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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04화 (104/150)

104화

레이첼이 친가에 온 이후로 황녀는 매일같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의 임신 소식을 축하해 주며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1인이었다.

각국의 연합군이 세레니스 제국의 수도에 도착하는 날.

많은 시민들이 연합군의 입성을 환영했고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보스완 백작가가 있는 집 앞으로도 군대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걱정되느냐?”

5황녀가 묻자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남편이 최전방에 있는데 걱정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황녀님의 오라버니들도 참가하지 않으셨나요?”

“참여했지. 나도 후발대로 갈 예정이다.”

“네? 황녀님이요?”

5황녀의 입지는 상당히 커져 있었다.

3황자의 반란에 5황녀가 앞장서서 막아냈다는 것은 황제의 귀에도 들어갔다.

황제는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지만 내심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황태자를 불러 따끔하게 충고하고 내각들을 대부분 교체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5황녀의 입지가 황태자와 비교할 정도로 강해진 것.

“아버님이 얀 제국에게 지지 않을 공적을 만들라 하셨지.”

“대단하네요. 그건 황녀님이 인정받았다는 거 잖아요.”

“뭘, 귀찮아진 거지. 어차피 황제 자리는 큰 오라버니가 가져갈 텐데.”

“황권 자리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5황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마나 많은 알력 다툼이 난무하고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자리는 줘도 안 가져. 그 자리가 얼마나 귀찮은 자리인지 넌 모를 거다.”

“그렇죠? 황녀님은 안 어울려요.”

“아앙? 안 어울릴 건 또 뭐야? 넌 날 놀리는 거냐?”

두 사람은 창밖으로 보여지는 군대의 행렬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거기 춥다지?”

“네, 많이 춥더라고요. 제가 떠나올 때보다 더 추워졌을 거예요.”

“그럼 뜨개질이라도 하는 게 어떤가?”

“뜨개질이요?”

“어차피 이곳에 있어봤자 따분하지 않아? 혼자 있을 때 남편 줄 목도리라도 하나 짜보는 게 어때? 여자력이 올라간다고?”

“그래볼까요?”

레이첼이 흥미를 보이자 황녀는 바로 다음 날 뜨개질 도구를 가져왔다.

털실도 색깔별로 가져오는 등 꽤나 준비가 철저했다.

“이게 다 뭔가요?”

“보면 몰라? 뜨개질 도구잖아.”

“아니, 여기 있는 털실로 만들면 마장기가 쓸 목도리가 나오겠는데요.”

레이첼은 황녀와 함께 뜨개질을 시작했다.

황녀는 능숙하게 하나하나 잘 가르쳐 주었다.

레이첼이 보기에도 황녀의 뜨개질 솜씨는 하루 이틀 배운 것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우셨어요? 황실 교습사가 이런 걸 가르쳐 주진 않을 텐데.”

“이런 걸 누가 가르쳐. 다 내가 혼자 터득한 거지.”

“황녀님이 뜨개질을 할 필요가 있나요?”

그 말에 순간 황녀의 손이 멈추었다.

그 모습을 본 레이첼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뭐, 뭐야. 심심해서 해본 것뿐이야.”

“누굽니까? 목도리 떠준 사람.”

“괜한 오해다! 서……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게.”

“이제 보니 혼자 뜨자니 주위에 이목이 두려워 같이해 주는 척하는 겁니까?”

“거……. 건방진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게냐.”

“저한테만 말해보시죠. 비밀은 지켜줄 터이니.”

순간 갑의 자세가 보이는 듯한 레이첼의 모습에 황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곤 뜨개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레이첼의 목을 겨누며 말했다.

“거기까지만 해라.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아, 알겠어요.”

?

며칠 사이 뜨개질은 그럴듯하게 진행되었다.

황녀의 도움으로 목도리와 스웨터까지 만든 레이첼은 기분이 들떠 있었다.

그러다 급보가 날아들었다.

