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3화 (84/140)

  도리를 지켜라 고양이 녀석

  "PD님?"

  작가가 뒤에 앉아서 고개를 홀로그램에 처박고 주식 차트를 보고 있는 PD를 불렀다.

  `또 시작이군.`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자신도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왔지만, 저 PD는 안 잘리고 이 프로그램으로 좌천된 게 신기한 사람이다.

  하긴 작가인 자신, PD, 카메라맨 3명으로 구성된 누가봐도 버리는 그냥 편성시간 때우기 프로그램이다.

  "어? 벌써 끝났어?"

  붉게 충혈되어 눈 밑으로 다크서클이 진하게 자리 잡았다. 전형적인 폐인의 모습.

  아무리 아무도 안 보는 새벽 시간대에 프로그램이 나간다지만 이런 인간이 PD라니.

  "녹화 계속 진행해."

  PD가 뻐근해진 허리를 펴면서 신호를 주자 진행자가 다음 참가자를 호명한다.

  "23번 참가자. 연금술사 한민재!"

  참가자를 듣자 PD와 작가가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또 연금술사야?"

  연금술사 발표회라지만 이름부터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이름부터 잘못됐다.

  예를 들어 무적의 육체. 전설의 영약. 만능 투시. 이런 게 좀 들어가 줘야 괜찮은데 말이다.

  "어디 보자···."

  PD가 머릿속에 예상되는 지루한 그림에 쩍 입을 벌리며 진행 카드를 봤다. 역시나 저 참가자는 주요 체크리스트에 없다.

  발표회에 워낙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만큼 조금 특이하거나 주목 받겠다 싶은 참가자는 시작 전에 간단한 인터뷰와 리허설을 시켜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순서만 알려주고 끝.

  "잘 부탁합니다."

  곰 같은 덩치의 참가자가 무대로 나온다. 그런데 휠체어에 노인을 태우고 온 광경이 좀 신선하다. 다리가 아픈지 퉁퉁 부어 있었고 머리는 모두 빠져 있었다.

  "호오···이변인가?"

  PD가 깊숙이 의자에 묻은 허리를 살짝 앞으로 당긴다. 가끔 돌덩이 중에서 괜찮은 보석이 나오기도 하니까.

  "제가 만든 포션은 뼈살살 포션입니다. 이분처럼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분의 연골을 재생시켜 줍니다."

  PD가 다시 몸을 뒤로 빼며 실망감에 목덜미를 벅벅 긁었다.

  "젠장. 역시나 연금술사 사기꾼이잖아."

  저 사기꾼이 말하고 있는 의미를 PD는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때 나름 잘나가던 중견 PD인 자신을 이렇게 만든 원흉과 관련이 있었다.

  `그 때 그 회사 주식만 안 샀어도···`

  연골 재생 효능을 가진 소위 `꿈의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에 모든 걸 걸었다.

  뭐랬나. 연합의 50대 이상 70%가 관절염을 앓고 있으니 성공만 하면 대박이랬나. 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상장폐지.

  그동안 주식에 집중하느라 일은 자연스럽게 소홀해졌고, 방송사에서는 좌천.

  스트레스인지 나이 때문인지 머리는 흉하게 빠져렸고, 아내는 분노해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그래도 퍼포먼스는 봐 줄 만하네."

  조수까지 불러온 노력은 가상하다.

  미리 반바지를 입고 나온 노인에게 민재가 포션을 부드럽게 발라준다.

  "으?"

  차가운 포션의 온도에 노인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데 곧바로 차가움은 후끈거림으로 바뀌고 이내 흡수되어 사라진 포션.

  "제 손을 잡고 한 번 일어나 보세요."

  "알겠네. 아이고···"

  곧이어 자신을 일으키는 민재의 손을 잡고 습관적으로 앓는 소리와 함께 손에 무릎을 대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노인.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조금만 무릎을 써도 연골이 닳아버려 뼈끼리 삐걱거리며 부딪히며 통증이 밀려왔던 지긋지긋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으어? 아···."

