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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99화 (99/150)

99화

“적의 선봉대를 확인. 정보대로 언데드 군단으로 보입니다.”

정찰병은 산꼭대기에서 수신호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 수신호를 확인한 전령은 말을 타고 요새로 향했다.

보고를 전해들은 태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를 소집하라.”

공국에 배치된 각국의 장수들이 태훈의 부름을 받고 모여들었다.

“보고받은 대로 적의 언데드 대군이 목격되었다. 알, 숫자는?”

“이쪽으로 향하는 언데드의 숫자는 약 5만 정도로 보입니다. 그 뒤로 오그리아군이 3만 정도 되어 보입니다.”

“총합 8만의 대군이다. 하지만 이곳은 천혜의 요새. 길목만 잘 막는다면 승산은 우리에게 있다.”

태훈은 협곡 입구에 성기사들을 배치했다.

그 뒤로는 신관과 마법사들을 준비하여 언데드에 특화된 병력으로 구성했다.

“일반 병사들은 어디에 배치할까요?”

“성기사들로만 협곡을 틀어막기는 힘들어. 사이사이에 배치해.”

성기사들의 숫자는 300명가량.

태훈은 이 숫자를 둘로 나누었다.

협곡을 막으려면 최소한 500명이 일렬로 막아서야 했다.

성기사 150명을 제외한 부족한 인원은 중장갑 보병으로 막을 생각이었다.

구레드르는 세레니스에서 보내온 미스릴로 중장갑 보병들의 창끝을 코팅했다.

모두가 긴장하고 협곡을 메웠을 때 적의 선두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우우…….”

기괴한 신음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언데드 무리에 일반 병사들은 겁에 질린 듯했다.

“겁내지 마라. 너희는 물리지만 않게 해. 녀석들은 우리가 처리한다!”

성기사들은 자신들의 옆을 채우고 있는 중장갑 보병들을 격려했다.

중장갑 보병들은 자신의 키만 한 커다란 사각방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선두에 있던 언데드가 병사들을 발견했는지 걸음이 빨라졌다.

“온다!”

“방패 앞으로!”

쿵쿵쿵-

커다란 사각 방패가 언데드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언데드들이 달라붙었지만 중장갑 보병들은 땅에 뿌리를 내린 듯 결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내질러!”

방패 사이로 미스릴로 코팅된 창이 찔러져 나왔다.

창에 관통당한 언데드들은 땅에 쓰러졌고 그것을 밟고 넘어 다른 언데드들이 다가왔다.

서걱-

붉은 검기로 검신을 감싼 성기사들의 검도 바삐 움직였다.

웅웅 소리를 내며 언데드들의 사지가 잘려 나갔다.

언뜻 보면 파도가 밀려와 인간 방파제 앞에서 부서지는 모양새였다.

푸슉-

그 순간 선두에 있던 중장갑 보병 하나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머리를 잃은 몸뚱어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뚫린다! 자리를 매꿔!”

뒤에 있던 병사가 쓰러진 병사를 뒤로 끌고 들어가자 다른 병사의 방패가 자리를 대신 채웠다.

“하늘이다!”

하늘에는 새의 형상을 한 거대한 것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보고받은 키메라인가.”

하늘에 떠 있는 것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보자 태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보고는 받았지만 한눈에 봐도 그 숫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산등성이 곳곳에 있던 일반 병사들이 화살을 날렸지만 화살은 대부분 닿지 못하고 있었다.

그사이 가면을 쓴 키메라들은 유유자적 병사들을 한 명씩 유린하기 시작했다.

턱-

“가……. 각하?! 위험합니다!”

태훈이 테라스에 올라서자 시종인이 깜짝 놀라며 그의 옷깃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태훈은 테라스에서 뛰어내렸다.

암벽을 깎아 만든 요새의 최상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바닥까지는 수십 미터.

“뮤즈!”

그 순간 태훈의 손에 검으로 변한 뮤즈가 쥐어졌다.

