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6/140)

  어딜가나 부동산이 문제야

  "하암···."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함께 일어난 카렌이 팔을 하늘로 쭈욱 들어 올려 기지개를 폈다.

  이불을 몸에서 젖히자 새벽에 내려앉은 으슬한 한기가 몸에 스며든다.

  "어우···시간이 빠르긴 하네."

  일상 속에서 벌써 몇 달이 흐르고 어느덧 가을의 중반이다.

  순간 따뜻한 이불을 다시 덮고 싶다는 유혹이 다가왔지만 귀여운 토끼 모양의 슬리퍼의 따뜻한 털이 발을 감싸면서 물러간다.

  엘리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물건이다.

  덜컥

  창문을 열자 살짝 시리지만 상쾌한 바람이 얼굴로 안긴다. 그렇게 환기를 시키고는 1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주인! 일어났냐."

  고양이는 항상 10시간 이상 잠을 잔다던데 삼색의 경우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항상 아침에 내려오면 소파에서 TV를 켜놓은 채로 뒹굴거리는 녀석.

  "드디어 내려왔군."

  "오셨습니까."

  "응?"

  그런데 오늘은 삼색 말고도 손님과 영물 두 마리가 소파에 앉아서 집주인을 환영했다.

  강이사는 아침임에도 깔끔한 수트를 입고 커피를 마셨고 현무와 백호는 팔자 좋게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여기가 동물원이야. 가정집이야."

  거북이, 고양이, 호랑이까지. 지금 이 집에는 사람이랑 영물 수가 똑같다.

  "무슨 일이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어떤 것 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좋은 소식."

  잠도 아직 덜 깼고 벌써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다.

  "카렌님 소유의 부동산 가격이 올랐습니다."

  "오···?"

  카렌이 냉장고에서 엘리가 먹을 간단한 계란후라이를 준비하면서 감탄성을 내뱉었다.

  뭐, 돈은 이미 충분했지만 몸에 한국인의 피가 남아있는지 부동산이 올랐단 소리가 나쁘게 들리진 않는다. 그래 봐야 조금 올랐겠지.

  "나쁜 소식은?"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이걸 잠깐 보시죠."

  강이사가 워치를 만지더니 준비해온 자료를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오..."

  이번엔 아까와 정반대의 의미를 담은 감탄성. 집값을 나타내는 우상향 특유의 빨간색 곡선이, 아니 저건 그냥 직선으로 차트를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

  "현재 시세로는 서울의 노른자 땅값 수준이군요. 시간이 지나면 더 뛸 수도 있습니다."

  "아씨···."

  카렌이 손목에 힘을 너무 줬는지 후라이팬에서 계란이 튕겨져 나갔다.

  "이유는···하나밖에 없겠지."

  "예. 마나석 광산입니다. 아직 검증이 안 된 찌라시 수준이지만 일단 정보가 샜습니다."

  강이사도 광산에 관한 정보는 카렌이 말해줘서 이미 알고 있다.

  "채린님과 엘리님은 미리 확인했지만 아닙니다. 대체 어디서..."

  "비어드다."

  몇달 전에 봤을 때 쎄하더니만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이런 직감은 거의 다 맞더라니.

  동시에 저번에 숲에서 헤매고 있던 공무원들이 떠올랐다. 그쪽과 밀접하게 지내는 사람은 비어드밖에 없다.

  "그 녀석 많이 상처받았겠네. 그럼···."

  두두두두두두?

  카렌이 뭔가 말하려는 찰나 밖에서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음이 들려 온다.

  카렌이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드론들 수십 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빠르기도 하지. 역시 어느 세계나 돈이 끼면 이렇다니까."

  카렌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창문을 닫고는 소파로 와서 앉았다. 백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온 이유라네. 저것들 말고도 지금 자네 영지 주변에 인간들이 바글바글 해. 도로 쪽으로는 내가 대충 뾰족한 돌덩이나 나무들을 던져서 늦추고는 있지만···."

  "가서 비어드 불러와 줘. 가는 김에 저 드론들 싹 다 부시고 조종하는 놈들 물건하고 옷 전부 벗겨서 쫓아내."

