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6/140)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마석을 몸에 박아 넣는 시술을 받은 강화인간은 심장박동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뇌의 신경이 손상돼 고통을 못 느낀다.

  "끄어어어어..."

  지금처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짐승처럼 침을 흘리며 공격성은 극도로 증가한다.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캔디`라고 부르는 약물밖에 없다.

  "죽여!"

  "끄아아아아!"

  앞에 있는 모니터 속의 인간들이 실 끊어진 연처럼 사방으로 날아가고, 스피커에서 쉴 틈 없이 나오는 소음에도 이들은 그저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허공을 주시한다.

  "캔디 여기 있다."

  화이트 구역의 간부 중 한 명이 애들 간식처럼 보이는 투명한 비닐에 싸인 동그란 사탕을 자기 손 위에 올려놓는다.

  마석가루를 살짝 첨가해 만든 오로지 강화 인간만을 위한 약. 일반인이 먹으면 바로 피를 토하고 죽는다.

  "캔...디..."

  순간 강화 인간들의 눈이 번쩍 뜨인다. 마치 간식을 눈앞에 둔 강아지처럼 오로지 캔디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뿌려."

  "예."

  간부의 지시에 일제히 조직원들이 강화 인간들의 손에 캔디 하나씩을 올려놓는다.

  까드득, 까드득.

  포장도 벗기지 않은 채 섬뜩한 소리를 내면서 캔디를 씹는 강화 인간들.

  순간 눈이 번쩍 뜨일만한 상쾌함과 쾌락이 몸에 깃든다. 하지만 그마저도 뜨거운 여름철, 잠깐의 산들바람처럼 곧 사라져버린다.

  "맛있지? 저 여자를 처리하고 오면 더 줄게."

  "알...았다."

  강화 인간들이 각자의 무기를 집어 들고 날다람쥐처럼 날뛰고 있는 모니터 속의 한 여자를 노려보며 그르렁거린다.

  "캔..디..."

  흑발의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는 손에 특이한 건틀릿을 끼고는 카지노 로비를 있는 대로 때려 부수고 있었다.

  쾅!

  타오르는 캔디의 갈증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4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방의 문을 단번에 발로 차 부숴버린 선두의 강화 인간이 로비로 통하는 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거대한 몸집에 전혀 예상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속도.

  마석에서 나오는 마력은 근육을 한계까지 비대 시켰고 고장 난 뇌는 인간의 고통에서 오는 최소한의 브레이크 없애버렸다.

  공중에서 3층, 2층 난간을 연이어 차면서 도약해 방금 화면으로 본 여자의 머리 위로 흉악한 건틀릿을 내리꽂는다.

  `저건 된다. 드디어 저 마녀가 죽는구나!`

  모두가 채린의 머리가 단번에 박살 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위에서 가해진 예상치 못한 기습에다가 저 속도면 아무리 S급 헌터라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오!"

  하지만 어느새 고개를 치켜들고 똑바로 강화인간과 눈을 마주치고 있는 채린이다.

  탓!

  채린이 발을 뒤로 힘껏 차서 물러난 거리는 불과 1m. 하지만 기습을 피하기엔 충분하다. 너무 멀지도 않은 딱 좋은 거리.

  "나도 좋아 보여서 하나 장만했어."

  채린의 뒷발 종아리에 마력을 집중시키며 추진력을 실어 곧바로 앞으로 달려든다.

  "끄어어..."

  채린의 강렬한 기세에 이성이 반쯤 날아간 강화인간마저 순간 위협을 느끼며 알아들을 수 없는 괴음과 함께 건틀릿으로 자신의 앞을 가렸다.

  엄청난 크기의 팔뚝과 건틀릿 덕에 단숨에 완성되는 간이 방패.

  까드득...

  채린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미련한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답을 찾아낸다.

  곧바로 왼발에 힘을 주며 무게중심을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허리를 돌리자 물 흐르듯 오른 팔꿈치가 90도로 꺾이며 주먹이 뱀처럼 놈의 건틀릿 옆으로 휘어들어 간다.

  `훅(Hook)`

  복싱의 대표 기술이자 인파이터인 채린이 즐겨 사용했던 스킬이다. 수백, 수천, 수만 번의 연습과 실전이 채린의 육체를 이끈다.

  뚝!

  하지만 놈의 얼굴에 한창 떨어진 곳에 멈추는 채린의 주먹. 2m가 넘는 놈의 얼굴에 닿기는 짧았다.

  "끄어?"

  강화인간의 한쪽 입꼬리가 상승한다. 명백한 비웃음.

  하지만 채린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리며 한마디 해준다.

  "드워프의 기술은 최고야."

  꽈앙!

