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많이 이상한 남자
한 소년이 골목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찍!
자신이 있는 길거리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쥐밖에 없다.
여기 사는 사람들의 눈은 쥐새끼만도 못 하다. 모두 죽어있다.
사람은 자신감이 사라지면 어깨는 말려들어가고, 눈은 바닥을 향하며 행동은 굼떠진다.
그럴 수 밖에.
주변은 온통 비가 오면 수십 곳이 새는 낡은 판자로 만들어진 집이 가득했다.
환경이. 아니, 돈이 사람을 만든다.
"빌어먹을 새끼들."
소년의 눈이 각종 건물이 높이 솟은 블랙 구역의 윗동네를 향한다. 암흑가라고 못 사는 놈들만 있는 게 아니다.
저기 화려한 저택과 호텔에는 블랙구역의 손님들로 가득하다.
연합에서 도망친 돈 많은 수배자들. 아니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하러 오는 재벌, 연예인, 심지어는 평범한 회사원들도 온다.
블랙구역 놈들이 돈을 버는 수단이다. 좋게 말하면 숙박업이지.
그리고 여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집세라는 명목으로 다달이 돈을 뜯긴다. 혹은 몸으로 지불하기도 하지. 마치 가축처럼.?
"벗어나고 싶다."
소년은 위를 바라본다.
주변의 삐걱거리는 판자집들을 잠시 벗어나 푸른 하늘을 본다. 새들이 커다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후우..."
뭔가에 홀린 듯 자유롭게 날던 새들을 보던 소년은 고개를 푸르르 흔든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다시 현실로 돌아 온 소년이 재빨리 담과 집들을 넘어 어딘가로 향한다.
"아저씨."
"왔냐?"
동네 유일의 전당포이자 잡화점.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수익은 정보에서 나온다.
"어떻게 됐어? 스콜피온 놈들 말이야."
소년이 물었다.
놈들이 당장이라도 자신과 가족들을 잡으려 할 줄 알았더니 너무 조용했다.
"요즘 바쁘던데? 암흑가 중앙에 갑자기 외지인들이 건물을 짓는다고 왔잖냐."
"건물?"
"그래. 솔라리 교단이랑 무슨 재단에서 왔던데? 거기 작업하러 간다더라. 그리고 요즘 블랙구역을 들쑤시고 다니는 미친놈들..."
"나 간다!"
"야! 정보값 주고가!"
"외상! 나중에 갚을 게."
가게를 뛰쳐나오는 소년의 뒤로 고함소리가 들려 왔지만 소년은 애써 못들은 척하며 주변의 담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설마 진짜 하려는 건가? 경고해 줘야 돼.'
-환경을 주마.
며칠 전, 남자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 사람이 무슨 미친짓을 하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했다.
그리고 그 금발의 여자아이도.
'절대 그 아이 때문에 가는 게 아니야. 은혜를 갚으러 가는 거야.'
왠지 모르게 소년의 얼굴이 발갛게 물든다.
?
* * *
"여기!"
암흑가 네 구역의 정중앙. 모든 구역의 교류가 오가는 이곳은 암묵적으로 중립이었다. 그런데 요즘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바뀌고 있었다.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잔뜩 오고 갔고 그 중심에는 한 드워프가 신중한 눈빛으로 도면을 보고 있었다.
"되겠어?"
카렌은 삼색을 품에 안고 비어드에게 물었다.
"삼촌. 저 비어드입니다."
비어드가 씨익 웃더니 땅에 손을 대고는 눈을 감는다.
측량, 기초, 설비, 조적 등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수많은 공정이 비어드의 머릿속에 착착 정리된다.
파앗!
동시에 뒤에 산처럼 쌓여있던 재료들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이내 융합되고, 가공되어 비어드의 능력으로 재탄생되기 시작했다.
지하, 1층, 2층, 3층, 4층, 5층, 순식간에 층들이 올라가더니 이내 건물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꾸잉, 지하 기지 열심히 만들더니 능력이 많이 발전했네."
삼색이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한 건축물을 보며 감탄했다.
예전에는 영지에 두르는 벽 하나 만드는 데도 심혈을 쏟았다면, 지금은 그냥 혼자서 수십 명이 몇 달을 달려들 일을 하루 만에 해낸다.
