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102/140)

  색들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재미없다..."

  삼색의 실망처럼 의외로 채린과 오렌지 구역에서 온 마담은 별 충돌 없이 끝났다.

  "안 싸우면 좋은 거지. 가서 작업하고 있는 비어드 좀 불러와."

  카렌이 옆에서 이를 부득부득 가는 채린을 슬쩍 보고는 삼색을 보냈다.

  "으, 일반인만 아니었어도..."

  복싱 선수 시절부터 웬만하면 일반인에게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채린의 신념은 확고했다.

  법적인 문제가 해결된 S급 헌터가 된 뒤에도 쭉 지켜왔다.

  "잘했어. 그리고 여긴 병원이잖아."

  지금은 사람이 없는 2층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1층 로비에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온다.

  덜컹!

  카렌이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두 개 뽑아 채린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스포츠 음료 말고는 이것밖에 없네."

  "고마워."

  초록빛의 알로에주스를 꿀꺽꿀꺽 삼킨 채린이 입을 쓰윽 닦았다.

  "내가 스포츠 음료 싫어하는 거 기억하고 있네?"

  "저번에 말했잖아. 스포츠 음료는 운동했을 때 질리도록 먹었다고."

  "맞아."

  복싱할 때 주요 스폰서 중 하나였다. 덕분에 정말 박스째 쌓아두고 마셨다. 원래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억지로 꾸역꾸역 삼켰지.

  채린의 화가 슬며시 풀리며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의외로 섬세하단 말이야.`

  이 남자는 평소에는 덤덤하다가 이렇게 훅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런데...갈 거야?"

  "뭘?"

  카렌의 물음에 채린의 동공이 살짝 떨린다. 말할 듯 말 듯 입술을 씰룩이다 마침내 입을 연다.

  "그...좋은 추억 쌓으러?"

  채린의 목소리가 시무룩해진다.

  자신이 막을 권리는 없으니까. 자신이 여자친구도 아닌 데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좋은 추억은 그 여자가 제멋대로 혼자 말한 거고. 나는 키만 찾고 바로 올 거야."

  채린이 뒤에서부터 들어서 오해했나 보다.

  카렌이 풀 죽은 강아지처럼 살짝 고개를 떨군 채린을 귀엽게 바라본다.

  "정말?"

  "그럼."

  다시 거세게 파닥이는 채린의 강아지 꼬리. 카렌은 채린을 볼 때마다 신선함을 느꼈다.

  `참 솔직해.`

  이렇게 감정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

  항상 뒤가 구리고 뭔가를 숨기는 인간들을 지겹게 봐 온 카렌에게 채린은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가 되어준다.

  "근데 혼자 갈 거지? 방금 그 여자도 만나겠네?"

  채린이 슬쩍 저기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방금 만난 그 여자의 말이 떠오른다.

  ?

  -저처럼 조금...종류가 다른 매력을 갖고 있거든요.

  확실히 건강미가 넘치는 자신만의 매력있는 몸매지만...각광받는 취향은 아니다.

  "누굴 데려가려고 생각 중이야."

  "어? 누구? 삼색?"

  채린이 급하게 되묻는다.

  "삼색은 아니야. 이쪽 일을 아주 잘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랐어."

  카렌이 채린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귀에 누군가의 이름을 귀에 속삭였다.

  "그럼 문제없겠다."

  말을 들은 채린의 얼굴이 화악 밝아지며 감탄하며 손뼉을 짝 친다.

  정말 카렌이 말한 대로 최적의 인재가 있었다. 자신도 완벽하게 안심할 수 있는 인물.

  "그리고 채린아."

  "응?"

  채린의 웃는 얼굴을 보고 카렌도 마주 웃어주며 말한다.

  "나는 강아지가 더 좋아."

  "강아지?"

  채린의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좋다는 말인가?`

  일단 곧이곧대로 1차원적으로 받아들인 채린이다.

  "그러면 삼색이 서운..."

  잠깐. 강아지?

  카렌이 종종 자신을 부르는 별명이다. 그제야 숨을 뜻을 알아차린 채린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얼굴이 빨갛게 물든다.

  "그...저..."

