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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25화 (125/150)

125화

경매장 주인의 뒤에는 두 명의 무장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엘프들이 검을 빼는 것을 보자 그들도 검을 빼 들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태훈이 손을 들며 제지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군. 이들은 노예가 아니오.”

태훈은 자신의 신분과 엘프들의 신분을 말해주었다.

그제야 주인도 손을 들어 부하들의 검을 거두게 했다.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영락없이 검노인 줄 알았습니다.”

“검노?”

“엘프들은 민첩해서 가끔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 귀족도 있습니다. 오크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으니까요.”

경매장 주인은 정중히 사과하며 엘프들에게도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로 방문을 하셨나요?”

“이걸 경매에 내놨으면 하는데.”

태훈은 상자를 내밀었다.

경매장 주인은 상자 안의 내용물을 보고는 태훈을 응시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에 태훈은 과실에 대해 설명했다.

“흠, 엘프의 보물 같은 거군요. 헌데 엘프의 나무라는 건 처음 듣는군요.”

주인은 과실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팔 수 있겠습니까?”

“당 매장에서 이걸 취급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군요. 하지만…….”

주인은 태훈의 신분을 고려해 물건을 출품해 보겠다고 했다.

“전쟁 영웅이 보관하던 보석이라는 것으로 출품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 겁니다.”

엘프들은 뭔가 불만에 가득 찬 눈빛이었지만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부탁하지.”

“희망하시는 가격이 있습니까? 경매에는 입찰 시작가를 정해놓습니다만.”

“대금화 10만 닢.”

대답을 한 것은 니나였다.

엘프들을 제외한 모두가 그 가격을 듣고 놀랐다.

“시……. 십만?”

“얀이나 세레니스 제국 금화로.”

“허어…….”

주인은 기가 찬 듯한 표정이었다.

경매장 연혁을 살펴보아도 단일 상품이 대금화 100닢을 넘긴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태훈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니나의 말을 무시하고 주인에게 적당한 가격을 매달라고 부탁했다.

“수수료는 판매 금액의 2할입니다. 접수비는 별도고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접수비는 돌려 드리지 않습니다.”

“접수비는 얼맙니까?”

“대금화 1닢입니다. 얀이든 세레니스 재화든 상관없습니다.”

태훈은 니나를 바라보았다.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금을 가지고 있을 리 없었기에 태훈은 마지못해 자신이 접수비를 내주었다.

“경매는 다음 주에 열립니다. 실례지만 어디서 머무시는지.”

태훈은 자신의 숙소 위치를 알려주고는 경매장을 나왔다.

“무슨 근거로 10만 닢이라는 금액을 부른 거야?”

“어머님이 그 정도 값어치는 충분히 나가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나갈 리 없잖아. 엘프라 그런가 인간의 금전감각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리고 돈이 그렇게나 많이 필요해?”

물건은 열 개였으니 애당초 100만 닢을 바라고 왔다는 이야기였다.

왕국 하나의 예산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나 되는 금액.

“어머님께서는 정식적인 엘프 왕국의 독립을 선포할 생각이십니다.”

“엘프 숫자는 기껏해야 2만. 그런 왕국에 백만 닢이나 되는 자금은 너무 커. 단순히 식량이나 국경에 담벼락을 세울 정도의 금액이 아닌데?”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 쪽 국경이 오그리아와 닿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죠.”

엘프들이 땅을 부여받을 때 다른 국가들이 잠자코 있던 것은 보상도 보상이었지만 오그리아와 국경을 맞닿아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오그리아가 일을 벌인다면 가장 먼저 엘프와 맞닥뜨리기 때문.

“나나 내 영지가 곤란해지지 않게끔 하라는 거야.”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경매는 어떻게 될지 몰라. 10만닢이 될지 10닢이 될지. 최악의 경우 팔리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런 염려가 무색한 연락이 왔다.

과실 하나를 맡긴 지 3일째 되는 날 날아온 연락은 급히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저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태훈은 혼자서 경매장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인간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며 태훈이 잡아준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기에 구태여 부르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일단 앉으시죠.”

