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50/140)

  교육이 미래다

  한적한 강변의 한 카페에서 절지아는 후배인 경기도 지역관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혹시 파면당하신 이유가...

  "

  "허허허...그건 아니다."

  후배의 뒷 말을 예상한 절지아의 이마에 혈관마크가 뽈록 솟았지만, 그래도 지금껏 쌓아온 신앙의 수양과 나이의 연륜으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게 불가능 한 건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역시! 노망이..."

  이번에는 절지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리고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 밖으로 나와."

  마침 장소도 딱 좋다. 한적한 강변에 있는 주위에 사람이 거의 없는 카페. 게다가 저쪽 으슥한 곳에 들어가면 아무도 못 본다.

  "아하하...선배님 저 이제 50이 넘었..."

  "나는 칠순이 넘었다 후배야. 오랜만에 옛날 추억을 되살려보자꾸나. 진심으로 덤벼도 좋다."

  그렇게 후배의 멱살을 끌고 간 뒷골목에서 존경받는 솔라리 교단의 현직 경기도 지역관과 전직 서울 지역관의 싸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악! 악! 진짜 때리십니까?"

  "허허...내가 늙기는 했나보구나. 아니면 우리 후배님이 정진을 했거나."

  자신의 주먹을 막는 후배를 보면서 절지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의 대련에 오토바이를 타고 오느라 찌뿌둥한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진짜 괴물이라니까.'

  후배는 가드를 했음에도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각성자와 달리 성전사들을 주먹이나 무기에 신성력을 못 불어 넣는다. 다만 육체가 튼튼해질 뿐.

  그런데 과연 그 '튼튼'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기도를 외우며 주먹으로 돌을 깨부순다. 그에 만족하지 않고 육체를 단련하고 격투술을 수련해서 철판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낸다.

  공격이 그럴진대 신성력의 특기인 방어는 또 어떻나. 눈꺼풀로 총알 따위는 거뜬하게 튕겨낸다. 영화에나 나오는 경지를 이룬 성전사의 전설이 바로 이 선배다.

  "언제 또 이런 기술까지 배우셨습니까? 한 번만 봐주십쇼!"

  "허허허...배움에는 끝이 없다네. 그나저나 우리 후배님 안 본 사이에 입이 많이 거칠어졌어. 조금 지도가 필요하겠구만."

  "끄아아아악! 항복! 항복!"

  절지아가 순식간에 뱀처럼 허리를 감아 팔을 무를 뽑듯 당기니 후배의 입에서 절로 참회가 터져 나왔다.

  절지아가 더 힘을 주면 정말 팔이 부러질 것 같아 힘을 풀고는 먼지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통이 심하긴 했는지 후배의 눈이 글썽이는 걸 보니 절지아도 살짝 양심이 찔렸다.

  "큼...뭐 그런 걸로 눈물까지 고이냐?"

  "선배! 저도 이제 관절이 좀 안 좋습니다! 육순을 바라본단 말입니다!"

  후배의 째려보는 눈길에 절지아가 받아쳤다.

  "그럼 아직 나처럼 노망날 나이는 한참 남았겠구나?"

  "그건...제가 실언했습니다."

  "크흠! 나도 그렇게 때린 건 좀 심했구나."

  둘의 나이가 120살이 족히 넘어도 아이마냥 쭈뼛거리며 화해한 선배와 후배는 살짝 어색한 분위기로 카페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두 분 다 몸에 먼지가 너무 많으세요. 잠시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먼지털이로 털어드릴게요."

  땅에 뒹구느라 더럽혀진 두 사람의 옷을 보고 기겁한 카페사장이 기겁하며 둘의 옷을 털어주었다.

  "크흠..."

  "미안하게 됐네."

  먼지를 터는 동안 둘은 카페사장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렇게 정겹게 우애를 다지고 온 둘은 자리로 돌아와 다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 진짜란 말입니까?"

  "내가 내 눈으로 확인했어. 여기 영상도 있다."

  "허어...진짜군요. 그럼 성자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성자와 성녀가 두 분은 동시에 못 나타난다고 성자님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선배도 들었잖습니까."