  노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관절염이란 겪어보지 않은 자들은 모른다.

  심해지면 무릎은 툭하면 붓고, 다리는 휘어지고, 심지어는 움직이지 않는 밤에도 통증이 심해져 잠을 못 잔다.

  "고맙네. 고마워. 내가 다시 이렇게 걷고 있어."

  노인이 끝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민재를 껴안는다.

  작은 노인의 체구가 쏙 민재의 안에 들어오고 민재는 커다란 손으로 노인의 등을 토닥였다.

  "오···저건 쓸만하겠는데요?"

  "그래. 조수 쪽이 연기를 좀 하네. 신파 쪽으로 노래 좀 깔고 편집하면 괜찮겠어."

  작가의 말에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사기꾼이지만 어차피 이 프로그램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잠깐 보고 즐길 오락거리만 만들면 된다.

  "이 포션에 대해 자료들을 같이 보시겠습니다."

  그런데 곧이어서 문제가 생겼다.

  "젠장. 거기서 마술 수준으로 끝냈으면 그림이 딱 좋았는데."

  "그러게요. 결국 밑천을 드러내네요."

  민재의 뒤에 위치한 화면으로 여러가지 자료들이 떠오르고 PD와 작가가 동시에 탄식을 내뱉는다.

  "방송에는 못 쓰겠어. 사회자에게 적당히 내려 보내라 그래."

  PD가 진행자를 보며 손목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아무리 지금은 퇴물이 되어버린 자신이라도 최소한의 선은 있었다.

  만약 저 사기꾼을 방송에 내보내게 되면 분명 자신의 방송을 일종의 효과를 증명하는 인증마크로 쓸 게 분명했다.

  "뭔가 많이도 준비해 왔어. 응? 잠깐···저게 뭐야?"

  그런데 화면에 떠오른 자료들에 익숙한 회사의 로고가 보인다.

  "조선제약?"

  대한제약이 몰락한 후 현재 제약사 주가 1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저렇게 하면 큰일날 텐데···선을 넘었네요."

  "그러게."

  동네 사기꾼 수준을 넘어서 고소는 물론이고 물리적 위협까지 가해질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그럼 준비해 온 동영상을 보시죠."

  PD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 주위가 암전되면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아직도 안 끊어? 적당히 끊으라니까?"

  PD가 진행자에게 재촉하는 순간 익숙한 얼굴이 영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어?"

  조선제약 사장이다. 자신이 제약주에 돈을 넣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를 찾으면서 알게 된 거물.

  사장이 지금 저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사기꾼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에 함께 하고 있었다.

  "저 형님이 왜 저기 나와?"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다. 병원장들의 영상도 이어서 나왔고, 그중에는 PD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조작? 아닌데···굳이 이 작은 대회에 저렇게까지?"

  PD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의심 가득한 마음속에서 `혹시`라는 조그마한 씨앗이 빼꼼히 잎을 내민다.

  떨리는 손으로 워치를 조작해 평소 호형호제하는 병원장에게 전화를 건다.

  -뚜루루 -뚜루루

  통화 연결음이 들리고 PD의 다리가 긴장감으로 세차게 떨린다.

  [여보세요?]

  마침내 전화를 받는 병원장. PD가 폭포수를 쏟아내듯 질문을 던진다.

  "형님. 혹시 한민재라는 연금술사 아십니까? 그거···예···아직 공표하지는 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알았냐고요?···예···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PD가 무대를 올려다본다. 증인도 있고 확인해 봐야겠지만 증거도 있다. 하지만 제약 쪽 주식으로 한 번 데여보니 아직도 한줄기 의심이 남아 있었다.

  "PD님? 괜찮으세요?"

  작가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진 PD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평소에도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심하다.

  "그리고 이건 아직 완성된 포션은 아니긴 한데···마지막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게다가 무대 위의 천사가 뭔가 더 있단다.

  "잠깐 앉아 계세요."

  민재가 다른 포션을 꺼내더니 장갑을 낀다. 그러고는 노인의 머리에 포션을 붓더니 슬슬 문지른다.

