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7/140)

  뭐 그냥 사는거지

  ★ ★ ★ ★ ★ : 최고! 이것 때문에 죽다 살아났어요!

  ★ ★ ★ ★ ★ : 야! 당장 사, 이거 진짜 판매자님한테 고마워서 리뷰남기려고 쓰는 거임, 아니면 나 혼자 샀다.

  ★ ★ ★ ★ ★ : 이런 포션이 이렇게 싸다고? 판매자는 땅 파먹고 사냐?

  ★ ★ ★ ★ ★ : 느슨해진 포션계에 긴장감을 주는 포션

  ★ ☆ ☆ ☆ ☆ : 위에 댓글 알바 풀었네 ㅋㅋㅋㅋ 딱 봐도 사기아님? 50%짜리 포션이 어딨어? 조선제약에서도 이제 30%인데? 아무리 F급 포션이라지만 거 장난이 너무 심한거 아니요.

  → 맞음. 경매장에서 사기치다가 손 모가지...아니 무서운 경매장 관리자 아저씨들이 잡아간다고 안 배웠냐?

  → 아! 진짜라고! 한 번 써보라니까?

  → ㅈㄹ, 진짜! 만약에! 50%라고해도 50만원이 말이 되냐? 누가 그 가격에 팔아?

  → 아 다들 닥쳐! 내가 선발대로 써 봄, 50만원이면 한 번 쓸만하지.

  → 후기 ㅇㄷ

  → ㅇㄷ

  → 빨리 응답해라 선발대!

  → 야! 선발대인데 저거 진짜임. 나 당장 한도까지 구입함

  →?? 선발대 새끼도 알바였네

  →진짠가?

  →앜ㅋㅋ 요즘은 선발대까지 알바가 하네. 야, 칭찬한다. 머리 잘 썼네

  → .... →.... →.... (2), (3) (4) (5) (6) (7) (8)

  리뷰 작성자가 공개되지 않는 경매장 특성상 장난이나 악의적으로 남기는 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리뷰들을 잘 믿지 않았다.

  항상 팔리던 물품만 팔리던 탓에 카렌이 올린 신선한 포션의 댓글란은 F급 헌터들의 주목을 받았고 대댓글의 페이지만 몇페이지가 넘어가자 답답하고 궁금한 헌터들이 직접 구매해보기 시작했다.

  "50만원 쯤이야. 그냥 내가 먹어보면 되지."

  "아니면 당장 경매장에 신고 넣는다."

  "어? 이게 뭐야?"

  "진짜 차는데?

  그렇게 은혜(?)를 경험한 헌터들이 앞다투어 리뷰를 남기기 시작하자 판매량과 리뷰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 ★ : 진짜..다

  ★ ★ ★ ★ ★ : ?? 이걸 50만원에? 복 많이 받으십쇼

  ★ ★ ★ ★ ★ : 판매자님 수량 거의 다 떨어졌는데 추가 판매 안 하시나요? ㅠㅠ

  ★ ☆ ☆ ☆ ☆ :아 리뷰 남기지 마라 멍청이들아. 다른 사람도 사잖아

  →그러는 지도 와서 남겼쥬?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지금껏 본 적 없던 효과의 50%성능의 포션에 경악한 F급 헌터들이 앞다투어 대부분 별점 5점을 주는 리뷰를 남기면서 연합헌터 경매장에서 유례없던 일이 일어났다.

  [F급 마력 포션 50%] 실시간 BEST 9위 UP ↑↑↑ ?]

  무려 F급 포션이 경매장 메인 페이지에 가장 눈에 잘 띄는 실시간 순위표에 올라가 버린 것이다. 최고 금액 Best, 판매량 Best 등 여러가지 실시간 순위표가 있지만 그 중에서 리뷰의 질인 별 개수로만 따지는 실시간 Best 에 들기는 쉽지 않았다.

  좋은 물건을 받고도 별 한 개만 남기는 헌터들도 많았고 애초에 목숨을 내놓고 사는 헌터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잘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F급 포션이지만 온 헌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와중에 슬라임을 잡고 있던 한 F급 헌터는 포션판매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이런 리뷰를 남겼다.

