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1/140)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휘이잉

  아늑한 집 안이지만 모두는 뺨에 스쳐 가는 냉기를 분명 느꼈다. 얼음처럼 굳어버린 모두는 행동을 일제히 멈췄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나도 오랜만이야. 아샤.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

  카렌이 애써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깼다.

  호르륵

  뒤에서 흥미로운 얼굴로 콜라를 신나게 마시고 있는 고양이를 뒤로하고 아샤는 카렌의 맞은편에 가벼운 손짓으로 나무 의자를 만들어내었다.

  "당신은 하나도 안 변했네요."

  "당신은 마법 실력이 많이 발전했고. 오로라를 감싸는 결계를 혼자 쳤다며?"

  "잊으려고 미친 듯이 마법만 공부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됐어요."

  순간 주어 없는 아샤의 말에 채린의 몸이 움찔거렸다.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는 뻔했다.

  `...예쁘긴 하네.

  "

  아까부터 은근히 아샤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던 채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본 엘프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분위기다. 외모도 그렇고 강한 무력을 가진 자 특유의 여유로움과 나이에서 오는 성숙함 마저 가미되어 그야말로 빛이 난다.

  `둘이 닮았어.`

  무엇보다 채린에게 가장 거슬리는 건, 아샤의 저 분위기가 카렌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이쪽은 누구시죠?"

  게다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마저 짜증날 정도로 기품이 넘친다.

  "채린. 나를 도와주러 같이 왔어."

  "정령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걸 보니 대단한 정령사시네요."

  "정령사요? 아니에요."

  채린은 심지어 정령사라는 직업도 처음 들었다.

  "네? 분명 엄청난 재능을..."

  "나도 있다!"

  "...저기 고양이는 삼색."

  "그럼 저 정령은 대체...잠깐만, 정령이 아니네? 진짜 고양이잖아?"

  "꾸잉?"

  아샤가 어리둥절한 표정의 삼색을 자세히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

  "청룡이라는 신수의 힘을 받아서 그래."

  "이런 힘은 처음 봐요. 정령과 굉장히 흡사하면서도, 다르고....혹시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지고 계시나요?"

  "꾸잉, 물론이다. 번개를 다루지!"

  "숲을 불태운 그 조절도 안 되는 힘?"

  "으..."

  카렌이 슬그머니 삼색을 놀리자 아샤가 놀란 눈으로 카렌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장난도 치네?`

  서로 사랑했어도 이런 사소한 장난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남자였다.

  "어...그...번개 말고도...동물의 말도 알아듣고..."

  한창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삼색이 백호와 현무에게 들은 얘기를 애써 기억해냈다.

  "그렇지! 부정한 힘도 정화할 수 있다! 무슨 동쪽의 수호자? 라던데."

  하지만 기세가 등등했던 시작과 달리 말끝은 자신감 없이 흐려진다.

  분명 미호와 같이 교육을 받긴 했다. 중간에 졸아서 그렇지.

  옛날에는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이 사방신이라 하여 각 맡은 방위의 사악한 악귀를 쫓았다고 했었나.

  "그런데 해본 적은 없다."

  삼색의 온 몸을 뚫어지게 관찰하는 아샤를 보며 카렌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오즈로가 한명 더 있어.'

  이렇게 놔두면 끝이 없을 거다.

  "그래서..."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지. 역시 그 성격은 여전하네."

  "저희 같은 마법사들은 다 똑같죠. 이런 것도 오랜만이네요."

  아샤가 베시시 웃었다. 옛날에도 자신이 뭔가에 빠져들면 카렌이 적당히 말을 돌렸던 추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엘프 신의 도움이 필요해. 내가 마법을 배웠으니 지구에서도 곧 균형이 흐트러진다고 하더군."

  "균형?"

  "이건 설명이 필요하겠어."

  카렌이 아샤와 드웬에게 모든 걸 말해주기 시작했다.

  벨리알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놈들은 지구에서 넘어온 카렌이 너무 강해져서 출몰한 `대적자`였다고.

  하지만 여기서 침략자에 대비해 마법을 배우니 또다시 균형의 장난이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그것 때문이었구나."