  "오오오오오!"

  관중들은 노인의 머리를 보며 일제히 감탄을 터뜨렸다.

  분명 계란처럼 매끈했던 노인의 위에서 파릇파릇한 검은 머리들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짝짝짝짝

  아까 관절염보다 확연히 차이나는 관객의 반응. 특히 중년 남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

  관객은 마술로 보고 있었지만 증인과 증거를 보고 혹시나 하고 있던 PD는 달랐다.

  "저거···저거···."

  PD의 이가 이제 딱딱 떨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을 머리로 가져간다.

  예전의 풍성항 검은 숲은 어디가고 앙상한 몇 줄기 잡초만이 남아있다.

  "노벨상, 노벨상! 아니, 씨발. 그따위 상이 알게 뭐야. 저 분은 진짜여야만 해!"

  의심을 PD의 절박함이 이겨버렸다. 저분은 희망이다. 아니, 희망이 되어야한다.

  어느새 자신의 마음속에서 사기꾼은 천사가 되었다. 자신의 황량한 머리를 구해 줄 대천사.

  "P···?PD님?"

  이제는 완전히 눈이 뒤집혀버린 PD를 보면서 걱정을 넘어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작가의 손가락이 언제든지 경찰에 전화할 수 있도록 워치로 슬그머니 올라간다.

  "자라난 머리는 이틀밖에 안 갑니다.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재미로 봐주셨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PD님?"

  옆에서 작가가 조심스럽게 다시 묻자 PD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저 참가자! 아니, 저분. 당장 인터뷰 어떻게든 잡아. 바지를 잡든, 무릎을 꿇든!"

  "예? 그게 무슨···"

  "너. 다시 본사로 가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 이런 프로그램 전전할 거야?"

  "당연히 가고 싶죠. 근데 갑자기 무슨···"

  "닥치고 내가 하란 대로만 해. 우리에게 천사가 내려왔다. 내 머리와 커리어에!"

  PD는 몸을 홱 돌려 이번에는 카메라맨에게 다가갔다.

  "방금 그 녹화 영상 줘 봐요."

  영상을 민재가 나오는 부분만 방송용 워치로 대충 편집한 PD가 또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국장님? 다시 전화하면 진짜 자른다고 했는데 간도 크다고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소리 좀 그만 지르고···아, 선배! 잠깐 이것 좀 봐. 그래도 감 못 잡겠으면 국장 때려치우고."

  전화를 끝낸 PD도 재빨리 무대 뒤로 달려간다. 마침 사회자가 다음 참가자를 입장시키고 있었다.

  "PD님? 어디 가세요?"

  카메라맨이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PD를 애타게 불러보지만, PD는 이미 무대 뒤로 사라진 후였다.

  *

  "호오···"

  카렌이 갑자기 분주해진 PD와 민재가 무대를 마치자마자 달리는 작가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민재의 영상에 등장한 조선제약의 사장과 병원장들은 당연히 카렌의 입김이 들어갔다.

  그들은 추후에 자신들에게도 포션을 파는 조건으로 영상을 찍었으니까.

  "저쪽에 그래도 보는 눈이 있네."

  원래는 다른 루트로 포션을 알릴 계획이었지만 저것도 나쁘지 않다.

  개천에서 용이 나듯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발표회에서 나오는 스토리가 꽤 괜찮다.

  "민재 너무 멋있지 않았냐."

  삼색은 자리에서 신나서 박수를 치는데 미호와 채린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나가자."

  "민재 차례 빼고는 지루해서 혼났다. 하암···"

  카렌 일행이 밖으로 나오자 미호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카렌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민재가 만든 뼈살살 포션, 괜찮을까요?"

  "나는 그 포션은 모르겠는데 저 탈모약은 굉장한 거 아니야?"

  역시 안목 있는 사업가라 단숨에 뼈살살 포션의 가치를 알아본 미호와 일반인의 관점으로 탈모약을 본 채린이 한마디씩 했다.