오그리아 제국이 전진하고 있다는 소식.

레이첼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걱정 마라. 그 녀석은 쉽게 죽지 않아.”

황녀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첫 전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요새가 있는 쪽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황녀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레이첼을 위로해 주기 위해 보스완 백작가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황궁 주위에는 숲이 있었다.

그 숲이 끝나면 중심가가 나오는데 그 초입 부분에는 검문소가 있었다.

근처에 귀족가들도 있고 바로 앞이 황궁이었기 때문.

거기다 3황자의 반란 이후로 도심 곳곳에는 검문소가 세워져 있었다.

첫 번째 검문소를 지날 때는 검문소에 위치한 병사들의 숫자가 적어 보였다.

귀족가 저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진입하며 본 두 번째 검문소를 보며 황녀는 마차를 세우게 했다.

그녀의 수호기사가 마차로 다가오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뭔가 이상하지 않아?”

“네? 뭐가 말씀이십니까?

두 번째 검문소의 병사들도 숫자가 적어 보였다.

3황자의 반란 이후 높아진 그녀의 위상은 도심의 경비도 그녀가 보고 받고 있었다.

공작에게서 매일 직접 듣는 보고와 달리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순찰을 나간게 아닐까요? 저들은 위병이기도 합니다.”

“위병? 그게 무슨 소리야? 검문소 병력은 수도 방위군 직할이다.”

그 말에 수호 기살는 고개를 돌려 검문소 쪽을 바라보았다.

위병과 수도 방위군의 복장은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부츠가 달랐다.

위병 같은 경우 방위군보다는 격식이 떨어졌다.

지원되는 보급품의 품과 질이 달랐고 방위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한 격식에 맞는 복장을 해야 했다.

위병은 치안 유지가 주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부츠 정도는 저렴한 것을 신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수호기사는 검문소 병력의 부츠를 보고 위병이라고 판단했던 것.

황녀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수호기사는 말을 돌려 방금 지나쳐 온 검문소로 향해갔다.

“어이, 이봐.”

“네,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가 여기 책임잔가?”

병사의 계급장을 본 수호기사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수호기사는 다시한번 병사의 차림을 보았다.

군복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신발은 보급품이 아니었다.

“소속이 어딘가?”

“수도 방위군 소속입니다.”

“정확한 부대 이름을 대라.”

“제가 소속한 곳은…….”

수호기사는 병사의 한쪽 손끝이 슬그머니 검집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휘익-

서걱-

수호기사의 검이 더 빠르게 휘둘러졌다.

그대로 길게 갈라진 병사가 맥없이 쓰러지자 검문소 안의 병력이 뛰쳐 나왔다.

확실하다고 느끼자 그대로 고함을 질렀다.

“전원, 황녀님 마차를 방어하라! 이 녀석들은 적이다!”

수호기사의 말에 일부 병력이 마차를 애워싸고 나머지 병력들이 검문소의 병력과 맞부딪혔다.

캉- 캉-

수호기사들과 적들의 병력은 싱겁게 끝났다.

몇 합 만에 병사로 위장한 적의 병력은 전부 시체로 변했다.

그중 한 명은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

하지만 뭔가를 캐묻기도 전에 혀를 깨물고는 죽어버렸다.

그 모습에 황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지독한 놈들이군.”

“어떻게 할까요?”

“적들이 우리 쪽 병사로 위장하고 있다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야. 사령부로 사람을 보내고 황실 병력을 이용해 모든 검문소를 조사해. 지금 당장!”

“황녀님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난 그대로 보스완 백작가로 간다.”

“황녀님을 보스완 백작가로 모셔라.”

황녀는 사람을 보내고 그대로 레이첼에게로 향했다.

레이첼은 반갑게 황녀를 맞이했지만 그녀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았다.

“왜 그러세요?”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

“떠나다니요?”

“자세한 건 나중에. 보스완 백작에게도 말을 해두었으니 이대로 지금 나와 가자.”