세레니스 제국의 반란 세력이 진압된 뒤 안전하다고 판단한 태훈이 뮤즈를 불러들인 것.

사뿐-

태훈은 바닥에 깃털처럼 내려앉았다.

그리고 낙하의 반동을 이용해 굽혔던 무릎을 폈다.

콰직-

그가 있던 암벽 바닥이 마치 살얼음이 깨지듯 금이 갔다.

콰앙-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늘로 뛰어오른 순식간에 키메라들 사이로 날아올랐다.

키메라의 목을 베면 그 시체를 밟고 다음 키메라에게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셋의 목을 친 태훈이 땅으로 착지했다.

‘뭐야, 전투에 동원되는 가면 녀석들은 전부 신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너무나 쉽게 쓰러지는 키메라에 태훈이 적잖이 놀랐다.

지상의 병사들은 총사령관이 직접 싸움에 뛰어들자 기세가 올랐다.

거기에 순식간에 하늘에 떠 있는 적들을 해치우자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공왕님께서 하늘을 지켜주신다!”

“밀어붙여! 우리도 져서는 안 돼!”

하지만 두려움을 모르는 언데드 군단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조금 달라 보이는 무리.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순식간에 다가온 그들이 점프를 하자 선두 병력의 키를 가뿐히 넘겼다.

“구울이다!”

병사들 사이로 떨어진 구울들이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물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검을 휘둘렀다.

때로는 아군을 다치게도 만들었지만 물리면 아군을 습격하는 언데드가 될 수 있었기에 방법이 없었다.

“신관!”

성기사가 외치자 뒤에 있던 신관들이 일제히 합장했다.

그러자 선두 병력을 중심으로 하얀색 반원이 바닥에 그려졌다.

“홀리 라이트!”

중급 신관들이 기술을 쓰자 원에서 흰빛이 방출됐다.

화아아아악-

빛의 원 안에 있던 구울들의 신체가 빛과 함께 희미해져 갔다.

빛이 걷혔을 때는 원안에 언데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젠장,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군.”

“헉헉.”

언데드들이 유바와 헬렌의 병사들이었기 때문에 병장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만큼 상대하면서 부상도 발생하고 체력 소모가 컸다.

거기에 상대는 공포를 모르니 진군 속도를 늦추지 않아 힘이 달리기 시작했다.

“병력 교대!”

한 지휘관의 외침에 최전방의 병사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른 조의 병력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

?

태훈은 하늘에 떠 있는 가면 쓴 키메라들을 상대했다.

연이어 수 마리의 키메라가 떨어지자 다른 녀석들은 방향을 돌려 돌아갔다.

골칫거리가 사라지자 태훈은 인근 산등성이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겠는데.’

좁은 협곡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스파르타인들도 이런 기분이었나.’

협곡을 돌아가는 길은 다른 병사들이 꽉 잡고 있었다.

그곳 역시 좁은 길목이었기 때문에 적은 희생으로도 충분히 막아내고 있었다.

둥둥둥둥-

그때 뒤쪽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공기로 와닿는 북소리는 섬뜩했고 그곳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역시나 나왔나.”

태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적의 마장기가 모습을 보이자 태훈은 다시 한번 뮤즈를 손에 쥐었다.

다시 한번 허리와 다리에 힘을 준 뒤 튀어나가듯 자리를 박찼다.

총알처럼 마장기를 향해 날아가던 태훈은 검끝에 세 기운을 모두 담았다.

그대로 관통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 순간 그의 오른쪽에서 날아드는 기운에 그의 몸이 틀어졌다.

쾅-

마치 폭탄이 터지듯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대로 밀려난 태훈은 궤도에서 이탈해 적 진영으로 떨어졌다.

촤아악-

눈보라를 일으키며 바닥을 긁은 태훈은 멈추어 섰다.

“하핫, 역시 쉽게는 안 풀리네.”

그의 앞 허공에 한 여성이 떠 있었다.

“너가 우리 애들을 괴롭혔다며?”

