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3/140)

  귀여움이 세상까지는 못 구해도 한 사람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일찍 나가네?"

  "갑자기 날씨가 이상해져서 교단과 연합이 합동 대책을 짜기로 했어요. 그런데 삼색님은 안 보이시네요?"

  항상 카렌과 찰떡처럼 붙어 있던 삼색이 옆에 없자 엘리가 문을 열고 나가려다 순간 주춤했다.

  "어제부터 좀 몸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아...제가 신성력이라도 써 드릴까요?"

  "아냐. 너무 신성력에 의지하는 것도 좋지 않아. 곧 있으면 나을 거야."

  "알겠어요. 그럼 제가 삼색님 간식이라도 사 올게요."

  엘리를 보내고 카렌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켰다.

  [이어보시겠습니까?]

  ?

  저번에 삼색과 같이 보던 드라마가 나온다. 카렌은 취소 버튼을 누르고는 아무 정규방송이나 틀었다.

  [갑작스럽게 비구름이 형성되고 대기가 불안정합니다. 겨울철에 보기 드문 회오리바람이 형성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농촌...]

  아나운서가 심각한 목소리로 진행하는 뉴스.

  `엘리가 말한 게 이거구나?`

  하지만 이것도 지금 볼 기분은 아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요?]

  이번에는 한창 유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센스있는 자막이 보이지만 카렌의 눈은 TV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조명의 사각지대라 살짝 어두침침한 그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 시간.

  "너무 오래 걸리는데?"

  기억이 돌아온 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놔뒀지만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카렌은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갔다. 선 곳은 삼색의 방 앞.

  똑, 똑

  "삼색?"

  경쾌한 노크 소리와 함께 삼색을 불렀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다. 이상한 일이다. 평소에 방송할 때 빼고는 아예 문도 안 닫아 놓던 녀석이...

  "들어간다?"

  일부러 문고리를 소리 내 돌리고 잠시 열지 않고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기다리던 삼색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끼이익

  방을 둘러보니 침대 위에 있어야 할 고양이 어디 가고 웬 쪽지 하나가 보인다.

  카렌은 삼색 특유의 냄새가 배어있는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막 빨래를 한 이불을 햇볕에 바짝 말린 향취.

  쪽지를 펴자 삐뚤빼뚤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고양이 손 구조상 어쩔 수 없나."

  카렌이 살짝 헛웃음을 터뜨렸다.

  [주인! 나 급한 일이 갑자기 생겨서 잠시 갔다 올게! 개인적인 일이라 워치는 당분간 꺼 놓는다!]

  삼색 특유의 말투가 어린 글.

  "이걸 가출이라고 봐야 하나..."

  뭐가 급하다고 이렇게 말도 없이 갔을까.

  "잡아 올까?"

  카렌이 잠깐 고민했다. 그러고는 인터넷에 `고양이의 가출`이라고 검색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 당연히 아니고. 호기심, 이것도 아니고. 응? 사랑?"

  순간 카렌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러고 보니 어제...

  [띠리링!]

  갑자기 검색창 앞으로 전화 알림창이 훅하고 떠오른다.

  "진짜 사랑 찾아 갔냐?"

  [발신인 : 구미호]

  `여기 있다고 전화한 건가?` [혹시 삼색이 거기 있나요?]

  여기도 아니다. 그런데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다.

  "여기 없는데? 가출했어."

  "혹시 TV 보셨나요? 갑자기 날씨가 이상해졌다는 뉴스요."

  "방금 봤지."

  잠깐 보긴 했어도 뉴스의 자료화면이 워낙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거 삼색과 관련이 있어요. 기억을 돌려준 제 실수예요. 그때 죽은 줄 알았는데···."

  대체 이 고양이는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일단 만나지."

  "제가 갈게요."

  ??

  *

  "그게 무슨 말이야? 삼색이 저 이상 현상과 관련 있다니."

  TV에서는 토네이도가 몰아칠 상황을 대비해서 예방책을 전하느라 한창이었다.

  "혹시 백호와 현무 아시나요?"

  "당연하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이렇게 사신(四神)은 한 세트 아닌가.

  "그 중에 바람은 백호가, 물은 현무가 관장해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둘이 서서히 깨어나면서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삼색과 무슨 관계인데?"

  삼색도 영물이라지만 솔직히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저들과는 체급이 좀 많이 달라 보인다.

  "삼색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저들과의 계약도 살아났어요. 잠든 지 얼마 안 돼서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거든요. 사신은 모두 대격변 때 죽은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데?

  "

  카렌은 답답한 마음에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딸기라떼를 들이켰다. 평소라면 달콤하게 느껴졌겠지만 지금은 찝찝한 뒷맛이 살짝 느껴진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삼색의 잃어버렸던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해 봐. 나중에 녀석이 직접 말해 준 걸 들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위급상황이니까. 듣고 가출한 고양이를 찾으러 갈지 아니면 기다릴지 결정하지."

  사과는 나중에 들어야겠다. 삼색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소용없으니까.

  "알겠어요. 먼저 삼색의 원래 이름은 금손(金孫) 조선 왕의 고양이였어요."

