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군 말세야!
"큼···."
자신을 향한 찌릿찌릿한 눈빛에 오즈로가 목을 긁으며 신음을 흘렸다.
"엘리야? 할아버지는 심장이 약해서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삼색, 영준, 민재, 채린, 강이사의 시선이 얼굴에 꽂히는데 멀쩡할 리가.
"모두가 물어봐서 어쩔 수 없었어요."
엘리에게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엘리는 오즈로의 말에 얄밉게 싱긋싱긋 웃으며 음료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마법사가 수명이 왜 긴데? 심장에서 마나를 뽑아쓰는 마법사가 심장이 약하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받아들여."
카렌이 통쾌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친구를 바라본다.
이미 오즈로의 두 눈에 시퍼런 멍이 들고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얼어붙어 깨졌지만 이 정도로 끝내준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너도 딱히 잘한 건 없거든?"
"응?"
채린의 새초롬한 말에 카렌이 순간 마시던 딸기라떼를 급하게 꿀꺽 삼켰다.
드디어 올 게 왔다.
"왜? 이 놈이 다···."
"너도 숨기고 혼자 다 떠안고 죽으려 했다며?"
카렌이 순간 움찔하며 오즈로와 같이 엘리에게 구조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는 엘리.
분명 방금 고개가 살짝 움찔거렸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자신의 딸을 보며 카렌은 배신감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이번에는 모든 시선이 카렌에게로 향한다.
"침략자를 몰아낸다 해도 주인 성격에 끝나고 조용히 사라질 테니 계획대로 됐으면 우리는 주인 무덤도 몰랐겠네?"
삼색이 그르릉 거리며 생각만 해도 무섭다는 듯 웅크리며 꼬리로 자신의 몸을 감는다.
카렌이 순간 자신의 편을 찾으려 주변을 돌아봤지만 모두 미동도 없이 그저 서 있다. ?
"그···."
?
뭔가 말하려 입술을 움찔거리던 카렌은 채린을 보자 곧바로 변명을 포기했다.
어느새 채린의 눈에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흐를 듯 가득 담겨 있었다.
?
'생각, 생각.'
여기서 카렌의 연륜이 빛을 발했다. 지금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최적의 말을 뇌가 찾아내 재빨리 입으로 보낸다.
"미안해."
그렇지. 이거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대참사였···
"흐아아앙!"
아니, 이미 늦었나.
마침내 터져버린 채린의 주륵주륵 흐르는 눈물에 카렌의 눈동자가 순간 빛을 잃고 허망하게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다. 갑자기 분주하게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하는 사람들.
"맞다! 나 오늘 미호랑 약속 있었다."
"엘리야. 오늘 카렌이랑 너희 뿌리의 국장이랑 같이 가기로 했던 일 말인데···."
"네, 오즈로 할아버지. 잠깐 일 얘기 좀 할까요?"
"약초밭에 물 줄 시간이네."
"카페에 식재료가 좀 떨어졌네. 영준아, 가자."
"조선제약과 중요한 미팅이 있었군요."
모두가 순식간에 한 마디씩 남기며 떠나가고 순식간에 넓은 카페에 카렌과 채린 둘이 남아 버렸다.
'너희···.'
'꾸잉, 난 모른다. 알아서 해라.'
삼색이 창문을 통해 혀를 낼름거리며 사라지고 카렌은 아직도 울고 있는 채린의 옆자리에 가서 슬그머니 앉았다.
"내가 잘못했어. 응?"
"너···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아?"
채린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카렌을 향해 서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를 더 이상 못 만난다고 생각하자 힘이 쭉 빠져. 그리고 앞이 컴컴해지면서 땅이 나를 지하 깊숙한 곳으로 삼키는 것 같았어."
"···"
요즘 들어 참 많이 혼나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네 원망은 하나도 안 든다? 다 내 잘못 같아. 네가 날 못 믿어서 말을 안 해준 것 같고, 내가 혹시나 뭘 잘못했나? 요즘 귀찮게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만 들어."
"그런 생각하지 마 전혀 귀찮지 않았어."
카렌은 채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음절, 한 음절, 귀에 때려박듯 말했다.
