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2/140)

  여우와 고양이와 아버님...?

  "여기가 어디야?"

  추레한 몰골을 한 삼색 무늬의 고양이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봤다.

  나무와 풀숲이 무성한 숲 안.

  "으윽..."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몸은 일주일은 족히 굶은 듯 힘이 하나도 없다. 간신히 들었던 머리가 힘을 잃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며 눈이 감긴다.

  "일어났어? 이것 좀 먹어 봐."

  그때 축 늘어진 고양이의 귀에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희미하게 보인 시야에는 조그마한 몸집의 흰색 여우가 보인다. 그런데 신기하게 자신의 몸만 한 크기의 꼬리 5개가 끝부분만 검게 물들어 있었다.

  "윽..."

  눈앞의 여우가 보이자 다시 두통이 머리를 쪼갤 듯 찾아온다.

  "나 때문에 아파? 부작용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거 놓고 갈게."

  여우가 고양이의 앞에 나뭇잎으로 정성스럽게 담은 물과 물고기들을 놔두고 날듯이 사라졌다.

  확실히 여우가 눈앞에서 사라지니 두통이 가신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꼬르륵, 일단 당장이라도 배를 채우는 게 먼저다. 고양이는 허겁지겁 눈앞에 음식을 먹어 치웠다. 그리고 쏟아지는 졸음.

  자신의 앞발 위에 고개를 폭 묻으며 고양이는 스르르 잠들었다.

  크르릉..

  그렇게 어둑한 밤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잠들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붉은빛이 번뜩하고 빛나더니 점점 수를 불려 나갔다.

  회색털을 가진 늑대들이다. 조그마한 고양이를 보며 늑대들은 입맛을 다시며 혹여나 도망갈까 봐 조심스레 접근했다.

  "꺼져."

  그때 조그마한 여우가 늑대들 앞을 막아섰다.

  "크릉?"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여우지만 늑대들은 본능적으로 눈앞의 여우가 위협적인 존재임을 알아차렸다.

  뒤에 살랑이는 꼬리들도 그렇고 여우의 주위로 푸른색 불꽃이 위협적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영롱한 구슬이다. 여우들이 영물이 되면서 키우는 여우 구슬은 꼬리가 늘어날수록 크기가 커진다.

  "내 소중한 이다. 너희의 본능은 이해해서 죽이지 않겠으니 사라져라."

  여우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금껏 고양이에게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모습.

  늑대들은 꼬리를 말며 재빨리 사라졌고, 여우도 혹시나 고양이가 잠에서 깰새라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여우의 정성 덕분에 고양이는 기운을 차렸고 삐쩍 말랐던 몸도 조금 살이 붙었다.

  "그런데 내 이름이 뭐야? 너는 분명 알고 있잖아."

  고양이는 여우가 분명 낯설지 않았다. 이제 두통은 거의 사라졌지만 여우를 볼 때마다 감정의 편린들이 자신의 가슴속에 스며든다.

  천천히 곱씹으며 편린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마침내 명확해진다.

  `슬픔과 공허함.`

  "그건 알려줄 수 없어. 과거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 네가 부탁한 거야."

  자신이 원했다고? 그 꼴이 되었던 게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고양이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건 어때? 내 이름은 미호야."

  "으극..."

  사라진 줄 알았던 두통이 다시 찾아오자 고양이가 자신의 앞발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왜 이러지?`

  마치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걸 몸이 거부하는 듯하다. 분명 기억을 잃어버린 일과 관련이 있으리라.

  "미안. 내가 괜한 얘기를 했어. 기억은 나중에 원한다면 돌려줄게. 그런데 시간이 조금 걸릴거야. 백호와 현무가 이 땅에서 떠나야 하거든. 지금은 안 돼."

  미호가 슬픈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고는 또 다시 사라졌다. 저 고통이 가시려면 시간밖에 약이 없으리라. 방해되는 자신은 잠시 사라져줘야 한다.

  그렇게 고양이는 산에 터를 잡고 지내며 곧 산의 주인이 되었다.

