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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19화 (119/150)

119화

연합군의 후방 습격조는 드래고니안을 선두로 3만의 병력이 선택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마탑을 부수는 것.

사실 3만의 병력이 가장 적진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차출된 병력들의 사기는 높았다.

이미 기습이 한번 성공했고 소문이 하나 퍼졌다.

평야 지대에서 격전을 치르던 병사들이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준 거대한 섬광을 보았다는 소문.

이미 태훈의 일전을 한번 본 요새의 병사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지휘관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병사들의 사기가 드높아진 것은 좋은 일이었으나 한 가지 부작용이 생겨났다.

각국의 귀족들이 홀로 찾아와 태훈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지금 태훈의 신분은 공왕.

거기에 연합군의 사령관직을 하고 있었고 실력 또한 가늠할 수가 없으니 온갖 회유가 난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들이 몹시 귀찮았지만 쉽사리 돌려보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천국이란 곳이 유명무실해졌으니 전쟁 후의 삶도 생각해 두어야 했다.

그는 회유를 해오는 각국의 귀족들을 정중히 돌려보냈다.

하지만 유독 끈질기게 찾아오는 곳이 있으니 얀 제국이 그러했다.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 얀 제국의 귀족을 본 순간 태훈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십니까? 랑 대사.”

“허허, 귀찮더라도 너무 티가 나면 무안해집니다. 사령관님.”

나이가 지긋한 자는 얀 제국 특유의 복장을 나풀대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귀찮으시겠지만 잠시 시간 좀 내어주시지요.”

그러면서 랑 노인은 태훈 앞에 봉투를 내밀었다.

태훈은 그것을 보지도 않은 채 보고 있던 서류를 뒤적였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허허, 이 노인을 너무 속물로 보지 말아주십시오.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태훈은 랑 노인을 쳐다보다가 그가 내민 봉투로 눈길을 돌렸다.

밀랍을 녹여 봉투를 봉한 곳에 얀 제국 황실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는 마지못해 봉투를 열었다.

편지를 읽어가는 태훈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지는 것을 본 노인이 웃었다.

“이건…….”

“부인께서 납치극에 휘말렸다 들었습니다. 후사를 생각해서라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만.”

랑 노인이 가지고 온 것은 혼사 이야기였다.

편지엔 황제의 딸 중 한 명과 혼사를 제의하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됐다며 거절했겠지만 지금 태훈 입장에서는 섣불리 거절할 것이 아니었다.

세상사가 돌아가는 것에 민감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제국의 황제가 직접 제의한 혼사를 단칼에 자르는 것은 큰 부담.

거기다 편지를 받고 바로 거절하는 것 또한 제국 황제의 체면을 깎는 것이기도 했다.

“어떠십니까?”

“흠, 고려해 보겠습니다.”

태훈의 말에 랑 노인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오, 폐하께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겠군요.”

“아, 너무 앞서가지 마시죠. 어디까지나 고려만 해볼 뿐입니다. 우선 이 전쟁이 끝나야…….”

“전쟁이야 당연히 우리의 승리 아닙니까. 절대 강자가 우리 편에 있는데요. 하하핫.”

크게 웃는 랑 노인을 보며 태훈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욱씬거렸다.

“볼일은 그게 전부입니까?”

“아, 이쪽에 하나 더 있습니다.”

랑 노인은 편지 하나를 더 내밀었다.

편지에는 아무런 인장이 있지 않았다.

편지는 파케 영애가 보낸 것.

편지에는 자신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안부가 적혀 있었다.

다행히 잘 적응하여 지내는 것 같았다.

“파케 영애는 황실 아카데미의 수석 연구원이 되었군요.”

“본국에서 기대가 큽니다. 무엇보다 선임자가 나이가 많다 보니 차후 후계자로 점찍어둔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랑 노인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곤 방을 나섰다.

태훈은 알을 불렀다.

“내일까지 아무도 내 방에 들이지 마.”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태훈은 황제의 편지를 알에게 보여주었다.