황녀는 그녀를 재촉했다.

저택 바깥쪽에는 보스완 백작의 마차와 백작가 사병들이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잠시만요!”

입구까지 걸어 나왔던 레이첼은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다시 방 안으로 향했다.

그녀가 들고 나온 것은 뜨개질 도구가 들어 있는 상자.

황녀는 그녀를 얼른 자신의 마차에 태웠다.

“황궁으로 간다. 지금 당장!”

“이랴!”

보스완 백작가의 마차와 황녀의 마차가 황궁으로 향했다.

도시의 분위기는 아직 평화로워 보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 황궁으로 가는 길.

수호기사들은 방금 지나쳐 온 교차로에서 일단의 말을 탄 무리들이 따라붙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싸우지 않고 도망가는 것을 택했다.

기사의 수치였지만 지금은 보호 대상자가 너무도 많았다.

말을 탄 자들에게 마차는 따라잡기 쉬운 일.

바로 턱밑까지 쫒아오자 일부 기사들은 방향을 틀어 그들과 맞서기로 했다.

계급이 가장 높은 수호기사를 선두로 3명의 기사가 말머리를 돌렸다.

황녀는 이를 악물고 그들을 보내야만 했다.

“황녀님을 황궁으로1”

그녀의 주먹을 쥔 손이 부르르하고 떨렸다.

“무운을!”

짤막한 목소리와 함께 이내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마부의 시야에 황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검문소가 있던 지역이었다.

다행히 검문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멈추지 마라! 이대로 황궁까지 돌진해!”

“문을 열어라! 황녀님이시다!”

황궁의 경비를 선 쪽에서도 상황의 다급함을 인지했는지 문이 서서히 열렸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순간.

퍼엉-

마차는 두 대.

앞서가던 브스완 백작 부부가 탄 마차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폭음과 함께 일순간 마차는 무중력 상태가 되었다.

콰과과가-

마차는 그대로 전복되며 길 옆으로 밀려났다.

“아버지! 어머니!”

마차가 망신창이가 된 것을 본 레이첼이 절규했다.

그때 황녀와 레이첼이 탄 마차의 바퀴 쪽으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휘리릭-

콰직-

일순간 마차의 한쪽 바퀴가 부서지며 마차가 기울었다.

불꽃을 튀기며 마차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마차가 멈춰 서자 수호기사들이 급히 달려왔다.

“적이다!”

수호기사 중 하나가 다가오는 적을 발견하고는 검을 꺼내 들었다.

황녀는 마차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실신해 있는 레이첼의 몸을 살폈다.

‘다행이다. 무사해.’

레이첼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황녀는 기울어진 마차에서 벗어나려 했다.

황실 경호를 위한 마차라 문이 두껍고 무거웠다.

다행히 밖에서 수호기사가 달라붙어 기울어진 마차의 반대편 문을 열어주었다.

기사가 내민 손을 잡으려는 찰나 기사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촤아악-

시뻘건 피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자 놀란 황녀가 마차 안으로 굴러떨어졌다.

뚜벅뚜벅-

이내 들리는 발걸음 소리.

이내 나타난 얼굴은 여성이었다.

“누가 레이첼이냐?”

무미건조한 말투.

황녀는 레이첼을 자신의 몸으로 슬쩍 가렸다.

“네 이년!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

“어이, 누굴 데려가야 하는 거야.”

금발의 여자는 레이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잠시 후 가면을 쓴 자가 다가왔다.

가면을 쓴 자는 마차 안을 둘러보더니 레이첼을 가리켰다.

“저 여자다.”

“그래?”

금발의 여자는 가로막고 있던 황녀를 밀쳐냈다.

철썩-

황녀는 밀려나지 않으려 애쓰며 여자의 손을 내쳤다.

여자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황녀의 뺨을 내리쳤다.

마차의 벽에 머리를 부딪힌 황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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