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7/140)

  귀찮게 될 수도 있겠다

  "근데 이 엘프 눈이 왜 이래?"

  카렌이 자신을 노려보는 엘프의 눈동자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약, 눈에서 느껴지는 혼탁함, 그리고 방금 얼굴에 걸린 마법을 지울 때 느낀 익숙한 기운.

  "오즈··· 이미 하고 있군."

  이미 시키기도 전에 엘프의 온몸을 상기된 얼굴로 조사하고 있는 오즈로를 보며 카렌이 피식 웃었다.

  이래서 마법사들이 세상에 처음 나오면 사기를 많이 당하는 거다.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눈이 돌아가 버리니 원.

  "이거···침식당했는데?"

  "침식이라니?"

  통구이를 굽듯 이리저리 엘프를 공중에서 돌려가며 보던 오즈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엘프한테 느껴지는 기운. 침략자들의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랑 비슷해. 현혹마법이랑 똑같군."

  "현혹마법?"

  카렌의 표정이 덩달아 굳는다.

  벨리알에서 금지된 마법 중의 하나다.

  일단 걸리면 희생자는 말 그대로 종속되어 노예처럼 주인의 뜻을 따르는 악독한 마법.

  "원래대로 못 돌려?"

  "한번 해볼게."

  오즈로가 지팡이까지 소환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하긴 이상하긴 했어. 엘프들이 암흑가에서 마약을?"

  카렌이 코웃음쳤다.

  기본적으로 엘프들은 생김새와 같이 고고하다. 나쁘게 말하면 살짝 선민사상까지 가지고 있는 종족.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날 때부터 기초적인 마법을 쓰고 정령과 어울리니 인간과 출발점 자체가 다르고 인간이 하는 더러운 일을 천시한다.

  "하··· 설마 모든 엘프가 이러는 건 아니겠지?"

  카렌이 당기는 뒷골에 목을 긁적였다.

  사실 여기 온 이유는 엘프가 암흑가에서 노예로 잡혀있는 줄 알고 온 거다.

  걔들 성격에 맨몸으로 가면 일단 공격하고 볼 게 뻔하니 엘프를 구출해서 선물로 들고갈 생각이었는데···

  "복잡해졌네."

  "젠장. 안 되는군."

  "네가 못 한다고?"

  오즈로가 보기 드물게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젓는다.

  "지금은 몰라도 시작은 본인이 원한거야. 이러면 나도 못 풀어. 그런데 강해지긴 하겠지만 굳이 ?엘프가 왜 침략자들의 마나를 받아들인지 모르겠군."

  엘프를 보며 카렌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본능이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 일은 분명 귀찮아질 거다.

  `곧 태어날 엘프의 신과 호감을 쌓으려 했더니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밖에서 놈들의 지원 병력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장이 수정구슬을 보고 지금 이곳으로 몰려드는 하얀 빛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나가자."

  "쟤는?"

  "놔둬."

  엘프 쪽 사정을 모르는 이상 저건 죽이면 안 된다.

  같은 동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녀석들이니만큼 괜한 오해를 만들 필요는 없다.

  ?

  일행은 올 때처럼 정면으로 당당히 걸어 나갔다. 아까와 방식은 똑같다.

  막으면 죽는다.

  그래도 반쯤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에 겁먹었는지 아까보다 사상자는 많지 않았다.

  "국장은 수정구슬로 이 근처에서 엘프 중에 제일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놈 좀 찾아봐. 그리고···."

  암흑가에 빠삭한 국장이 수정구슬과 자신의 머릿속의 정보를 융합하기 시작했고, 카렌은 시체가 즐비한 주위를 둘러봤다.

  `뭐지 이 위화감은?`

  잠시 고민하던 카렌이 마침내 원인을 찾아냈다.

  "시체가 너무 많아."

  결국 모두 죽었지만 ?유독 열심히 자신들에게 달려들던 인간들.

  "암흑가에서 경비원들이 이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든다고? 오즈로. 저것들도 조사 좀 해줘."

  마약에 취하면 그럴 수 있지 않냐고?

  웃기게도 마약으로 먹고 사는 동네지만 정작 기득권들은 약쟁이 경호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

  누가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놈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길 수 있을까.

  "듣고 보니··· 좀 이상하군요. 이 거리에 충성과 의리는 찾아보기 힘든데요."

  그새 위치를 찾아낸 국장이 수정구슬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자신들 딴에는 끈끈한 의리를 강조하는 블랙 구역에서도 배신이 난무하는데 이 그린 구역에서? 어림없는 소리다.