"정말?"
"정말이야. 너랑 있으면 즐거워.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살짝 어색했지만 채린 특유의 활발함이 어느새 녹아들어버렸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매력일까.
"···그래? 자···잠깐!"
울다가 배시시 웃던 채린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다.?
'너무 가까운데?'
우느라 몰랐지만 채린과 몇c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카렌의 얼굴이 다가와 있었다.
카렌의 따듯한 숨이 얼굴에 닿았으며 코끝이 금방이라도 자신의 코와 닿을 듯 가까웠다.
"응?"
채린이 일단 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카렌이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 싶어서 슬그머니 몸을 앞으로 내밀어 채린의 얼굴을 따라간다.
"보지마. 눈 부었단 말이야."
채린이 슬그머니 카렌의 얼굴을 밀어내자 카렌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손수건?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
"습관이야."
순간 채린의 마음속에서는 왜 이런 습관이 생겼나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단 말없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울어도 귀여운데?"
"너···그런 말로 넘기려는 거지?"
"들켰나?"
카렌이 웃으며 채린의 머리를 쓰다듬자 채린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풀어진다.
"너 진짜 나빠."
하지만 입으로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는 채린에게서 카렌은 강아지가 보였다.
삐진 척 몸과 얼굴은 외면하지만 꼬리는 팔랑팔랑 움직이는 귀여운 강아지.
"앞으로는 말할게."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언제나 고맙다. 또 그걸 말하는 건 배의 용기가 필요하고 말이다.
카렌은 솟구쳐오르는 마음속의 감정을 조금 표현해보기로 했다.
"고마워."
"어···어?"
카렌이 살짝 채린의 어깨에 팔을 감으며 껴안자 채린은 처음에는 당황했다. 하지만 곧 자신도 카렌의 허리에 팔을 감고는 카렌의 가슴에 얼굴을 폭 묻었다.
"채린아? 이건 너무 꽉 끼는데?"
순간 등 쪽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에 카렌이 당황하며 채린에게 말했다.
"벌이야. 잠시 이러고 있을게."
채린은 기분 좋은 포근함에 눈을 감았고, 말은 그렇게 해도 느슨해지는 압박감에 카렌은 채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카페 창을 통해서 들어 온 따듯한 햇살이 두 사람을 감싸고 둘은 잠시 이 순간을 음미한다.
"맞다. 잠시 어디 좀 멀리 갈 수도 있어."
"여행?"
채린은 안은 상태로 그대로 머리만 살짝 들어올려 카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카렌의 품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놓치기 싫었다. 마치 겨울 아침의 싸늘한 공기를 피해 따듯한 이불 속에 숨어있는 기분이랄까.
"짧은 여행 정도? 금방 돌아올 거야."
일단 얘기도 좀 할 겸 새로운 신의 탄생을 보러 가는 거니까 말이다.
"그럼 나도 갈래!"
"괜찮아?"
"응. 나 요즘 심심해. 동생은 몸 다 나았다고 그새 여자친구 생겼더라? 채연이는 헌터일 계속 하면서 나랑 안 놀아줘."
채린은 씩씩거리며 동생들에 대한 투정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동생들 애써 키워놔야 쓸모없다는 둥. 마치 부모나 할듯한 말들. 하긴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 둘을 키워냈으니 부모나 다름없겠지.
"동생들이 잘못했네."
"그렇지?"
한 번 공감해주자 채린이 헤 웃으며 카렌의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는다.
누가 이 사람을 보고 이름도 무시무시한 '학살의 마녀'라고 생각할까.
"나는 카렌이 나이가 많아서 오히려 좋아."
"응?"
순간 카렌 머리에 물음표가 띄워진다. 나이가 많아서 좋은 일이 있나?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채린은 엉뚱한 구석이 있다.
"···?이건 아닌가? 아냐, 맞아. 나무도 나이가 많으면 점점 커지잖아. ?그럼 이렇게 기댈 곳이 많아져서 좋아!"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있나보다. 잠시 몸을 빼서 팔을 크게 하늘로 그린 채린이 다시 쏙 카렌의 품을 파고들며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동생들은 사랑하지만 내가 이렇게 기댈 순 없었거든. 그렇다고 오해하지마 내가 이렇게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알아. 다른 사람들한테는 막 욕하더라?"