  "심판관님 말씀으로는 살아는 계시다고 했다. 다만 상태가 좋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지."

  카렌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긴 했지만 이 어린 후배한테는 좀 충격적일 수 있어 절지아가 알아서 수위를 좀 낮췄다.

  "그렇다면 성자님이 이상이 생기셔서 솔라리님이 성녀님을 보내신 거군요."

  "그렇지! 역시 젊으니 머리가 그래도 좀 돌아가는구만."

  후배 자신도 어디가서 먹은 나이로는 밀리지 않지만 눈 앞의 선배 앞에서는 여전히 젊은이 취급을 받고 있으니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는 선배를 믿습니다.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요. 그리고 반대쪽에 선다면 선배만큼 무서운 사람도 없죠."

  같이 죽을 위기도 수없이 넘기고 같이 성자를 보좌한 세월은 후배에게 절지아에 대한 충분한 믿음을 주었다. 게다가 영상도 있으니 안 믿을 이유가 없다.

  "정말 고맙구나."

  절지아는 후배가 마지막에 좀 장난을 치긴 했어도 자신을 향한 신뢰에 깊이 감동했다. 이 녀석도 성전사다. 스스로의 신념과 선배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자신이 죽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놈이다.

  "그런데 저야 선배를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성녀님이 직접 나타나셨는데도?"

  "성자님을 존경하는 놈들이 워낙 많습니다. 물론 솔라리님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위험한 겁니다."

  "직접 성녀님이 모두의 앞에서 능력을 보여주시면..."

  절지아의 말이 흐려졌다. 그러고보니 엘리의 능력은 성자님의 전성기처럼 화려하지 않다.

  "무슨 문제가 있군요."

  "그래. 아직 제대로 성녀로서 각성을 못 하셨어. 치유능력이 예전의 성자님처럼 뛰어나시지 않다."

  "그럼 더 힘들 겁니다. 솔라리교단에서 성자님의 명성과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어찌보면 솔라리교를 창시한 인물이 바로 성자다. 대부분의 성전사들은 그걸 보면서 꿈을 키웠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지. 심판관님이 나서기 시작하면 절대 조용히는 안 끝날 거다."

  "심판관님이 그렇게 무섭습니까? 물론 이름부터 이단심판관이긴 하시지만..."

  절지아는 그 때 카페에서 느낀 섬뜩한 카렌의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온갖 인간군상을 만나 본 절지아지만 온 몸이 자신에게 경종을 울렸었다.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너는 상상도 못 할 거다. 솔라리님이 그만큼 진노하셨다는 증거지."

  "...그렇죠. 다 저희 죄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올렸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연합을 돌아야지. 구 일본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중국, 러시아, 몽골을 돌 예정이다."

  "연합 전체군요. 아주 힘든 일이 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제 나이도 있으신데."

  "허허...내가 10살은 더 먹어도 너는 이기니 걱정 말거라."

  "10년 뒤에 또 싸우시죠. 그때는 이길 겁니다."

  "너도 같이 늙으니 똑같다 이놈아."

  둘은 티격태격하며 카페를 나섰다. 절지아가 오토바이에 올라타자 후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요즘 위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후배의 진심 어린 말이 절지아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나는 오히려 기쁘구나."

  절지아는 오토바이 뒤에 얹어 놓았던 헬멧을 쓰고 스로틀을 잡고 후배에게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늙은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이렇게 명확하니 오히려 좋지 않나. 그럼 이만 가겠네. 태양이 그대와 함께하길."

  "태양이 그대와 함께하길."

  성전사들의 인사를 서로에게 나누며 둘은 헤어졌다. 후배는 절지아가 떠나간 길을 한동안 계속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나도 가볼까."

  선배가 앞장섰으니 이제 자신이 따를 차례다. 경기도 지역관으로서 할 일이 많았다.

  * * *

  ??

  "그 양부모라는 놈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학교는 보내야 될 것 아닙니까?"

  "죽일 놈들이지."

  한민재가 분개하자 모두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지하에 쳐박혀서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고 있을 부부는 엘리를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보내지도 않았다.

  "그런데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 아니에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아파서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링을 한다고 입양기관이랑 학교에 말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양부모의 속옷 색 하나 하나 까지 모두 조사했었던 강이사가 말했다.