  채린의 말과 동시에 건틀릿에서 그대로 나간 빛이 굉음을 내며 놈의 턱을 돌려버린다.

  "보내줄게."

  채린이 꼴사납게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은 거구를 내려다보더니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바로 주먹을 심장에 꽂았다.

  처음에야 몰랐지만 이용만 당하다 결국 비참하게 죽을 자들이다. 이렇게 편하게 보내주는 게 낫다.

  안 그래도 마석 시술의 부작용 덕분에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던 강화인간의 심장이 과부하가 걸리며 마침내 작동을 멈춘다.

  "...비어드 녀석, 채린에게 대체 뭘 쥐여 준 거야?"

  뒤에 따라온 카렌이 로비에서 당당히 서 있는 채린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채린의 유일한 단점인 장거리 공격과 짧은 리치가 사라져 버렸다.

  "끄어어어어!"

  쿠쿠쿠쿠쿠쿵!

  하지만 이제 한 놈을 보냈을 뿐.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채린의 앞에 쓰러진 놈들과 비슷한 체형의 덩어리들이 비처럼 로비에 쏟아진다.

  "지금이다!"

  동시에 각성자들과 헌터들이 2층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다. 로비에 있던 놈들은 힘을 빼놓기 위한 총알받이였던 걸까.

  "그래! 들어와!"

  아직도 씩씩대는 채린을 보면 오히려 화를 돋운 것 같지만 말이다.

  "나도! 나도!"

  채린을 중심으로 살기와 적개심이 두 진영 사이에 넘쳐흐르는 그때.

  긴장감을 훅 깨버리는 경박한 목소리와 삐걱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잠깐 마법처럼 경직된 전장.

  "...그건 뭐냐?

  "

  카렌이 어느샌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삼색을 바라보고 순간 말을 잃었다.

  "이거 저기 있었다."

  카지노니, 공연을 했던 비품인가?

  "근데 왜 잘 타. 아니다... 당연히 잘 타겠지."

  고양이에게 균형감각을 논하는 것도 무의미한 짓이다.

  공중에서 뒤집힌 채로도 몸을 틀어 네발로 착지하는 생물이 고양이다. 다만 인간으로 변해도 똑같은 게 신기할 뿐.

  삐걱, 삐걱

  모두의 시선이 시끄럽게 외발자전거의 페달을 밟아대는 잘생긴 젊은 청년에게 집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잘 타도 너무 잘 탄다.

  앞뒤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이리저리 잔해들로 복잡한 로비를 누비며 난간을 타고 거기서 점프해 360도 공중제비를 넘는다.

  "으어어어어! 으어! 으어!"

  삼색의 묘기를 본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강화인간들은 심지어 박수까지 짝짝 쳐대며 좋아하고 있었다.

  "내가 신기술 있다 그랬잖냐. 원래 자동차로 해야 더 멋있는데..."

  삐걱 삐걱 삐걱!

  그렇게 한참을 공연하던 삼색이 갑자기 페달을 밟는 속도를 높이더니 구경하고 있던 각성자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온다!"

  강화인간과 달리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지 않던 각성자들과 헌터가 무기를 힘차게 꼬나 쥔다.

  "앞에서 비켜!"

  화아악!

  불의 특기를 가지고 있던 한 헌터의 손에서 나온 불줄기가 삼색에게 날아온다.

  하지만 삼색은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격에도 더 빨리 페달을 밟을 뿐이다.

  파지직, 파지직.

  그러자 몸에서 노란 스파크가 튀더니 이내 삼색이 타고 있는 자전거와 몸 전체를 감싼다.

  "간다아아아!"

  신난 삼색의 목소리와 함께 노란 잔상만 남기고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린 신형.

  꽈아아앙!

  "끄으아아악!"

  그리고 귀를 찢는 소음과 함께 갑자기 비명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버린 몇몇 사람들.

  눈이 뒤집힌 그들의 몸에서는 노릇노릇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게 신기술이다! 전광석화! 게임은 위대하다!"

  자랑스럽게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올리며 전장을 누비는 삼색을 보며 카렌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저거 그 노란색 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게임 기술 맞지? 우릴 차에 태우고 저걸 쓰려고 했단 말이야?

  "죽여!"

  삼색의 발언을 기폭제로 일제히 양 진영이 달려들고 혈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뭐해? 캔디 받고 싶으면 놈들을 죽여!"

  "끄어어어어!"

  간부의 외침에 강화인간의 정신도 퍼뜩 돌아오며 잠깐 멈췄던 공격을 재개한다.

  부우우웅!

  채린을 상대하는 개조인간들의 무기는 다양했다. 거대한 대검부터 게틀링건, 성인 남성만 한 몽둥이.

