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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00화 (100/150)

100화

전투가 시작되고 제법 시간이 흘렀다.

지지부진한 길 뚫기 전투에 변화를 준 것은 오그리아 쪽이었다.

“적의 마장기가 나타났습니다!”

“발리스타 준비!”

요새 안쪽에서도 적의 마장기를 출현을 확인.

사실 움직이는 마장기에게 공성장비인 발리스타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협곡은 좁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장전!”

“으쌰!”

텅-

병사들이 나무를 깎아 만든 전용 화살을 시위에 올렸다.

끼기긱.

도르래를 돌리자 장전이 완료되었다.

“발사!”

툭-

후웅-

시위가 고리에서 풀리며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

통나무 굵기의 3미터짜리 화살이 마장기를 향해 날아갔다.

쾅-

발리스타의 화살은 마장기와 부딪히며 부서졌다.

기이이이-

마장기는 잠깐 휘청였을 뿐 다시 움직였다.

후웅- 후웅-

여러 대의 발리스타들이 화살을 쏘자 적의 마장기들은 잠시 주춤거렸다.

“놈들이 멈췄다!”

“이쪽도 준비됐어!”

마장기의 싸움은 탑재되는 원동로인 마나석의 품질로 결정된다.

마나석의 등급에 따라 출력이 좌우되기 때문.

동일한 등급의 마나석일 경우 더 일찍 가동한 마장기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와아! 놈들은 뭉개버려라!”

“너만 믿는다고!”

연합군 마장기가 움직이자 병사들은 환호를 질렀다.

지금까지는 연합군의 우세였다.

“뒤로 물러나라! 이틈에 우리도 정비한다!”

요새 쪽에서 마장기가 나오는 것을 본 성기사 단장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

성기사들은 일반 병사들이 퇴각하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우리 차롄가.”

상아탑에서 파견된 마법사들은 마장기를 따라 이동했다.

“모두 각오하게.”

“간만에 힘 좀 쓰겠구만.”

“젊은 것들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노마법사들은 마장기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리를 잡았다.

“윈드 스톰.”

“파이어 월.”

두 마법사가 마법을 교차했다.

오그리아 제국 마장기를 중심으로 커다란 불기둥이 생겨났다.

화르르륵-

불구덩이에 휩싸인 마장기의 파일럿은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노마법사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손바닥을 주먹을 쥐었다.

“흠!”

콧김 소리와 함께 주먹이 쥐어지는 순간 불기둥은 폭발했다.

퍼엉-

공기의 압축과 불길의 효과로 파괴력은 수 배.

협곡 전체에 풍압이 휘몰아쳤다.

멀뚱히 서 있던 언데드들 일부는 폭사하기도 했다.

마장기에는 대마법전을 가정한 방어 마법회로가 새겨져 있었다.

순간 마법회로가 감당하지 못할 대미지가 들어오자 마법회로는 타 버렸다.

방어 마법의 한계를 넘은 마법에 마장기 철갑 안에 있던 부품들 일부가 터져 나갔다.

쿠웅-

관절이 어긋난 인형처럼 마장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허허, 레이든 선생, 실력은 여전하구만.”

“그러는 자네도 여전하구만. 나보다는 못하지만.”

두 마법사는 서로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곧 적들의 반격도 시작되었다.

마법사들이 있던 곳에 화살과 마법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다른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두 마법사를 보호했다.

끼기기긱-

오그리아 제국의 다른 마장기는 앞서 있던 마장기가 행동불능이 되자 그것을 넘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단장! 언데드 놈들이 다가옵니다!”

“뭐야?!”

성기사 단장은 부하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본래 마장기 싸움에선 빠져 있어야 할 보병 전력인 언데드들이 같이 나서고 있었다.

많은 언데드들이 마장기에 짓밟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큭, 언데드라 이건가.”

성기사단장은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신관에게 언데드에게 물린 곳을 치료받는 자.

힘에 부쳐 헐떡이는 자들이 대다수였다.

