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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30화 (130/150)

130화

“이건 어떤 것의 좌?”

“그리브님 머리 위에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그리브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달.

두 개의 달 중 오늘은 푸른색을 띄고 있는 달이 빛나고 있었다.

“블루문?”

“네, 블루문 좌표입니다.”

“이런…….”

털썩-

그리브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영문을 모르는 헨델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자네 메테오라고 들어봤나?”

“저도 마법산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10클래스 공격마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헨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그를 그리브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영문을 몰라 하는 헨델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이내 바닥의 회로를 한번 쳐다보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그건 구전으로만 전해오는 마법 아닙니까? 10클래스는 신의 영역인데…… ”

“축하하네. 자네와 나는 방금 신의 영역을 건드린 거야.”

“네에?”

헨델은 떨리는 두 다리로 마법 회로로 다가갔다.

그러곤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럼 이 마법 회로는 블루문을…… ”

“이곳으로 가져오는 마법 회로지. 정확하게는 떨어뜨리는 거겠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하늘의 달을…….”

“그러기 위해 마나를 모으는 거겠지. 봤지 않은가, 그 순수한 마나의 결정체를.”

“메테오가 떨어지면…… ”

“재양이지. 전쟁에서 패하면서 자기들 계획이 틀어지니 이쪽으로 노선을 바꾼 모양이야.”

“어……. 어서 알려야 합니다.”

“그래, 알려야겠지. 빨리 대책을 세워야만 해.”

둘은 서둘러 마법 회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당장 탈출을 시도해야 했다.

장벽으로부터 거리는 멀지만 마나통 2개 정도만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였다.

회로를 모두 그린 후엔 다시 낮은 포복으로 돌무더기를 향해 기어갔다.

하지만 전날 전력이 있어서 그런지 사방에 병사들이 경비를 강화하고 있었다.

“저놈은 어떻게 하죠?”

헨델이 말하는 것은 거미 형상의 마수였다.

훔쳐내는 즉시 마수가 쫓아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잠시 고민하던 그리브가 말했다.

“그건 걱정 말게. 다 생각이 있으니. 자네는 마나통만 구해 오는 데 집중해.”

그리브는 헨델과 떨어져 멀찍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곤 두 손을 벌려 외쳤다.

“어이, 오그리아 놈들! 아름다운 밤이구나!”

그리브의 행동에 헨델은 순간 벙쪘다.

대충 1클래스나 2클래스 마법을 사용해 적의 시선을 돌려놓을 줄 알았는데 미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병력들이 그리브를 향해 몰려가자 헨델은 급히 돌무더기로 다가갔다.

양팔에 마나통을 하나씩 끼고 숲으로 뛰기 시작하자 마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수가 움직이는 것을 본 그리브는 마수를 향해 공격 마법을 날렸다.

펑펑-

불덩이들이 마수에게 닿으며 폭발하자 마수는 방향을 틀었다.

“어……. 어쩌려고 저래…….”

그리브가 걱정이 되면서도 헨델은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숲에 도착하여 마나통을 회로에 배치하고는 공터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브가 도착하면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서 뛰어오고 있어야 할 그리브는 멈춰 있었다.

예상과는 다른 움직임에 헨델이 당황하며 두 팔을 벌려 뛰라는 몸짓을 보였다.

그러나 그리브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를 향해 마수와 병사들이 지척까지 다가갔다.

“뭐 하는 겁니까! 뛰어요!”

헨델은 목청껏 외쳤지만 거리가 멀어 닿지 않았다.

그리브는 헨델을 보았는지 한 손을 벌려 흔들었다.

헨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누가 보아도 그것은 잘 가라는 손짓이었다.

헨델의 발이 마법 회로를 한 발자국 벗어났다.

이내 멈추었고 그의 손은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브는 손 흔들기를 그만두고 돌무더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곤 떨리는 입술로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겠는데?”

헨델을 향해 웃고는 그의 입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상회하는 마법 주문이 새어나왔다.

그것을 들은 오그리아의 병사가 외쳤다.

“젠장, 마법사였나!”

“모두 피해라!”

돌무더기에는 마나통이 가득 차 있었고 그의 주문이 시작되자 손이 닿아 있는 돌무더기가 반응했다.

잠시 후.

그리브가 서 있던 곳에서 섬광이 피어올랐다.

섬광은 강렬한 바람과 함께 돌무더기를 집어삼키고 헨델이 있는 숲으로 다가왔다.

강풍에 의해 나무가 꺾이는 것을 본 헨델은 마법 회로를 작동시켰다.

* * *

퍽!

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빛의 화살은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다.

허공으로 핏방울이 튀었고 그는 재빨리 떨어지며 어깨에 손을 대었다.

“어떻게 마법을…….”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겠나.”

자세히 보니 홀든의 명치 부분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목걸이 형태의 그것에게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태훈은 슬그머니 마나를 모아봤다.

마나의 응집이 방해받는 것으로 보아 아직 결계는 작동하고 있었다.

‘아티팩트? 하지만 대결계를 무마시킬 정도의 성능이라고?’

그렇다면 대결계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푸른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은 없던 능력이었다.

“그새 마법사라도 된 것은 아닐 텐데.”

“이것 덕분이지.”

홀든은 품에서 자그마한 병을 꺼냈다.

그 안에는 푸른빛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걸 마나 물약이라고 하더군. 나처럼 마법에 재능이 없어도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

‘액체 상태의 마나라고?’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푸에르코나 세레니스 수도에서 싸운 일례를 떠올렸다.

‘오리진을 증폭시키는 물약도 있으니 마나라고 불가능하진 않겠지.’

태훈은 신력을 써서 출혈을 막았다.

