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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37화 (137/150)

137화

“시작되었습니다.”

가면 집사의 보고에 마데우스는 진격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공터로 향했다.

1회분량의 마법통을 실은 마차만 도착하면 마법 회로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쾅-

허공에 있던 마수가 폭발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수가 마데우스 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의 손에서 뻗어져 나간 빛이 마수를 증발시켰다.

“물건은 언제 도착하지?”

“1시간 내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마차를 사수해 와라.”

마데우스의 진심 어린 표정에 집사는 고개를 숙였다.

한편 신관과 마법사들이 돔 안으로 진입하자 싸움의 형세는 이미르 쪽으로 기울어졌다.

키메라는 정령병사가, 언데드는 신관이 담당하니 마데우스 측의 전선이 빠르게 무너졌다.

이에 대응하는 마데우스 전력은 물량이었다.

부서진 키메라들은 언데드로 다시 부활하며 끊임없는 파도를 형성했다.

전장을 살펴보던 이미르는 거대한 섬광이 하늘의 마수를 불태우는 것을 보고 일어섰다.

“저기에 있군.”

“직접 가실 겁니까?”

“그럴려고 이곳에 온 거다.”

“놈은 당신이 나타날 것을 예상했을 겁니다. 함정이 있을 수도 있어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넌 절대로 나서지 마라. 네가 잡히면 모든 게 끝이야.”

그 말을 끝으로 이미르와 정령왕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탑에는 태훈과 레이첼을 호위하는 두 마리의 드래곤과 물의 지니만이 남아 있었다.

물의 지니가 만들어준 수정구를 통해 바깥 상황을 살피던 중 곁에 있던 드래곤이 한 곳을 응시했다.

그와 동시에 물의 지니와 태훈도 섬뜩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불의 영역 끝자락에서 막대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곳에 적이 들어올 수 있나?”

“이미 물질화된 곳이라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존재는 정령밖에 없죠.”

그 말과 동시에 탑 아래로 거대한 불기둥이 생겨났다.

그것을 본 물의 지니가 미간을 좁혔다.

“전임 불의 정령왕이군요.”

“음, 그 배신자인가.”

“이미 정령왕의 자격을 박탈당했기에 제가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물의 지니는 탑 아래로 몸을 날렸다.

“정령의 본분은 세계의 균형이거늘. 추악한 자의 혓바닥에 놀아나다니.”

“아무리 내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났다지만 고작 지니라니.”

“헛소리는 그만하고.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냐? 이제 와서 제정신을 차린 것 같지는 않다만.”

“주인이 없는 집에 찾아온 이유는 뻔하지 않나.”

“우리가 얕보였군.”

물의 지니의 손에서 거대한 물보라가 뻗어져 나갔다.

거대한 불기둥에 작렬하자 스팀 기계 소리가 나며 자욱한 김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안개처럼 낀 김 속에서 불타는 덩치가 나타나 팔을 휘둘렀다.

3미터는 될 법한 거인은 온몸에 불이 붙은 근육질의 인간 형상을 하고 있었다.

“추방당하더니 볼품없어졌군.”

“그래도 지니 하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

물의 지니와 불의 정령왕이 싸우는 통에도 드래곤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태훈이 보기에도 마력양을 비교했을 때 물의 지니 쪽이 좀 더 우세했다.

모두의 시선은 둘의 싸움에 몰려 있었다.

그때 한 드래곤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드래곤이 이질적인 기운을 눈치채고 뒤쪽으로 브레스를 발사했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탑의 상층부가 박살이 났다.

거대한 먼지 구름 속에서 두 드래곤이 각자 태훈과 레이첼을 데리고 날아올랐다.

뒤쪽에서 들린 폭발음에 지니의 시선이 잠시 돌아가자 불의 정령왕은 틈을 노렸다.

“한눈을 팔다니. 예의가 없군.”

“칫, 가소로운…….”

“가소롭다라. 어디 이래도 그런지 볼까.”

정령왕은 품에 손을 넣었다 뺐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푸른색과 보랏빛 액체가 담긴 앰플이 들려 있었다.

힘을 주어 그것을 깨뜨리자 액체가 정령왕의 몸에 흘러들어 갔다.