  "저게 뭐지?"

  어느 날 미호랑 같이 있던 고양이는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백발의 노인과 손을 꼭 잡은 남자아이. 그런데 노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얼굴은 열 때문에 빨갛고 호흡이 힘든 듯 몇 번이고 걸음을 멈췄다.

  "할아버지!"

  결국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노인은 쓰러졌고 아이는 할아버지를 부둥켜안고 도움을 청하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병에 걸린 인간이야."

  "병?"

  "그래. 전염병에 걸린 인간을 무서워해서 산에 버리는 거야. 아이는 가족이 노인밖에 없으니 따라왔겠지."

  `이 느낌은 뭐지?`

  고양이의 가슴이 왠지 모르게 아려온다. 소년의 눈물 때문이 아니다. 저 백발의 노인 때문이다. 고양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둘에게 다가갔다.

  "어?"

  갑자기 산속에서 나타난 고양이를 보고 소년은 놀랐지만, 고양이는 노인의 몸에 자신의 앞발을 얹었다.

  "세상에..."

  미호는 삼색의 앞발에서 빛이 나와 노인에게 스며들자 경악했다. 그새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고?

  단번에 노인을 일으켜 세울 만큼의 능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인의 안색이 전이랑 다르게 확연히 좋아졌다.

  "저기 동굴이 있다. 음식은 곧 가져다주겠다."

  고양이는 벙찐 소년을 두고 사냥을 하러 미호가 있는 쪽으로 왔다.

  "살려주게?"

  "몰라. 그냥 그러고 싶다."

  "못 말려 진짜...도와 줄게."

  노인의 병은 `학질`. 현대에는 주로 모기로 감염되는 말라리아로 불리는 병이다. 사망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 곧 무사히 완치되어서 다시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산에 사는 고양이가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병든 사람이 찾아왔다.

  "인간이 좋아?"

  "아픈 인간을 보는 게 싫다."

  "...그래."

  둘이 보낸 시간은 많았지만, 왠지 모르게 사이가 눈에 띄게 가까워지진 않았다.

  고양이도 미호라는 여우가 자신에게 품고 있는 호감은 알았으나 알 수 없는 슬픔이 들어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잠시 멀리 갔다 올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다치지 말고 잘 갔다 와."

  "고마워."

  미호는 가끔 이렇게 고양이가 해주는 말만 들어도 그저 좋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겠지.

  미호는 지금 일만 끝나면 고양이랑 종일 붙어 있을 생각에 신나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돌아온 산 입구에는 고양이는 어디 가고 웬 팻말이 꽂혀있었다.

  [ 백성을 홀린 사악한 짐승, 머리는 새끼 고양이요.? 몸통은 뱀인 묘두사(猫頭蛇)를 죽였으니 안심하고 산을 출입하라. - 선비 박만후-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대답해라. 아니면 어차피 죽었어야 할 운명인 네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져갈 테니."

  미호는 고양이가 처음 살려 준 아이 집으로 가서 사나운 기세로 물었다.

  "갑자기 어떤 선비님이 군사들을 끌고 와서 고양이님에게 활을 쏘고는 괴물을 잡았다고 했어요."

  "너넨 뭐 하고 있었어?"

  "얘기했어요. 하지만 어른들이 제 말을 듣지를 않아서...흑.."

  남자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온 몸으로 사람들을 말리다 보니 아이의 옷 곳곳이 거칠게 찢겨 있었다.

  "감히 그 이한테 또 상처를 줬어?"

  미호의 꼬리가 분노로 하늘로 솟았다. 외견이 귀여운 고양이면 자신들의 공적과 사악함을 드러낼 수 없으니 몸을 뱀이라고 왜곡까지 했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미호는 무릎을 꿇고 비는 아이를 두고 나왔다. 분노로 이성을 잃고 모두를 죽일 정도로 수양이 낮진 않다.

  "어차피 당장 못 찾아.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다."

