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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97화 (97/150)

97화

언데드의 침공이 예상된다.

정찰대로 보낸 일부가 돌아와 보고한 것에 태훈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언데드의 군세와 한번 맞붙은 적이 있었다.

배후에 가면의 조직이 있다면 언데드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둠이란 게 언데드를 말하는 것이었나!”

“총국과 상아탑에 좀 더 원군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듯하군.”

“그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그 말에 정찰대로 나섰던 공국병사가 뜸을 들였다.

“눈보라가 심해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어림잡아 수천은 되어 보였습니다.”

“수천이나 되는 언데드가 오그리아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 믿기 힘들군.”

“예전에 오그리아를 장악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무리와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흑마법사가 조종하고 있었죠.”

“흑마법사. 그럼 우리는 상아탑과 총국을 믿어야겠군.”

“상아탑 마법사들은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상아탑에서 파견된 마법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반면 총국에서 온 원로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오그리아에 있는 신전들과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원로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확실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쪽 지역의 성기사와 신관들이 당한 것인지 포섭을 당한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어느 쪽이든 만만찮은 전력이라 보입니다.”

사실 태훈은 수천의 언데드 군단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좁은 협곡이니만큼 여차하면 태훈이 뮤즈와 함께 대항하면 일격에 궤멸시킬 수도 있었다.

문제는 탁 트인 공간에 노출된 다른 요새들.

“일단 언데드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하라고 각 요새에 전달들 하시오.”

“알겠습니다.”

회의장에 모여 있던 지휘관들은 각 요새에 퍼져 있는 자신들의 군대에게 파발을 띄웠다.

태훈은 알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상회 일은 어떻게 됐어?”

“얀 제국으로 모든 것을 이양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세레니스에 있던 상회 지부의 대부분 문서도 얀 쪽으로 넘어갔구요.”

“의료원은?”

“그 부분은 합의를 통해서 양도를 늦추기로 했습니다. 아직 귀족 자제들이 입원도 하고 있으니까요.”

바스테리온 공작가의 자제부터 해서 지병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쉽게 차도가 나아지지 않아 입원을 연장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 불만은 없고?”

“시국이 시국이니까요. 딱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왜…….”

“의료원 인력을 좀 데려오고 싶은데.”

신관들이 있다고는 한들 그들이 모든 부상자들을 돌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명이 아주 위급한 환자들을 신관들이 돌보고 나머지는 의료진의 치료가 필요했다.

“당장 많은 수를 데려올 수는 없을 겁니다. 아, 하지만 인턴들이라면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음, 인턴이 있었지.”

의료원은 매달 인턴을 뽑았다.

일 년간의 인턴 생활을 한 후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의사나 간호사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숫자는?”

“약 50명 정도입니다.”

“그걸론 부족한데. 각 나라와 접선해서 치료를 도울 수 있는 인력을 구해봐. 난 얀 제국이랑 약에 대해서 의논할게.”

“알겠습니다.”

레드크로스 상단의 권한은 이미 얀 제국으로 넘어간 뒤였다.

태훈은 얀 제국의 사신과 대화를 통해 전시 한정으로 약의 우선 보급을 약조받았다.

대금은 추후에 계산하는 형식이었다.

전쟁 비용은 각 나라의 형편에 맞게 각자 분담하기로 되어 있었다.

공짜로 전쟁을 할 수는 없었고 사태가 사태인 만큼 각 상회에 지급하는 비용도 전쟁 이후로 되어 있었다.

알이 노력했음에도 치료사를 구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총국에서 포션을 되는 대로 보내주기로 한 것으로 의료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눈보라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 * *

정찰조가 있는 곳도 눈보라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적의 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으음…….”

“와, 씨. 뭐 됐네.”

눈보라가 그치고 평야에 널브러져 있는 언데드들.

그 숫자가 자신들이 상상한 것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그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얼마나 되는 것 같나?”

알렉의 물음에 호아킨은 잠시 궁리하는 듯했다.

“얼추 20만은 되어 보이는군.”

“저만한 언데드가 갑자기 생겨났을 리는 없어. 역시 저 탑에 뭔가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저 복장은 유바 거야. 할렌 쪽도 보이는군.”

두 왕국의 복색을 알고 있는 홉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빨리 알려야겠군. 우리 쪽에선 아직 저만한 군세를 몰라.”

“잠깐, 우선 저 탑을 조사해야 해. 저게 언데드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알렉이 호아킨의 말에 반대하자 홉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보게, 지금 자네 눈에는 지금 저 언데드들이 안 보이는가? 제정신인 게요?”