"외관은 그냥 깔끔하게 노란 민들레 크게 하나 새겨 넣었습니다."
"잘했어."
[민들레 기숙사.]
건물에 딱 걸맞은 이름이다.
"이제 학교만 지으면 되는군요."
"그건 내일 하고 일단 돌아가서 쉬어,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마법의 한계를 벗어난 이능이라 해도 반동이 있고 부작용이 있다.
지금 헥헥대는 비어드를 보아 다행히도 비어드의 능력은 단순히 체력을 소모하는 걸로 보인다.
대기하고 있던 실내장식 팀들이 침대와 각종 가구를 기숙사로 옮기기 시작하고 비어드는 꾸벅 카렌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래. 푹 쉬고."
비어드를 보내고 카렌은 학교 옆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들레 병원]
제일 먼저 지은 건물이다.
다만 학교와 다른 점은 병원 외벽에 민들레와 태양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는 정도?
그 이유는 지금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에 있다. 전부 솔라리 교단에서 나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다.
그 중심에는 금발 머리의 여자아이가 사복을 입은 성전사들을 뒤로한 채 열심히 사람들을 돌보고 있었다.
"힘들지 않니?"
카렌이 다가가자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엘리가 반긴다.
"잠시 쉬다 오시죠. 너무 오래 일하셨습니다."
한길이 속삭이자 엘리는 카렌의 손을 잡고 잠시 산책하기 시작했다.
"조금 어때?"
"재밌어요. 보람도 있고요."
"다행이구나."
"왜 아빠가 병원을 먼저 지었는지 알겠어요."
"뭘까?"
카렌은 고개를 돌려 엘리와 눈을 맞췄다. 호박색 눈동자가 투명하게 자신을 마주한다.
"일단 살리고 봐야죠. 교단은 사람들에게 물처럼 천천히 스며들거예요. 전 교황은 여기다 신전을 지으려다 실패했다고 하더라고요. 전략을 바꿨어요."
엘리가 도전욕이 끓어오르는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저희는 신세계를 믿는 사람들처럼 죽은 자가 한꺼번에 돌아온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산 사람이라도 일단 살려야죠."
?
카렌은 말 대신 엘리를 향해 웃으며 정답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일일이 말해주는 것보다 병원을 통째로 지어 엘리에게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꾸잉, 그런데 신성력은 왜 안 쓰냐? 훨씬 빠르고 효과적일걸?"
삼색이 햇살이 자신의 몸을 내리쬐자 코를 씰룩이더니 이내 하품을 쩌억 하며 말했다.
?
엘리의 신성력은 지금 성자의 전성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성자가 죽으면서 자신의 힘을 물려주기까지 했으니 더 나을 거다.
?
"?저는 여기 매일 있을 수 없으니까요. 신성력은 물론 편하지만 의지하게 만들 거예요."
하나를 가르쳐주면 알아서 열을 배운다. 이게 양육의 기쁨일까. 아니, 엘리라 그런 거겠지.
카렌의 기특하다는 시선을 받은 엘리가 배시시 웃는다.
"그럼 저는 돌아가 볼게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그럼요. 이제는 재미없는 서류 결재하러 가 봐야 해요. 혹시 아빠가 말해주면..."
"어? 그럴까?"
카렌이 일부러 과장되게 받아주자 엘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얄미운 아빠를 바라본다.
아빠는 자신이 그런 부탁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면서 놀리고 있었다.
"치..."
엘리가 귀여운 투정을 부리고 둘은 잠시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가볼게요!"
?
엘리가 아까보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지고 카렌은 옆의 자재로 쓰일 커다란 대리석 위에 걸터앉았다.
눈을 지긋이 감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암흑가에 웬 병원이래?"
"무슨 민들레 재단이라는 곳과 솔라리 교단에서 무료로 진료해준다고 하는구먼!"
"근데 왜? 그리고 갑자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었남?"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일단 생기면 좋은 거지! 안 그래도 이빨이 썩어서 너무 아팠는데 잘 됐지. 좀 있다 우리 아들도 데리고 올 거야."