  "괜찮아. 녀석이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야. 자신의 수준은 알아야지. 너무 스스로를 몰라. 그리고 탈모약은 나도 불가능하다 생각했는데 저 녀석이 아이디어를 줘서 같이 한 거야."

  "아니. 왜 이러세요?"

  그런데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이쪽을 향한다.

  "카렌님! 이 사람들 좀···"

  민재였다. 민재가 자신에게 달라붙은 남자를 난감한 표정으로 달고 이리로 오고 있었다.

  "선생님! 제발 인터뷰 한 번만 해주십쇼. 제가 진짜 편집 잘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PD는 절대 민재의 바지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질질 끌려가며 바지가 다 더럽혀져도 절벽에 매달린 사람처럼 절박했다.

  "어떻게 할까요?"

  민재가 내려가는 자신의 바지춤을 잡고 당황한 얼굴로 묻자 카렌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카렌의 말에 민재는 고민에 빠졌다.

  `항상 이렇게 질문을 던지신단 말이야.`

  연륜과 지식이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나심에도 강요하시지 않는다. 가끔 자신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해도 차분하게 다시 묻고 기다려주신다.

  -밑을 보고 싶습니다.

  옛날에 카렌이 길을 물었을 때의 자신이 떠오른다.

  대중성. 헌터들의 전유물인 포션을 일반 시민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저는···"

  민재가 자신을 간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PD를 바라본 다음 카렌에게 말했다.

  "···하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포션에 대해 설명하고 싶어요."

  "그래."

  자신이 길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사람은 본인이다.

  "뒤는 같이 해결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뒤요?"

  "일단 인터뷰하고 와."

  카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민재의 등을 툭툭 치며 보낸다.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하죠?"

  "선생님은 자리에 앉아 계시면 제가 편하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넘기셔도 됩니다."

  그렇게 민재를 보낸 후 카렌은 강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재 관련 계획을 예상보다 앞당겨야겠어. 좀 서둘러 줘."

  [알겠습니다.]

  카렌이 전화를 끊자 삼색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민재가 만든 포션이 그렇게 대단한 거냐?"

  "저건···대단한 수준이 아니야. 세상이 뒤집힐걸."

  옆에 있던 미호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는 얼굴로 말했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까? 민재가 인터뷰 하러 갔으니 당장은 못 돌아가겠는데?"

  애초에 민재도 태울 겸 놀러 온 테마파크다. 보아하니 인터뷰가 짧지도 않을 것 같으니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면 테마파크에 호텔도 있으니 좀 더 놀다가 아예 자고 내일 갈까?"

  채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테마파크는 곧 있으면 불꽃놀이가 시작될 시간이다.

  "그럼 이번에는 같이 다니자!"

  "그래요 언니."

  채린이 카렌의 팔짱을 끼자 미호도 따라 삼색에게 팔짱을 꼈다.

  "아! 카렌. 머리띠 꺼내 줘. 한 번만 쓰면 아쉽잖아. 밤이니까 빛나서 더 예쁠 거야."

  "···"

  -삐리링! 저는 여러분의 친구 토순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

  다시 머리 위에서 발랄한 머리띠의 목소리가 들리고 카렌은 순간 민재를 버리고 집에 가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밀려왔다.

  "크···"

  옆에서 들려오는 입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에 돌아보니 삼색이었다.

  삼색이 입술을 깨물고 나름 참아보려 했지만 이미 카렌의 귀에 들려버린 후였다.

  ?

  "미호야."

  "네, 아버님."

  카렌이 인자한 미소로 미호를 바라본다.

  "아까 머리띠 해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저기 기념품 가게가 있네?"

  "어? 삼색, 빨리가자!"

  "그리고 커다란 빨간 리본이 달린 머리띠가 너희랑 잘 어울릴 것 같구나."

  "어머, 정말요? 그걸로 할게요."

  미호가 끌고 가자 급격하게 늙어가는 삼색의 얼굴.

  `혼자 죽을 순 없지.`

  주인과 같이 죽는 게 조선에서 온 고양이의 올바른 도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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