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2/140)

  좀 특별한 현장학습

  ?

  "후우..."

  절지아의 입에서 마른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첫 습격은 대수롭지 않았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정리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러시아로 쪽으로 향하기 무섭게 다시 추격자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들조차 금방 처리했지만 조금씩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대들은 성전사가 아닌가."

  자신의 발밑에서 팔과 다리가 꺾인 채 쓰러져 있는 하얀 외투를 입은 남자들에게 절지아가 슬픈 눈으로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교황 쪽 각성자만 자신을 덮쳤지만, 이제는 성전사까지 섞여들었다.

  "당신은 이단이다. 마녀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 감히 성자님을 해하려는 더러운 배도자."

  인간을 벗어난 성전사의 회복력으로도 저렇게 뼈가 부러지면 한동안 시간이 걸릴 터.

  회복력이 빠를 뿐 고통은 극심하다. 하지만 성전사는 통증보다 눈앞의 이단자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내가..."

  "그 더러운 입 다물어라! 어떤 말로도 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겠지."

  절지아는 더 이상 말하는 걸 포기했다. 자신도 성전사니 이 젊은 청년의 신념과 고집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신도 한때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니까. 다만 혈기에 찬 젊은이에 비해 조금 시야가 넓어졌을 뿐, 본질은 똑같다.

  "그렇다면 이 늙은이를 한 번 막아보게나. 난 저놈들은 몰라도 자네들은 죽이기 싫네."

  하지만 죽이지는 않더라도 멀쩡히 쫓아오게 놔둘 정도로 물렁하고 멍청하진 않다.

  빠각

  "크어억!"

  ??

  절지아는 발로 성전사들의 허벅지 뼈들을 모두 부러뜨리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손속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모두를 전투 불능상태로 만들고 절지아가 뒤로 돌아선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순간적으로 몸을 홱 돌렸다.

  `뭐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없는데?`

  각성자들은 모두 죽이고 성전사들은 무력화시켰다. 실수 따위는 없었다.

  부우웅

  절지아의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묵직한 주먹이 절지아의 머리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리 쇠보다 튼튼한 절지아의 몸이더라도 제대로 맞았으면 타격이 있었으리라.

  "자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절지아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공격한 성전사를 바라봤다. 분명 방금 자신이 손을 쓴 익숙한 얼굴이다. 절지아 자신이라도 저렇게 빨리 회복할 수는 없다.

  "그 목걸이..."

  성전사의 몸을 예리하게 훑어보던 절지아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성물?"

  절지아가 지금에서야 알아차릴 만큼 내뿜고 있는 신성력이 너무 미약했다. 하지만 그래도 성물. 순식간에 몸을 회복할 정도는 됐으리라.

  "성자님께서 마녀를 타도하기 위해 내려주신 성물이다!"

  절지아는 이미 성전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재빠르게 성전사의 턱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뒤로 접근해 성전사의 목을 졸랐다.

  "커..컥"

  아무리 성물이라도 뇌에 피를 공급해줄 수는 없다. 성전사의 몸이 이윽고 축 늘어지고 절지아는 성전사의 목에 있던 목걸이를 들고선 급히 카렌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판관님! 성녀님은 괜찮으십니까?"

  [너무 멀쩡한데? 무슨 일이야?]?

  카렌이 영상통화로 바꾸자 엘리가 환하게 웃으며 절지아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허어...다행입니다."

  절지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성녀와 성자밖에 없다. 성자님은 그럴 사정이 안 되고 혹시나 성녀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절지아가 목걸이를 보여주며 카렌에게 지금까지의 얘기를 해주었다.

  [그거 성자다. 성물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성자나 성녀의 근처에 오랜 시간 물건이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억지로 만든 거다. 그래서 성물치고는 약한 거고 힘도 금방 사라질 거야.]

  기존에 있던 성물도 힘을 잃은 판국에 그따위 건 의지가 들어 있지 않은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한 사람을 잠깐이나마 일으키긴 충분했다.

  [성자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교황과 대주교들에게 당했다. 여신이 내게 준 마지막 정보에 따르면 간신히 생명만 붙어있는 채로 이상한 관에 누워있더군.]