“이런 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으셨잖습니까.”

태훈의 속내를 모르는 알은 뭘 이런 것에 신경을 쓰느냐며 별일 아니라는 듯했다.

“아무튼. 그리고 병력은 출발했나?”

“네, 안내자를 따라 출발했습니다.”

태훈은 시계를 보았다.

군대가 이동하는 거리는 약 80킬로미터.

전투 약속 시간까지는 충분히 시간이 남아 있었다.

“전군에 시간은 전달했지?”

“네, 그렇습니다.”

“오늘 저녁은 아끼지 말고 내어주도록 해. 밤에는 푹 쉬게 하고.”

“이미 그렇게 명령했습니다.”

중요한 전투였다.

이 싸움으로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다.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전 전선의 병력들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쌀쌀한 아침에 곳곳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병사들의 식사가 끝난 후 태훈은 단상에서 짤막한 인사를 남겼다.

사기가 올라 있는데 배까지 든든해지자 병사들 사이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었다.

“전군 전진!”

모든 전선의 연합군 병력이 움직였다.

연합군 병력이 움직이자 오그리아 군영에서도 병력이 움직였다.

선두는 역시나 언데드 군단.

가장 병력의 열세였던 평야 지대의 군대에는 추가 지원군이 합세했다.

특히 엘프의 3천 병력이 투입되면서 그들의 활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각 전선에서 전투 발생.”

“성기사들이 선두 열에서 대응합니다.”

태훈은 요새에서 각 전장의 전황을 보고 받으며 지휘했다.

강한 적이 나오면 상대하기 위해 힘을 아껴두기 위함이었다.

전 전선에서 총력전으로 나가자 모든 전선에서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마장기가 나오면 아군의 마장기가 나갔다.

카나리스로부터 순도가 높은 마나석을 공급받았기에 마장기의 싸움도 유리했다.

거기에 급하게 수리한 궤도형 마장기가 평야 지대에서 보병들의 돌파구가 되어주기 시작했다.

“소나평야에서 전달. 적의 전력의 대열이 흩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강행 돌파하라. 거기를 무너뜨리면 적의 전체 전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

독일군의 전법을 따라 기동력으로 밀고 나가는 작전.

다만 급하게 수리한 터라 궤도형 마장기는 적의 공성병기에 쉽게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아무드의 기병들이 내달리자 적의 전선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 뒤를 보병들이 따랐다.

태훈은 요새에서 협곡 쪽을 바라보았다.

통로가 좁은 만큼 태훈이 있는 쪽에서는 쉽사리 전진을 하지 못했다.

그때 요새 쪽에서 전차가 나왔다.

완성된 두 대의 전차가 처음으로 요새를 벗어나며 포탄을 쏘아 올렸다.

적의 머리 위에서 포탄이 터질 때마다 언데드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다른 곳들의 적들이 후퇴합니다.”

중앙의 평야 지대가 뚫리자 급히 전선을 뒤로 물리는 듯한 모양새였다.

“후방의 땅굴 부대는?”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놈들이 너무 빨리 후퇴하면 곤란해. 적의 후방에 있는 군대까지 이쪽으로 끌어와야 한다.”

태훈은 애가 탔다.

평야 지대의 병력이 너무 깊숙이 가버리면 다른 방향의 아군도 진격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병들이 포위당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모든 전선을 급히 진격시키면 적이 전선을 버리고 후퇴시킬 공산이 컸다.

그러면 후방 급습조가 마탑을 부술 시간이 부족해진다.

“기습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마탑 주위에서 전투 중.”

“마탑만 부수면 바로 퇴각하라 일러.”

태훈은 전선을 유지하라 전했다.

거침없이 달리던 아무드의 기병은 돌파 진형에서 반원 형태의 방어 진형으로 바꾸었다.

‘이 기운은…….’

태훈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까만 점이 하나 나타나더니 이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상의 병력들도 그것을 확인하고는 소리쳤다.

“저, 저게 뭐야?!”

그리폰은 아니었다.