  그렇게 끙끙대며 몸을 베베꼬던 채린을 구원해주는 우렁찬 목소리가 1층 계단을 타고 올라온다.

  "삼촌! 저 왔습니다! 뭐 신기한 게 들어왔다면서요?"

  비어드가 삼색과 함께 도착하자 채린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하지만 살짝 아쉬웠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야 했을까?`

  아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놈이야. 척추에 마석을 박아 놨어. 이 장갑도 좀 검사해 봐."

  비어드가 남자의 장갑을 벗기더니 이어서 상체도 벗겼다.

  "근데 아직도 기절해 있네. 얼마나 세게 때린 거야?"

  삼색의 중얼거림에 채린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이 녀석이랑 싸울 때 기분이 조금 안 좋긴 했다.

  지금이라면 좀 살살 해줬을 텐데.

  "일단 몸을 살펴봤는데...이건 미친 짓입니다."

  비어드가 남자의 등에 불룩 튀어나온 마석을 톡톡 건드리면서 말했다.

  "왜? 일반인치고는 엄청 강하던데?"

  직접 싸워 본 채린이 장갑을 한 손으로 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자신에게야 가볍지, 건장한 성인 남성도 장갑 한 짝도 끙끙대면서 간신히 들 무게다.

  "이 인간은 곧 죽을 겁니다. 마석의 에너지가 몸의 흐름을 망쳐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꼴이 되면 처음에는 신경부터 망가져서 고통을 못 느낍니다."

  "호오..."

  채린이 감탄성을 냈다.

  어쩐지 그렇게 처맞아도 앓는 소리 한 번 안내더니만.

  "그리고 서서히 장기가 뒤틀리죠. 혈액도 끓어오릅니다. 그리고 심장이든 뇌든 먼저 버티지 못한 쪽이...펑!"

  비어드가 손바닥을 쫙 하늘로 펴 보인다. 목소리는 명랑했지만 숨은 뜻은 섬뜩하다.

  "그래도 성공할 가능성은 없는 거야? 인간의 욕망은 대단하잖아."

  삼색이 살짝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예전에 드워프 기록에 오즈로님과 당시 최고의 드워프 장인이 도전했다 실패했다고 남아있습니다."

  "못 하는군."

  그 둘이 붙었는데 안 되면 끝난 거다.

  과학? 가능성은 있겠지만 일단 마법보다 유연한 학문은 아니다. 최소한 100년 안에는 안 될 거다.

  "뭐...당장은 힘을 끌어올리는 데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저 건틀릿..."

  쉬이익, 철컹!

  "으아악!"

  순간 자신의 앞을 살벌한 소리를 내며 바람처럼 지나간 건틀릿에 비어드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미안해요. 이게 진짜 되네."

  채린은 머쓱하게 왼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어느새 오른손에는 건틀릿을 끼고 있었다.

  보기보다는 편했다.

  마치 질 좋은 스판 장갑을 낀 것처럼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크흠, 저건 그냥 쓰레깁니다. 마석과 증기를 활용한 건데. 저 귀한 마석을 썼는데 저런 효율이라니..."

  장인의 시점으로 신랄하게 비판을 퍼붓는 비어드.

  휙, 휙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비어드가 오른손으로 시험 삼아 주먹을 휘두르던 채린을 보더니 순간 눈을 반짝인다.

  "채린님!"

  "네?"

  "혹시 그 장갑 어때요? 이것도 끼고 해보세요."

  채린이 왼손도 마저 끼고는 복싱 동작 몇 개를 선보인다.

  역시 같은 장비도 다루는 사람에 따라 천지 차이다.

  물론 맨손에 비하면 살짝 느려졌지만 엄청난 무게를 마치 복싱 글러브처럼 가볍게 다루는 채린이다.

  "후우..."

  시범을 끝내고 주먹을 내린 채린을 향해 비어드가 와락 달려든다.

  "어...어?"

  "혹시 이런 거 갖고 싶지 않으세요?"

  "재밌긴 해요."

  지금은 맨몸이지만 만약 제대로 마나를 운용하면 어떨까.

  헌터 현역 시절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장비는 생명이었다. 채린과 오랫동안 함께했던 헌터의 물욕이 오랜만에 발동한다.

  "훨씬 좋은 걸로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꼭 써주세요!"

