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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48화 (148/150)

148화

지도에 있는 제노비아의 영역으로 향하던 태훈은 발길을 멈추었다.

“지도에 그려진 표식이 이곳인 것 같은데요. 잠깐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태훈은 마을 근방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지도의 장소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 장소를 알지 못했고 심지어 어림잡은 척도로 계산해 알아본 곳은 호수였다.

“이 지도가 맞는 걸까요?”

“여왕이 우릴 팔아 넘겼으면 넘겼지 구태여 이곳으로 보냈을 리는 없을걸. 느긋하게 찾아보자고.”

“느긋하게 찾아볼 시간이 어딨습니까. 언제 어디서 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데요.”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수레를 세워놓고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힐 때 한 무리의 병사가 다가왔다.

그러곤 태훈과 이미르를 불러 세웠다.

“어이, 너희들은 행상인인가?”

“그렇습니다만. 왜 그러시죠?”

“못 보던 자들이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거래 허가증 있나?”

행상인은 각 국가에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허가증이 있어야 했다.

미리 준비해 둔 허가증을 보여주자 병사들 중 한 명이 둘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디서 온 거지?”

“세레니스에서 왔습니다.”

“물건은?”

태훈은 수레로 다가가 싣고 온 병장기들을 보여주었다.

“병장기를 파는 행상인이 왜 이런 시골마을까지 온 거지?”

“아, 저 사실은 이 사람 고향을 찾고 있습니다.”

태훈은 이미르를 보여주며 말했다.

“동료인가?”

“네, 어릴 때 하도 못 살아서 친척한테 맡겨졌는데 그 이후로 가족을 만나본 적이 없답니다. 그래서…….”

“제노비아 사람인가?”

병사가 이미르를 향해 묻자 태훈이 이미르에게 눈짓을 보냈다.

끄덕끄덕-

이미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가 이미르의 얼굴을 확인했다.

움찔-

이미르의 미의 기준은 이곳에선 추녀였기에 병사는 얼굴을 확인하곤 바로 물러섰다.

“쯧, 저러니 가족이 찾질 않지.”

발끈할 만한 발언이었지만 태훈이나 이미르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하하, 그래서 저 친구 기억을 더듬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 동네는 아닌 것 같은데 난 이 동네 토박이지만 아이를 잃어버렸거나 없어진 집은 없었어.”

태훈은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이 친구가 기억 더듬으면서 만든 지도인데 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기억으로는 엄청 큰 나무가 있었다고 하는데.”

“뭐야, 이게 지도야? 이 근방은 아닌 것 같은데.”

“어이, 이 근방에 이런 곳이 있었나?”

지도에 호기심을 느낀 병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능숙하게 지도로 관심을 끈 태훈은 이미르를 향해 조용히 웃어 보였다.

“아, 요기 이곳. 혹시 아르마 호수 아닙니까?”

병사 하나가 표식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형이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지형이 군데군데 있는 걸로 봐선 아마 아르마 호수가 맞는 것 같은데요.”

“아르마 호수 근처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

“본 적 없습니다.”

그 말에 태훈은 기운이 빠졌다.

토박이라면 세계수 정도라 불릴 정도의 큰 나무는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비밀이었기에 그것이 세계수라고 공표는 안 되어 있겠지만 적어도 이름에 걸맞는 큰 나무 정도는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 됐지만 이 동네는 아닌 모양이군.”

“아, 예. 그럼 저희는 조금 더 살펴보다가 가겠습니다.”

“뭐 적당히 살펴가게.”

태훈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별다른 수상함을 못 느낀 병사들은 갈 길을 떠나려 했다.

그러다 한 병사가 수레를 끄는 말 두 필을 보고 무심코 말했다.

“와, 말들이 끝내주네요. 행상인 말치고는 너무 훌륭하네요.”

그 말에 태훈은 속으로 뜨끔했다.

말은 군마였다.

당연히 일반 말들보다 몸집이나 근육량이 남달랐다.

거기다 기병대장이 가장 좋은 말을 골라주었지 않은가.

병사들을 인솔하던 자도 말들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렇군. 이봐, 이 말 얼마 주고 샀나?”

“운이 좋아서 싸게 샀습니다. 지인 중에 천인장님이 계셔서 헐값에 군마를 샀죠.”

“허어, 세레니스 법에도 군마 거래는 처벌 대상일 텐데.”