"···싫어? 줄일까?"
"괜찮아. 욕먹을 만한 사람한테만 하더라."
채린은 카렌의 이런 점이 너무 좋았다. 같이 있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자신을 온전히 내비칠 수 있었다.
"근데 여행은 언제가?"
"오늘 밤에 오즈로랑 ?어디 좀 갔다와서 정할 거야."
"응? 오즈로님은 내일 벨리알로 돌아가는 거 아니야?"
"잘못이 있으니 가기 직전까지 부려먹어야지."
과학도 충분히 편하지만 모든 마법에 통달한 대마법사라는 게 얼마나 편리한지 사람들은 모른다.
카렌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비틀린다.
* * *
암흑가.
세상의 바닥에 위치한 세계. 낮에는 을씨년스러웠던 곳이 밤에는 다른 곳처럼 변한다.
연합에서 가장 커다란 암흑가는 구역마다 다양한 색으로 불린다.
반쯤 헐벗은 여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오렌지.
몸에 문신과 흉터가 가득한 사람들이 살벌한 구역 싸움을 벌이는 블랙.
비교적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을 보면 누구보다 살벌하게 돈의 지배를 받는 전당포와 도박장이 몰려 있는 화이트.
마지막으로 입구부터 찌든 냄새가 진동하는 그린.
"과연, 마약 냄새가 진동하는구만."
카렌이 양옆에 오즈로와 교단의 비밀조직, 뿌리의 국장을 대동하고 그린 구역을 걷고 있었다.
"심판관님이 이렇게 직접 나서주시니 송구합니다."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던 이유가 이거였나.
"무슨 일인데?"
"갑자기 정체불명의 세력이 나타나 저희 힘이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암흑가를 반 이상 장악하고 있던 뿌리의 세력은 얼마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조직의 두목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심지어는 뿌리의 부대원들까지 살해당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직도 원인을 파악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뿌리의 부대원들은 각성자들과 전직 특수부대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는 방심했을 때라고는 하지만 카렌의 손에서 엘리를 잠깐이나마 빼내 갔던 실력자들.
"너희 잘못 아니니 잘 봐. 오늘 그것들의 정체를 보여줄게. 걔들도 원해서 한 건 아니니 금방 해결될 거다."
카렌은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국장을 일으키더니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오즈로의 등을 쳤다.
"가라, 대마법사!"
?
요즘 삼색이 고전 게임하면서 방송하는 주인공이 이렇게 하더라.?
"하아···내 처지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제국의 황제도 자신 앞에서는 존중을 표하는데 말이다.
한숨을 내쉰 오즈로가 주변에 있던 허름한 담에 손을 얹었다.
파앗!
손에서 뻗어 나온 마나가 담장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가더니 곧 암흑가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렇지. 잘하는구나. 대마법사여."
카렌이 흡족하게 오즈로에게 치하의 말을 던졌다.
"으···내일 지구를 떠나서 다행이지."
"그러게. 아쉽네."
시간만 충분했으면 아예 계속 데리고 다녔을 텐데 말이다.
"찾았다. 수는 적어."
"일단 가까운 쪽으로 가보자."
"이거 받아라. 실시간으로 여기 지도가 갱신될 거야."
오즈로가 건네준 수정구슬 안에는 빽빽하게 지형도가 그려져 있었다.
지형도를 따라 색깔이 다른 개미 같은 것들이 뽈뽈거리며 움직인다.
"인간은 흰색, 우리가 찾고 있는 녀석들은 초록. 간단하지?"
잠깐 카렌의 손에 들린 수정구슬을 본 국장의 입가에서 침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저것만 있으면 암흑가는 그냥 장악하겠는데?'
지도만 해도 대단할 텐데 실시간으로 사람 위치가 갱신된다고?
돈으로도 못 살 보물이다.
"근데 유치하게 수정구슬이 뭐냐?"
"전통대로 해야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근본이 중요한 거야."
"그걸 요즘은 꼰대라고 한단다."