  오즈로가 시체들 사이를 몇 번 헤집고 돌아다니더니 이내 카렌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다.

  "맞아. 대부분 침식당했군."

  "조졌군."

  삼색에게 배운 단어를 오랜만에 써먹은 카렌이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씹었다.

  ?

  "국장. 그 종교···."

  "신세계입니다."

  ?

  "얼마나 퍼졌지?

  "

  "시골과 음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오면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자선활동도 합니다."

  "영리하군. 이단으로 규정 못 하지?"

  "대중들이 이해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한 종교를 이단으로 선포하는 일은 리스크가 따른다.

  게다가 지금 솔라리 교단이 갑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종교를 핍박한다는 이미지가 씌워질 수도 있다.

  "치료해주는 놈들만 파보라 그래. 그거 다 엘프다. 마법이랑 정령으로 치료해주는 거야. 나는 억지로 협조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쩐지··· 등록된 각성자도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물론 엘리의 신성력처럼 기적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그들의 대상은 가난해서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는 사람들. 그들의 호감을 얻는 데는 충분하다.

  "모든 엘프가 그런 건 아니야."

  "그건 어떻게 알아?"

  오즈로가 쫄래쫄래 뛰어와 옆으로 와서 말한다.

  "내가 여신과의 계약에 따라 엘프에 대해 조사한 일이 뭐였게?"

  "또 시작이다. 엘프들이 사는 대륙 찾았다며. 그리고 우리 시간 없거든?"

  카렌이 마법사의 고질병을 사전에 차단하자 오즈로가 입을 삐죽인다.

  "알았다, 알았어. 뭐랬더라. 인간의 신은 엘프들을 볼 수 없으니 너에게 그 땅을 찾아달라고 했잖아."

  "그렇지!"

  그제야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오즈로의 입술.

  "···연합 말고 지구에 다른 땅이 있습니까?"

  오늘 국장이 여러 번 놀란다. 아니, 이건 오히려 엘프가 마약상이라는 사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놀라운 정보다.

  연합의 지도에는 거대한 대륙 하나밖에 없다. 그 외에는 모두 바다.

  비행능력을 가진 각성자들과 비행기들이 수없이 직접 탐사한 결과다.

  "···아!"

  오즈로가 자신의 손가락 위에 작은 별을 만들어내자 국장이 깨달음을 얻었다.

  "마법!"

  마석조차 제대로 못 다루는 마법이란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 그 자체다. 뿌리도 농락당하지 않았나.

  "감춘 거지. 나에 버금가는 마법사가 엘프 쪽에도 있더라. 땅 전체에 결계를 쳤던데?"

  "그 정도면 너보다 뛰어난 거 아니냐? 네가 찾기만 하고 그 땅에 못 들어간 이유가 있네."

  "무슨 소리! 나야 곧 벨리알로 돌아가는 사람이니 혹시나 문제 생길까 봐 안 그런 거지. 크흠!"

  "네가 호기심을 참았다고?"

  카렌이 진실을 토하라고 지긋이 바라보자 그제야 풀 죽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오즈로.

  "사실···결계 뚫으려면 재료랑 시간이 필요해서 못 했지."

  그러면 그렇지. 과연 엘프다. 비록 인간이 준 칭호긴 해도 대마법사를 막아낼 마법사가 존재하니 말이다.

  "근데 왜 그게 모든 엘프가 물들지 않았다는 증거인데?"

  "저 놈 마법 벗길 때 이질감 들었지? 그 결계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순수했어."

  "다행이네."

  일단 그 마법사만 침략자 쪽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덜 귀찮아지니 다행이다.

  "이 구역에서 엘프가 있는 가장 큰 세력은 저기 보이는 탑입니다. 두 명이나 있군요."

  국장이 말한 곳에는 과연 화려한 탑이 우뚝 솟아있었다. 인간 세상에 너무 과하게 녹아든 엘프들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나 보다.

  "저···돈 좀···몸이 너무 아픕니다."

  여기서는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처량하게 구걸하는 인간들이 음침한 골목에 가득한데 말이다.

  "제발··· 집에서 얘들이 굶고 있어요."

  비쩍 마른 여자가 지나가는 일행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하지만, 선두에 선 카렌은 냉정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 세상이나 마약은 거지 같군."

  카렌이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저들에게 돈을 줘 봤자 지금에야 감사하지, 자신이 사라지자마자 약 사러 달려갈 자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연금술사는 벨리알에서 자네밖에 없을걸."