푸확-

치솟는 불길에 삽시간에 주위의 공기가 빨려들어 갔다.

한순간에 자신을 웃도는 마력을 가진 적을 보며 지니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렸다.

“재밌는 물건이네.”

“네 녀석의 주제를 깨닫게 해주지.”

지니와 전 졍령왕의 2차전이 시작될 때 태훈과 레이첼은 지면에 내려왔다.

무너져 내린 탑의 잔해 속에서 집사 차림의 가면이 나타났다.

마데우스의 옆에 있던 심복이었다.

“드래곤인가. 오랜만에 보는군.”

가면의 말에 드래곤은 대답 대신 브레스를 쏘았다.

집사 가면은 빠른 속도로 브레스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에 드래곤의 브레스가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자 다른 드래곤이 날아올라 공중에서 마법으로 포격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마법과 브레스에도 집사 가면은 태훈을 향해 뛰었다.

태훈도 검 손잡이에 손을 대고 레이첼의 앞을 가로막았다.

언제라도 검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를 발견한 공중에 있던 드래곤이 몸을 낙하했다.

집사 가면을 깔아뭉개듯 지면에 낙하.

태훈은 실드로 충격을 막는 한편 레이첼을 몸으로 감쌌다.

서걱-

바닥을 짓누르고 있던 드래곤의 앞발 발가락이 하늘로 치솟았다.

미스릴보다 단단하다는 용비늘을 뚫은 것이다.

뼈까지 절단하는 것을 본 드래곤의 눈이 커지며 포효를 질렀다.

가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드래곤의 팔을 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다른 가면을 보고 드래곤은 아차 싶었지만 집사 가면의 검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 * *

얀 제국으로 돌아온 헤이링 헤이링은 즉시 대관식을 올렸다.

모두의 시선이 정령섬에 쏠려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 모두들 얼떨떨했으나 대관식은 신속하게 치러졌다.

다른 황자들의 실종 사건들이 도마에 올랐으나 헤이링은 수도의 군대를 움직였다.

다른 황자들을 추종하고 있든 귀족들을 시덥잖은 이유로 잡아들인 다음 반역 혐의로 모조리 처형시켰다.

갑작스레 벌어지기도 한 일이거니와 평소 헤이링의 성품과는 반대되는 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가차 없이 나가떨어지는 귀족들의 목을 보고 상황을 짐작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관례상 대관식이 이루어지면 한 달간은 축제기간 이었지만 헤이링은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축제 기간을 없앴다.

“폐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합니다.”

“우린 우리 일만 하면 된다.”

황제의 염원은 불멸.

육체를 옮겨 다니면 삶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영혼에 손상이 갔다.

그리고 손상되었던 영혼은 이미르에 의해 완전히 복구된 상항.

“윽…….”

황제가 머리에 통증을 느끼며 휘청거리자 근위 대장이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아, 괜찮다. 어린놈이 애를 먹이는군.”

거의 지워져 가는 헤이링의 정신이 황제의 정신을 침범하고 있었다.

빼앗긴 육체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이었으나 황제의 정신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약을 다오.”

“약은 이미 떨어졌습니다.”

“너희들도 떨어졌느냐?”

“네, 그렇습니다.”

육체의 본 주인의 정신을 지워 버리는 약이 있었지만 이제는 고갈된 상황.

황제는 아카데미로 향했다.

얀드로의 방으로 간 황제는 약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황제를 본 얀드로는 고개를 숙였다.

“일은 어찌 되셨습니까.”

“영혼은 복구됐다.”

“오오, 그렇다면 저에게도 은총을 내려주십시오.”

“약을 만들어라. 그리하면 너에게도 새로운 육체를 주마.”

얀드로는 재빨리 약을 만들었다.

약이 제조되는 동안 얀드로가 다시 말을 걸었다.

“폐하, 저도 이 몸으로는 이제 한계입니다.”

“알았다. 대체할 몸을 데려와라.”

그 말에 얀드로는 기뻐하며 방을 나섰다.

얀드로가 향한 곳은 파케의 방이었다.

‘여자의 몸이라 불편한건 많겠지만 그 명석한 두뇌는 포기할 수 없지.’

얀드로는 파케를 불렀다.

잠히 후 파케가 얼굴을 보였으나 그녀는 어딘가 바빠 보였다.