사람들의 대화에서 활기와 희망이 묻어나온다.
이 곳만 떼어놓고 보면 누가 연합에서 악명 높은 암흑가라 할까.
"근데 주인은 언제 나쁜놈들 잡으러 가냐?"
언제나처럼 갑자기 훅 들어온 삼색의 말.
"무슨 소리야. 그나저나 너는 요즘 바쁘던데 여긴 어떻게 나왔냐?"
요즘 삼색은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았다. 낮에는 미호랑 데이트하고 밤에는 새벽까지 방송하느라 방에 불이 안 꺼지더라.
"주인, 이 말 들어봤냐?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고."
"...무슨 냥소리야."
가슴을 쭉 펴고 마치 장군처럼 폼 잡으면서 말하는 삼색을 카렌이 가자미 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주인이 이렇게 재밌는 일을 하고 엘프 대륙으로 여행을 가는데 내가 어떻게 안 따라갈 수가 있어?"
"너...설마 그걸 위해서?"
"그렇다! 미호도 그동안 잘해주니까 허락했고, 방송은 너무 오래 했더니 이제 시청자들이 먼저 좀 쉬라고 했다. 나는 모든 준비를 끝냈지!"
카렌이 앞발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고 승리했다고 만세 포즈를 취하는 고양이를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열정은 대단한데...언제나처럼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린 것 같다.
"독한 놈."
"당연하지! 그런데 돌 찾는데 주인은 왜 안 움직이냐?"
"칭찬 아니거든? 그건 또 어떻게 다 들었어."
"오웬이란 엘프가 다 알려줬다. 내게서 정령의 향기가 난다고 좋아했다. 역시 내 인기란..."
진짜, 친화력 하나는 최고인 녀석이다. 정령의 향기는 청룡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찾기에는 귀찮아졌어. 채린, 국장, 오웬이 열심히 찾고 있더라."
수정 구슬 덕분에 인간과 색이 다른 엘프만 족치면 일찍 끝날 줄 알았던 일은 예상외로 오래 걸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면서 복잡했다.
그린 말고 다른 구역의 키를 가진 놈들이 엘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간 타락자에게 맡긴 건지 아니면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확인 중이다.
"그거 내가 저번에 들어 보니까..."
쾅! 쾅!
저 멀리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들린다. 아마 저깄겠지.
"뭘 들었는데?"
"아니다. 그냥 주인은 모르는 게 나을거다."
삼색이 입을 다물고 카렌은 더 묻지 않고 삼색과 같이 나란히 햇볕을 즐기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안 듣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하암..."
"하암..."
삼색을 시작으로 둘이 짜기라도 한 듯 나란히 하품했다. 그렇게 멍하니 둘이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누군가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다 뭐야?"
익숙한 얼굴의 소년이 갑자기 들어선 건물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급하게 뛰어 왔는지 숨을 헥헥댄다.
"혼자 왔냐?"
오늘 가족과 다 함께 오라고 했더니 말을 참 안 듣는다. 아니면 혹시 몰라서 일단 혼자 와 본건가?
"저거...당신이 한 거야?"
"그래. 오늘 밤부터 저기 기숙사에 들어가서 지내. 다음 주부터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니 동네 얘들이랑 같이 다니고."
"우리는 그럴만한 돈이..."
"무료다. 안 갚아도 돼."
소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환경을 주마.?
솔직히 이 은발의 남자가 그런 말을 했을 때는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어디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정말 말 그대로 환경을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암흑가 정중앙에 대놓고 말이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여긴 암흑가라고. 지금 스콜피온 조직원들이 오고 있어."
카렌이 자신을 걱정하는 소년을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삼색은 눈 앞의 소년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꼬리로 카렌의 가슴을 살짝 쳤다.
"젠장, 저 놈들이야. 이미 늦었어."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 했나. 아이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각종 총기를 불량하게 꼬나쥔 남자들이 병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병원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겁먹고 슬금슬금 물러나자 자연스럽게 생겨난 길.
퉷...
그 사이를 우쭐하며 걸으며 거리에 찍찍 침을 뱉어대며 오는 놈들.
