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2화 (113/140)

  우리의 친구는 공룡이었다

  "뭉?"

  "동글아, 지금은 아냐."

  채린이 품 안에 있는 흙 정령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삼색과 채린, 엘프 정령사들이 있는 곳은 수풀로 위장한 길목이다. 여기서 함정을 파고 카렌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그 정령 이름 진짜 동글이로 할 거냐?"

  삼색이 채린의 지시에 따라 커다란 눈으로 얌전히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정령을 보며 말했다.

  "잘 어울리지 않아? 엄청 동글동글하잖아."

  채린의 말대로긴 하다. 눈부터 시작해서 몸체는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완벽한 `구`다.

  "몽!"

  동글이가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리친다.

  그 머리 위로는 나름 자기 딴에는 위장한답시고 푸릇한 싹 여러 개가 솟아 있었다.

  "하긴 내 이름도 삼색이니까 뭐..."

  생각해보니 자신도 만만치 않다. 주인이나 채린이나 이런 면에선 참 닮았다.

  "함정 준비는 다 됐죠?"

  채린이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며 정령사들에게 말했다.

  "그물과 구덩이 모두 준비됐습니다."

  마법으로는 감지 못하는 정령으로 준비한 천연 함정.

  ?

  지금 일행이 숨어 있는 앞은 평범한 땅처럼 보이지만 그 밑으로는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 신호만 있으면 적들을 밑으로 단번에 떨어뜨릴 것이다.

  ?

  "적들이 못 알아차리겠죠? 동글아, 나 잘 숨기고 있지?

  "

  지금 맡은 일의 중압감이 채린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엘프들의 목숨과 카렌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기도 하니까.

  "몽! 몽!"

  동글이가 채린의 몸 곳곳에 묻은 진흙들을 보라는 듯 살짝 움직였다.

  "나를 흙으로 인식한다는 거지?"

  얼마나 지냈다고 이제는 동글의 의도를 좀 알겠다.

  "완벽합니다."

  옆에 있던 정령사 엘프가 채린을 안심시키려 부드럽게 확인시켜주었다. 3일 동안 채린은 엘프들에게 호감을 얻었다.

  자신들을 위해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것도 고맙고 무엇보다 지금 품에 안고 있는 정령이 따르는 인간이면 믿어도 되지 않겠나.

  소환사도 아닌데 정령이 이렇게 도와주는 인간은 처음 봤다.

  "숲에 있는 한 이 땅의 정령이 계속 숨겨줄 겁니다."

  "그래요? 같이 못 나가는 건 좀 아쉽네요."

  엘프들에게 어떻게 동글이의 소환사가 될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그 방법은 엘프들의 전통으로만 내려오는 극비라 배우지 못했다.

  "혹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소환사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위험에 빠지거나 강렬한 염원을 담아 부르면 응답한다고는 하지만, 아샤님도 본 적은 없으시다고 했습니다."

  카렌과 비슷한 나이인 아샤가 지금껏 못 본 정도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후, 그럼 일단 여기 집중하죠. 그런데 카렌이 준다는 신호는 뭘까..."

  콰아아아앙!

  심호흡하며 애써 긴장감을 억누르던 채린이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에 순간 숨을 마시는 그 자세 그대로 움츠러들었다.

  "뭐...뭐야?"

  소리의 진원지를 보니 그곳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얼음덩어리들이 조각조각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꾸잉, 신호 확실하네."

  삼색이 단번에 아수라장이 돼버린 세계수 근처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자신의 주인이다. 저런 걸 배워야 한다.

  꾸에에에엑!

  저 멀리 공룡들의 괴성을 시작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타락자들.

  얼음덩어리가 날아온 곳으로 탐색 마법을 펼치며 익룡을 탄 엘프들이 날아가고 지상에서도 먼지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타락자들이 퍼져나간다.

  "근데 카렌님은 괜찮을까요?"

  한 엘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타락자들의 움직임을 보며 말했다.

  타락자 엘프들의 엄청난 숫자에다가 저기서 압도적인 크기들을 자랑하는 공룡들이 발을 구르며 달려가는 모습은 굉장히 위협적이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주인 걱정이다. 우리만 잘하면 된다."