성기사나 미스릴 무기 없이 언데드들을 상대하는 것은 물을 베는 것과 같았다.

그때 누군가 단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여기선 우리가 맡지. 치료에 전념하도록.”

단장이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드래고니안들이 서 있었다.

본래 그들은 무장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태훈의 지시로 구레드르가 힘써서 만든 무구들을 장비하고 있었다.

비늘이 없는 부분만을 보호하는 형식의 간단한 무구였다.

“가자, 우리의 오명을 씻는 첫 전투다.”

“네.”

족장이 먼저 움직이자 천 명에 달하는 드래고니안들이 움직였다.

그들을 지켜보던 단장은 혀를 내둘렀다.

인간보다도 큰 몸짓이었지만 몸놀림은 한 수 위였다.

마치 익숙한 장소에서 놀 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언데드들의 머리를 베어 넘겼다.

앞서가던 자가 처리하지 못하면 뒤따라오던 자가 마무리를 하며 한 녀석도 뒤로 남기지 않았다.

마장기가 다가오면 피하거나 사뿐히 밟아 뛰어오르면서 밟히는 것을 피했다.

‘아군이라 천만다행이구나.’

단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휴식에 전념했다.

마장기들도 서로 맞붙었다.

협곡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격렬한 다툼.

연합군 병사들은 더 멀찍이 전선을 물렸다.

드래고니안들의 공세.

거기에 적과 아군의 마장기들 때문에 언데드들은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쓰러진 시체들 중 대다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언데드들 사이로 색다른 복장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온몸에 검붉은 기운을 내뿜는 그들은 기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새롭게 나타난 적들은 빠른 몸놀림으로 드래고니안들에게 다가왔다.

캉-!

육중한 검을 휘두르며 드래고니안들의 검과 부딪혔다.

‘무겁군.’

족장은 검을 받아내며 그렇게 느꼈다.

새롭게 나타난 자들은 헬렌과 유바의 기사.

기사들 중에서도 오리진을 다루던 자들이었다.

그들 역시 언데드화 되어 섬뜩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으로 전부가 아니었다.

언데드화 된 기사들 뒤로 말을 탄 흑기사가 보였다.

‘저놈이 더 강하군.’

한눈에 언데드 지휘관인 것을 눈치챈 족장이 말했다.

“여긴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가십시오.”

그 말을 하곤 루세프가 흑기사를 향해 뛰었다.

언데드 기사들이 막으려 했지만 다른 드래고니안이 그것을 저지했다.

순식간에 흑기사의 눈앞에 도달한 루세프는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 목 받아가마.”

루세프의 육중한 투핸드 소드가 바람을 갈랐다.

바위마저 박살 내는 무식한 크기와 강도를 가진 검이었다.

* * *

“올림포스가 지겨워지셨나.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야.”

헤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 어디서 온 녀석이냐.”

“왜 지구의 신이 여기에 있는 거지?”

헤라는 대답 대신 손에서 빛으로 된 창을 소환해 쓰러진 그에게 겨누었다.

“궁금한 게 많군. 당장 목숨부터 구걸해야 할 텐데.”

태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데드들은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언령이 뭐든 간에 아예 손을 못 댈 정도는 아니야.’

그는 자신의 세 속성을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뮤즈의 힘까지 작용시키자 그의 몸이 희미하게 빛났다.

헤라가 빛의 창으로 그의 머리를 치려 했으나 한 손을 들어 올린 그의 검에 막혔다.

“네놈, 그분이랑 무슨 관계냐.”

“그분이란 게 누군데. 제우스를 말하는 건가?”

“그 노망난 녀석은 잊은 지 오래인걸.”

헤라의 손이 빛나며 빛의 창이 커졌다.

그는 몸을 비스듬히 돌려 힘을 돌려보낸 뒤 다른 손의 주먹으로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곤 그대로 업어치기 자세로 헤라를 땅에 처박았다.