“허허, 다 인맥 덕분이죠.”

“팔 생각 없나?”

“그래도 소금화 두 닢은 나가는 놈들입니다.”

“허험.”

자신의 몇 년 치 급여를 모아야 될 금액에 인솔하던 자는 헛기침을 하며 물러섰다.

그러다 문득 이상하게 태훈을 쳐다보았다.

“행상인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거금을 말에 투자하는 거지?”

“저는 얀 제국부터 카나리스까지왔다 갔다 합니다. 말에는 아끼지 않죠.”

“험, 행상인 수입이 그리 좋은가.”

타당한 이유라 인솔자는 헛기침을 하며 사라졌다.

위기를 넘긴 태훈은 일단 호숫가로 향했다.

호수는 축구장 10개 크기 정도의 엄청난 크기였다.

물은 맑았고 근처는 잔디와 허리까지 오는 풀이 전부였다.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근처에 나무라곤 보이질 않아요.”

“흠…….”

주위를 둘러보던 이미르가 물가로 다가갔다.

넓은 호수를 보며 멍 때리던 그녀는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뭐하는 겁니까? 날이 덥긴 하지만 수영할 시간은 없다구요.”

태훈은 책망하듯 그녀를 나무랐다.

하지만 그녀는 물속에서 나오질 않았다.

물에 뛰어든 직후 1분 가까이 머리를 내밀지 않는 것을 보고는 겁이 덜컥 났다.

신이었던 시절엔 수영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인간이었다.

급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간 태훈은 물속에서 그녀를 찾았다.

다행히 이미르는 수면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푸하! 아, 죽는 줄 알았네. 인간의 몸이란 걸 깜빡했어.”

“뭡니까, 갑자기 멱을 감고.”

“멍청이,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적셨겠어? 우리가 찾는 건 이 밑에 있다.”

“밑에요?”

“조금만 더 내려가 봐. 곧 보일 거다.”

태훈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잠수했다.

십여 미터를 잠수하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 저건…….’

그건 나무였다.

단,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닌 돌로 된 나무였다.

좀 더 내려가자 수많은 가지가 보였고 숨이 찰 때까지 내려간 그곳엔 호수의 크기와 맞먹는 듯한 돌로 된 나무 본체가 있었다.

“푸핫!”

수면 위로 올라온 태훈이 저게 뭐냐고 물었다.

“뭐긴, 세계수지.”

“돌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일단 뭍으로 가자.”

뭍으로 올라온 그녀는 거침없이 옷을 벗어재끼며 젖은 옷을 말렸다.

그럼에도 태훈은 아무 반응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하라 했다.

“지도대로 여긴 오래전에 호숫가 아닌 땅이었을 거야. 전 신이 저승으로 가는 문을 폐쇄하면서 세계수 자체를 없앨 수 없으니 호수로 만들어 가라앉힌 거지. 아마 원래 재질이 돌도 아니었을 거야.”

“그럼 엘프들이 호수 아래에 있는 돌로 된 나무에서 열매를 얻는 건가요?”

“엘프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과실을 봤지? 보석이었잖아. 더 이상 생물 형태의 열매는 없을 거야. 나무가 저 모양이니까.”

얀 제국의 황제가 들으면 기절할 만한 정보였다.

“그래서 문은 어딨습니까?”

“아마 세계수의 밑둥에 문이 있을 거야.”

“확실해요?”

“몰라,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니까.”

수심은 깊었다.

숨을 참는 것도 문제지만 어림잡아 30미터는 거뜬한 수심.

아무런 장비 없이 내려갈 만한 깊이가 아니었다.

“내려갈 방법이 없…… 진 않나?”

태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물가로 다가갔다.

축구 경기장 10개 정도의 면적.

수심은 어림잡아 30미터 이상.

그 정도의 물이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해보지 뭐.”

태훈이 물에 손을 담갔다.

?

잠시 후 태훈은 숨을 헐떡였다.

호수 주위는 찜통처럼 더웠다.

그의 눈앞에 물이 말라 버린 호수가 드러나 있었다.

예상대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로 된 나무 형태의 조각물.

“오, 물을 모두 증발시켜 버릴 줄이야.”

태훈은 손을 물에 담그고 불 계열 마법을 끊임없이 시전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물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두 시간이 됐을 땐 물이 끓어올랐다.

결국 해가 질 무렵엔 물이 모두 증발했다.