  "맞아요."

  하지만 채린과 삼색은 단호하게 말하며 오로지 자신들의 앞을 경계하고만 있었다. 마침 한 무리의 공룡을 탄 타락자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저거 랩터다. 랩터!"

  삼색이 흥분하며 앞발로 공룡들을 가리킨다.

  성인 남성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에 몸을 지탱하는 뒷발은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렸고 앞으로 오이처럼 튀어온 얼굴에서 번뜩이는 이빨들은 살벌하게 빛난다.

  "나쁜 것들...저 불쌍한 공룡들을 저렇게 타고 다니다니. 나도 못 타는걸!"

  "아직 아니야. 저 뒤에도 좀 있으니까 마지막 무리를 낚아야지."

  삼색이 분개해 당장 뛰쳐나가려는 걸 채린이 재빨리 손으로 앞을 막아 세웠다.

  "끄응..."

  채린의 말대로 저 뒤에서도 흙먼지가 일어나는 게 보인다. 지금 오고 있는 무리는 선두다. 만약 지금 함정을 발동시키면 뒤쪽에서 단번에 알아차릴 거다.

  두두두두두

  한 무리가 지나가고, 그 뒤로도 또 다른 무리.

  세 번째 무리가 다가오자 채린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뀐다.

  "삼색, 추가병력이 오는 것 같아?"

  "없는 것 같다."

  "좋아. 모두 준비해요. 동글이도 내가 신호하면 알지?"

  "몽!"

  두두두두

  모두 숨까지 죽여가며 기다리는 동안 점점 타락자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마침내 눈앞 까지 다가온 그때.

  "지금!"

  "몽!

  흙의 정령들이 함정 위의 흙들을 치워버렸다.

  밑이 갑자기 사라지자 엘프들은 달리는 관성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구덩이 밑으로 처박혔고 놀란 랩터는 비명을 질러댄다.

  ???

  "케엑?"

  "으아아아아아!"

  "뭐...뭐야?"

  땅의 정령들은 완벽하게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했고 이번에는 바람과 물의 정령들 차례였다.

  "지금이에요. 저들의 소리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세요."

  바람의 정령은 구덩이 위의 바람을 흐트러뜨려 소음을 차단했고 물의 정령은 그 위에 투명한 막을 덧씌웠다.

  이중 차음벽을 세운 덕에 완벽하게 격리돼버린 구덩이 안.

  "가자. 정령사분들은 여기 계세요."

  "꾸잉!"

  그 안으로 채린과 삼색, 동글이가 훌쩍 뛰어내린다.

  "나쁜 놈들 내 공룡..."

  "삼색아, 죽이는 게 아니라 원래대로 되돌려야지."

  "맞다. 그런데 공룡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김에 해보던가."

  "좋다!"

  삼색의 눈에 어린 독기가 스르르 사라지고 이번에는 열의가 그 자리를 채운다.

  "인간 정령사?"

  타락자들이 삼색을 채린이 소환한 정령으로 착각했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철컹!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다. 채린은 재빨리 건틀릿을 활성화하며 단번에 적진의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놈들이 쓰는 주력은 물 마법.`

  몸은 움직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놈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다.

  이유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마법을 전혀 못 쓰던 엘프들도 타락자가 되고 나서는 꽤 수준 높은 물 마법을 쓴다고 했다.

  "어...어?"

  퍼억!

  채린의 주먹이 타락자 엘프의 복부를 거침없이 파고든다.

  "크어어억..."

  단번에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게워내며 무력화되는 엘프.

  "몽!"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야."

  동글이가 훌쩍 뛰어나가더니 무릎 꿇고 있는 엘프를 재빨리 땅에 목만 남기고 파묻어 버렸다.

  "흩어져서 쳐라! 랩터들을 앞세우고 뒤로 물러나!"

  타락자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영리하게도 근접전에 강한 랩터들을 전위로 내세우고 뒤로 물러나서 마법을 준비한다.

  "너네도 삼색이 원래대로 되돌려 주고 싶어 하니까 살살 때린다?"

  두꺼운 공룡들의 가죽도 단번에 찢어버리는 랩터의 날카로운 이빨.