  "...그게 됩니까?"

  '

  "안 가봤자 학교에서는 독려장 밖에 못 보냅니다. 과태료도 적을뿐더러 지금껏 과태료조차 나온 사례가 아예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 자신들도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밑에 있는 세계를 접하니 참 암담했다.

  "그렇다고 학교는 못 보낸다. 나도 보내고 싶지만 너무 위험해."

  카렌의 말대로 지금은 괜찮았지만 언제든 교단에서 위해를 가할 수도 있었다. 자신들이 붙어있는다고 해도 엘리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럼 집에서 하면 되잖나? 그 홈스쿨링이라는 거. 그게 나쁜 거냐?"

  "음? 나쁜 건 아니지. 장단점이 있으니까."

  카렌이 오랜만에 영물 같은 소리를 하는 삼색을 새삼스럽게 바라봤다.

  "그...눈은 뭐냐?"

  삼색이 경계를 하며 슬금슬금 물러났지만 정작 카렌은 이미 다른 생각에 빠져 삼색의 움직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여기 다 있잖아?'

  자신의 주위에 둘러 앉은 얼굴들을 살펴보니 단번에 해결책이 떠올랐다.

  "너네가 하면 되겠네."

  ??

  "네?"

  "저희가요?"

  "요즘 학교에서 뭐 가르치지? 가장 어린 사람이...네가 말해봐."

  "일단 크게 나누면 국어, 수학, 과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20대 초중반인 한민재가 기억을 끄집어냈다. 졸업한지 몇 년 지났다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면...강이사, 좋은 대학 나오지 않았어?"

  지금은 퇴사했지만 조선제약의 이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웬만한 스펙과 머리가지고는 되지도 않는다.

  "연합대 나왔습니다."

  "높은데야?"

  "연합에서는 가장 들어가기 힘듭니다. 그리고 저번에 술마시다가 얘기해주신 건데 차석졸업 하셨다고...?"

  강이사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말하기는 좀 그럴 것 같아 한민재가 눈치 빠르게 대신 대답했다.

  "민재야. 그건 좀..."

  "왜? 내 앞에서 겸손할 필요 없다. 마음 놓고 말해."

  하긴 그 어떤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 와도 카렌 앞에서는 작디 작은 존재다. 여기 모두는 삼색이 입방정을 떨고 다녀서 카렌의 과거를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황제의 스승이었는데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학과는?"

  "경제학부 나왔습니다."

  "중학교랑 고등학교 수준 가르칠 수 있지?"

  "물론입니다."

  아무리 강이사가 나이가 먹었어도 연합내 최고 대학의 문과계열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학부 차석 졸업생이다. 대충 훑어보면 될 거다.

  "그 정도 되면 수학도 할 수 있겠지. 강이사가 국어, 수학까지 가르치고. 다음은 과학인데...한민재."

  ?

  "넵!"

  카렌이 지목하자 한민재가 덩치에 걸맞게 우렁차게 대답했다.

  "네가 가르쳐."

  "네? 저는 대학도 안 나왔는데요."

  "연금술은 과학의 일종 아니야? 무시하냐?"

  "아니...그래도. 제가 하는 것과는 좀 다른..."

  "네가 몇 달 간 나한테 배운 거랑 지금껏 게이트 다니면서 실전에서 익힌 것만 해도 연금술 분야에서 교수는 거뜬할 거다. 약초 배합 비율, 작용, 그것도 다 과학의 일종이야."

  물론 지구의 상식과는 조금 색다른 결과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제가 할 수 있을까요? 요즘 과학이라고 하면 지구과학이나 물리, 이런 거라서 어렵던데..."

  "모르면 배워서 가르쳐. 밥값 해야지. 아니면 엘리한테 네가 가르치는 거 싫어한다고 해줄까?"

  "아닙니다! 아니요! 그건 절대 싫습니다."

  요즘 여기 모두는 엘리와 노는데 푹 빠져 있었다. 그런 엘리한테 미움받는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욱씬거린다.