  과연...저번에 자신에게 심판관님이 한 말의 의미가 이거였나. 성자님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라는 말.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절지아는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인간에 대한 분노와 환멸에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자신들이 모시던 성자님에게 어찌 이런단 말인가. 자신들을 그 자리에 올려 준 은혜도 모르는 자들.

  "이단자..."

  성전사들이 다리를 쓸 수 없음에도 절지아를 막으려 몸을 꿈틀거리며 기어 온다. 이제서야 저들이 성전사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듣지 않겠지. 성녀님이 나타났다고 말해도 자네들은 성자님을 노리는 마녀라고 여기겠지."

  위쪽에서 움직임이 있다고 여러 차례 들었는데 이것이었나. 하지만 교묘하다. 자신들이 성자님을 쓰러뜨려 놓고는 이제 와서 마녀의 짓이라고 몰아간다. 성물을 보여주고 성전사들을 모았다.

  "너희 때문에...성자님이..."

  마녀만 없애면 성자님이 다시 일어나실 거라고 퍼뜨렸을까. 충분히 이해할만한 처절함이다.

  "뱀의 혓바닥이로다."

  교황의 말은 간교하면서도 자신들의 이기심을 성자에 대한 존경심과 신앙으로 두텁게 가려버렸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제는 먼저 설득하는 쪽이 우선이다.

  "허어...오토바이까지 부숴버렸구먼."

  자신의 발을 묶어둘 심산인지 싸우고 있는 동안에 애마는 한편에 볼품없이 조각난 채 널브러져 있었다. 추격자들이 타고 온 차량들도 모두 쓸만한 상태는 아니다.

  "고마웠다."

  절지아는 짧은 말로 오래된 벗을 보내고는 수평선을 넘어서 이어져 있는 끝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자신의 두 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더 가까워져 그럴까. 절지아의 입에서 하얀 입김들이 뿜어져 나오고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눈이 절지아와 함께 했다.

  * * *

  "무슨 일이 생기신 걸까요?"

  엘리가 걱정스럽게 묻자 카렌이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이 좀 급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은 똑같으니 신경 쓰지 마라."

  `역시 아저씨야.`

  걱정 때문에 빠르게 뛰었던 엘리의 심장이 항상 여유로운 카렌의 분위기 덕분에 다시 제 속도를 찾아간다. 곁에 있기만 해도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데...주인 좀 살찐 것 같지 않냐?"

  "그런가요? 그런 것 같기도..하고...?"

  삼색의 말에 엘리가 카렌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살짝 얼굴이 부은 것 같이 살이 좀 붙었다.

  "그렇게 많이 먹으니 안 찔 리가 있냐."

  벌써 이틀이 넘게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운전하다 보면 옆에서는 쉴새 없이 조그만 손이 과자를 물어왔고, 휴게소도 간간이 들려 가며 먹을 걸 쌓아 놓고 먹었다. 하루의 끝에서는 헌터도로 옆에 지어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잤다.

  ?

  "근데 엘리는 안 쪘는데? 우리보다 더 먹었는데...참 신기하다."

  삼색의 말처럼 엘리는 집에서 출발하기 전과 똑같았다. 심지어는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도 많은 양을 먹는 카렌에 비해서도 많이 먹었다. 에피타이저와 본 식사 그리고 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네요?"

  "원래 안 찌는 체질에 성장기라 그렇겠지.?"

  "그런가 봐요. 카렌님은 살이 조금 붙은 게 보기 좋아요. 저도 조금 찌고 싶은데..."

  엘리가 자신의 하얗고 가는 팔과 다리를 보며 투덜거렸다. 열심히 채린 언니랑 운동해도 통 살과 근육이 붙지를 않는다.

  "너 나가서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연합 전체에서 돌 맞는다."

  ?

  후두두두둑,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엄청난 양의 눈보라가 앞 창문을 때렸다. 마치 우박에 맞은 듯한 타격음이 귀에 꽂힌다.

  "또 갑작스럽게 눈이 오네요."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켜 놓아도 와이퍼가 치우고 간 자리를 순식간에 눈이 점령해 버린다.