  "오..."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

  `배고파.`

  금손이 처음 느낀 욕구는 식욕(食慾)이었다. 어렸을 때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보통 고양이랑은 다르게 금손은 태어날 때부터 영물로 태어났다.

  미물에서 영물이 되는 방법은 많았지만, 대표적인 방법 중 한 가지는 역사에 기록되는 것. 금손은 태어날 때부터 무려 왕실의 실록에 기록되었다.

  "허허허...잘 먹는구나."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관이 주는 소젖을 먹고 있는 금손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인물은 조선의 19대 왕, 숙종이다.

  "네 어미와 어찌 그리 먹는 모습이 똑같으냐. 그날이 생각나는구나."

  '설마..또 그 이야기?'

  금손은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의 투정으로만 보였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이었지."

  '에휴..'

  어차피 말도 못 하는 금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왕은 어느새 금손의 어미를 처음 만난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느냐?"

  몇 주 전, 지겨운 당파 싸움을 뒤로하고 잠시 뜰을 거닐던 숙종의 말에 신하들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야옹..

  "저쪽이다!"

  "전하!"

  숙종이 빠른 걸음으로 걷자 신하들이 황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

  "허허...궁궐에 고양이가 많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들어왔구나."

  숙종의 앞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힘없이 누워 있었다.

  얼마나 굶었는지 털은 윤기를 잃었고 살이 홀쭉해져 사람이 갑자기 우르르 나타났는데도 머리만 간신히 들고 있었다.

  "아이를 가졌구나."

  숙종의 말대로 고양이는 다른 곳은 다 말랐어도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김내관."

  "예. 전하."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일지라도 이렇게 죽게 놔두는 것은 옳지 않다. 털빛이 황금을 닮아 이름을 금덕(金德)이라 하니, 배불리 먹이고 돌봐 주어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숙종의 돌봄 아래 금덕의 누렜던 털빛은 이름처럼 밝은 황금색을 되찾았다.

  "허허...귀엽구나."

  자기 손을 핥는 까칠한 금덕의 혀를 느끼며 숙종이 말했다.

  "전하?"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내관이 깜짝 놀라 전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전하의 얼굴에 생기가 돈 적이 얼마 만인가.`

  고양이를 데려온 뒤로 거의 매일같이 보러 오신다. 금덕이도 은혜를 아는 듯 몸이 무거워도 벌떡 일어나 지금처럼 애교를 부렸다.

  그렇게 마침내 금덕의 출산일이 다가오고 왕의 저녁 공부 시간인 석강이 끝나자마자 숙종이 도착했다.

  "어떻게 되었느냐?"

  "송구하오나...새끼 하나만 살아남았습니다."

  김내관의 손 위에는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어미의 털빛을 똑 닮은 작은 생물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허어..."

  숙종이 슬픈 눈으로 새끼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금덕의 자식이니 이름을 금손(金孫)이라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숙종의 이야기가 끝나고 심술난 금손이 일부러 입을 쩌억 벌리며 하품을 했다.

  '지겹다...'

  ?

  "이 녀석도 자기 어미 이야기를 아나 봅니다."

  숙종의 얘기가 끝나고 고양이가 반응을 보이자 내관이 신기한 듯 말했다.

  `그만 해라!`

  금손도 처음에는 자신과 어미를 구해 준 이야기가 감동적이긴 했지만 벌써 몇 번째인가.

  하지만 숙종은 아랑곳하지 않고 금손을 들어 자신의 품에 부드럽게 안았다.

  `이빨이 가렵다! 우앙!`

  "벌써 이빨이 생겼구나."

  아무리 영물이라도 새끼고양이답게 눈에 보이는 건 본능적으로 무조건 물어버리니 왕이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저...전하! 옥체가! 당장 떼어내겠습니다!"

  하늘 같은 임금의 몸에 고양이의 이빨 자국이 새겨지자 내관이 화들짝 놀라 다가왔다.

  "놔두거라. 미물의 본능을 어찌하겠느냐? 게다가 새끼이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어찌나 외롭겠나."

  숙종은 손을 내저으며 내관이 다가오는 걸 막고 금손을 서책 위에 올려 놓았다.

  "은혜가 하늘과 같으십..쿨럭."

  "김내관. 어디 아픈가?"

  "아니옵니다."

  내관은 차마 숙종이 손을 움직이면서 펄럭인 용포에서 나온 털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참으로 귀엽지 아니한가. 내 오늘은 금손과 같이 침소에 들겠노라."

  "전하? 그게 무슨.."

  "어허! 어미를 잃은 자식의 설움이 얼마나 크겠나. 짐의 이불이 가장 부드럽고 따듯하니라."

  내관이 뭐라 하던 단번에 일축해버린 숙종은 금손과 같이 자는 걸 시작으로 모든 일과를 같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무려 임금을 뒷배로 둔 금손은 점점 능글맞고 뻔뻔해졌다.

  ?

  '저거! 저거!'

  금손이 수라상에 올라가 있는 탐스러운 향해 입맛을 다시며 숙종의 허벅지를 톡톡 쳤다.

  "어허! 어딜 무엄하게..."

  "놔두거라. 배고프지 않겠나."