자신의 힘까지 실린 메치기를 당한 헤라는 땅속 깊숙이 파묻혔다.

파편과 잔해 너머로 헤라의 광기 어린 표정이 보였다.

“재밌구나. 나와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녀석이 있다니. 간만에 재밌겠어.”

헤라는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칫!”

태훈은 자리를 박차며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는 빛의 창이 박히며 폭발했다.

몸놀림이 무거우니 폭발과 잔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조금씩 상처가 늘어났다.

하지만 태훈도 개의치 않고 공세를 해나갔다.

그녀를 정면으로 받아내기보단 흘리며 카운터를 먹이고 있었다.

헤라는 약이 오르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언령이 태훈의 발목을 잡았다.

급작스럽게 몸이 무거워지며 얻어맞기도 수차례.

그의 체력도 조금씩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촐랑촐랑 도망 다니기는! 얍삽한 녀석!”

태훈의 주위로 수십 개의 빛의 창이 나타났다.

하나당 적어도 3클래스급 위력의 폭발을 일으키는 창들.

“칫, 언령이란 거 너무 사기잖아.”

시동어나 마나의 흐름이 바뀌는 새도 없이 자신을 둘러싼 마법에 태훈은 혀를 찼다.

콰콰쾈쾅-

태훈은 급히 방어 마법을 펼쳤다.

콰콰콰쾅-

하지만 빛의 창은 계속해서 생겨나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연달아 유탄이 터지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저 녀석 정말로 마나를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건가? 이건 너무 불공평한 싸움인데.’

자연의 법칙마저 무시하는 듯한 물량 공세에 태훈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뮤즈까지 합세한 자신을 뛰어넘는 피지컬과 마법능력을 가진 헤라는 가히 신다웠다.

‘뮤즈, 둘로 나뉘자.’

‘알겠습니다.’

적이 물량 공세로 나온다면 이쪽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만큼 태훈 개인의 전력은 낮아지지만 지금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뮤즈는 헤라의 뒤에서 나타났다.

무표정으로 검을 휘두르며 그녀의 뒤통수를 노렸다.

쉬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

헤라는 급히 상체를 숙였다.

헤라의 금발 몇 가닥이 잘려나가며 공중에 흩뿌려졌다.

“이 녀석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사이 헤라의 공격이 멈추었고 태훈은 마법을 시전했다.

“플레어!”

7클래스의 화염 마법.

곧장 화염 줄기가 헤라에게로 날아갔다.

콰앙!

허공에서 광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노마법사 두 명이서 일으킨 폭발보다도 컸고 먼 곳에서도 보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시커먼 연기 사이로 뮤즈가 벗어나는 것이 보였다.

군데군데 그을리긴 했지만 멀쩡한 모습이었다.

폭연이 걷히고 드러난 헤라의 모습은 망신창이였다.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타들어가 말려 있었고 옷은 헤져 있었다.

화가 잔뜩 난 헤라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살려서 데려오라고 했지만…….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다.”

스스스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헤라의 주위로 급격한 마나의 변동이 느껴졌다.

이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푸른빛을 띤 기류가 헤라의 주위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장에 있던 모두가 느낄 정도였다.

상아탑의 마법사들은 혼란에 빠졌고 마법을 모르는 자들도 당황했다.

하늘에는 어느새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했고 헤라의 머리 위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누가 보아도 대마법의 전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멀뚱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태훈은 다시 뮤즈를 불러들여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마법을 쏘아댔다.

하지만 마법들은 헤라의 주변에 닿으면서 사라졌다.

마법을 구성하고 있던 마나들은 헤라의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푸른 기류에 흡수되었다.

삽시간에 주위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모두가 전투를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무념무상인 언데드들도 몸을 사리듯 제자리에 멈추어섰다.

푸른 기류는 헤라의 머리 위로 모여들더니 뭉치기 시작했다.

“주제를 모르는 벌레들 모두 여기서 없애주마.”

서슬 퍼런 헤라의 목소리가 협곡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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