다시 자세를 잡고 검을 고쳐 쥐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두 번은 당하지 않아.”

그가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태훈의 우세가 바뀌진 않았다.

오리진은 사용이 가능했고 그의 오리진은 이미 인간의 범주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검이 부딪힐 때마다 홀든의 검신에 금이 갔다.

검기가 부서질 때 검의 이가 빠졌다.

팡-

홀든의 검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날렸다.

홀든은 쓰러져 있던 얀 제국 기사의 검을 주워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거칠어진 홀든의 숨소리를 들은 태훈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정중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하시죠.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텐데요.”

“자네는 내가 돌아다녔던 전장에 대해서 잘 안다고 했지? 내가 힘의 차이에 신경을 쓰고 사는 사람이라면 명량에서 전투를 벌였겠는가.”

“……그렇군요. 제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당신은 그런 남자가 아니었죠.”

“오게. 난 내 대의를 위해서 싸울 테니 자넨 자네의 대의로 날 꺾어보게.”

“갑니다.”

더 이상 그에게 투항 권유는 무례하다고 생각한 태훈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파앙-

검기가 폭발하며 새하얗게 검신이 늘어났다.

검에 닿은 풀이 타들어갔고 순식간에 홀든의 눈앞에 검이 나타났다.

홀든도 보랏빛 검기를 내세우며 태훈의 검을 맞받아쳤다.

서걱-

빙그르르-

검이 잘려 나가며 허공에서 돌았다.

반만 남은 검을 쥐고 있던 홀든의 손이 축 처졌다.

홀든은 쓴웃음을 지었다.

푸슉-

홀든의 오른쪽 승모근에서 피가 솟구쳤다.

검은 쇄골을 파고들어 명치까지 길게 늘어졌다.

움찔-

홀든의 무릎이 굽혀졌으나 땅에 닿지는 않았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모습에 태훈은 진심으로 존경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음, 내 패배군.”

“왜 마법을 안 쓰셨죠?”

“그걸 쓴다고 내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진……. 쿨럭…… 애초에 첫 발이 맞지 않았을 때 단념했네…….”

홀든이 쓰러지려 하자 태훈은 검을 버리고 그를 안았다.

태훈은 착잡한 마음으로 그를 부축했다.

“죄송합니다. 이러고 싶진 않았어요.”

“……무엇을 미안해하는가. 잘못은 내가 먼저 한 것을. 아내 일은 미안하게 됐네. 사내다운……. 일이 아니었어…….”

태훈은 그를 반듯이 눕혔다.

하늘을 보고 있는 홀든의 눈에 블루문이 들어왔다.

“익숙하지만 낯선 하늘이군.”

“지금 바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태훈은 신력을 사용하려 했지만 홀든이 그의 손을 잡아챘다.

그러곤 그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적에게 손속을 두어선……. 안 돼……. 자네가 걸을 길은 그래야 해.”

태훈은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홀든의 시선은 다시 하늘을 향했다.

“다시 한번……. 조선의 백성들을 위해 싸우고 싶었……. 는데…….”

그러곤 다시 시선을 태훈에게로 옮겼다.

“좀…… 자야겠어. 자고 일어났을 땐 전부 꿈이었으면 좋겠군.”

“네. 주무십시오.”

“고맙네…….”

홀든의 눈이 감겼다.

태훈의 눈시울이 붉어질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봄비였다.

?

홀든은 다시 눈을 떴다.

주위의 풍경이 바뀐 것은 물론 몸도 멀쩡한 상태.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홀든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가 그가 말한 저승인가. 그렇다면 난 여기가 초행이 아니로군.”

이미 저승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던 그는 무덤덤했다.

잠시 뒤 누군가의 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자네가 저승사자인가?”

“나를 따라오시오.”

“그보다 할 말이 있네. 책임자를 만나게 해주게.”

홀든은 마데우스에 대해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검은 정장의 사내는 익숙한 듯 그 발언을 넘겼다.

“하고 싶은 말은 이따 하고 나를 따라오시오.”

홀든은 그 남자를 따라갔다.

조금 걷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온 검은 옷의 사람은 그를 줄의 맨 뒤로 안내했다.

“여기서 순번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 말을 남기고 남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홀든은 주위를 둘러보며 순서를 기다렸다.

어느덧 자신의 차례가 되어 창구 앞에 섰다.

“손 올리세요.”

“여기다 이렇게 하면 됩니까?”

손을 올리고 조금 지나자 앉아 있던 상대방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공손해진 말투.

그리고 그는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가오는 검은 옷의 사람.

아까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앉아 있던 사람에게 서류 뭉치를 받아 들더니 한참을 훑어보았다.

잠시 후, 그는 싱글벙글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귀하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저와 귀하는 이미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가. 그보다 할 말이 있는데. 당신의 상관을 만나게 해주시오. 급한 일이오.”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시죠.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친절한 웃음으로 홀든의 팔을 잡아끌었다.

안쪽의 공간에서 남자와 마주한 홀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있던 곳에서 마데우스란 자가 라그나로크를 일으키려 하고 있소.”

“라그나로크? 그게 뭡니까?”

“……모르는가.”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망자들을 변호하는 일만 진행하는 터라. 일단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홀든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상대는 아는 것이 없는 듯했다.

아니, 라그나로크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하군. 그만큼이나 날뛰었는데 저승에서 모른다고?’

이상했다.

마데우스로 인해 죽은 자가 한둘이 아닐진대 저승에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상대가 말했다.

“일단 상황은 알겠습니다. 말을 전하고 올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고맙소.”

그가 방에서 나가자 홀든은 한숨 돌렸다.

적어도 태훈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속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들어온 것은 검은 옷의 사내가 아닌 흰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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