“무슨 일 있나?”

“아,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황제께서 찾으신다. 같이 가시게나.”

“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얼른 준비하겠습니다.”

파케는 시간을 끌었다.

사실 조금 전 황제가 아카데미에 들어온 것을 보았고 얀드로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우연찮게 둘의 대화를 들은 파케는 대강 상황을 파악했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소문이 퍼진 마당에 그런 대화를 주고받았으니 자신이 헤이링처럼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단났네. 어떻게 빠져나가지.’

파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창문으로 나가자니 이곳은 3층이었다.

“뭐 하나, 폐하께서 기다리시네.”

“아, 네, 금방 끝나요.”

급한 마음에 파케는 탁자 위에 있던 촛대를 집어들어 소매에 넣었다.

때마침 얀드로가 방으로 들어오며 그녀를 나무랐다.

“어서 오게. 뭐 하나.”

“네, 끝났습니다.”

파케는 얀드로를 따라 방을 나섰다.

얀드로의 뒤를 따라가며 파케가 물었다.

“그런데 폐하께서 갑자기 저를 찾으십니까?”

“글쎄, 새로이 황제가 되셨으니 아카데미 상황을 알고 싶으신 거겠찌.”

그런 거라면 얀드로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다 얀드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귀찮아하는 듯한 행색에 그녀는 자신의 짐작이 맞다고 의심치 않았다.

그 순간 소매에서 촛대를 꺼냈고 그대로 얀드로의 후두부를 향해 휘둘렀다.

쾅-

“끅!”

비음이 섞인 짤막한 단발마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앞으로 쓰러진 얀드로는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몸부림쳤다.

‘이……. 이상하다. 책에선 이러면 기절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안절부절모ㅤㅗㅅ하던 파케는 눈을 질끈 감고 두어 번 더 촛대를 내려쳤다.

얀드로의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본 파케는 주위를 살피고 그의 몸을 안 보이는 구석으로 끌고 가 뉘였다.

그리곤 재빨리 아카데미를 벗어났다.

아카데미를 벗어난 파케는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후드를 눌러썼다.

그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의 고향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얀드로가 발견된 것은 파케가 수도를 벗어난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두통에 몸부림치던 황제는 근위 대장에게 그를 찾아오라고 했고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얀드로를 찾아낸 것.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황제는 길길이 날뛰었다.

“젠장! 약의 제조법은 그놈밖에 모르는데!”

황제는 영혼의 전이법을 알고 있었고 얀드로는 전이된 육체에서 영혼을 안정화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일단 그자의 연구서를 모두 뒤져보겠습니다.”

“그놈이 그런 걸 남겨뒀을 것 같나? 그랬다면 진작 약의 제조법을 가로챘겠지. 겨우 그런 애송이한테 당하다니.”

“그럼 어떻게 하죠? 약이 없다면…….”

“두통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정신력이 강한 놈일수록 우리가 위험해. 혹시 모르니 예비 몸체를 더 찾아야겠군.”

여차하면 다시 한번 육체 전이를 할 생각이었다.

육체 전이 직후 일정 기간은 두통만 동반할 뿐 위험은 없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다시 육체 전이를 통해 영혼 잠식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는 황제의 침소로 향했다.

지난 100년간 불멸을 연구해 온 자료가 침소에 있는 비밀 문 안쪽에 있었다.

오랜 세월 불멸에 곤해 연구하며 찾은 결론이 있었다.

늙지 않는 몸에 영혼을 정착하는 것.

늙지 않는 몸은 키메라 형식으로 만들어냈다.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붉은 트롤의 몸.

압도적인 재생력을 가진 슬라임.

몸이 늙어가며 마나를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한 마수의 심장.

마수의 심장은 그 어떤 생명체 보다 강하고 튼튼했다.

이 모든 걸 조합하니 흉측한 몰골이었지만 외모는 부수적인 것.

강이한 육체와 생명력.

심장이나 머리가 파괴되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 몸이었다.

거기에 인조인간이라면 신이 추적하기 힘들었다.

다만 완벽하게 정착하려면 온전한 영혼이 필요했고 그것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영혼이 손상된 뒤였다.

황제는 비밀의 공간에 누워 있는 키메라 육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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