  이에 카렌은 와이퍼를 아예 꺼버리고는 와이퍼를 대신해서 실드를 만들어내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실드가 유리를 왕복하는 시간이 1초도 안 되니 와이퍼로 치울 때보다 훨씬 잘 보인다.

  사실 날씨가 이 정도면 아무리 타이어에 체인을 감아도 차는커녕 장비를 갖춘 사람도 못 돌아다닐 수준이다. 하지만 카렌이 운전하는 차는 거침없이, 오히려 앞을 가로막는 차들이 없어 좋다는 듯 나아가고 있었다.

  "아저씨 능력이죠?"

  "맞아."

  엘리의 말대로 차는 도로를 달리고 있지 않았다. 차가 가는 속도로 쌓인 눈 바로 위로 실드를 전개한다. 도로 위에 도로를 깐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에 따른 집중력은 또 어떤가. 거기다가 앞 유리까지 수동으로 치우고 있었다. 마법사든 각성자든 이 광경을 본다면 경악을 금치 못 할 일을 카렌은 숨 쉬듯 해내고 있었다.

  `역시 대단해.`

  마치 마법과도 같은 카렌이 벌이는 일에 엘리는 다시 한번 카렌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곧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합니다.]

  "어? 블라디보스톡?"

  엘리는 네비게이션의 청량한 목소리에 바깥을 바라보았지만 극심한 눈보라 때문에 옆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앞 유리를 통해 봤지만 그래도 네비가 말한 `블라디보스톡`이라는 도시는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그저 반쯤 무너져 내린 건물들만 스산하게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 어떤 곳에서도 인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떻든 네비는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안내를 종료했고 엘리는 어리둥절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가 블라디보스톡이에요? 제가 찾아 본 거랑 너무 달라요."

  엘리가 찾아 본 자료로는 광장에는 동상이 서 있고, 도시와 섬을 잇는 굉장히 크고 긴 다리가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아름다운 항구도시는 어디 가고 이런 폐허가 나타났을까?

  "그건 옛날 자료다. 비밀도 아니지만, 일부러 연합에서 업데이트를 안 한 거다."

  대격변이 일어날 때 전 세계가 피해를 받았지만, 그중에도 해안가, 툭 튀어나와 있는 이 도시는 불행히도 더 큰 고통을 받았다.

  "사는 사람은 거의 죽고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도 터전을 잃고 떠나갔다. 굳이 악몽을 다시 되새길 필요는 없다는 거지."

  "슬프네요..."

  사연을 듣고 보니 흉측했던 폐허가 엘리에게의 눈에 전과 다르게 보였다. 하나하나가 온기를 잃고 버려진 둥지 같다.

  "하지만 그 덕분에 비밀조직의 근거지가 자리 잡을 수 있었지. 휴게소에서 얘기해 줬지?"

  "네. 성자님과 솔라리님의 명을 받아 만든 `뿌리`라는 조직이요."

  "본거지가 옛날 구소련시절부터 있던 버려진 비밀 방공호에 있다더군."

  끼이이익, 카렌의 차가 한 박물관 앞에 멈춰 섰다. 세계대전 때부터 활용된 무기들을 전시해 놓았던 곳이다. 녹고 눈이 쌓인 대공포, 전함의 부함포, 녹슨 탱크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들어가자."

  이제 진짜 현장학습 시작이다. 장소도 박물관이라 딱 좋다. 다만 김밥을 먹는 게 아니라 비밀조직을 잡아 먹는다는 게 다를 뿐.

  ?

  카렌과 엘리는 뒷좌석에 있던 두꺼운 파카를 껴입었고 삼색은 카렌의 품에 쏙 들어갔다.

  "...너 진짜 살 좀 빼라."

  "곧 주인도 찔 거다."

  "너만큼은 절대 안 찔거니까 걱정 마라."

  휘이이잉, 차문을 여니 과연 러시아의 날씨는 매섭게 카렌과 엘리를 휘어잡았다. 둘은 눈보라에 떠밀리듯 걸음을 재촉해 박물관 내부로 진입했다.