  사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했으니 그만한 각오는 했겠지. 그리고 일단 괜한 오해가 쌓이지 않게 직접 얘기를 듣는 게 먼저다.

  백호가 바람으로 변해 사라지고 강이사가 카렌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했어야 했습니다."

  "됐어. 별것도 아닌데."

  "강이사가 못 막는 거 맞다. 그런데 주인 생각보다 이거 큰일이다.

  "

  "뭐?"

  "이거 봐라. 아까부터 TV에 특종으로 나오더라."

  삼색이 줄여놨던 TV음량을 올리자 과연 아나운서가 상기된 얼굴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연합 공무원들의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미리 신도시 사업이나 중요 시설이 들어오는 부지의 땅을 미리 사는 등··· 그리고 대출을 주선한 유명 은행 지점장들과의 유착관계도···]

  "여기 댓글도 가관이다. 연합에 대한 욕 한 바가지에다가 시위도 일어나고 있다."

  "저것도 축소된 겁니다. 조만간 더 난리 날겁니다. 처음에는 한 공무원이 경기도 근처의 쓸모 없는 땅을 사들이는 수상한 움직임을 우연히 포착한 기자의 보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랬는데?"

  "단순한 개인적인 일탈로 여겨졌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걸 보시죠."

  강이사가 급하게 조사해 온 자료들을 책상위로 늘어 놓았다. 복잡한 조직도가 보인다.

  "원칙대로 그 공무원의 주변인물도 조사했죠. 은행 지점장, 공무원이 속한 라인.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

  강이사의 손가락이 조직도의 뿌리를 타고 상부까지 올라가더니 거의 끝까지 올라가서야 멈춘다.

  "대격변 이후 도시가 박살나고 대대적인 보수와 신축이 들어갔습니다. 그 때 연합주요시설에 대한 정보를 당연히 공무원들은 미리 알 수 밖에 없죠."

  "내부 정보로 투기를 했군. 그리고 그 때 공무원들이 지금 중역을 맡고 있으니 조직 자체가 썩을 수 밖에."

  "맞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 제대로 된 감찰도 없었습니다."

  ?

  카렌이 다리를 꼬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나 똑같단 말이지. 내 땅이 기폭제 역할을 했네?"

  "예. 평소라면 몰라도 다음달에 연합의장을 뽑는 선거가 있어 후보들이 앞다투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불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이건 단기간에 못 덮습니다."

  "재밌네.

  "

  카렌이 소파에 등을 깊게 파묻고는 삼색을 껴안으며 쓰다듬었다. 뚠뚠한 살과 부드러운 털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째 요즘 좀 조용하다 했다.'

  "아저씨? 무슨 일이예요?"

  밖의 소란에 잠에서 일찍 깬 엘리가 살짝 부은 얼굴로 1층으로 내려왔다.

  평소보다 1시간은 일찍 깨서 그런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정신을 못 차린다.

  "이리 와라."

  카렌이 탁자에 걸려 넘어질 뻔한 엘리를 부축해 옆에 앉혔다.

  아무리 성녀라지만 아침잠에 약한 모습이 아이는 아이다.

  "별 거 아니다. 그나저나 오늘 출근은 백호와 해야겠다. 불청객들이 좀 있어서 말이야."

  "그래요? 저는 좋아요! 바람 타는 거 정말 재밌어요. 저번에는 구름 위까지 데려다 주셨어요."

  "응? 그래?"

  영물들이 아이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어느새 이렇게 친해졌는지 모르겠다.

  "참 귀엽단 말이지."

  "어? 현무님도 계셨네요?"

  "인사는 되었다. 잠깐 세수를 시켜주마."

  ?

  엘리가 아직도 반쯤 감긴 눈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다 거꾸러질 뻔하자 현무가 성인 머리통만 한 물방울을 엘리에게 둥둥 띄워 보냈다.

  "우와!"

  "숨 쉴 수 있으니 ?겁먹지 마라."

  물방울이 얼굴을 통째로 덮었다 사라지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머리는 방금 세수했다 말린 듯 윤기가 흘렀고 눈꼽은 사라지며 맑은 눈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피부가 화장이라도 한 듯 촉촉하게 빛났다.

  "그거 만약 팔 수 있다면 대박날 겁니다."

  그 모습을 본 강이사가 눈이 번뜩였다.