  내관이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지만 숙종은 금손이 가르킨 고기를 크게 한 점 떼어 주었다.

  '역시 주상이 최고다!'

  하도 신하들이 주상전하, 주상전하, 그러다 보니 금손의 숙종에 대한 호칭은 주상이 되어 버렸다.

  금손은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떨어진 고기를 먹어 치우고는 다시 간절한 눈빛으로 숙종과 고기를 번갈아 바라 보았다.

  "전하. 어찌..."

  내관이 자꾸 자신이 먹을 고기를 금손에게 주는 숙종을 보고 말했다.

  "이 녀석도 좋은 걸 아는 모양이다."

  과연 얄밉게도 금손은 다른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오로지 고기 쪽을 향해 자신의 발을 흔들었다.

  그렇게 고기는 모두 동이 나고 숙종은 허허 웃고 금손은 볼록하게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숙종의 옆에 누웠다.

  '메롱!'

  금손은 뜨끈한 방바닥에 몸을 지지며 숙종 몰래 동그란 혀를 내관에게 내밀었다.

  "저...저...방금 금손이..."

  "응? 금손이가?"

  하지만 숙종이 금손을 봤을 때는 이미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싱거운 사람 같으니라고."

  내관은 머리를 숙이기 직전 어느새 눈을 살짝 뜬 금손의 눈웃음을 보았다. 확실하다. 저거 고양이 아니다.

  내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숙종의 한 마디가 정점을 찍었다.

  "고뿔에 걸렸으면 오늘은 이만 쉬게나."

  평생 주상을 모시는 걸 자랑으로 삼았던 내관은 오늘 처음으로 울고 싶어졌다.

  '참 재밌는 곳이야.'

  금손의 궁에서의 하루하루는 참 즐거웠다. 내관들이나 궁녀들과 하루 종일 놀았고, 배고프다고 주상에게 조르면 항상 맛있는 간식과 음식이 나온다.

  '수라간이란 곳에서 일하는 자들이 자꾸 커다란 칼을 들고 날 보긴 하는데 말이야...'

  좀 살벌하긴 하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자신의 뒤에는 주상이 있다!

  '어디 보자, 주상은 지금 거기 있겠어.'

  숙종의 일정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금손이 느긋하게 주상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숙종을 따라다니는 금손조차 일부러 중간에 들어가는 시간.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중전께서 태기가 없으신지 벌써 6년 째옵니다. 속히 왕태자를 책봉하여 왕실의 위엄을 세우셔야 할 것으로 아뢰오."

  `후아암, 또 시작이네.`

  금손은 숙종이 앉은 용상 바로 옆에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인간들의 싸움을 느긋하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자신도 이러한데 장본인은 어떻겠나. 옆을 보니 역시나였다.

  '역시 주상도 똑같다.'

  숙종도 하루가 멀다고 논쟁을 벌이는 신하들의 모습에 금손과 똑같이 지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허! 원자를 낳으실 수 있는 중전이 계시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오? 저잣거리에 지나가는 누렁이도 혀를 찰 소리로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이오?"

  "어찌 나라를 생각하는 진심을 그렇게 곡해하시오? 그게 아니라..."

  침을 튀기며 삿대질을 하는 신하들 덕분에 점점 대전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주제가 바뀌질 않네. 뭐였지? 여자들 싸움이라 그랬다.'

  중전을 중심으로 한 서인과 장희빈(張禧嬪)이 이끄는 남인의 싸움. 거기가 주상의 엄마인 명성왕후(明聖王后)도 한몫했다. ?결국에는 오늘도 똑같은 결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모두 퇴궐하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숙종이 푸욱 한숨을 쉬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살짝 부여잡는다.

  '힘내라. 주상.'

  금손은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숙종의 다리에 부드럽게 머리를 부볐다.

  "허허... 너밖에 없구나."

  평소와 같이 숙종의 얼굴이 사르르 풀린다.

  '걱정마라 주상! 내가 무럭 무럭 커서 지켜준다.'

  그 이후로 금손의 식탐은 점점 더해갔다. 절대 고기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다. 그저 빨리 크고 싶을 뿐. 정말이다.

  글도 숙종의 옆에서 천천히 익히기 시작했고 몸도 점점 커진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고양이인 자신이 어떻게 임금인 주상을 도울지 막막했다.

  '어떡한다. 이럴때는 먹어야지.'

  모두가 잠든 밤. 금손은 답답한 마음에 정원 연못에서 자신의 북슬한 꼬리를 미끼삼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러자 달려드는 물고기들.

  촤아악

  금손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가까이 온 잉어 한 마리를 낚아채 땅으로 내동댕이쳤다.

  "어머? 너 물고기 잘 잡는다?"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아름다운 목소리.

  "누구야?"

  금손이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연못 맞은편을 바라 보았다.

  달빛을 머금은 백설기 같은 하얀 털빛을 가진 조그마한 몸집의 여우. 뒤로는 5개의 꼬리가 부드럽게 살랑인다.

  "물고기 하나 잡아 주면 내가 누군지 알려줄게. 내가 물을 무서워해서 말이야."

  금손과 미호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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