  여우와 고양이 사이에 이어진 가느다란 인연의 실이 위치는 몰라도 그가 무사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그 상처 준 인간은 내가 용서 못 해.`

  미호는 어느새 자신의 털 색처럼 하얀 한복을 입은 절색의 미녀가 되어 있었다.

  요즘같이 영물들이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배척당하는 세상에 눈에 띄게 일을 벌이면 귀찮고 위험하다.

  "그렇다면 인간의 방식으로 해주마."

  ? ?

  빼어난 미(美)는 그 자체로도 세상 무엇보다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미호는 그 길로 고양이를 쫓아낸 박만호가 사는 마을에 찾아갔다. 그리고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잘 나가던 선비 집안의 대는 끊겨 버리고 말았다.

  *

  "네가 쓰레기네. 뭐? 나보고 나쁜 사람이라고?"

  둘 사이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카렌이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삼색의 머리에 꿀밤을 메기며 말했다.

  ?

  건너편에는 미호가 혹시나 카렌이 삼색을 세게 때리나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 요물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연락 한 번 안 해?"

  "꾸잉! 그때는 정신이 없었다! 처음 보는 인간은 갑자기 활을 쏘며 쫓아오지···. 그렇다고 툭 치면 죽을 것 같아서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다 보니 처음 보는 곳이었고."

  "전 괜찮아요. 그때는 지금처럼 발전한 시대도 아니고 못 찾는 게 당연하죠."

  카렌이 애써 변호하는 미호의 말에 그제야 삼색을 옆 소파에 내려놨다.

  "이 살찐 고양이가 뭐가 좋다고?"

  "옛날에는 너무 말라서 좀 그랬는데. 이제는 풍채가 있어서 더 보기 좋네요. 그런데 꾸잉이라고 왜 하는 거야?"

  "그거 어린아이들이 좋아해서 하다 보니 습관이 됐다."

  "헤어진 후에도 인간들을 치료하러 다녔구나?"

  ?

  옆에서 카렌이 미호를 보니 삼색을 보는 눈에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근데 잃어버린 기억은 뭐야?"

  "그건..."

  미호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카렌은 조금 의아했다.

  `몇백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도 궁금하다. 이제 돌려줘도 될 것 같다. 묘두사라는 이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고."

  "그러네. 그 이름은 왜 계속 갖고 있었어?"

  카렌,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고 좋은 기억은 아니었을 텐데 삼색이 자신을 소개할 때 묘두사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나도 모르겠다."

  삼색이 볼을 부풀리며 뚱하게 말했다. 자신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짓자니 머리가 계속 아파서 그냥 썼다.

  "정말 괜찮겠어?"

  "너 지금은 두통 없지?"

  미호가 다시 묻자 카렌이 삼색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없다."

  하긴, 만약 있었다면 이 엄살 심한 녀석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좋아. 이제 계약 상대도 사라졌으니 걸릴 것도 없고, ? 어려운 건 아니니까. 하지만 금...아니 지금은 삼색이라고 했지? 삼색의 주인이신 카렌님도 관련이 있어요."

  "내가? 몇백 년 전의 기억 아니야?"

  카렌과 삼색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순간 둘의 머릿속에 몇 달 전에 본 드라마가 순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전생..."

  "그런 거 아니야."

  미호가 예상했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삼색의 전 주인이랑 관련된 기억이거든요."

  "오호? 그건 좀 흥미롭네. 내가 이 녀석을 분양받기 전의 이야기라···."

  "부...분양?"

  삼색이 자리에서 펄쩍 뛰어 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무슨 진짜 고양이냐? 분양이라니?"

  카렌과 삼색이 또 평소처럼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미호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행복해 보여서 좋다. 그래도 이번 주인은 건강해서 다행이야.`

  "그래서, 정말 기억을 되찾고 싶어? 보니까 그렇게 좋은 추억은 아닌 것 같은데?"

  언제나 승자는 똑같다. 카렌이 얌전히 품 안에 삼색을 가두고는 미호에게 물었다.

  "해피엔딩은 아니야."

  "음...어떻게 할래?"

