잖아."

  채린의 중얼거림대로 눈앞에는 세계수의 거대한 몸체마저 가려버리는 거대한 해일이 있었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뭐든 단숨에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물의 파도.

  감히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쓸어내는 재앙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카렌이라도 저걸 막을 수 있을까?`

  현무와 백호 때랑은 전혀 다르다.

  그 둘이 힘을 합쳐 영리하게 자연현상을 이용해 토네이도를 만들었다면...

  저건 `지배`다.

  단순히 물로 이루어진 뭔가가 아니다. 물 알갱이 하나하나, 놈과 동화되어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치이이익...

  게다가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

  "맹독이야. 가지가지 하는군. 모두 뒤로 뛰어."

  그 증거로 방금 놈이 짓밟은 작은 꽃이 단번에 색이 변하며 목이 꺾인다.

  "뭐? 나도..."

  "내가 준비한 걸 하려면 주위에 아무도 없어야 해."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력함에 채린이 이를 악물었다.

  "날 믿어."

  하지만 저 남자의 얼굴을 보자 더 고집을 부리지 못했다.

  그저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삼색을 품에 안는다.

  "주인..."

  "걱정 마라. 그 무덤 옆에 내가 같이 묻힐 일은 없으니까."

  카렌은 잠깐 고개를 돌며 둘을 향해 평소 잘 보여주지 않는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다시 앞을 바라본다.

  "꾸잉, 가자."

  채린은 의외로 순순하게 받아들이는 삼색의 반응에 놀라 자신의 품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역시나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삼색의 발바닥 젤리에서 난 땀이 채린의 팔뚝을 흥건하게 적시고, 꼬리로는 몸을 감고 있었다.

  전형적인 고양이의 흥분과 불안증세.

  "믿는다."

  삼색이 카렌의 말을 복습하듯 중얼거린다. 조선시대 왕이었던 숙종을 잃었던 자신의 슬픔을 누구보다 알고 있는 주인이다.

  동시에 그 무덤 앞에서 자신을 믿고, 보내 주고 끝까지 지켜본 사람.

  주인은 자신을 믿었다.

  이제는 자신이 믿을 차례다.

  [하찮은 것.]

  우우우우웅!

  놈이 힘을 과시하듯 파동이 온몸을 찌릿찌릿하게 울리지만 카렌은 계속 그저 놈을 주시한 채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었다.

  "뭉!"

  그때 갑자기 땅에서 쏙 솟아오르는 동그란 뭔가.

  "응?"

  마치 슬라임같은 둥근 몸체. 채린과 항상 붙어 다니던 땅의 정령이다.

  "동글...맞지?"

  "몽!몽!"

  동글이 자신이 튀어나온 곳 주변을 통통 뛴다.

  "여기 들어가라고?"

  "몽!"

  카렌이 보니 성인 남성 3명은 거뜬히 들어갈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괜찮은데? 어차피 준비도 끝났고.`

  ??

  사실 카렌은 시간만 조금 벌 겸 어떻게든 단 한번의 공격만 막을 생각이었다.

  훌쩍 구덩이 안으로 뛰어내리니 의외로 아늑하다. 당연히 비로 축축할 줄 알았건만 바싹 마른 흙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거 네가 다 이렇게 한 거야?"

  "몽!"

  의외로 섬세한 정령이다. 자신이랑은 별로 친하지 않으니 오로지 친구인 채린을 위해서 도와주는 거겠지.

  그그그그그그그...

  지축을 울리는 해일의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카렌은 구덩이 입구와 주변에 실드를 펼치고는 자신의 마력을 쏟아부었다.

  "음..."

  마침내 도달한 재해.

  엄청난 물의 압력과 무게에 카렌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온다.

  `이거 정면으로 맞았다면 좀 위험했겠어.`

  자신이 핌불을 너무 얕봤다. 그래도 한 행성의 힘을 가진 놈인데 말이다.

  츠츠츠...

  그때 들려오는 불길한 물소리.

  쌔애애애액!

  놈도 멍청하지는 않은지 땅속으로 물줄기를 얇은 칼처럼 쏘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땅은 점점 젖어 들고 이제는 카렌 바로 앞까지 쏘아지는 독을 품은 물들.

  "몽! 몽!"

  그때 동글이가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파파팟 대각선 아래로 파고 나간다.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앞을 슬쩍 확인해보니 이미 동글이의 몸에 딱 맞는 구멍이 파여 있었다.

  지금 하는 건 그냥 카렌이 지나갈 수 있게 더 넓히는 정도?

  -동글이? 자기는 뭐 타기 싫다고 밑으로 따라오겠다는데?

  카렌의 머릿속에 아까 출발할 때 옆에서 채린과 삼색이 나눈 대화들이 떠올랐다.

  "...진짜 밑으로 따라왔구나."

  밑이 정말 두더지처럼 지하로 오겠다는 말인지 누가 예상했을까.

  [크아아악! 어서 나오지 못하겠나?]

  밖에서는 성난 놈의 의념이 흘러오는 와중에도 카렌은 동글이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기 바빴다.

  `진짜 속성이 효과가 있나 본데?`

  아무리 지상의 모든 걸 단번에 쓸어버리는 해일이어도 땅 밑까지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미미했다.

  그렇게 뒤에서 차오르는 물을 피해가며 정신없이 헤쳐나가던 동글이가 서서히 땅 위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위쪽에서 들어오는 새어 들어오는 햇빛을 따라 땅 위에 발을 디딘 카렌.

  [크아아악!]

  "...

  "

  올라오자마자 저쪽에서 분에 잔뜩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긴 평소 벌레같이 보던 노예들이 자신을 농락했으니 저렇게 열 받을 만하다.

  "고마웠다. 땅에 들어가 있어."

  "뭉?"

  "깊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곧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뭉!"

  동글이를 보내고 카렌이 잠시 지하에 있느라 답답했던 숨을 훅 내쉰다.

  자신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에 카렌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자신의 작품들. 거대한 마법진 두 개가 세계수 근처에 시린 한기를 끊임없이 내뿜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잘 됐네.."

  아까 뒷짐을 지는척하며 손을 숨기고는 구름을 만든 후 끊었던 마법진의 실들과 다시 연결했다.

  놈의 지겨운 대화를 들어 준 것도, 단지 결계에 새겨진 마법진을 살짝 변형시킬 시간과 마나를 공급시켜 폭주시킬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좀 위험했지.`

  마법진에 마나를 단기간에 너무 퍼부어서 생긴 잠깐의 마나 공백.

  놈의 해일을 막을지 확신이 없었다.

  다시 한번 동글이와 그 친구인 채린에게 고맙다. 별 거 아니어 보이던 정령이 그런 도움을 줄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

  [뭐지? 왜 몸이...]

  쩌적...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물들이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얼기 시작한다.

  점점 자신의 몸이 무거워지자 그제야 핌불이 머리에 열이 식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늦었어. 멍청아."

  지이잉

  카렌이 앞으로 두 손을 내밀자 손바닥 위로 마법진이 나타난다.

  "이 방식이 아직 편하긴 하단 말이야."

  구슬을 매개체로 마법진을 그려도 역시 스스로의 몸을 통하는 것보단 위력도 덜하고 아직 불편했다.

  후아아아아악!

  단번에 입김조차 얼어버릴 한기를 두 손으로 내뿜으며 카렌은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고 있는 침략자를 향해 눈을 빛냈다.

  밑바닥부터 구르고 구른 악착같은 인간의 싸움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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