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1화 (82/140)

  또 나온 그 얼굴

  "이거 하나를 주력으로 가자. 70% 마나포션보다 이게 상품성이 좋고 네가 가려는 길에 잘 맞을 것 같다. 네 생각은 어때?"

  "알겠습니다."

  카렌의 말에 민재는 단숨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지금까지 개발해 온 연구물을 바꾸는 데 어떤 망설임도 없다.

  누구의 앞이라고 고집을 피우겠나. 그저 카렌이라는 사람을 믿을 뿐이다.

  "그럼 시작하지. 여기 재료는 슬라임 점액으로 바꿔. 이게 더 부작용이 없다."

  "예!"

  그렇게 수없이 카렌의 조언은 이어졌고, 민재의 연구실의 불은 꺼질 줄을 몰랐다.

  "재료 위에 약초에서 나온 이물질이 떠다니잖아. 문제는 없다지만 너 같으면 먹고 싶겠냐? 마지막 과정에 온도를 천천히 낮춰 봐."

  "예! 다시 만들어 오겠습니다!

  ?

  한민재는 카렌에게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카페를 나와서 뛰어서 연구소로 뛰었다.

  "으헤헤헤헤"

  입에서는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초콜릿이 혼합돼 그야말로 끔찍한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한민재의 입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쟤 괜찮은 거냐?"

  그 모습을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면서 삼색이 황당한 얼굴로 지켜봤다.

  "뭐···싫어 보이진 않는데?"

  카렌의 말을 만약 민재가 들었다면 전혀 동의하지 않았을 거다.

  싫어 보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민재의 평생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

  "실험! 실험!"

  잠을 못 자서 눈은 충혈되고 씻지 못해서 머리는 떡처럼 뭉쳤다. 안 잔 게 아니다. 시간이 아까워서 잘 수 없었다.

  눈을 감아도 머릿속에서는 실험이 떠올랐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몸은 실험대 앞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기절한다. 그제야 수면이다.

  "카렌님이 온도를 좀 낮춰 보랬지."

  민재는 실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는 곧바로 카렌이 말한 대로 해본다.

  과연 똑같은 배합에 똑같은 과정이지만 결과물은 놀라웠다. 잘 정수된 물처럼 맑고 깨끗한 포션.

  "역시 카렌님은 신이야!"

  민재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하늘로 번쩍 들린다. 이게 기적이 아니면 뭔가.

  연구일지에 상세히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고 다음 연구물을 가지고 카렌에게 달려갔다.

  마음 같아선 비어드님께 부탁해서 카페 옆에 자신의 실험실을 통째로 옮기고 싶을 정도였다. 카렌님이 단번에 거절해서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카렌은 대충 민재가 만들어 온 포션을 보더니 역시나 신랄한 일침을 날렸다.

  "알레르기 반응은 체크했어? 이 허브는 예민한 사람이 먹으면 바로 알레르기 반응 올라온다. 특히 주 고객층이 될 고령층들에게 위험해. 비슷한 다른 재료 알려줄게. 그걸로 바꿔봐."

  "예!"

  곧바로 문을 박차고 나가는 민재. 그렇게 따가운 설교를 들었어도 여전히 웃음이 얼굴에 걸려 있었다.

  `길이 보인다! 길이!`

  혼자 무작정 앞도 모르고 걸었던 여정에 네비게이션이 달린 느낌이다.

  민재가 또다시 연구실로 달리고 벌써 며칠째 반복되는 일상에 삼색은 살짝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불쌍하기도 하고, 살짝 미쳐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너무 기준을 주인에게 맞춘 거 아니냐?"

  삼색이 소비자의 눈으로 봤을 때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카렌의 냉정한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굳이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해주는 거야. 더 하려면 끝도 없어. 그렇게 하면···."

  "···아냐, 내가 잘못했다. 그러지 마라. 근데 그거 알아? 주인 얼굴도 민재랑 묘하게 닮아있다."

  "뭐?"

  자신이 저 실실 웃는 곰이랑 닮았다는 소리에 카렌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입꼬리와 광대가 올라갔으며 눈이 살짝 안쪽으로 모여 있었다. 미소 지을 때 움직이는 근육들이다.

  "주인도 오랜만에 연금술 얘기하니까 재밌나 보다."