“호수였기에 가능했죠. 덕분에 지금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에요.”

“멍청하긴, 이럴 때 쓰라고 드래곤 녀석이 아티펙트에 힘을 담아준 거잖나.”

“아…….”

아티펙트를 꺼내 들자 고갈 상태였던 마나가 재빠르게 충당되었다.

한숨 돌린 그는 이미르와 함께 비탈을 내려갔다.

밑둥에 거대한 문이 있었다.

“이건가 보네요. 문은 어떻게 엽니까?”

“직접 열어봐.”

태훈은 못마땅한 눈으로 그녀를 흘겨본 뒤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문에서 희미한 빛이 나더니 이내 푸르스름한 정령이 나타났다.

[이곳은 고결한 자들의 땅으로 가는 문. 허락받지 못한 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자아를 가진 듯하자 태훈이 말을 걸었다.

“나는 저승으로 가려 한다. 문을 지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문을 지나갈 수 있는 자는 신뿐이다. 인간인 그대는 들어갈 수 없다.]

“그럼 전직 신은 어떠한가?”

태훈은 이미르를 앞으로 내세우며 말했다.

정령은 이미르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혼은 인간의 것이 아니구나. 하지만 육체는 분명 인간의 것. 지나갈 수 없다.]

“정말 방법이 없나?”

[오직 신과 신이 허락한 자만이 가능하다.]

그 말에 태훈은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이 정도는 예상했을 텐데 아무 대책도 없이 여길 오자고 한 건 아니겠죠?”

“흠, 이건 어떠려나.”

이미르가 품에서 내민 것은 팬던트.

태훈이 홀든에게서 받아 정령섬의 동력으로 썼던 팬던트였다.

“그건 동력원으로 쓰고 사라지지 않았어요?”

“이건 네가 준 게 아니야. 너가 나한테 준 건 그때 소멸했지.”

“그럼 그건 뭐예요?”

“내가 이걸 내밀면서 조력자에게 받았다고 했지? 내가 그걸 믿은 이유는 나도 그 녀석에게 같은 걸 받았거든.”

“뭡니까, 그럼…….”

태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회귀하기 전 그는 동력원을 얻기 위해 봉인된 녀석과 몸을 바꾸었었다.

그때 이미르가 그것을 꺼냈으면 몸을 바꾸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미르는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기에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

“아, 아닙니다. 내놔요.”

태훈은 그것을 낚아채 정령에게 내밀었다.

“자, 이거면 통행증으로도 가능한가?”

정령은 태훈이 내민 팬던트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신의 힘을 물려받은 자. 자격은 충분하다.]

“뭐야, 끝이야?”

태훈은 한바탕 싸움을 벌일 줄 알았다.

힘으로 문을 열어야 할 줄 알았는데 정령은 팬던트를 보고는 쉽게 물러섰다.

끼기기기기-

문이 열리자 자줏빛 웜홀이 나타났다.

“저기가 입구네.”

“갈 준비 됐어요? 저기 들어가면 죽든가 살든가 둘 중 하나예요.”

“내가 뭐 잃을 거 있어?”

당연한 걸 뭘 물어보냐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태훈은 머쓱해했다.

망설임 없이 둘은 웜홀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듯한 감각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이 눈앞에 나타난 바닥에 그는 반사적으로 낙법을 펼쳤다.

갑자기 나타난 바닥이라 마법으로 떠오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는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며 충격을 최소화했지만 이미르는 사정없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괜찮아요?”

“쓰읍. 엄청 아프네.”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어도 이미르는 투덜대며 쿨하게 일어섰다.

주변은 한번 봤었던 풍경이었다.

자욱한 분홍색 구름과 하늘.

그리고 사방에 아무런 표정 없이 걷고 있는 사람들.

“죽은 사람들의 영혼들인가…….”

단번에 그들이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저승에 온 자들임을 알 수 있었다.

태훈은 그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줄이고 저 앞에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을 겁니다.”

“나도 알아. 내가 여기 안 와본 줄 아나? 문제는 어떻게 들어가냐지.”

분명 그의 기억에도 들어가기 위해선 검은 정장과 동행해야 했다.

그러나 산 자인 자신들이 접근했다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

고민하던 그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있어요. 여기 아는 사람이. 다음에 올 때 꼭 찾아달라고 했었거든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은 그는 아는 자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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