  월등한 원시종의 근육에서 나오는 탄력적인 도약력.

  그 앞에서 여리디여려 보이는 채린이지만...

  타닥

  채린에게는 수백 년에 걸쳐 쌓은 인간만의 기술이 있었다.

  그녀가 스텝을 밟자 순간 랩터들은 채린의 신형을 놓친다.

  퍼억!

  그리고는 어느샌가 랩터의 옆에 나타나서는 옆구리에 주먹을 내지르는 채린.

  "꾸에엑!"

  건틀릿으로 배가 된 위력에 랩터가 몸이 꺾여 단번에 바닥에 고꾸라진다.

  "몽! 몽!"

  채린이 한방에 하나씩 랩터들을 눕히면 동글이가 바쁘게 달려가서 땅에 예쁘게 심기 시작했다.

  "젠장, 랩터들과 엉켜있어 마법을 못 쏘겠어!"

  타락자들은 차례차례 쓰러져나가는 랩터들의 모습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들의 머리 위에는 날카롭게 물로 조형한 무기들이 떠 있었지만 채린과 랩터가 너무 가깝다.

  "그냥 쏴! 랩터들이 중요해? 같이 쓸어버려!"

  만약 제정신인 엘프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잔혹한 명령이 내려진다.

  "안 돼."

  엘프들의 뒤. 구덩이 밑이라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가장자리.

  그 어둠 속에서 붉은 눈 한 쌍이 서늘하게 빛난다.

  "이런..."

  한 엘프가 재빨리 몸을 틀어 준비했던 창을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쏘아낸다.

  퍼어억!

  단숨에 깊게 패진 땅. 하지만 붉은 눈은 어느새 한창 떨어진 다른 그늘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

  퍼억!

  삼색이 작은 앞발로 채린에게 배운 대로 정확한 각도로 엘프들의 턱을 후려친다.

  단번에 연 끊어진 실처럼 풀썩 허물어지는 엘프.

  "공룡!"

  삼색이 자신이 기절시킨 엘프를 가차 없이 뒷발로 힘차게 밟고 다른 엘프들에게 도약한다.

  "건들지!"

  날렵하게 움직이는 고양이에 정신을 못 차리는 엘프들. 자신들끼리는 차마 마법을 못 날리겠는지 허우적거린다.

  "말라고!"

  그렇게 채린은 랩터를, 삼색은 엘프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

  "몽..."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동글이가 아까보단 조금 지쳐 보이는 것 빼고는 완벽한 팀워크였다.

  "우와..."

  "모든 인간이 저렇지는 않겠지?"

  위에서 경계하며 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엘프들이 일제히 감탄했다.

  그렇게 점점 땅에 파묻히는 머리들이 늘어나더니 이내 완벽하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후유...동글아 잘했어."

  채린은 바닥에 추욱 늘어진 동글이를 들어 품에 안았고 삼색은 수십 개의 엘프와 랩터 머리들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츄릅, 그럼 시작해 볼까?"

  "우...우리에게 뭘 하려고?"

  그새 깨어난 타락자들이 네발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고양이를 보고 안색이 파랗게 질린다.

  파지직!

  공포에 찬 타락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삼색이 몸에 전기를 두르며 씨익 웃었다.

  "빨리 끝내고 주인 쪽으로 가야 하니까 좀 아플 수도 있어."

  "으...으아아아악!"

  한동안 구덩이에서는 엘프들과 랩터들의 비명이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 * *

  "쏴!"

  카렌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오웬을 필두로 마법사들이 자신들을 추격하는 타락자들 향해 공격을 쏟아붓는다.

  물과 바람을 담은 마법들이 살벌하게 날아가지만, 저쪽도 만만치 않다.

  타락자들은 물로 이루어진 방어막을 전개하면서 앞으로는 거대한 뿔을 가진 공룡을 앞세워서 방어에 성공했다.

  "트라케라톱스라... 저거 보면 삼색이 좋아하겠네."

  코뿔소와 흡사하지만 코에 달린 작은 뿔만 아니라 눈 위에 두 개의 커다란 뿔. 목 쪽으로는 마치 부채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뼈로 이루어진 머리뼈.

  구우우우우!

