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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34화 (134/150)

134화

태훈은 신전을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혼자 남은 그는 정령과의 계약을 맺는 의식을 거행했다.

뮤즈의 행방불명 이후 몇 번인가 시도했었지만 실패했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령을 부르는 의식을 텀을 두고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러다 7번째 시도 때 정령이 나타났다.

그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오랜만이군.”

“그렇군요. 오랜만입니다.”

상대는 물의 지니였다.

“네가 직접 왔다는 건 내가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아니면 지니급인 제가 직접 오지 않았죠,”

“그동안 몇 번이나 불렀는데 왜 대답을 안 한 거지?”

“그건 그분께서 직접 말씀해 주실 겁니다. 저와 같이 가시죠.”

“어딜?”

물의 지니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고 태훈은 그 손을 잡았다.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고 그는 자신이 정령계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인간이 정령계에 발을 디딜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그분께서 설명해 주실 겁니다.”

지니는 태훈을 데리고 정령계의 중심부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태훈은 막대한 마나가 사방에서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상의 수십 배는 될 법한 마나의 농도에 갑갑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미르가 그를 보며 웃었다.

“여어, 왔나.”

“왔습니다. 그동안 뭘 하고 계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음, 앉아라.”

어느새 생겨난 의자에 앉자 이미르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불의 정령와의 도주 사건 이후 이미르는 새로운 불의 정령왕을 선출하는 것과 동시에 군대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군대? 무슨 군대 말입니까?”

“정령의 군대지. 각 속성별로 중급 이상의 존재들로 구성했어.”

“마데우스를 치는 겁니까?”

“맞아. 놈이 돔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나?”

“그것 때문에 당신을 찾은 겁니다.”

태훈은 죽은 정찰병이 전한 메시지를 말해 주었다.

그걸 듣고 난 이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돔을 친 이유는 내 시선을 가리기 위함이야. 안에서 그런 짓을 벌이고 있었군.”

“놈은 저승으로 가는 문을 여는 게 목적 아니었습니까? 왜 그런 파괴 행위를…….”

“신기를 통한 저승의 문을 여는 방법 말고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지.”

“그게 미티어란 말씀입니까?”

“그게 떨어지면 얼마나 죽을 것 같나? 적어도 절반은 사라질 걸세. 거기다 인간만이 죽는 것도 아니지.”

이미르는 멸절 사태에 의해 대량의 영혼들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 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선례는 없지만 놈이 준비를 하는 걸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럼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닙니다. 다시 한번 신탁으로 군사를 동원…….”

“더 이상 지상의 존재들로 물리력이 통할 단계는 지났어. 놈을 치는 건 정령과 드래고니안들로 하겠어.”

“드래고니안?”

“저주를 풀어줄 생각이야.”

“그건 좋은 소식이군요. 헌데 그들의 수장이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그건 회복 중이네.”

“회복?”

“그 녀석은 이미 저주가 풀려서 본래 드래곤이 가진 마나의 최대치를 회복하는 중이야. 뭐 인간의 마나 고갈 상태와 비슷한 거지.”

“왜 그자만 저주가 풀린 거죠?”

“음, 그건 내 사정과 좀 연관이 있지.”

이미르는 입맛을 다시더니 뒤통수를 긁었다.

그러곤 자신은 더 이상 신이 아니라고 했다.

신의 자리에서 쫓겨났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종의 권한 제한 상태라고 보면 돼. 1급신 녀석들이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라고 일종의 자물쇠를 쳐둔 거지. 덕분에 저승으로 출입도 못하고.”

“헤라 같은 경우입니까?”

“아니야. 그 녀석은 강등당하고 추방까지 당했으니 나와는 격이 달라. 아무튼 내 힘은 제한적이고 위에서 보기에 얌전히 지내는 것처럼 보이려고 그동안 조용히 있던 거지.”

“그럼 정령왕들은 당신을 따른다고 합니까?”

“보면 몰라? 난 아직까지 이 세계의 신이야.”

태훈은 못미더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이미르의 관자놀이가 꿈틀거렸다.

“제한이긴 하지만 마데우스 놈과 맞붙어서 이길 자신 있다.”

“그건 모르는 일이죠.”