  여성이라면 퇴근하고 화장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클렌징. 남자라면 스킨 로션을 바를 필요 없는 끈적함 없는 촉촉함.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례를···."

  "아냐. 사업가로서 그럴 수 있지. 대단하네."

  카렌조차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자신도 해줄까 해서 살짝 현무를 봤지만 일부러 그런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아이한테는 좋은 향기가 난다네. 아마 동물도 굉장히 잘 따르지 않나?"

  "맞아요! 참새나 작은 동물들이 잘 따라와요."

  "그럴 수밖에 없지. 좋은 재능이야."

  엘리의 칭찬에 왠지 자신이 기분이 좋아진 카렌이 잘했다고 현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무도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기 좋은 부녀일세."

  "예?"

  "음? 부녀가 아닌가?"

  현무는 엘리가 당황하자 같이 당황하고는 머리가 껍질 쪽으로 살짝 움츠러들었다.

  "저희는···."

  엘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 대답하지?'

  이웃이라 하면 너무 가깝다. 그러고 보니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다.

  엘리는 무심코 아저씨 쪽으로 올려다보려는 자신의 고개를 다시 아래로 끌어 내렸다.

  아저씨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오! 왔다."

  살짝 어색한 공기가 흐르려는 찰나 바람이 산들산들 불더니 만족한 표정의 백호와 어두운 표정의 비어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속이 시원하구만! 안 그래도 거슬렸지!"

  백호는 무단 침입자들의 옷을 아예 찢어발겼는지 털에 천 조각들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삼촌!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비어드는 카렌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눈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촉촉해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네가 말하진 않았을 테고···."

  "예. 저도 영문을 모릅니다만, 어쨌든 제 쪽에서 흘러나간 건 확실합니다."

  "왜?"

  "저와 친하게 지내던 공무원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일단 잠깐 보자. 현무. 아까처럼 물로 이 녀석 몸 좀 훑어줘. 이물질 같은 거 없나 찾아 봐."

  "알았네."

  현무가 커다란 물방울을 만들어 내 비어드를 통째로 씌웠다.

  비어드가 순간 놀랐지만 이내 편안하게 숨이 쉬어지자 안심하고는 몸을 맡겼다.

  팟!

  "몸 안에 이게 있었네."

  물방울이 흩어져 공기중으로 다시 사라지고 현무가 조그마한 칩을 카렌에게 건네주었다.

  "도청기입니다. 혹시 검사한다고 이상한 주사를 놓지 않았습니까?"

  강이사가 잠시 칩을 들어 훑어 보더니 비어드에게 물었다.

  "아...처음에 무슨 건강검사라고 했었는데."

  "그겁니다. 당연히 불법이긴 하지만 비어드님 같은 이탈자의 경우에는 법률적인 해석이 좀 복잡합니다."

  그 모든 친절함이 모두 연기였다니... ?비어드가 인간에 대한 대한 배신감에 고개를 떨궜다.

  "흠..."

  비어드가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막상 저렇게 풀 죽은 모습을 보자 또 뭐라 하기도 그렇다.

  친한 친구의 아들인 데다 100살이 갓 넘은, 인간으로 치면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이다.?

  "숲을 헤매는 인간들이 더 늘어났다."

  그 사이에 백호가 바람이 실어다 주는 숲의 상황을 듣고 질린 표정을 지으며 카렌에게 말했다.

  ?

  "인간의 부동산에 대한 욕심을 얕보지 마. 그것보다 더한 짓도 할걸."

  "저···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비어드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호탕한 목소리는 어디 가고 자신감이 바닥을 친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원래 어릴 때는 그러는 거야."

  어깨가 움츠러든 비어드가 안쓰러워진 카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 정도는 저기 저 고양이에 비하면 벌 거 아니다."

  "꾸잉? 왜 갑자기 나한테 그러냐?"

  "쟤는 세상을 망하게 할 뻔했다니까?"

  "···.그건.."

  "크흠!"

  카렌이 삼색과 현무, 백호에게 동시에 한 방 먹였다.

  "진짜예요. 침입자 문제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니까요? 나가서 잠깐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한 번 보자. 엘리야, 출근 준비해서 나와."

  "네! 아저씨."