  모두가 채린을 향해 쏟아진다.

  "해보자."

  하지만 채린에게는 이렇게 난전이 오히려 상대하기 편하다. 무릎을 더 낮추고 턱을 당겨 피격범위를 최대한 줄인다.

  그리고 감각에 온 집중력을 쏟는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앞의 모든 움직임을 읽는다.

  원체 타고난 동체 시력에 끝없는 단련. 이제는 날아가는 모기마저 끝까지 잡아낼 정도니, 문제 없다.

  뒤와 옆의 사각지대는 쏟아지는 살기와 본능으로 커버한다.

  부우웅!

  채린이 옆구리로 살벌한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철심 박힌 몽둥이를 도약해 피함과 동시에 아무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다.

  쉐도우 복싱(Shadow Boxing)

  상대가 앞에 있다고 가정해 주먹을 날리는 복싱의 이미지 트레이닝. 평소라면 연습으로 끝났겠지만...

  퍼퍼퍼퍼벅!

  건틀릿이 있는 지금은 다르다. 실체가 되어 쉴새 없이 날아가는 주먹들.

  적들의 목울대에, 관자놀이에, 무릎 관절에 빛살처럼 날아간다. 그야말로 하나같이 치명적인 급소거나 최소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부위들.

  "아하하하! 이거 엄청 재밌다!"

  싸움은 점점 과열되는 와중에도 삼색의 발랄함은 멈추지 않았다.

  "젠장!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거야?"

  "닥치고 잡아!"

  족히 수백은 넘어가는 인원들을 말 그대로 농락하고 있는 노란 빛줄기. 싸움이라기보다는 서커스에 가까웠다.

  물론 당하는 쪽은 죽을 맛이겠지만 말이다.

  "쟤는 그냥 놀러 왔나."

  "그럼 저도..."

  "아니. 너는 따로 할 일이 있어."

  자신만 아무것도 안 해서 찔리는지 앞으로 나서려는 오웬을 카렌이 막아 세웠다.

  "제가요?"

  "그래. 이거 받아."

  카렌이 품에서 수정구슬을 꺼냈다. 오즈로가 주고 간 사람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도구.

  이 건물을 보여주는 수정구슬에는 인간을 나타내는 하얀빛이 가득했다.

  "이 건물에서 갑자기 이탈하는 놈들 있으면 쫓아가서 막으면서 연락해."

  "이탈이요?"

  오웬이 이해를 못 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카렌이 슬쩍 카지노의 꼭대기 쪽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원래 인간들은 자기 생각대로 안 되면 도망치거든. 특히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그러지."

  "아! 이해했어요. 연락은 이걸로 하면 되죠?"

  오웬이 자신의 귀에 꽂혀 있는 무선 이어폰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신나서 밖으로 나간다.

  콰콰쾅!

  카렌이 오웬을 보내고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장판을 무시하고는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양 로비부터 꼭대기 층까지 유심히 관찰했다.

  "끄어..."

  그때 채린에게 맞고 튕겨 나간 강화 인간 하나가 카렌에게 손을 뻗었다. 이미 이성이 날아가버려 공격성이 극대화된 놈. 근육이 터질 듯 꿈틀거린다.

  "쯧..."

  카렌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휙 젓자 거대한 놈의 덩치가 종잇장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지금 카렌에게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쏟을 시간이 없었다.

  건물에 들어올 때부터 미세하게 가슴이 따끔거렸다.

  실드와 함께 벨리알에서 카렌을 살려준 제3의 감각. 위협을 기가 막히게 감지하는 본능이 고개를 든다.

  `이놈들이 이것만 준비했을 리가 없는데.`

  거기다 수없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본능과 힘을 합친다. 일단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삼색!"

  "응? 왜 나 바쁘다 주인!"

  삼색이 잠깐 멈춰서서 앞 뒤로 자전거를 움직이며 팔을 쭉 좌우로 뻗어 이리저리 흔든다.

  '저걸로 수염 역할을 하는 거구나?'

  고양이의 수염의 역할 중에는 평형감각도 있다. 그걸 팔로 대체하는 것 같다.

  "이거 받아라."

  "응? 으아아앗! 그렇게 던지면 어떡하냐?"

  카렌이 성의없이 훽 던진 뭔가를 삼색이 퍼뜩 놀라 페달을 열심히 밟아 달려간다.

  펄쩍!

  이윽고 외발 자전거 안장 위에 두 발로 서더니뛰어 공중에서 키를 잡아챈다.??

  "이건 왜?"

  자신의 손에 들어 온 영롱한 빛깔의 영롱한 키를 보며 삼색이 물었다.