  네발로 거침없이 달려오는 거대한 덩치의 공룡은 그야말로 트럭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트럭조차 저 앞에 서면 날아가 버리겠지.

  "다시 앞으로!"

  카렌이 추격자들에게 달려들며 소리치자 이제는 익숙하게 엘프들이 다시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친다.

  지금 뒤에 따라붙은 추격자들의 공룡과 타락자들의 숫자를 합치면 대강 200쯤?

  그나마 다행인 건 익룡은 처음에 1순위로 견제해서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젠장, 이 놈은 뭐야?"

  후드를 뒤집어쓴 카렌에게 타락자들이 공격을 퍼부으면서 답답함을 드러낸다.

  압도적인 전력의 차에도 놈들이 아슬아슬하게 계속 벗어나는 이유.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놈 때문이다.

  "대체 저건 뭐야?"

  날카로운 화살, 강력한 마법, 바위도 거뜬히 부술 공룡의 뿔.

  그 모든 공격이 그저 놈이 친 반투명한 벽에 막힐 뿐이다.

  "그럼 이만..."

  더욱 얄미운 건 저놈은 진영을 헤집고선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고 다시 몸을 쓱 뺀다는 거다.

  "크아아악!"

  타락자들이 분에 찬 비명을 지르든 말든 카렌이 지금 느낌은...살짝 지루했다.

  엘프들의 공격인 것처럼 꾸며야 하고, 죽여도 안 된다. 그리고 적당히 거리도 유지해줘야 하고.

  "언제 오려나..."

  카렌이 다시 숨바꼭질을 시작하면서 중얼거렸다. 지금쯤이면 올 때가 됐는데 말이다.

  "응? 왜 안 가고 있어?`

  그런데 잘 가고 있던 엘프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카렌이 엘프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가보니 수십의 랩터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가 계속 뒤쫓기만 할 줄 알았냐?"

  트라케라톱스를 타고 쫓아온 타락자들이 코웃음을 치며 주위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둘러싼다.

  "너희는..."

  타락자들이 뭐라 지껄이든 말든 카렌은 고민에 빠졌다.

  `흠...추격자들은 더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워낙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앞의 랩터와 뒤의 트라케라톱스를 제외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쿵...

  트라케라톱스가 돌진을 준비하려 발을 땅에 발을 고른다.

  "어쩔 수 없군. 희생은 각오한다."

  카렌의 선언에 주변에 있던 마법사 엘프들도 이를 악물고 마법을 준비한다.

  한때 같은 엘프였던 타락자들을 죽이지 않고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계획은 욕심이었을까, 지금 이쪽을 향해 살의를 보내고 있는 자들도 한때는 자신들과 같았는데 말이다.

  "돌진..."

  꾸에에에엑!

  타락자들이 공룡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옆에서 한 무리의 랩터가 옆구리로 달려든다.

  "공료오오옹! 주인! 이거 봐라!"

  그 선두에서는 세 가지의 색을 가진 익숙한 고양이가 랩터의 등에 앉아 작은 몸집에 걸맞지 않은 광소를 터뜨린다.

  "꾸잉, 저건 트라케라톱스잖아?` 카렌의 예상대로 번뜩거리는 삼색의 눈빛.

  "내가 나머지를 `정화`할 동안 트라케라톱스만 잠깐 묶어주라. 너희들은 쟤들을 죽이진 말고, 진짜 너희들을 괴롭게 한 적들은 따로 있으니까."

  파지지직!

  랩터를 애정을 담아 살포시 쓰다듬은 삼색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자신이 방금 말한 대로 `정화`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완벽하게 정화하는 요령을 습득해왔어. 엘프부터 랩터까지!"

  한 번 번개가 번뜩거리면 엘프들의 광신에 차 있던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금빛 섬광이 적진을 바삐 누비고, 카렌은 너무 행복해 보이는 삼색의 모습에 괜히 심통이나 저번에 느꼈던 감상을 다시 내뱉었다.

  "굼벵이가 잘 구르네."

  삼색은 그 와중에도 들은 듯 귀가 살랑이며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발끈했던 저번과 달리 옆에서 날뛰고 있는 랩터들을 보더니 흐뭇하게 소리친다.

  "굼벵이 나가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