  ★ ★ ★ ★ ★ : 판매자님 근데 이거 대형제약사에서 가만 안 있을 건데 ㅠㅠ 혹시 위험하시면 제가 잘 알고 있는 해외로 연결 해주는 사람 있으니 헌터 넘버 남길게요 HN : 009827

  F급 헌터라고 아무것도 모르진 않다. 오히려 헌터의 가장 밑바닥인 만큼 추악한 진실들을 마주치는 경우도 많았다.

  오히려 위에 있는 사람들은 밑 쪽을 인간 취급하지 않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으니까.

  모두가 볼 수 있는 경매장에 자신의 헌터넘버(HN)를 남기는 일은 대단히 위험했지만 그래도 포션 덕분에 목숨을 구한 한 헌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기를 냈다. 그리고 슬프게도 F급 헌터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봐, 강부장 이거 봤어? 경매장에 재밌는 게 올라왔는데?"

  "경매장이요?"

  갑작스러운 이사의 호출에 부장은 뛰어오느라 살짝 찬 숨을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이사가 와치로 허공에 한 물품을 띄우자 부장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F급 마력포션 50%?? 이게 진짭니까?"

  강부장이 자신의 상사인 최이사를 바라 봤지만 이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강부장이 알아봐야지! 이런게 올라올 동안 진작 예상했어야지! 지금껏 뭐 했어? 보나마나 대한제약에서 흔들기 했겠지."

  '시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지금 맡은 일도 바빠 죽겠는데...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낙하산으로 꽂힌 주제에'

  강부장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이면서 속으로 눈 앞에 있는 이사에게 쌍욕을 했다. 이거라도 해야 용암처럼 부글거리는 속에 냉수 한 컵이라도 부을 수 있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평소 존경하던 사장님이 있는 연합에서 손 꼽히는 제약회사, 조선제약에 들어왔지만 회사가 좋으면 뭘 하나? 어딜 가나 사람이 문제였다.

  '후우...딸을 생각해야지.'

  강부장이 작년에 태어나 자신과 눈을 마주치기만 하면 천사 같은 미소를 방긋방긋 짓는 딸을 떠올리며 화를 억누르고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리뷰가 꽤 좋습니다. 이거 조선이 작업친 게 아니라 개인이 개발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사실은 무슨! 우리도 30%짜리 F급 포션을 특허료 내고 만들고 있는데 개인 놈들이 무슨 수로 50%짜리 포션을 세계최초로 만들어?"

  "하지만 경매장은 지금껏 사례로 보아 기업에서 이렇게 할 수가..."

  "아! 그건 모르겠고! 우리도 이런 마케팅 좋잖아? 비슷한 거 한 번 해봐. 이렇게 참신하면서도 다이나믹하고 이펙티브 한 걸로"

  '개소리하고 있네. 그런 게 있으면 내가 부장이 아니라 전무급은 됐겠지, 아니, 그래도 이 놈 때문에 못 올라가려나.'?

  "하지만..."

  "어허! 강부장 옆 부서인 3팀에서는 순이익이 그렇게 잘 나왔다던데? 곧 반기 평가 있는 거 알지?"

  "...알아보겠습니다."

  조선제약에서 이렇게 헛발질 하고 있을 때 바로 옆 건물, 경쟁사인 대한제약에서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어디야?"

  대한제약을 움직이는 모두가 모인 중역회의였다. 상석에 앉아 있던 대한제약의 사장이 말하자 정보팀장이 나와서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개인입니다. 경매장의 특성상 기업이 이렇게 하기 불가능합니다. 판매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물건이 계속 올라가 있으니 진품이 맞습니다. 게다가 개발부에서 분석해 본 결과 50%가 맞습니다."

  "개인이라... 개발팀이랑 연구팀에서는 분석했나?"

  말이 분석이지 어떻게 했는지 알아내서 제품화가 가능하냐는 애기였다. 개인이라 어차피 짓누르면 간단했으니 법적인 문제도 없을터.