"이봐! 여기서 대체 뭘 하는..."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어느새 앞에서 슬그머니 나타난 남자들을 보고 패거리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뭐지 이놈들은?`
딱 봐도 자신들과 결이 다른 놈들이다.
지금은 연합에서 사라진 군인처럼 최신식 전술 장비를 몸에 두르고 앞으로는 소총을 메고 있었다.
그런데 서로 복장이 달랐다. 한 집단은 위장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나머지는 상의에 앙증맞은 민들레 배지를 달고 있었다.
교단의 뿌리와 민들레 재단의 부대원들이다.??
"여긴 우리 구역이다."
강철같이 잘 벼려진 기세에 처음에 쫄긴 했어도 이대로 물러갈 순 없다.
선두에 선 남자가 살짝 움츠러든 어깨를 애써 펴고 긴장을 숨기려 오른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힘껏 움켜잡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
철컥!
철컥!
철컥!
습관적으로 남자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주위를 가리킨 순간.
마치 한 사람이 낸 소리처럼 일제히 젖혀지는 청량한 소총의 노리쇠 소리와 번개처럼 자신들을 조준하는 총구들에 스콜피온 조직원들은 일제히 얼어버렸다.
"총구. 사람에게 향하지 마십쇼. 저희에게도, 민간인에게도."
담담하게 날아오는 경고.
뚜벅, 뚜벅
그때 암흑가에 어울리지 않는 품격있는 구둣발 소리가 들려온다.
정갈한 정장을 차려입은 강이사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조직원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품에서 꺼내 드는 서류.
?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구.역. 이라는 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저희는 연합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 땅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리고..."
강이사가 비어드가 씨익 웃으며 잠깐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지금 대부분의 암흑가의 땅을 제 주인께서 사셨습니다. 여기 그쪽 사장님께 이 서류 챙겨가셔서 보여주세요."
거창하게 모든 암흑가의 땅이라고 해봤자 참 쉬운 일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땅은 연합에 협조를 요청해 샀고, 실제 땅 주인들은 어차피 쓰지도 못하는 땅을 반색하면서 싸게 넘겨 버렸다.
암흑가에서 무슨 개소리냐고 당장 소리치고 싶은 조직원들이지만...
슬프게도 조금이라도 반항했다간 ??당장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총구들이 불을 뿜을 것 같았다.
딸깍
방금 그 소리.
허튼짓하지 말라는 듯 놈들이 겨누고 있는 총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다.
`저기 저 반짝이는 것들은 또 뭐야?`
게다가 눈앞의 놈들이 끝이 아니었다. 저 멀리 옥상에서 저격 스코프의 조준경에 반사되는 빛들이 수십 개다.
"그럼 볼일이 없으시면 이만..."
강이사가 얼어붙은 조직원의 품에 서류를 친절하게 넣어주고는 뒤로 돌자 일제히 하늘로 향하는 총들.
그제야 조직원들은 간신히 돌아갈 수 있었다.
"근데 원래 강이사가 저런 캐릭터였냐? 좀 많이 바뀐 것 같지 않냐?"
카렌의 아공간에서 꺼낸 팝콘을 먹으며 흥미롭게 지켜보던 삼색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게 아닐까?"
"그래. 주인에게 걸맞은 집사가 되려면 저 정도는 돼야지. 강이사가 자신은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주인이 암흑가도 접수한다고 좋아하던데?"
"...내가 무슨 조직폭력배야?"
둘의 한가한 대화를 듣고 있던 소년은 이제는 기가 죽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카렌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출발선."
"출발선?"
카렌이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 앞의 허공을 주욱 그었다.
"학교에 가고, 끼니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집이 있는 것. 그게 보통 아이들의 출발선..."
투투투투!
콰콰콰쾅!
그때 밖에서 들리는 총소리와 굉음이 카렌의 말을 끊어 버렸다.
"...대체 뭘 하는 거야?"
소음의 근원지에서는 시꺼먼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꾸잉, 블랙구역 제패하고 있잖냐.
"
"...그걸 왜?"
그냥 키만 찾으라고 했더니 제패라니? 아까 삼색이 말하려다 만 게 이거였구나.
"채린이 다 때려잡으면 블랙키는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그러던데? 그리고 요즘 좀 기분 안 좋아 보이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