경매장 주인은 태훈이 돌아간 뒤로 진행된 일을 알려주었다.

경매 물품이 맡겨지면 경매장은 출품될 물건을 홍보한다.

대략 한 달에 한번 경매가 이뤄지고 그 틈에 홍보가 이루어지는 것.

그런데 불과 삼 일 만에 어떤 인물이 개인적으로 구입을 희망한다고 나타났다고 한다.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 그럼 저를 찾아오라고 하시죠.”

“경매장 정책상 출품 물건의 소유자는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부러 공왕님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전쟁 영웅이란 단어를 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죠.”

“그래서?”

“공왕님이 원하시면 주선은 해드릴 수 있으나 저는 경매를 진행하시길 추천합니다.”

“이유가 뭐죠?”

“간혹 이런 케이스가 있긴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도 어차피 중간 소개료 명목으로 2할의 수수료를 받고 있죠.”

누군가 흥미를 보였다면 다른 사람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경매로 출품시켜 가격을 올리라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이 더 있을 보장이 있을까요?”

“여기서 도박이 좀 필요합니다. 경매는 얼굴을 가리고 진행하죠. 신분도 알 수 없습니다. 거기서 공왕님이 그 인물과 흥정을 벌이는 거죠.”

“거짓 입찰을 하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이 도박인 이유는 그자가 도중에 입찰을 포기해 버리면 자칫 공왕님이 낙찰받아 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태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경매장 측에서야 가격이 오를수록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으니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경매 시작가를 얼마에 시작하실 생각입니까?”

“대금화 5닢부터 할 생각이었지만 50닢부터 할 생각입니다.”

니나가 말했던 10만 닢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은 금액이었다.

단일 상품으로서 그 정도 가격은 흔치 않았다.

‘그 말인즉슨 그쪽에서 50닢 정도로 협상을 해왔다는 건가?’

태훈은 고민했다.

주인의 권유를 받아들여 위장 경합을 벌일지.

아니면 안전하게 대금화 50닢에 거래를 할지.

이미 니나로부터 보석에 대한 전권을 위임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주인의 의향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매는 아직 4일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고민해 보십시오.”

태훈은 엘프들의 숙소로 이동해 상황을 설명했다.

금액을 들은 니나는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식적으로 인지도 없는 보석을 네가 제시한 가격에 파는 건 무리야. 그 정도 금액이면 상당히 좋은 상황이라고.”

“그렇다면 파는 건 보류하겠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지만 이미 출품한 하나는 어쩔 수 없어. 접수비도 접수비지만 이미 홍보가 들어간 물건이라 내놓아야 해.”

“그렇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죠.”

“그럼 50닢에 파는 건가? 경합은 안 하고?”

“경매로 진행하겠습니다.”

니나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올려서 받길 원했던 모양이다.

태훈은 수중에 있는 돈을 살폈다.

글렌 이 주고 간 돈과 기존에 있떤 돈을 합하면 아슬아슬한 선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을 듯했다.

“그럼 경매는 4일 뒤니까 그때까지 푹 쉬도록 해.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오고.”

태훈은 엘프들을 내버려 두고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얀 제국에 위치한 내놓으라 하는 상회를 찾아다니며 투자금 유치에 열을 올렸다.

제국 황실이 참여한다는 말에 흥미를 보이는 곳들은 많았다.

다만 시제품이 없고 연구 단계라는 말에 금세 회의적으로 변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태훈은 길가에 있던 돌로 된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체력은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한번 은화를 제조해야 하나.’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조는 가능했지만 제조 시설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엔 시간이 너무나 많이 필요했다.

“이것이 가장의 무게인가.”

더불어 영지의 운영까지 문제였다.

오그리아의 기병대와 드래고니안.

그 외 인원까지 합하면 3천 명이 넘는 인원을 당분간 먹여 살려야 했다.

‘오늘은 이만 쉬어야지. 하도 설명을 했더니 입이 아파.’

그가 숙소롤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먼 곳에서 폭음이 들렸다.

펑-

공기의 파공음과 함께 마나의 파장이 그의 피부에 와닿았다.