  비어드가 앞장서고 모두는 따라 나갔다. 뒤이어 서류가방을 들고 엘리도 나오자 비어드가 손을 땅바닥에 대었다.

  "아무한테도 말 안했지만 지구에 오면서 새로운 능력이 생겼습니다."

  비어드의 손 바로 앞에서 흙이 움찔거리더니 이내 네모난 형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하늘로 순식간에 상승해 2m에 달하는 벽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와···"

  정밀한 기계로 오차 하나 없이 깎은 듯한 매끈한 벽에 모두가 감탄을 터뜨렸다.

  '내가 벨리알에 가서 불사능력이 생겼던 거랑 똑같은 원리인가?'

  카렌도 지구에 오면서 평범해지지 않았나. 여신이 다른 세계로 가면 생기는 뒤틀림이라 그랬지.

  ??

  "재료만 있으면 빠르게 이런 벽을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제가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것만 구현됩니다."

  만약 저 능력을 손재주 없는 인간이 가졌다면 기껏해야 모래성이나 만들겠지만 드워프가 가졌다. 그것도 재능이 독보적인 족장의 아들이 말이다.

  "근데 그게 더 눈에 띄지 않을까?"

  "오! 성벽! 해자도 만들자!"

  ??

  카렌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삼색이 껑충껑충 뛰며 신났다. 그렇게 한참을 날뛰던 삼색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지며 카렌을 향해 말했다.

  "근데 하늘로 오는 건 어떡하냐? 아까도 그 드론처럼?"

  모두가 예상치 못한 똑똑한 발언에 놀란 눈으로 삼색을 바라 보았다.

  "···뭐냐? 그 눈빛 뭐냐?"

  모두를 향해 괜히 으르렁거리는 삼색을 두고 카렌은 비어드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성벽은 좀 더 생각해 보고, 오랜만에 골렘이나 만들어 볼까? 너 그것도 만들 수 있지?"

  "물론입니다. 오랜만에 삼촌이랑 같이 작업하겠네요."

  제작 얘기가 나오자 미안함에 시체 같던 비어드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역시 드워프 기분 좋아지는 데는 술과 제작이지.'

  "갑자기 오느라 놀랐을 텐데 카페 가서 쉬고 있어. 술은 가볍게 한 병만 마시고."

  "예!"

  비어드를 잠시 보내고 강이사를 부른 카렌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바뀌었다.

  "저 순진한 녀셕 등쳐먹은 놈들 정보 찾아와."

  아직 어려서 세상의 때가 좀 덜 묻은 녀석이다. 멋모르고 당할 수 있지.

  처음에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배우는 거지.

  "하지만 내 친구의 아들이 당하면 좀 얘기가 다르지. 그것도 나와 같은 종족인 인간에게 말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

  "제 전심전력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찾겠습니다.

  "

  안 그래도 정보가 늦어 카렌에게 미안했던 강이사도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저···출근할까요?"

  두 남자가 머리를 맞대고 살벌한 분위기를 뿜어내자 엘리가 쭈뼛대다 간신히 한 마디 끼어들었다.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잘 갔다 와."

  카렌이 백호의 등에 올라탄 엘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평소와 같은 카렌의 얼굴로 돌아온 모습에 엘리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저씨는 항상 내 앞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셔서 좋아.'

  엘리는 카렌을 물끄러미 보다가 갑자기 왈칵 카렌을 껴안았다.

  "저는 아저씨가 정말 좋아요!"

  "응?"

  엘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카렌이 순간 멈칫했지만 바로 엘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럼 갈게요!"

  "조심하고."

  백호가 부드럽게 하늘로 떠올랐다. 엘리가 카렌을 보며 뭐라 입을 뻥긋 거린다.

  "저는 아저씨가 제 아···."

  하지만 뒷말은 이내 멀어지면서 백호의 신형과 함께 구름 위로 사라져 버렸다.

  "인간의 인연은 쉬우면서도 어렵구나. 신의 총애를 받는 아이야."

  백호는 자신의 등에 꼭 붙어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향해 나지막이 말했다.

  "아저씨에게는 비밀이에요. 제 욕심일 뿐인걸요."

  "신수는 약속을 지킨다. 걱정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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