  "내 왕국에서는 안 그랬어."

  연금술사라는 직업은 마약이랑 밀접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벨리알의 모든 마약은 연금술사들이 개발했으니까.

  "그래서 자네가 특이한 거지."

  "특이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각종 식물을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강한 환각을 일으키는 조합을 알게 된다.

  막말로 뒷산에 가서 버섯 하나만 잘못 먹어도 환각이 일어나니.

  연금술사로서 제일 돈을 쉽게 버는 방법.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지와 연을 맺게 되고 자연스럽게 물들어버린다.

  "짜증나는군."

  복잡한 골목을 지나면서 눈과 코를 자극하는 주위 환경에 카렌이 미간을 찌푸린다.

  이럴 때는 자신의 연금술 지식을 잠깐 봉인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모든 사람이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으니까.

  "흐하하하!"

  저기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각성 종류 마약. 아마 지금쯤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듯 느끼겠지.

  그 옆에 있는 여자는 마치 현자라도 된 듯 평온하다. 진정 종류다.

  머릿속에서는 저들을 보자마자 몸에 부담이 거의 없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레시피들이 줄줄 떠오른다. 어디까지나 못 만드는 게 아니다. 안 만드는 것뿐.

  타타닥!

  독이 잔뜩 오른 카렌의 분위기에 오즈로조차 얌전히 주위를 걷고 있는 그때.

  코너를 돈 순간 작은 아이가 오즈로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오···."

  오즈로가 작은 탄성을 터뜨리고 카렌을 향해 씨익 웃는다.

  "옛날 생각나네."

  "네가 도시 들어갈 때마다 이랬지. 여전히 호구처럼 보이나 본데?"

  "큼! 마법사는 두 번 같은 수에 당하지 않지."

  오즈로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어느새 공중에 붕 떠서 일행의 앞에 끌려왔다.

  "내 주머니만 돌려주면 풀어주마."

  "이익!"

  아이가 고집스럽게 다문 꽉 다문 입술과 곳곳에 때가 잔뜩 묻은 얼굴로 낑낑대지만 다른 마법사도 아니고 오즈로다. 풀릴 리가 없다.

  "빨리 내놔. 네 바지에 손 넣기 싫어서 그러니까."

  카렌이 싸늘하게 말하자 아이가 순간 움찔한다.

  아이는 이번 소매치기는 쉽게 풀릴 줄 알았다.

  저기 중년의 남자는 좀 마음에 걸렸지만 골골대는 노인에 고생은 평생 하나도 안 했을 것 같은 잘생긴 젊은 남자.

  그냥 가끔 암흑가에 경호원을 데리고 구경 오는 돈 많은 놈들이라 생각했는데···

  "···알았어. 주면 될 거 아냐?"

  "거 놈, 당돌하구만."

  아이의 말에 모두 피식 웃었다. 이런 일로 화내기엔 셋 다 모두 겪어온 삶이 너무 다양했다.

  오즈로가 아이를 풀어주자 아이는 자신의 바지춤을 느슨하게 하고는 엉덩이 쪽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빠!"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셋은 모두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남자아이는 오즈로의 중요 부위를 향해 힘차게 다리를 차 올렸다.

  "어딜."

  하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던 국장과 카렌이 동시에 손을 뻗어 다리를 잡자 대롱대롱 공중에 매달려 버린 아이.

  "너. 또 당할 뻔했는데?"

  "새로운 걸 배웠구만."

  "이거 놔! 좀 주면 덧나냐? 너넨 돈 많잖아!"

  아직도 기가 살아 버럭버럭 소리를 치는 아이의 눈을 마주친 카렌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내 어릴 적 보는 것 같네.`

  자신은 지구에서도 벨리알에서도 처음에는 이놈처럼 가진 것 하나 없었지.

  "태어날 때부터 잘 먹고 잘살았으면서!"

  "아닌데? 나도 아무것도 없었어."

  "뭐?"

  카렌의 말에 순간 흠칫하는 아이. 하지만 카렌의 흰 피부를 보며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했는지 분노로 얼굴이 빨개진다.

  "이···."

  "저···죄송합니다. 오빠를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훔친 물건은 돌려드릴게요."

  소년의 분노는 갑자기 허리를 꾸벅 굽히는 동생의 사과에 묻혀 버렸다.

  "놔 줘."

  "예."

  "아야!"

  국장이 소년을 놔주자 땅바닥에 철퍼덕 떨어진 아이. 여전히 독기 어린 눈빛으로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행을 째려본다.