펑- 펑-

폭음은 점차 커졌다.

그 말인즉슨 폭발의 진원지가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

태훈은 대로에 서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폭발음과 멀리서 피어오르는 먼지를 보며 수순거렸다.

‘이런 대도시 안에서 어떻게 마법을 쓰는 거지?’

그런 의문에 휩싸여 있을 때 그의 눈앞에 사람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복면을 쓴 자.

그리고 그 뒤로 익숙한 엘프 얼굴 세 명이 보였다.

순간 그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문제가 무엇이든 이 소란에 자신의 일행이 껴 있다는 것이 불편했다.

태훈은 딱히 복면을 쓴 자를 저지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했기에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복면이 자신을 지나치는 순간 복면의 품에 든 상자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재빨리 손을 뻗어 복면의 팔을 쥔 그는 그를 넘겨 버렸다.

쿠웅-

바닥에 내다꽂힌 복면은 끝까지 품에 든 상자를 놓지 않았다.

뒤이어 도착한 엘프 두 명이 바닥에 자빠져 있는 복면을 제압했다.

니나도 태훈을 발견했는지 속도를 늦추어 그의 앞에 섰다.

“무슨 난리야?”

“도둑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그 도둑을 붙잡은 건가요?”

“저 상자에 든 건 그건가?”

“그렇습니다. 나머지 분량 중 하나입니다.”

상자는 경매장에 넘겼던 것과 같은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엘프 두 명이 복면을 벗기니 낯선 얼굴이 드러났다.

“넌 뭐 하는 녀석이냐.”

그러나 복면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에서 피를 흘리며 눈이 뒤집혔다.

혀를 깨물었다면 눈까지 뒤집히진 않았을 것이다.

‘독극물인가.’

태훈은 상자를 빼앗아 니나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대로에서 이런 짓을 벌였으니 조사는 받아야 할 거야.”

“각오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도둑맞은 건 저희의 불찰이니까요.”

잠시 후 위병들이 도착했다.

창을 든 위병들은 도적의 시신을 갈무리한 후 태훈에게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목격자이십니까?”

“목격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그렇습니까? 외국분이신 것 같은데 신분증이 있으십니까?”

위병들의 대장쯤으로 보이는 자는 곁눈질로 엘프들을 흘겨보며 말했다.

태훈의 신분을 확인한 위병은 오른쪽 손바닥을 심장에 가져다대고 목례를 했다.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공왕님. 잠시 조사를 하고 싶으니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기사들을 불러오겠습니다.”

공왕이나 되는 신분을 일반 병사가 데리고 가는 것은 실례였다고 생각했는지 위병 대장은 신경을 써주었다.

“상관없네. 따르도록 하지.”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쪽으로.”

태훈 일행은 위병소로 향했다.

위병소로 인계된 그들은 곧 담당 기사와 마주했다.

“상황은 이쪽에 물어보도록. 난 그저 범인을 잡았을 뿐이니.”

엘프들에게 상황을 들은 기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공왕님 일행들이 가지고 있던 귀중품을 훔쳐낸 도둑이 우연히 공왕님 앞을 지나치다가 잡혔다는 거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도적놈의 신분은 나왔는가?”

“저희 쪽에 등록된 범죄인은 아니기에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신분을 확인 중입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만 외국의 귀빈과 관련된 사항이라 저보다 좀 더 높으신 분이 담당하게 될 겁니다.”

“상관없네. 다만 오늘은 늦었으니 돌아가도 되겠나?”

“네, 그렇게 하십시오. 자세한 건 내일 아침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기사는 마차까지 내주며 태훈 일행을 돌려보냈다.

그런데 엘프들을 내려주기 위해 도착한 엘프 숙소를 보니 난감해졌다.

엘프들이 묵고 있던 3층의 절반이 박살이 나 있었다.

건물 외부에서도 3층 내부가 보일 정도.

“면목 없습니다.”

“뭐 됐어. 일단 내가 묵는 곳으로 가자. 거기 빈 방도 있으니까.”

태훈은 숙소 주인에게 수리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숙소로 엘프들을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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