  "오랜만이긴 했지."

  누군가와 연금술에 대한 주제로 얘기해 본 적이 얼마 만인가. 그리고 자신이 말하는 대로 고쳐오고 하루하루 성장하는 녀석을 보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이 맛에 마법사들이 그렇게 제자를 키웠나?`

  친구 녀석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주인도 참 솔직하지 못해. 가끔 칭찬도 해주고 그래라."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삼색은 카페 안으로 수줍게 들어오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뒹굴었다.

  "그래도 이제야 좀 봐줄 만 한 걸 만들기 시작했지."

  카렌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전의 쓰레기라고 평가했던 그 포션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런데 주인. 민재가 나간다는 그 발표회라는 거 내가 검색해봤거든. 근데 재밌어 보이더라."

  "발표회가?"

  `재미`란 학문을 보여주는 발표회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카렌도 벨리알에서 대마법사 녀석을 따라 마법 발표회는 몇 번 가봤다. 무슨 이상한 성 하나 빌려서 밤새도록 발표하고 토론이나 했었지.

  그래도 음식은 맛있어서 그거나 먹고 구석에서 잤다.

  "연금술은 그냥 이름만 들어가 있고 그냥 발명품 발표회나 다름없다. 연금술사 협회 지원도 없고 그냥 지방 방송국이랑 테마파크 협찬인데? 내가 작년 후기들 읽어 줄게."

  삼색이 워치를 몇 번 두드려 인터넷 창을 홀로그램으로 띄우더니 사진과 함께 첨부된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무한동력 기계 보러 옴. 근데 저거 좀 이상하다. 별점 한 개."

  "···쯧, 사기꾼들 집합소구만."

  카렌이 혀를 찼다.

  연합에서 연금술의 위치와 받는 취급을 단번에 알 수 있는 후기다.

  "주인도 못 만들어? 무한동력 같은 거 없어?"

  "드래곤의 심장도 수명이 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심지어는 `여신`도 신도란 동력이 있어서 생겼는데."

  깜빡.

  카렌이 하늘을 가리키자 손바닥에 새겨진 이단 심판관의 문양이 신호등처럼 한 번 깜빡인다.

  "이런 건 진짜 귀신같이 알아듣네. 그래도 솔라리 교단이 연합의 국교도 되고 신도도 많이 늘었으니까 괜찮잖습니까."

  깜빡, 깜빡.

  문양이 이번에는 고맙다는 듯 두 번 깜빡이자 카렌이 알았다고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요즘 신도가 많아져서 슬슬 여신의 힘이 돌아오는지 반응이 빠르다.

  "계속해."

  카렌이 손짓하자 삼색이 계속 후기를 읽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랑 토끼 귀 끼고 남자친구랑 재밌게 놀았음. 별점 다섯 개."

  "···?발표회 후기 맞아?"

  연금술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그건 그냥 데이트 아냐?"

  "이 후기는 사진도 있다. 이거 봐라."

  과연 삼색이 보여준 사진 속에는 잘 어울리는 커플 한 쌍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뒤로는 롤러코스터와 각종 놀이기구가 보인다.

  "장소가 테마파크 협찬이라니까? 그래도 주인이 말하는 `대중성`은 확실하다."

  "···."

  갈수록 가관이다. 아무리 신생 학문이고 과거의 사기꾼 같은 인식이 남아있다지만···.

  순간 벨리알에서의 한 때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카렌도 대륙에 명성을 떨치고 황제의 스승이 되자 그나마 연금술사가 약장수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았나.

  "그···친근감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카렌이 애써 좋은 점을 찾아보려 노력하지만 뒤이어 삼색의 말이 결정타를 날렸다.

  "방송 나가는 프로그램 제목이 `기인 열전, 진기명기`다. 제작 의도는 `독특한 사람들이 나와서 신기한 물건들로 재주를 펼치는 기획 프로그램`."

  무슨 연금술사가 차력사도 아니고 대체 저 예능프로그램에서나 나올만한 제목과 주제는 뭔가.

  "민재가 오면 이 대회에 왜 나가는지 좀 물어봐야겠다."

  카렌은 지금껏 지구의 연금술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민재라는 연결고리가 생기자 조금 입맛이 쓰다.