“그래서 이쪽에는 내가 있잖아. 그보다 알포네의 위치는 알아냈나?”

태훈은 망설였다.

누구도 믿지 말라던 녀석의 말에 이미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도대체 마데우스에게 알포네의 존재가 어느 정도인 거지.’

태훈은 왜 그렇게 알포네에게 집착하느냐고 물었다.

“이쪽에서 모은 정보에 의하면 마데우스와 알포네는 쌍둥이다.”

“쌍둥이?”

“두 놈이 같이 있을 때 1급 신의 힘이 발현된다는군. 알포네를 우리가 잡아둔다면 그놈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

‘그래서 마데우스와 만나지 말라고 했던 건가.’ 자신이 마데우스와 만났다면 알포네는 해방되었을 게 분명했다.

태훈은 잠시 고민하다 알포네에 대해 말해주었다.

알포네의 감금 위치.

그리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까지.

그것을 듣고 난 이미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을 잇지 않았다.

“……그랬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제가 말을 하지 않았던 게 잘못이라면 벌을 받겠습니다.”

“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묻어두지. 어쨌거나 네가 우리 쪽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럼 이제 문제는 없는 겁니까?”

“마법이 발현되기 전에 돔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만 찾으면 되겠군.”

“그런데 왜 상위 신들은 잠자코 있는 겁니까? 눈치채고도 충분할 텐데요.”

“그걸 알 길이 없어. 도대체 왜 손을 놓고 가만히 있는 건지. 저들 딴에는 마데우스가 스스로 기어 나올 때 확실하게 잡고 싶은 건지 아니면…….”

“아니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걸 수도 있지.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일이니까.”

“음…….”

이미르가 말한 두 가지 상황 모두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자신들에겐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으니 차원 하나의 희생쯤은 방관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언제 시작하실 생각입니까?”

“곧 모든 정령이 군사화 될 거야.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시작해야지.”

“그럼 저도 돌아가서 준비하겠습니다.”

“돌아가다니? 어딜?”

“지상이요. 아무리 인간 전력이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하지만 마법사과 신관들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건 내 신탁으로 해결하면 돼. 자넨 여기서 나갈 수 없어.”

* * *

보고를 받은 소년은 무표정하게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고하던 병사는 사시나무 떨 듯 있다가 한줌의 재로 사라졌다.

“이 정도로 쓸모가 없다니.”

“저희 쪽 인력을 배치시키겠습니다.”

집사 차림의 가면이 말하자 소년은 그리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손실은 얼마나 되지?”

“전체 공정의 1할 조금 못 되는 정도입니다. 일정으로 따지자면 일주일 정도입니다.”

“도망쳤다는 놈은?”

“장벽을 뚫고 나가긴 했지만 아마 금방 죽어버렸을 겁니다.”

“놈들이 눈치챘을 수도 있어. 알게 되었다면 전력으로 저지하려 들 거다.”

“저희 쪽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돔 안의 모든 인간들은 이미 제물이 되는 과정에 있었다.

소수의 오그리아군 병력만이 마나통을 수거하고 경비 인력에 배치되었을 뿐.

살아 있는 인간은 극소수였고 나머지 병사들은 키메라화 되어 있었다.

“여기서 전력을 소모하면 위에 가서 싸울 병력이 없어. 소모전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알포네 님의 탈환은 어찌하실 작정인지.”

“흠, 내가 직접 가야 하나.”

“어디 계시는지 아십니까?”

“찾으려면 찾을 수 있지.”

그 말에 집사는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간 알포네를 찾기 위해 얼마나 온갖 노력을 해왔는가.

엄청난 자금과 시간, 인력이 들어갔기에 마데우스의 말에 잠시 혼란이 왔다.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데려오심이…….”

“나도 그러고야 싶지. 하지만 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기다리는 놈들이 있으니까.”

“아…….”

“아무튼 늦어진 만큼 기다리기는 싫으니 최대한 빨리 복구시켜.”

“알겠습니다.”

마데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걸어갔다.

그는 오그리아의 황성에 머무르고 있었다.

눈에 띄는 인간은 소수의 병사들뿐.

도시는 유령도시처럼 고요했다.