  이야기를 들은 아샤가 카렌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카렌은 그저 익숙한듯 담담히 받아 넘기며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된 거야?"

  "저는 벨리알의 엘프신에게 부탁을 받았어요. 지구에 세계수를 심고 고통받고 있는 엘프들을 돌봐달라고 해서 왔죠.?"

  "그거...참 엘프답군."

  다른 세계에 있어도 동족이라는 걸까. 엘프 신은 당연히 서로를 아끼는 엘프들을 똑 닮아 있었다.

  아무리 벨리알에서 손꼽히는 방대한 세력을 가진 신이었어도 강력한 마법사인 아샤에다 세계수의 씨앗까지 지구로 보내는 건 막대한 출혈이었을 거다.

  "엘프신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간단해요. 저희가 세계수를 탈환하는 걸 도와주면 분명 은혜를 갚을거예요. 방금 말한대로 엘프답게 말이죠."

  오웬이 테이블 위에 살짝 얹어 놓았던 카렌의 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당신 정도면 혼자서도 충분하지 않나?"

  "저는 오로라 대륙에 지금의 환경을 유지하는 결계를 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어쩐지 산소농도가 높던데 그게 엘프들을 위한 거였어?"

  "네. 원래는 세계수가 할 일이죠. 하지만 타락자들에게 잠식당한 뒤로 지금은 제가 인위적으로 하고 있어요. 세계수에서 태어나는 엘프들은 연약하거든요.

  "

  "...세계수에서?"

  이건 카렌조차 처음 듣는 소리였다.

  "엘프가 태어나는 방식은 두 가지예요. 인간처럼 사랑하거나, 아니면 세계수의 열매에서 탄생하죠. 대신 열매는 엘프신이 생길때까지만 열려요."

  "어쩐지..."

  안 그래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지구로 엘프들이 본격적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계기는 대격변때. 그 동안 이렇게 번성할리가 없지.

  ?

  "...사기 종족."

  듣고 있던 삼색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카렌의 생각도 똑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마법과 정령사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출산율도 보장해주는 그야말로 사기 종족이다.

  "하지만 물론 취약점도 있죠. 그런 엘프들은 한동안 적응이 필요해서 지금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대부분 죽어요. 지금 비율이면...오로라 대륙에 있는 엘프들의 80 퍼센트 이상이 모두 죽겠죠."

  역시 세상에 완벽한 힘은 없다.

  한때 같은 엘프였던 대적자들은 이 약점을 이용해서 아샤라는 막강한 전력을 묶어버렸다.

  "도와주지."

  카렌이 시원하게 수락했다. 인간과 다르게 엘프들에게는 뒤통수 맞을 걱정은 없다.

  "고마워요!"

  "그런데 걸리는 게 하나 있어."

  "뭐든 말해보세요. 최대한 해결해 드릴게요."

  아샤가 한시름 놨다는 얼굴로 카렌에게 말했다. 아까보다 카렌의 손을 더 꽉 잡은 걸 보고 이제는 채린이 대놓고 표정을 구긴다.

  "타락자 엘프들의 저항은 보나 마나 거셀 테고, 대부분은 죽여야 하는데 괜찮겠어?"

  "그건 어쩔 수 없죠. 지금까지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을 찾지 못했...잠깐만요."

  아샤의 고개가 바닥에 남은 콜라를 애써 빨대로 빨아들이고 있는 삼색에게 돌아간다.

  "그 사악한 힘을 정화한다는 신수의 힘. 타락자에게도 통하나요?"

  "어?"

  삼색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당황해서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발견한 카렌의 별 기대 없는 눈빛.

  `저 사고뭉치 고양이가 그런 큰일을?`

  삼색에게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한 눈으로 느껴졌다.

  카렌은 정작 별 생각 없이 삼색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늘 방화라는 큰 사고를 친 삼색은 괜히 마음 한 곳이 찔렸다.

  "될 거다!"

  괜히 울컥해서 순간적으로 나온 말. 그런데 아샤와 드웬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 잘 됐어요. 일단 한 번 시험해보죠! 마침 잡아 놓은 대적자가 있어요. 기다리고 계세요."