더 큰 무언가가 지상으로 낙하하더니 이내 지면 코앞에서 다시 위로 솟구쳤다.

콰앙-

바람이 일어나며 지상에 충돌하자 사방팔방으로 아군이 튕겨져 나갔다.

‘소닉붐이라니. 음속을 넘은 움직임이라고?’

그것을 본 태훈은 자신이 나서야 할 때임을 알고는 급히 검을 챙겼다.

“조심하십쇼.”

“뒤는 맡긴다.”

태훈은 알약을 하나 삼켰다.

마치 자양강장제 수십 병을 들이켠 듯 온몸에서 열과 함께 힘이 느껴졌다.

탓-

그대로 뛰어오른 태훈은 허공에 있던 검은 짐승에게 검을 휘둘렀다.

캉-

기수가 태훈의 검을 막으며 불꽃이 일었다.

‘내 검을 막다니.’

태훈의 검은 흰빛의 오러를 내뿜고 있었다.

신의 기운이 담긴 검을 막아낼 존재가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기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마치 땅 위에 있듯 태훈은 허공을 미끄러졌다.

그러곤 기수를 바라보았다.

가면을 쓴 자.

예상은 했었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흠, 네가 그분이 찾던 녀석인가?”

“그분이라면 마데우스를 말하는 건가?”

“호,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담이 큰 녀석이군.”

“분위기를 보아하니 네가 이 녀석들을 이끄는 놈인가?”

“이런,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군. 네크로맨서 이가누스다.”

네크로맨서.

흑마법사의 최고봉인 캐스터 계열.

문제는 이가누스라는 자는 검을 들고 있었다.

‘데스나이트의 상위 존재 정도 되는 건가?’

“난 크로이츠다.”

“알고 있다. 긴말하지 않겠다. 나를 얌전히 따라와라.”

“싫다면?”

이가누스는 대답대신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머리가 세 개인 키메라의 입에서 응축된 마나가 뿜어져 나갔다.

급히 진로 방향에 서서 검을 휘두르며 튕겨내자 사방으로 전격이 흩어졌다.

“호오, 생각보다 움직임이 빠르군.”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르자.”

“정정당당? 전장에선 쓸모없는 말이군. 뭐 말을 듣지 않는다면 할 수 없지.”

키메라가 태훈을 향해 돌진해 왔다.

태훈은 손에 힘을 주고 키메라의 머리 중 가운데 머리를 막아섰다.

손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태훈은 신의 힘을 발현 중이었다.

탱크와 부딪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키메라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나머지 두 머리가 태훈을 향해 입을 벌렸다.

콰지직-

쾅-

두 전격이 충돌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태훈이 검을 휘두르면 이가누스가 검을 막았고 키메라가 공격을 해오는 꼴이었다.

쾅-쾅-

키메라가 마법을 내뿜을 때마다 허공으로 전격이 흩어졌다.

구름 사이로 전격이 퍼져 나가자 구름에 퍼져 있던 전극들이 빠르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맑았던 하늘에 조금씩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지상에선 잠시 둘의 싸움에 정신이 팔렸지만 이내 요새 쪽에서 신호탄으로 명령을 하달하자 다시 싸움에 집중했다.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령관의 말이 상기되었다.

‘칫, 이 녀석이 너무 귀찮군.’

머리가 셋이나 달린 키메라를 상대하자니 기수까지 포함해 네 명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키메라에게 공격을 가해도 마치 탱크를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 번을 더 때려보니 자신의 주먹이 피부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뭐지? 자기장 같은 거라도 있는 건가?’

전격 속성의 방어막이라고 생각한 그는 8클래스급의 거대한 물의 창을 만들어내었다.

기수가 고삐를 틀어 방향을 바꾸며 피했지만 물의 창은 녀석의 옆에서 폭발했다.

촤아악-

물의 파편이었지만 그것은 쇳조각만큼의 관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큰 피해가 없다는 듯 여유롭게 서 있는 적을 보며 태훈은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정면 승부지.’

그는 키메라를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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