  `민재가 좀 고생하겠네.`

  자신은 제자가 있었던 적이 없으니 이런 감정에 익숙치가 않았다. 신선하다.

  그렇다고 주위에 조언을 구할 비슷한 사람도 없고 말이다.?

  `그 녀석이 있었으면 편하게 물어봤을 텐데.`

  대마법사 오즈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마탑의 주인. 직계제자 수십 명에 간접적으로는 셀 수도 없는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놈.

  카렌은 씁쓸함과 아쉬움에 음료를 딸기라떼를 벌컥 들이켰다.

  딸랑!

  카렌이 빈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맑은 종소리가 카페에 울려 퍼진다. 카렌과 삼색의 고개가 문 쪽으로 돌아간다.

  "벌써 왔어? 그럴 리가 없는데?"

  아까는 몰라도 카렌이 방금 민재에게 내준 과제는 잠깐 사이에 되는 게 아니다.

  "카렌!"

  "아버님. 저희 왔어요."

  역시나 카페에 민재가 아닌 채린과 미호가 카페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뭘 드릴까요?"

  "저는 딸기 생과일주스에다 맨드레이크 한 방울 넣어주세요."

  "나도 같은 걸로 해줘요."

  둘은 영준에게 주문을 끝낸 후 카렌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왔다. 당연하다는 듯 채린은 카렌의 옆에, 미호는 그 건너편에 앉았다.

  "꾸잉, 둘이 요즘 같이 잘 다닌다?"

  "오늘 쇼핑하고 왔어. 언니랑 언니 가족들 옷도 많이 샀지. 요즘 동생이 완전히 일어나셔서 잘 돌아다닌대. 근데 저긴 어디야?"

  미호가 삼색이 띄워 둔 창을 보고 눈을 빛냈다. 배경도 이쁘지만 데이트하고 있는 커플들이 참 보기 좋다.

  "여기 진짜 좋아 보인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채린과 미호가 동시에 반색했다. 이미 몸은 테마파크에 가 있는 듯 눈빛이 몽롱해진다.

  "삼색."

  "응?"

  그리고 삼색 쪽으로 삐걱이며 돌아가는 미호의 얼굴과 진지한 목소리.

  "가자."

  "저건 나도 재밌어 보인다. 근데 인간으로 변신하는 거 좀 귀찮은데. 그리고 이건 민재의 연금술 발표회 때문에 찾아 본 거다."

  "그럼 더 좋지! 응원 겸 가면 되잖아."

  "맞아. 뭘 귀찮아. 변신 연습도 할 겸 같이 갔다 와."

  카렌이 입을 삐쭉 거리는 삼색에게 말했다 이 녀석이 요즘 자신을 닮는지 부쩍 귀찮아하는 말과 행동이 늘었다.

  "그래도···?아니다. 갈게, 간다고. 그만 그렇게 노려봐라."

  카렌의 말에도 계속되던 칭얼거림은 미호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받자 단번에 사라져버렸다.

  ?

  "아버님도 같이 가실래요? 채린 언니랑 같이 더블 데이트해요."

  ?

  그런데 이번에는 꼼짝 못하는 삼색의 모습이 괜히 재밌어서 웃고 있던 카렌에게 미호의 고개가 돌아간다.

  "음···."

  미호의 제안에 카렌이 잠깐 멈칫했다.

  `요즘 통 밖에 안 나가긴 했는데. 귀찮기도···?아냐. 이렇게 생각하면 저 녀석과 다를 게 없어.`

  저 고양이와 똑같이 되고 싶지는 않은 카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실제로 귀찮음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크다.

  카렌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길을 걷다 보면 자신이 동물원 원숭이가 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쳐다보는 건 아니지만 시선을 받는 입장에서는 얼굴이 따가울 지경이다.

  ?

  "카렌은 그런 곳 잘 안가잖아. 둘이 갔다 와."

  입을 열려던 카렌 대신 채린이 옆에서 대답을 해준다. 그런데 채린은 아까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너라도 같이···."

  채린의 얼굴을 보는 순간 카렌의 심장이 살짝 따끔 거리며 말문이 막혔다.

  아쉬움.

  채린의 떠올랐던 표정에서 읽은 감정이다. 그 순간 옛날에 채린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

  -나는 카렌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서 더 내 욕심 때문에 상처 주기는 싫어. 나이가 드는지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줄게.