  "어?"

  둘은 타락자들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삼색이 말릴 틈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너 진짜 되는 거야?"

  카렌이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삼색에게 물었다.

  "모른다. 일단 해보지 뭐."

  "하긴,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마는 거지."

  둘 다 태평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저...카렌?"

  "응?"

  하지만 유일하게 방 안에서 기분이 찝찝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저 아샤라는 분은..."

  "예전 약혼자였어."

  카렌은 채린의 얼굴에서 더 설명하라는 재촉을 읽고는 말을 이었다. 정말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사람이다.

  "흔한 얘기야. 종족의 차이 때문에 보수적인 엘프 쪽에서 반대가 있었고, 결국 아샤는 자신의 종족을 선택했지."

  "꾸잉, 드라마같다."

  "너랑 미호 얘기는 드라마보다 더 심하거든? 조선부터 현대까지 와서 이어진 로맨스 판타지잖아."

  "그건 그렇다."

  카렌은 설명을 끝내고 삼색과 평소처럼 다시 투덕거렸지만 채린의 뇌리에는 한 단어가 강하게 남아있었다.

  `약혼자였구나.`

  단순히 전 여자친구와 약혼자는 무게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서로 싫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이유가 있었다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세계수는 왜 불태우려 했냐?"

  "나는 아샤가 엘프들에게 납치당한 줄 알았어. 그때는 젊었으니까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든 거야. 실제로 불태울 생각은 없었다니까?"

  "오...역시 망나니! 꾸에엑!"

  카렌이 아까부터 까불거리는 삼색의 볼을 오랜만에 쭈욱 늘렸다.

  "그런데 오늘 왜 이렇게 신났어?"

  "얼마나 좋냐! 익룡도 만나고, 주인의 몰랐던 과거도 알게 되고! 그리고..."

  "응?"

  삼색 카렌의 몸을 톡 치며 고개를 채린 쪽으로 돌렸다.

  `뭐라 말해봐라.`

  채린은 넋이 나간 듯 테이블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채린아?"

  "..."

  카렌이 조심스럽게 채린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채린?"

  "어! 왜? 나 불렀어?"

  이번에는 다가가서 살짝 어깨를 잡으며 말하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 채린이 얼굴을 돌린다.

  "이미 지나간 일..."

  "준비가 다 됐어요. 잠깐 내려오시겠어요?"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아샤가 상기된 얼굴로 모두를 불렀다.

  결국 카렌의 말은 끝나지 못했고 셋은 아샤를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저 인간들이야?"

  "정말 원래대로 돌릴 수 있대?"

  그런데 분위기가 아까와는 너무 달랐다. 살짝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던 마을은 온데간데 없고 나무 우리에 갇힌 엘프들을 중심으로 인파가 바글바글했다.

  "꾸잉, 왜 저렇게 많이 모였냐."

  이쪽으로 향하는 부담스러운 눈초리에 삼색의 꼬리가 살짝 뒷다리 속으로 말려들어 갔다.

  "실패해도 된다. 저들이 실망하건 말건 우리에게는 전혀 상관없어."

  카렌은 한 발 훌쩍 내딛더니 일부러 자신에게 모든 엘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곤 하나, 하나. 자신들을 향해 입방아를 찧는 엘프들과 서늘하게 쳐다본다.

  하나 둘 씩, 카렌과 눈을 마주친 엘프들이 입을 꽉 다물고 빠르게 잦아들기 시작하는 소음.

  "시끄럽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지자 이윽고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저기 저 엘프들. 어차피 죽을 엘프들이지?"

  우리 옆에 있는 아샤에게 도달한 카렌이 물었다.

  "혹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잡아두긴 했는데 못 찾았어요. 저렇게 내버려두면 어차피 굶어 죽을 거예요."

  아샤의 말대로 엘프들의 얼굴은 뼈만 남아있었다. 침략자들은 타락자들에게 인질로 잡히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명령까지도 내리나 보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내 손으로 죽이지."

  카렌은 주변의 엘프들이 들으라는 듯 나지막이 말했다.

  "직접 그럴 필요는..."

  "내가 하겠다. 어차피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야.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주겠다는데 불만 있나?"