  "그 돌에서 나는 냄새로 화이트키 찾아봐. 건물 안이면 맡을 수 있지?"

  "그럼!"

  삼색의 인간 코가 윤기 있는 분홍색의 뭉특한 고양이 코로 스르륵 변한다.

  그리고는 키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내 앞을 막아서는 인간들에게 교통사고를 선사하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저번에 미치광이 박사의 본거지에서도 코 하나로 숨겨진 금고를 찾아낸 녀석이니 만약 있으면 시간이 좀 걸려도 찾긴 찾을 거다.

  "저건 됐고...이제 내 차례인가?"

  ?

  펄럭!

  카렌이 영혼 아공간을 열어 두터운 책을 하나 꺼냈다.

  책 구석에 박혀 있는 제목에 들어간 이름이 굉장히 낯익다.

  '오즈로의 마법 입문부터 대마법사까지` 놈이 벨리알로 돌아가기 전에 주고 간 녀석 평생의 공부가 담긴 마법책. 스승으로서의 마지막 선물이라나 뭐라나.

  비록 책 제목은 시중에서 흔히 파는 양산형 비법 책 같지만 저자의 이름에서 무한한 신뢰가 느껴진다.

  펄럭, 펄럭, 펄럭, 카렌의 손가락이 훅훅 페이지를 넘기고 마침내 찾고 있던 곳을 편다.

  주제는 `방어 마법진` 별 모양의 갖가지 마법진들 안에는 복잡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하씨...귀찮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카렌의 손가락이 순간 책을 덮으려 했지만, 이성이 간신히 말렸다.

  왼손으로는 책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다섯 손가락을 쭉 펴서 공중으로 뻗는다.

  실드를 빚어 손가락 끝에 물방울처럼 주먹만 한 크기의 작은 구슬들을 만들어 어딘가로 쏘아 보낸다.

  파파파팟!

  빠른 속도로 1층, 2층, 3층, 4층, 마지막으로 꼭대기에 박히는 구슬들.

  정확히 책에 그려진 마법진의 뼈대가 완성되었다.

  [지지직...]

  그때 카렌의 귀에 끼고 있는 무선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기계음.

  [아!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 들려요?]

  귀에서 청량한 오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뜬금없는 고백을 듣고 보니 좀 맹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뭐지? 날개가 여러 개 달린 기계가 날아가길래 마법으로 떨어뜨렸어요!]

  "...걔들이 뭐 가진 거 없었어?"

  헬기를 추락시켰다는 건가? 해맑게 살벌한 소식을 전하는 오웬의 말에 살짝 멈칫한 카렌이 물었다.

  [키는 없어요! 근데 여기 무슨 이상한 기계가 있어요. 빨간 버튼이 달린 기계인데... 시간도 적혀 있네? 야! 너 아직 살아있지? 이게 뭐야?]

  ...그거 폭탄 기폭장치 아냐? 역시 이놈들이 병력만 모을 리가 없지. 최후의 수단이 폭탄이었나. 하지만 일반적인 폭탄 따위의 위력으로...

  [아! 마석폭탄이라는 게 건물 전체에 설치되어 있대요. 너희는 다 죽을 거라고? 기분 나쁘게 웃지마!]

  "그거 얼마나 남았지? 숫자 좀 읽어 봐."

  [7...]

  7분? 그 정도면...

  [아! 뒤에 0이 하나 빠졌네요. 70, 69, 68...점점 줄어가요!]

  "..."

  카렌은 말없이 책을 주고 간 오즈로에게 감사하며 빠르게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방어 마법진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그중에 지금 찾는 건...

  "여깄다."

  [마석중화마법진]

  여기서 채린과 삼색을 데리고 나가는 건 간단하다.

  하지만 그러면 화이트 키는? 저게 마석 폭발의 위력을 견딜 정도로 튼튼할 거란 보장이 없다.

  '그러면 안 되지.'

  키가 소실되면 지금껏 한 게 모두 헛고생이다. 그것도 처음이면 몰라도 마지막 한 개를 못 찾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와! 숫자가 계속 줄어요! 59, 58...]

  "..."

  카렌은 청량하게 자신의 귀에 송곳처럼 또박또박 꽂히는 카운트 음을 듣고 확신했다.

  삼색이 눈치를 일부러 안 보는 느낌이라면 저 엘프는 그냥 눈치가 없다.

  아니, 그냥 인간에 대한 상식이 없는 건가??

  [57]

  사람의 마음을 옥죄는 카운트다운 음이 쉬지 않고 귀에서 들려오지만 카렌은 그저 마법책을 본다.

  [56]

  줄어가는 숫자에도 카렌은 미동조차 없다.

  [55]

  그렇게 계속 마법책만 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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