  채린은 자신의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

  엘리니아에서의 대화 이후로 카렌의 앞에서 예전보다 대놓고 애정을 드러내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채린의 배려가 카렌에게 온기가 되어 은근하게 스며든다. 그러고는 살포시 카렌의 입을 열었다.

  "가자."

  ?

  "정말?

  "

  채린이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카렌의 손을 덥석 붙잡고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

  "그럼! 나는 진짜 카렌이 같이 가자고 할 줄 몰랐어. 고마워."

  순수하게 기뻐하는 채린의 강아지 같은 모습에 카렌이 오랜만에 채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제가 코디해드릴게요. 그럼 언니? 일어나시죠. 아버님 치수도 아니까 가는 김에 같이 사 올게요. 괜찮으시죠?"

  "어? 어,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순간적으로 박력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미호가 일어나자 카렌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채린이랑 쇼핑하고 온 거 아니냐?"

  "그건 일상복. 이건 전투복. 네 것도 골라올게."

  "···"

  미호가 채린의 손을 잡아끌고 다시 카페를 나갔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 같은 비장한 발걸음이다.

  "나는 저 종족을 잘 이해를 못하겠다."

  "그건 나도 그래."

  몇백 년을 살아온 영물과 200년을 넘게 살아온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음료를 들이켰다.

  딸랑!

  "카렌님! 성공했습니다!"

  민재가 포션병을 들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민재의 얼굴을 보자 잠깐 잊고 있던 지구에서 연금술사의 현실이 떠올랐다.

  자신이야 이미 사람들의 평가에 초월했지만, 첫 제자가 사람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다라···

  ?

  "그런데 너 그 발표회는 왜 나가는 거야. 알아보니까 중요 대회는 아니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 좀 큰 대회에 나가는 게 낫지 않겠어?"

  "아···."

  민재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는다.

  "연금술사 협회에 찍혀서 협회와 관련된 대회는 못 나갑니다."

  단순하지만 참 슬픈 이유다.

  "연금술을 가르쳐준다고 저를 노예처럼 부려먹던 연금술사를 고발하면서 협회와 싸웠거든요. 그래서···?하하하!"

  흔한 이야기다. 지금이야 호탕하게 웃는 녀석이지만 힘든 기억이겠지.

  "그 덕분에 엘리니아에서 카렌님과 만난 게 아닙니까?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만약 그 일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짐꾼을 하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 때 삼색님의 간식···?"

  끝없이 이어지는 녀석의 수다를 카렌은 한 귀로 흘리면서 민재와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올랐다.

  하급 게이트에서 약초도 못 캐서 자신이 들어가지도 못하는 엘리나에에서 짐꾼을 하고 있었던 녀석.

  "그래서···?"

  "그래! 대회 규모가 뭐가 중요해. 거기 방송국 촬영도 한다고 그랬지? 우리도 간다."

  녀석이 잠깐 숨을 고르는 사이에 중간에 카렌이 능숙하게 말을 끊었다. 이제는 이 녀석에게도 적응되었는지 완벽한 타이밍이다.

  "정말요? 그럼 저야 영광입니다. 그런데 녹화방송이고 유명한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괜찮아. 방송을 한다는 게 중요하지. 너는 시작이 될 거다."

  "예? 무슨 시작이요?"

  민재가 물어보자 카렌은 말없이 녀석이 다시 들고 온 포션을 살폈다.

  `이 정도면···.`

  자신은 이미 최고다.

  그러면 자신의 제자도 최고여야 한다.

  자신을 제외한 연금술사 중에는 말이다.

  "이 포션의 목적이 뭐야?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의 목적 말이야."

  "그냥 어르신들이 조금 편하게 다니셨으면 좋겠어서 만들었습니다."

  "그래?"

  카렌이 씨익 웃었다. 이 연구만 머리속에 가득 찬 순수한 녀석은 자신이 뭘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이 포션이 불러올 파장도, 자신의 미래도.

  "주인, 사악한 얼굴 또 나왔다."

  삼색이 카렌의 얼굴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카렌은 삼색이 뭐라 하던 흡족한 마음으로 민재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시작이 될 거다. 지구의 연금술사에 대한 인식을 뿌리째 바꾸는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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