  채린과 아샤는 카렌의 의도를 읽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삼색이 타락자들을 되돌리지 못하면 엘프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일부는 자신들을 농락했다는 분노로까지 변할 수도 있다.

  아무리 타락자로 변했다고 해도 같은 엘프들이다. 자신들의 동족들에게는 끔찍이 반응한다.

  카렌은 그 모든 감정들을 혼자 받아내려고 굳이 저런 자극적인 말들을 모두 앞에서 쏟아낸다.

  "그럼 시작해."

  본인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삼색을 향할 때는 또 부드러운 눈빛으로 변한다.

  "해보겠다."

  삼색이 카렌의 말에 용기를 얻어 우리로 몸을 쏙 비집고 들어간다.

  "우리에게 뭘 하든 똑같다. 우리는 오로지..."

  굶어서 그런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리는 타락자들.

  파지직

  하지만 삼색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몸에 전기를 최대한 약하게 두른다.

  "이 정도로 일단 해볼까? 이럴 줄 알았으면 현무와 백호의 수업 때 졸지 말 걸 그랬다."

  삼색이 투덜거리면서 전기가 맺혀 있는 앞발로 손과 발이 묶여 있는 타락자를 톡 건드린다.

  "으그극?"

  몸이 파르르 떨리는 타락자. 동태눈 같았던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엘프, 돌아왔냐?"

  "어...여긴 어디...아니다! 나는 결코..."

  "좀 더 세게 해도 되겠다."

  삼색은 다시 생선 눈으로 돌아간 타락자를 보고 한층 전기의 세기를 높인다.

  파지지직

  "으그그그극!"

  이번에는 좀 충격이 컸는지 타락자가 이를 딱딱거린다.

  "...저거 괜찮은 거야?"

  "그냥 죽는 것보단 낫겠지."

  채린의 걱정 섞인 물음에 카렌이 냉정하게 대답하며 삼색의 주위에 은빛 구슬을 동동 띄어놓았다.

  '조금이라도 허튼 행동을 하면 없앤다.'

  옛날에 인질로 잡은 놈들이 스스로 자폭한 경우도 있어서 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그런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당장 그대로 뭉게버리고 삼색을 빼올거다.

  "내가 뭘 하고 있었지? 이 고양이는 왜 앞에 있고? 크윽...머리가..."

  "좀 더 세게 하겠다."

  파지지지지직!

  "으그그아아아아악!"

  카렌의 보호아래 삼색의 실험(?)은 계속되었다.

  타락자의 몸에 있는 털이 모두 하늘로 서며 눈동자가 또렷해진다.

  "그만! 그만! 돌아왔어!"

  삼색을 보면서 몸을 벌벌 떠는 엘프.

  "확실한 거야? 그냥 아파서 그러는 거 같은데?"

  "아니다! 나는 제정신이야! 제발! 그것 좀 그만해!"

  삼색의 취조에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든 엘프가 주위를 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럼 먹을 걸 줘봐. 타락자라면 명령 때문에 못 먹겠지."

  "좋은 생각이에요."

  카렌의 말에 아샤가 주변의 과일 하나를 가져오게 해서 엘프에게 건넸다.

  아삭!

  "봐! 진짜라니까? 그러니까 제발 이 고양이 좀 저리 치워줘."

  엘프가 사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는 울먹이면서 삼색에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려 뒷걸음질 친다.

  어차피 감옥이라서 뒤로는 창살로 막혀서 갈 데도 없는데 말이다.

  "이게 진짜 되네."

  삼색도 신기하게 아직도 번개가 맴돌고 있는 자신의 앞발과 엘프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와아아아!"

  "형제여!"

  그때 들려오는 엘프들의 환희와 희망에 찬 소리들. 일부는 무릎을 꿇고 눈물마저 흘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동족을 죽여야 할 수밖에 없던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낸 기쁨이 터져 나온다.

  "어...그렇지! 내가 이 정도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찌릿!

  삼색이 용케 카렌이 작게 중얼거린 걸 들었는지 한 쪽 귀만 쫑긋거리면서 이쪽을 향해 눈을 부라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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