앞에서 둘이 터벅터벅 걸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게 더 놀랍다.
"국장아. 이거 가지고 길 좀 찾아라. 끝나면 가지고. 내가 이걸 가지고 뭘 하겠어?"
"감사합니다!"
국장이 신나서 수정구슬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만진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검지와 엄지를 벌리니 확대가 된다.
"허억! 이거···."
"지구의 기술에서 영감을 받았지. 원래 전통과 시대의 결합이 가장 혁신적인 거야. 익숙함과 편리함의 조화지."
간만에 대마법사다운 모습을 보이는 자신의 친구를 카렌이 새삼스럽게 쳐다봤다.
정정하겠다. 반꼰대로 하자.
"저깁니다."
국장의 안내에 따라 걷다 보니 동네의 암울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웅장한 집이 보인다.
"저긴 그린 구역에서 유명한 마약상이 사는 곳입니다. 나름 세력이 좀 큽니다."
국장의 설명처럼 보안이 철저해 보인다.
입구에는 불법 화기를 대놓고 지니고 있는 경비들과 곳곳에 위치한 보안카메라, 경비견들과 지뢰 조심 표지판까지.
"여긴 경찰도 안 오지?"
"네. 포기했습니다."
교단과는 다른 의미의 치외법권이다.
연합에서 정리하자니 자금도 많이 들고 만약 한다 해도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며 더 골치 아파질 거다.
"그럼 좋지."
카렌이 씨익 웃었다.
선량한 시민이 안 온다는 거. 그건 쟤들에게만 좋은 거 아니다.
콰콰쾅!
카렌이 냅다 던져내는 실드들과 오즈로의 불덩어리가 단번에 철옹성 같던 담장들을 무너뜨린다.
"뭐···뭐야?"
"안 꺼지면 죽는다."
짤막하게 경고를 날린 카렌은 거침없이 걷는다.
타타탕!
"크아아악!"
대부분은 압도적인 힘에 겁먹어서 도망갔지만 의리를 지키는 놈들이 의외로 꽤 많다.
하지만 곧 칼날이 되어 날아든 실드에 몸이 갈라지거나 오즈로의 불에 재로 사라진다.
"미친···."
그 모습을 보자 이제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층입니다."
국장이 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계속 수정구슬을 조작하며 지금 이 곳에서 색이 유일하게 다른 한 존재를 향해 안내하는 것뿐.
쾅!
방문을 거침없이 부수고 들어간 카렌 일행은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과 마주쳤다.
"뭐야, 이 방에 정말 쟤밖에 없어?"
카렌이 예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혼자만 있으면 안 되는데? 그것도 저렇게 당당하게?
"예. 확실합니다."
국장이 수정구슬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쉐에엑!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남자가 손을 뻗자마자 날아드는 날카로운 얼음창들.
"각성자? 저 놈이 각성자였어?"
국장이 카렌의 실드에 맞고 사라지는 창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저건 뿌리의 정보에도 없었다.
"각성자가 아니야. 그나저나 붙잡힌 줄 알았더니만···오즈로, 쟤 좀 데리고 와 봐."
그런데 정작 성공적으로 공격을 방어해 낸 카렌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윽! 윽!"
어느새 오즈로의 마법 사슬에 온몸이 꽁꽁 감겨버린 남자가 스르르 카렌의 앞에 배달되었다.
"헉!"
카렌이 발버둥치는 남자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대자 스르르 녹아내리는 피부.
하지만 곧이어 드러난 하얀 피부에 국장의 눈이 두 배는 커진다.
40대의 중년이 20대의 미남으로 변하는 광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딨을까. 게다가 남자의 신체 한 부위가 너무나도 눈에 띈다.
"귀?"
뾰족하게 옆으로 솟아난 귀.
카렌이 사슬에서 벗어나려 끙끙대는 남자의 뺨을 톡톡 치며 말했다.
"이러니 너희가 당연히 못 잡지. 그런데···쯧!"
하지만 카렌이 혀를 차게 한 원인은 그게 아니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가 엘프가 마약을 파는 광경을 눈으로 다 보고."
세상이 멸망하긴 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