  카렌이 묻자 삼색이 골똘히 생각하더니 결론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래. 과거의 얘기잖아? 그리고 주인이 곁에 있으니 괜찮다."

  "좋아. 이제 계약 상대도 사라졌으니 걸릴 것도 없고...잠시 이리로 와 볼래?"

  미호가 소파 사이의 책상 위로 올라온 삼색의 머리에 잠시 자기 이마를 갖다 대었다.

  "끝이야."

  "벌써? 아무렇지도 않은데?"

  "갑자기 돌아오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 오늘 밤에 잠들면 그때 돌아올 거야."

  "그래? 고맙다."

  "아냐. 어려운 것도 아니야."

  삼색과 미호의 분위기가 좀 묘하다. 가자미처럼 가는 눈으로 둘을 지켜보던 카렌이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

  [띠링!]

  "응? 주인 어디 가냐?"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알림음에 둘은 깜짝 놀라 카렌을 바라봤다.

  "좋은 시간 보내라고 먼저 가려 했지. 데이트 잘하고 천천히 들어와. 안 들어와도 상관없고."

  "아..아니다!"

  "아..아니예요. 저희는 그런 사이..."

  "그럼 무슨 사이인데?"

  "어..."

  둘 다 말문이 순간 막혀 버렸다.

  "...친구! 친구예요!"

  미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뭐가 그리 힘든지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옆에서 대답이 없는 삼색은 카렌이 본 이래 가장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하긴 기억이 아직 안 돌아왔으니 미호랑 뭘 했는지도 모르겠지.

  "그럼 일단 기억 돌아오고 다시 얘기할래? 오늘은 일찍 갈까?"

  "그거 좋다!"

  `어유 눈치 없는 놈.`

  삼색의 얼굴이 환해지며 덥석 물자 카렌이 속으로 삼색에게 혀를 찼다. 저기 묘하게 서운한 표정의 미호는 보이지도 않냐.

  "미호라고 했지? 주소 줄 테니 놀러 와."

  "그래도 될까요?"

  "그럼. 이 녀석이 잘못한 거니까 주인인 내 잘못도 있지."

  원래 반려동물이 길에 똥을 싸면 치우는 것도 주인의 책임이다. 카렌과 미호는 워치 번호와 주소를 교환했다.

  삼색 녀석은 어색한 분위기에 못 이겼는지 어느새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었다.

  "혹시 모르니 내일 삼색을 잘 살펴 주세요."

  미호는 삼색에게 입 모양이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쪽을 등지고 카렌에게 속삭였다.

  "그러지."

  "감사합니다. 아버님."

  "...아버님?"

  카렌은 이백년넘는 세월 동안 처음 들어 본 호칭에 순간 당황했다.

  "남편 될 사람의 보호자를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않나요?"

  미호가 수줍게 손으로 입을 가렸고 하얗고 가는 손가락들 위로 드러난 눈꼬리는 부드럽게 휘어지며 반달을 그린다.

  '여우 맞네.'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 아님에도 웬만한 일반인은 단번에 매혹되어 버릴 타고난 미모와 분위기다.

  카렌은 그제서야 눈 앞의 여자가 구미호라는 게 실감이 났다. ??

  "가시죠. 삼색이 기다리네요."

  미호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카렌과 삼색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또 봐, 삼색아. 카렌님도 조심히 가세요. 곧 찾아 뵐게요."

  "잘 있어라."

  카렌이 삼색의 무뚝뚝한 인사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좀 다정하게 인사해라."

  "저는 괜찮아요."

  마지막까지 배시시 미소를 짓는 미호에게 괜히 미안해진 카렌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삼색을 집어 들고 꿀밤을 살짝 먹였다.

  "네가 나쁜 놈이야."

  "아니..."

  "구해준 사람을 몇백 년 동안 기다리게 하고, 만나자마자 도망가려고 해? 그런 놈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네가 나한테 말한 쓰레기라고 한다. 이 요물아."

  "...."

  이번에는 삼색도 할 말이 없어서 얌전히 카렌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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