  비어드의 눈이 은빛 은하수처럼 반짝인다.

  장인은 사용자가 제대로 자신의 물건을 빛내줄 때 기쁘다.

  "하지만..."

  "그냥 받아들여. 드워프 창작욕은 한 번 발동걸리면 못 말린다."

  요즘 비어드가 바쁜 걸 알고 사양하려 했던 채린은 카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출력도 높이고...벨리알의 금속과 지구의 기술을 섞어서..."

  이미 비어드는 채린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뭐라 중얼중얼하며 자신만의 건틀릿을 구상 중이었다.

  "그럼 채린이 저런 거 쓰고 사람 때리는 거냐? 오우..."

  삼색이 남은 팝콘을 마저 입에 털어 넣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거 좀...멋있네."

  원래는 좀 살벌하다고 말하려던 카렌은 채린이 자신쪽으로 홱 고개를 돌리자 재빨리 단어의 방향을 틀었다.

  "정말?"

  카렌의 말에 신나서 휙 휙, 보란듯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는 채린.

  "잘했다, 주인. 이제 채린에게 걸린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날려버렸네."

  삼색의 속삭임에 카렌은 순간 아이처럼 좋아하는 채린을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하지만 뭐...생각해 보니 자신에게 나쁘진 않다.

  "내가 맞을 것도 아니고."

  * * *

  암흑가의 가장 높고 사치스러운 건물.

  모든 구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꼭대기 층의 회의실에서 세 집단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블랙 구역의 보스들.

  오렌지 구역의 마담들.

  화이트 구역의 사장들.

  모두 암흑가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조직의 장들이다.

  "그린 구역은 제일 큰 세력이 무너지면서 이미 끝났어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겁니다."

  먼저 화이트 구역 쪽에서 화두를 던진다. 하나 같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있는 푸근한 인상의 사람들.

  말투는 정중했지만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린 구역의 탑을 근거지로 삼고 있던 가장 큰 세력이 하루아침에 불타 사라지면서 그쪽에서는 혈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약 쓰는 놈들이라 제정신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블랙 구역도 웬 미친년이 하나 날뛰는 바람에 시끄럽다고. 외지인 녀석들이 슬금슬금 들어오고 있어."

  한쪽 팔에 깁스를 한 보스가 나머지 손으로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말했다.

  "쪽팔리게 어떻게 여자 하나에게 그렇게 당하냐? 슬슬 뒤질 때가 된 거지."

  "이 쥐새끼가...그 여자 지나갈 때까지 찍찍대며 숨어있다가 이제야 슬슬 기어 나와서 지랄하네."

  반대편에 앉은 경쟁조직 보스의 도발에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대편을 노려본다.

  "당연하지. 그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알아."

  입에서 담배연기를 훅 하고 불어낸 오렌지 구역의 마담이 둘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다행이라니? 그 년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알아? 중앙에서 미친 짓 하는 외지인들 쪽으로 갔어. 요즘 그린 구역 약쟁이들도 거기 가서 약 끊어보겠다고 난리를 친다고."

  "네가 말하는 `그년`이 S급 헌터에요. 이 돌대가리야. `절단의 마녀`라고 들어는 봤어?"

  "뭐?"

  그 말에 기세등등하던 보스가 순식간에 쪼그라들면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미친...S급 헌터가 왜 암흑가에 와?"

  양지의 소식이기는 하지만 `절단의 마녀`는 워낙 유명한 이름이니 잘 알고 있었다.

  잠깐 회의실에 정적이 흐른다. 이건 규격 외의 일이다.

  A급 헌터도 조금 힘쓰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지만...S급은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

  "저대로 놔둘 수는 없어요. 이미 그린 구역이 망가지니 수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화이트구역의 말에 모든 구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흑가의 네 구역은 서로 공생관계다.

  블랙 구역이 무력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손님들의 거주지를 제공하면 다른 구역들은 인간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화이트 구역은 도박.

  오렌지 구역은 유흥.

  그린 구역은 마약.

  이 세 가지 수레바퀴가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돌면서 돈을 긁어모은다.

  약에 취해 흥분이 몇십 배로 증폭된 상태로 돈이 오가고 매력적인 이성에 둘러싸인다고 생각해봐라.