  박물관의 바깥과 외부의 광경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장식품들은 약탈당하거나 쓰레기가 되어 곳곳에 처박혔고, 곳곳에 깨진 유리창과 벽에서 떨어져 나간 잔해들이 보인다.

  "흠..."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박물관 안내도를 보고 카렌이 고민에 빠졌다.

  `너무 넓은데?`

  여신이 자신에게 알려 준 건 비밀조직의 본진이 이 박물관 지하에 있다는 사실 뿐이다.

  "주인! 내가 찾아볼까? 나 탐험하고 싶다."

  삼색이 쏙 고개를 내밀더니 말했다. 내부는 바깥보다 그리 춥지 않으니 살만한가 보다. 아니면... 그냥 신기한 박물관 내부를 이리저리 신나게 돌아다닐 생각이 추위를 이긴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찾아봐."

  삼색이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고 엘리와 카렌은 넓은 본관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저희도 찾을까요?"

  "아니. 저 녀석이 못 찾으면 우리도 못 찾아. 고양이가 못 찾으면 인간이 육안으로 할 수 있을리 없지. 좀 쉬자."

  카렌은 저 멀리 토막 나 있는 나뭇가지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실드가 축구공을 발로 차듯 나뭇가지를 뻥 차서 카렌의 앞으로 대령한다.

  그리고 뒤이어 보이는 모든 나무로 이루어진 것들에 손을 뻗어 자신의 앞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터터터텅. 대포알이 날아오듯 맹렬하게 날아 온 것들이 카렌의 앞에 멈춰서고 거의 어깨까지 쌓이자 그제야 카렌은 모으는 걸 멈췄다.

  "아! 저 이거 알아요! 캠프 파이어!"

  그제야 엘리가 카렌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눈을 반짝였다. 소중히 품에 안고 있는 리스트에 적힌 `해야할 일`중에 하나였다.

  "여기 있어요, 라이터!"

  "응? 너 이건 왜 가지고 있어?"

  "다 준비했죠! 캠프파이어는 별 5개짜리인걸요?"

  대체 그 리스트는 어디까지 적혀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 카렌이 물었다.

  "그 리스트 보여줄 수 있니?"

  보니까 뒤로 갈수록 별 개수가 늘어나던데 과연 끝에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아무리 아저씨라도 그건 비밀이에요. 괜...찮죠?"

  엘리가 말하면서도 자신의 눈치를 보자 카렌은 전혀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반겼다.

  "물론이지."

  엘리에게서 처음 들어 본 거부에 카렌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렇지. 사람이라면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중에 교단의 지도자가 되려면 더더욱 그렇고.

  "이건 부끄러워서 그래요. 별거 아니에요. 절~대 아저씨를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닌 거 알죠?"

  괜히 엘리가 미안해서 이것저것 말을 덧붙이자 카렌은 엘리가 무안하지 않게 고개만 끄덕이며 불을 붙였다.

  불이 밑에서부터 잔가지를 타고 올라가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밝히며 열기를 뿜어내었다.

  카렌과 엘리는 영롱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잠시 감상했다. 밖에서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소리, 깨진 창문으로 바람이 새어들고 불꽃이 타닥거리며 화음을 아름답게 이루었다.

  "저기 나뭇가지 좀 더 가지고 올게요."

  "그러렴."

  장작은 충분했지만 엘리는 자기 손으로 한번 넣어보고 싶었다. 구석 쪽, 들기 딱 좋은 나무에게 엘리가 다가갔다.

  땡그르르

  하지만 카렌과 엘리가 멀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끼어든 차가운 쇳소리가 평온한 연주에 불협화음을 내었다.

  차가운 냉기가 올라 앉은 대리석 바닥으로 원통형의 막대기들이 여기저기 굴러 왔다. 카렌은 일단 자신과 엘리에 주위로 실드를 우산처럼 만들어 씌우고는 굴러온 것들을 살펴봤다.

  "연막수류탄?"

  ?

  안 그래도 어떻게 뿌리를 찾을지 막막했는데 이렇게 마중을 나와주니 고맙다. 다만 자신들의 주인이 될 사람을 향해 환영 인사가 좀 거칠다.

  `교육이 필요하겠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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