  "오빠! 빨리 돌려드려."

  "하지만···."

  "오.빠"

  하지만 이내 동생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어버린 소년은 얌전히 오즈로에게 주머니를 건넨다.

  "이거 배고플 때 먹어라."

  카렌이 목걸이 아공간에서 소년에게 500mL짜리 약통 하나를 건네 주었다. 안에는 작은 크기의 쌀알 비슷한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밥이다. 돈 주면 어차피 뺏기잖냐. 한 알씩 먹으면 하루 동안은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된다."

  그 외에도 내상을 좀 치료해주긴 하지만 그것까진 얘기하지 않았다. 효과를 전부 알려주면 팔수도 있으니까.

  "웃기지마. 그 말을 어떻게 믿고···아! 아퍼!"

  "감사합니다! 어서 가자."

  남자아이는 또 심통 난 얼굴로 뭐라 대꾸하려 했지만, 동생이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세게 쿡 찔러 버렸다.

  그리고는 병을 낚아채듯 받아 자신의 오빠를 데리고 바람처럼 눈앞에서 사라진다.

  "네가 웬일이냐?"

  오즈로가 걸으면서 새삼스레 자신의 친구를 요리조리 뜯어 보았다.

  자신이 본 카렌은 기본적으로 자기 사람이 아니면 아무리 아이라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놈이다.

  무슨 일로 저런 선의를 베풀었을까.

  "나도 모르겠다. 아이가 엘리 나이 또래라 그랬나?"

  "너도 변하긴 하는구나."

  오즈로가 카렌의 어깨를 툭툭 쳤다.

  `후우···다행이다. 그래도 심판관님이 얘들은 안 건드리시는구나.`

  혹시나 분노한 카렌이 구역 전체를 쓸어버릴 줄 알았던 국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장에게는 뿌리의 본거지에 쳐들어와 모두를 무릎 꿇리던 카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너무 강하게 남아 있었다.

  "누구냐? 여긴···."

  쿵!

  "컥···."

  단 어디까지나 애들에게만이다.

  마침내 탑에 도착한 카렌이 자신들을 향해 삿대질하던 탑의 인원들을 카렌이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가로 질렀다.

  카렌은 손가락조차 까딱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의 반투명한 칼날들이 알아서 목표물을 찾아 절망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1층을 지키던 모든 인원을 가볍게 처리한 카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올랐고 마침내 엘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띵!]

  경쾌한 엘리베이터음과 열리는 문.

  타타타타타!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의 자동소총이 불을 뿜고 수백 발의 총탄이 날아든다.

  하지만 이내 투명한 막 앞에서 일제히 멈춰서는 총알들. 아직도 회전력을 잃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건 또 뭐냐."

  "물의 속성을 실드에 적용했지. 이렇게 하면···."

  "크아악!

  카렌이 손바닥을 휙 뒤집자 자신의 주인에게로 일제히 돌아가는 총알들.

  올 때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자 단번에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사람들이 땅에 뒹군다.

  "내 친구지만 진짜 미친놈이야."

  오즈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은 뜻으로의 미친놈이다. 응용력이 그냥 미쳤다.

  "너···너···."

  그런데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는 엘프로 보이는 인간의 반응이 아까와 좀 다르다.

  카렌과 오즈로의 얼굴을 보더니 온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피 흘리고 있는 엘프 한 명이 들어가 있는 우리가 하나 있었다.

  ?

  "두 엘프 중에 한 엘프가 갇혀있다라···."

  어차피 놓칠 리 없는 놈은 놔두고 방안을 눈으로 훑은 카렌이 우리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너···넌! 대륙의 망나니 연금술사! 너는 청색의 마법사? 어떻게 지구에?"

  그새 못 참고 소리를 버럭 질러대는 놈.

  "저 엘프, 벨리알에서 넘어 온 놈인가 본데?"

  그냥 자기 부하가 죽어서 겁먹은 줄 알았더니 카렌과 오즈로의 정체를 알아서 안색이 하얗게 질린 거였다.

  "빼먹을 정보가 많겠어. 둘은 저기 갇혀 있는 엘프나 살펴봐."

  "망나니 연금술사래. 크하하하!"

  오즈로는 오랜만에 듣는 카렌의 별명에 한껏 비웃으며 국장과 함께 우리를 향해, 카렌은 목을 풀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엘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으···으아악!"

  찢어지는 비명을 들으며 국장은 오늘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앞으로도 심판관님에게 잘 보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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