  정신을 차려보면 하루만으로도 빈털터리가 되는 곳이 암흑가다.

  돈 없는 자들에게는 지옥.

  돈 있는 자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이중적인 곳.

  "블랙 구역의 손님들도 불안에 떨고 있어. 당장 나가겠다는 사람들을 겨우 말리고 있다고. 수를 써야 해."

  "그걸 쓰도록 하죠."

  화이트 구역의 사장 중 한 명이 자신의 외눈 안경을 고쳐 쓰며 블랙구역을 쪽을 본다.

  "그거? 설마 마석 개조 인간? 한 마리 보냈는데 그 여자한테서 좀 버티긴 했어. 물론 곧 처참하게 깨졌지만."

  모두의 눈이 빛난다. S급 헌터에게서 조금 버텼다는 게 어딘가. 수가 많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양산 못 해. 엄청 비효율적이라고."

  사람은 판자촌에서 가족 있는 빚쟁이에게서 데려오거나 하면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돈. 마석도 요즘 가격이 좀 싸졌다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리고 당장 세지면 뭐하나. 곧 죽어버리는데.

  "돈과 마석은 우리가 대줄테니. 사람만 조달하세요."

  "뭐?"

  "우리가 평소에는 으르렁거려도 외부 놈들이 암흑가에 와서 설치는 꼴은 못 보죠."

  이미 자기들끼리 미리 말을 맞췄는지 화이트 구역의 사장들은 침묵을 지킨다.

  "그러면 좋지!"

  암흑구역의 보스들이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얼굴 뒤에는 치열한 수 싸움이 오간다.

  `어차피 마석 인간은 시간 되면 뒤지니까 지원한다는 거겠지.`

  저 화이트 구역 놈들은 거기까지 본 거다. 어차피 손해 보는 건 없다.?

  놈들의 푸근한 인상에 넘어갈만한 멍청이는 이 자리에 없었다.

  "잠깐. 그러면 저쪽이랑 시끄럽게 정면충돌을 하겠다고? 얼마 전에 그 여자도 없었는데 스콜피온 놈들이 쳐들어갔다가 꼬리 말고 도망친 거 잊었어?"

  마담들이 어이없는 얼굴로 모두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럼 방법이 있나? 이렇게 계속 얕보이다간 다 끝이라고.

  "

  "그렇게 하다가 손님들 다 떠나면? 너희 입으로 방금 말한 거 아냐?"

  "..."

  "대체 머리에 뭐가 든 거야?"

  "그럼 대체 어쩌라는..."

  마담의 신랄한 비판에 열받은 보스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 직전.

  "우리가 그쪽에 낚싯줄을 던졌어. 진짜 뒷배를 알아냈다고."

  "뭐? 학살의 마녀가 주도하는 거 아니었나? 그건 어떻게 알아낸 거야?"

  "진짜 뒷배는 처음에 그린 구역에 쳐들어온 젊은 남자야. 술자리에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정보들이 오가."

  마담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놈들의 목적이 이상한 돌인 건 숨겼다. 정보는 무기니까.

  ?

  "우리가 잘 달래보지."

  "잘 안되면?"

  "그때는 너희 마음대로 해. 뭐...그런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담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저번에 볼 때는 만만치 않아 보이긴 했지만...생물학적으로 남자다.

  아니, 그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어도 상관없다. 오렌지 구역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너희랑 달리 엄청나게 잘생겼더라."

  마담이 좌중을 둘러보며 양 입꼬리를 비틀었다.

  비록 일이라지만 상대에 따라 의욕이 달라지는 법이다. 게다가 그 정도로 잘생기면 얘들도 더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유혹하겠지.

  오렌지 구역에 들어와서 제정신으로 나간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낮에는 냉철하고 바늘 하나 안 들어갈 것 같은 사람도 밤이 되면 본성이 드러나며 흐물흐물하게 변한다.

  `만약 그 사람을 내 걸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린 구역의 탑을 부순 무력.

  저 건물들을 단번에 세울 재력.

  S급 헌터를 부리고 있는 인맥.

  마담의 눈동자에 욕망이 담기며 혀는 입술을 끈적하게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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