“난 누굴 괴롭힌 적이 없는데. 만약 그랬다면 사과하지.”

태훈은 검을 고쳐 잡았다.

허공의 여자는 태훈과 들고 있는 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건 신기 같은데. 아, 혹시 네가 그 녀석이 말한 환생한 왕자인가.”

자신을 바로 알아보는 적을 보며 태훈은 직감적으로 상대가 고위층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 뭔가 다른 녀석인가.’

“탑에 있던 여자라는 게 너인가?”

“너라니. 하등한 인간 주제에.”

그녀는 매우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환생하고 나니 뭐라도 된 듯싶나? 너와 나는 태생이 달라.”

“호오, 미천해서 그런가 그쪽의 태생이 얼마나 고귀한지 물어봐도 될까?”

태훈은 농담조로 말한 것이었다.

전투가 한창일 때에 적의 태생을 알아서 무엇에 쓰겠는가.

하지만 여자는 갑자기 도도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나는 과거 신으로 추앙받던 몸이다. 너 같은 벌레들이 쳐다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신? 무슨 신? 설마 이곳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여기 신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아. 아무튼 넌 살려서 데려오라 했으니 같이 가줘야겠다.”

“이거 너무 얕보였나. 따라오란다고 그냥 갈 것 같은가.”

태훈은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여자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검을 휘둘렀다.

캉-

여자의 손이 검과 부딪혔다.

여자의 손에는 세 개의 갈고리가 달려 있었는데 그 날이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후웅-

태훈은 순간 자신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여자의 발등을 마주했다.

급히 팔을 오므려 직격은 피했지만 다시 한번 그의 몸이 곤두박질쳤다.

콰앙-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피어오르자 그 속에서 다시 태훈이 나타났다.

캉캉캉캉-

태훈은 계속해서 뛰어올라 여자와 합을 겨루었다.

마법을 쓰고 자신도 날고 싶었지만 섣불리 마나를 낭비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뮤즈를 검으로 바꿔서 싸우는데도 어째서 압도할 수 없는 거지.’

그는 낭비를 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든 땅으로 끌어내릴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여자는 날개도 없이 날고 있었다.

그리고 마나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아 마법을 쓰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거냐.’

“촐싹촐싹 귀찮게 구는군. 뭐 어디 한군데 부러뜨려도 상관은 없겠지.”

여자는 손가락으로 태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꿇어라!”

쿠웅-

그 순간 태훈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굽혔다.

어찌나 세계 꿇었는지 무릎이 아파올 정도.

“뭐……. 뭐야.”

“고개를 숙여라. 발칙한 것.”

그러자 태훈의 고개도 절로 내려갔다.

‘뭐지? 내가 조종당하는 건가?’

자신의 몸이 여자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에 태훈은 적잖이 당황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술이었다.

마법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신력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이 눈치챘을 터였다.

“이제야 얌전해졌군.”

“무슨 짓을 한 거냐.”

“언령이다.”

“언령?”

“나 같은 고귀한 존재만이 쓸 수 있는 말의 힘이다. 이게 너 같은 하등한 놈들과의 차이지.”

‘언령? 그게 뭔데?’ 머릿속으로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 보았지만 관련된 지식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진 한가운데서 언제까지고 고개를 조아릴 수는 없었다.

“으그극.”

그는 입술을 깨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조금씩이지만 상체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것을 본 여자는 적잖이 놀랐다.

‘언령을 거스른다고? 이게 그분이 말씀하신 능력인가.’

여자는 혀를 한번 찬 뒤 땅으로 내려와 태훈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하단 찰기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자 태훈은 다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크윽!”

“벌레 주제에 기개만은 인정해 주마. 감히 나 헤라의 언령을 이겨내다니.”

“헤라?”

태훈은 이름을 듣고 생각했다.

자신을 고귀하다고 하는 존재.

마나나 오리진을 사용하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언령이라는 말의 힘으로 자신을 억누르는 존재.

‘내가 아는 그 헤라인가? 하지만 왜 여기에…….’

확인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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