하늘 곳곳에는 거미형 마수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나. 정말 오랜 세월이었어…….”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듯 엷은 미소와 함께 웃던 마데우스의 모습이 잠시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황궁에서 가장 높은 지붕 위.

장벽이 돔 형태가 되면서 태양빛을 차단했지만 대신 빛나고 있는 밝은 구체가 하늘에 떠 있었다.

마데우스는 지붕 위에 걸터앉았다.

그가 쌍둥이 형인 알포네의 위치를 안 것은 태훈이 지구에서 살고 있었을 당시였다.

그는 태훈이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포인트에 대한 조작을 감행했다.

여럿의 운명을 조작해 막대한 포인트를 얻게 하는 데 성공하자 그는 태훈이 환생하는 세계로 뒤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아주 우연찮게도 자신이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를 선택하자 갈등했다.

1급신들의 음모가 아닐까 했지만 이건 자신에게도 커다란 기회였다.

하지만 환생을 한 직후부터는 영혼의 위치 추적이 불가했다.

그랬기에 하수인들을 통해 막대한 포인트를 가진 자들과의 계약을 서두르게 했다.

그러다 한 하수인의 소식 두절로부터 조사를 통해 태훈의 환생 경로를 유추할 수 있었다.

메드니안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은 마데우스는 그가 태훈임을 직감했다.

그 후로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무대는 진즉에 준비 중이었으니 속도를 올리면 되었다.

그러다 본격적인 무대의 막을 올리며 간섭이 들어오기 전에 빠르게 태훈을 포획하려 했으나 곳곳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파괴의 나무의 마법진이 실패로 돌아가자 차선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계획마저 변수로 인해 계획이 지연되었다.

“이제 정말 앞으로 조금이다. 그땐 우리가 모든 세상을 해방시켜 줄 수 있어.”

그도 처음에는 다른 1급신들처럼 완벽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성심성의껏 일을 했다.

영겁의 세월을 그렇게 일하면서 문득 그는 저승을 드나드는 영혼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기약 없는 실험의 반복.

그 기약 없음에 제일 먼저 질린 그는 임의로 조작을 통해 ‘합격자’들을 양산하려 했다.

완벽한 존재를 만드는 데 재료가 되는 합격자들이 늘어나면 빨리 완벽한 존재가 만들어지고 자신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 조작은 1급신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마데우스와 알포네는 다른 1급신들을 바보 취급했다.

이에 다른 1급신들은 둘을 추방했고 마데우스와 알포네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렇게 1차 반란을 준비해서 저승까지 쳐들어갔지만 결과는 대패.

쌍둥이 형은 사로잡혀 유배를 당했다.

다른 1급신들과의 힘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데우스가 준비한 것은 융합이었다.

본래 쌍둥이였던 자신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단순한 1+1는 2라는 공식이 아니라 1이 아무리 모여도 이길 수 없는 2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른바 1급신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알포네 포획에 대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더 완벽한 존재는 필요 없다. 나로도 충분해. 다른 1급신 놈들의 손아귀에서 이 세상을 해방시켜 주지.”

마데우스의 취지는 좋았다.

합격자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통과 시련 같은 어두움 일면을 모두 제거한 세상.

빛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것을 자신이 만들어내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마데우스는 지붕에서 날아올랐다.

그가 향한 곳은 거대 마법 회로가 그려져 있는 공터.

지하 정원에 있던 나무를 옮겨다 심었고 그 옮겨 심은 위치는 정확히 회로의 중앙이었다.

계산대로라면 운석은 정확히 나무가 있는 위치로 떨어질 예정이었다.

공사는 앞으로 2,3주면 끝날 듯 보였다.

화악-

그의 옆으로 붉은 머리의 청년이 나타났다.

불타는 듯한 머리와 눈썹.

마데우스가 손을 내밀자 붉은 머리의 청년은 그의 손에 열쇠를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보는군.”

“내 할 일은 끝났다.”

“아아, 수고했다. 이제 구경할 참인가?”

“네 녀석이 약속을 지킬 때까진 힘을 빌려줄 참이다.”

“그거 고맙군. 내 주위 놈들을 통틀어 네가 가장 잘해주고 있어.”

붉은 머리의 청년을 보고 마데우스는 만족하는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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