  "그리고 너 실험실 자체가 과학이야. 교과서에 있는 모든 거 다 눈으로 보여주면 된다. 별자리 보고 싶다 그러면 천체 망원경 같은 거 사주고. 화학 실험한다 그러면 교과서에 나오는 기구 통째로 사서 모든 과정을 직접 해보라 그래."

  "그런 거야 좋죠!"

  실험 얘기가 나오자 한민재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그건 자신의 전문 분야다. 그렇지, 수능과학도 아니고, 카렌의 말대로 모르면 배우면 된다. 자신이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다.

  "큰 것들은 해결됐고...공부만 해서는 건강하게 못 큰다. 체육쪽은...여기 있네."

  모두의 고개가 이제는 은퇴한 S급 헌터를 향해 돌아갔다.

  "나는 좋아!"

  자신의 차례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던 채린이 손을 번쩍 외쳤다.

  "내가 엘리를 누구도 못 건드리게 만들어 놓을게."

  체육이 그런 걸 가르치는 과목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넘어가자.

  "두 사람은 기술, 가정이랑 도덕 쪽 가르치고."

  "저희가요? 하지만 저희는..."

  영준과 친구가 뒷말을 흐렸다. 앞에서 카렌이 지목한 사람들과 비교하자 자신들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 역할이 제일 중요해."

  "네?"

  "내가 돈 많고, 가문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은 얼마나 봐 왔다고 생각해?"

  "셀 수도 없으시겠죠."

  160년 넘게 사람을 봐왔다. 왕족, 귀족이라 불리는 상류층 사람들을 밥 먹듯 만나본 카렌은 배워야 할 최우선 순위에 그런 것들을 두지 않았다.

  "저기 밭도 있으니 농사도 같이 지으면서 둘이 살아온 얘기라도 해주란 말이야."

  "그런 거라면 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꾸잉! 나는 뭐 하냐?"

  삼색이 앞발을 번쩍 들며 모두를 둘러보자 모두는 삼색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저렇게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는 고양이를 실망시킬 용감한 인간은 없었다.

  "너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이다."

  "뭔데?"

  모두가 카렌의 입만 바라보았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엘리 반 친구해라. 같이 옆에서 수업 들어."

  "그거 좋다!"

  만족한 삼색의 모습에 모두가 만족하는 해결책을 찾아낸 ?카렌에게 존경스러움을 표했다.

  "가서 엘리 불러와."

  삼색이 2층으로 올라가더니 곧 엘리를 뒤에 달고 1층으로 내려왔다.

  "우리 엘리는 갈수록 귀여워지네."

  채린이 한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의 오늘의 의상은 귀여움을 한층 더 가미시켜주는 일체형 청 멜빵바지다. 계단을 달리듯 내려온 엘리는 카렌의 옆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이거 선물이에요!"

  엘리가 뒤에 십자수를 모두에게 하나씩 내밀었다. 카렌이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사준 십자수 세트로 열심히 만들었나보다.

  "별 거 아니지만..."

  한민재와 한길은 곰을, 강이사에게는 돌고래를, 채린에게는 표범을, 영준과 친구에게는 강아지를, 삼색에게는 똑 닮은 삼색 고양이를 선물했다.

  "아이고! 우리 엘리 마음씨도 고와요."

  저 조그만 손으로 열심히 만드느라 바늘에 많이 찔렸는지, 엘리의 손가락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용이예요!"

  저번에 얘기해 준 드래곤 이야기에서 감명을 많이 받았나 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준 십자수에 비해 용의 비닐부터 뿔까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우와! 이거 완전 작품인데? 엘리는 카렌이 엄청 좋은가 봐?"

  "아저씨가 제일 좋아요."

  채린이 묻자 엘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내일부터 너의 교육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물론 너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거니 편하게 얘기해."

  "교육이요?"

  "맞아. 학교에는 못 가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과 1:1로 공부할 거다."

  "나도!"

  "...그래 저기 저 고양이도."

  엘리가 자신의 곁에 빙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자신이 만들어 준 십자수를 손에 쥐고 미소를 짓고 있는 선생님들이 보인다.

  "저는 당연히 좋아요! 삼촌들이랑 언니, 그리고 아저씨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엘리가 일어서서는 다시 배꼽인사를 했고 모두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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