  "죄송합니다."

  개발팀장과 연구팀장이 일어나서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사장은 예상했다는 듯이 손짓을 해 둘을 앉히고는 다시 정보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 알아냈나?"

  "아직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안전 지역에 설치된 택배 순간이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택배가 배송된 사실로 보아 판매자는 수도권 지역에 살지 않거나 위험지역에 살고 있는 걸로 판명됩니다. 경매장에서 막고 있지만 택배 인프라를 하나하나 따라가 보면 곧 실마리가 잡힐 듯합니다."

  지금 정보팀장이 말하는 하나하나가 모두 불법이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법이 지금보다 명확했던 옛날도 은근슬쩍 넘어갔는데 게이트가 생겨난 지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이 안건에 대해서는 직통으로 내게 연결해. 최대한 빨리 알아내도록."

  "알겠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만든 물약 때문에 F급 헌터들과 제약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었지만 정작 연못에 돌을 던진 사람은 편하게 쇼파에 앉아서 TV나 보고 있었다.

  "크으으! 삼색아. 저 활솜씨 봐라 저거!"

  "...꾸잉, 난 활쏘기 질리도록 봤어."

  "아...넌 실제로 있었겠네."

  하긴 선비가 본인을 죽이려고 활까지 쐈으니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겠다. 삼색은 빈둥대는 주인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처음에야 위압감 때문에 엄청 무서웠는데 이제는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는 방구석 백수가 따로 없었다.

  "내가 사라진 2006년에 이 드라마가 나왔다니! 이게 무려 시청률 41%를 찍은 주뭉이라니까?"

  "..."

  "키야...저 활 쏘는 것 좀 봐."

  "꾸잉...재밌긴 하다."

  투덜거리던 삼색도 웅장한 음악과 활쏘기 대결의 절정에 이르자 빠져들면서 마지못해 한 마디 했다. 삼색도 거의 산속에 파묻혀서 인간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탓에 K-DRAMA에 같이 빠져들었다.

  주몽과 대결하는 왕자들이 활을 쏘고 마침내 주몽이 활을 쏠 차례,

  "어, 어? 눈을 왜 가려?"

  "꾸잉?"

  나와 삼색의 걱정에도 TV에서 주몽은 화살을 담는 전통에서 화살을 모두 빼 바닥에 던져 꽂았다. 그리고는 머리에 묶는 끈으로 눈을 가리고는 활을 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화살을 시위에 걸기 무섭게 거침없이 쏘아대고 화살들은 중앙에 빽빽히 꽂히기 시작했다.

  "오...오...역시 주몽이야!"

  내 주먹이 나도 모르게 불끈 쥐어졌고 삼색이의 젤리에도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화살이 '명중'하자 그 장면을 지켜보던 왕은 자신이 지금껏 본 가장 뛰어난 궁사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왕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

  [해모수]

  "크으으으! 그렇지! 해모수가 주몽의 아버지라고! 다시는 주몽을 무시하지 마라!"

  "꾸잉! 꾸잉!"

  오늘도 치열한 바깥세상과 달리 평화로운 카렌과 삼색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주인, 그 포션 판매 안 해? 추가판매 요청 들어오던데?"

  "돈이 안 부족한데 일을 왜 해"

  예전이야 악착같이 모으고 물건도 사고, 한 때 꿈이었던 커다란 저택도 짓고 집사부터 하인들, 요리사, 정원사까지 모두 고용해 봤다. 처음엔 물론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 부질없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사치스럽게 펑펑 쓰면서 좋아하는 거. 그것도 다 재능이다. 난 비싼 다이아몬드가 치렁치렁 달린 비싼 옷 보다 편한 옷이 좋다.

  [챙, 챙]

  "오오, 저거 봐. 이제 검술 대결도 한다."

  "꾸잉!"

  ?

  그래, 뭐 다른 게 행복이냐. 푹신한 쇼파 위에 누워서 과자 까먹으며 드라마랑 영화 보는 게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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