비아냥대는 듯한 홉스의 말에도 알렉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눈보라가 잦아들면서 시야가 트였어. 언데드들을 피해 돌아간다면 탑 근처까지 다가갈 수 있어.”

“설사 다가갔다고 쳐. 언제 저놈들이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지 모르는데? 저길 가겠다고?”

“너는 유난히 저 탑에 집착하는군. 개인적으로 받은 임무가 있나?”

“…….”

“뭐야, 그런 게 있었어? 이봐, 그런 건 서로 공유해야지. 우린 팀이잖아.”

“같이 가자고는 하지 않겠어.”

그러더니 알렉은 자신의 품속에서 책을 꺼내더니 두 장을 찢었다.

그러고는 뭔가를 쓰고는 고이 접어 호아킨에게 내밀었다.

“너는 시력이 좋지? 여기서 기다리다가 내 수신호에 따라 다른 것을 전달해 주었으면 해.”

알렉은 종이에 두 가지 보고를 적었다.

하나는 목표를 발견함.

또 다른 하나는 발견하지 못했음이었다.

원로가 지시했던 마법진의 유무였다.

“굳이 저길 가겠다는 건가?”

“그걸 위해서 온 거야.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임무를 완수해야 해.”

호아킨이 종이를 받지 않고 멍하니 있자 홉스가 냉큼 종이를 받았다.

“이건 내가 받아둘게.”

“내가 외투를 벗어 흔들 거야. 탑의 오른쪽에서 흔들면 오른쪽의 서신을 전하고 왼쪽에서 흔들면 왼쪽 것을 전해줘.”

그 말을 끝으로 알렉은 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홉스는 혀를 찼다.

“쯧쯧, 개죽음일 텐데.”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나. 자신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것인데.”

“전략적 판단이라는 말 몰라? 용감한 것과 무모한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지.”

호아킨은 멀어져가는 알렉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

알렉은 산등성이를 타고 넘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눈보라가 그치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이 보였다.

‘저게 전부 유바와 할렌의 병사들인가.’

20만이 넘어 보이는 언데드의 군세를 보자 알렉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다 중간중간 보이는 익숙한 복장에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언데드들 사이로 지휘관인 듯한 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자신이 잘 아는 성기사와 신관의 복장도 보였다.

신을 모시던 자들이 언데드들을 통솔하는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탑 쪽으로 옮겼다.

눈 속으로 푹푹 꺼지면서 그는 묵묵히 나아갔다.

쑤욱-

“엇!”

발밑이 꺼지는 느낌에 그는 자신도 단말마 비슷한 소리를 내었다.

후드득-

눈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상체가 땅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자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났다.

그러고는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돌을 움켜잡았다.

턱-

돌부리를 잡은 그는 발아래를 쳐다보았다.

수십 미터는 될 법한 아래를 보고는 침을 삼켰다.

주르륵-

“아!”

돌부리를 잡은 손이 미끄러지자 그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설사 눈 위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발아래에는 언데드들이 있었다.

턱-

허공을 젓는 그의 손이 다른 손에 의해 붙잡혔다.

알렉이 고개를 드니 거기엔 호아킨이 있었다.

스윽-

호아킨은 한 팔로 가뿐히 알렉을 끌어 올렸다.

“허억 허억…….”

“괜찮나?”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혼자 보내기엔 마음이 걸려서 말이지. 설산에서는 항상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호아킨은 대수롭지 않게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알렉은 잠시 숨을 고른 뒤 호아킨의 뒤를 따랐다.

“홉스는?”

“아까 그곳에서 대기 중이다. 한 명은 남아야 했으니까.”

“그…… 그렇군. 고마워. 구해줘서.”

“최대한 빠르게 조사하고 돌아간다. 눈이 완전히 그치면 저 녀석들도 일어날 거야.”

둘은 탑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탑 주위부터는 오그리아 제국 병사들이 보였다.

탑에 가까워지자 호아킨이 물었다.

“내부까지 봐야 하는 건가?”

“……그래야 해.”

“흠, 당당히 정면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듯한데.”

“신력으로 잠깐 기척을 줄일 수는 있어.”

“신력은 쓰지 마라. 벌집을 뒤쑤시는 꼴이니까.”

호아킨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곤 하늘을 가리켰다.

“벽을 타고 올라가자. 올라가다 보면 창문 같은 것으로 안을 볼 수 있겠지.”

별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알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벽을 타기 시작했다.

눈보라는 잦아들고 있었지만 살을 베는 듯한 한파는 여전했다.

호아킨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을 타는 데 무리가 없었다.

알렉이 몇 번이고 미끄러질 뻔했으나 그때마다 호아킨의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윽고 가지고 있던 줄로 둘의 허리를 서로 이었다.

호아킨이 자신을 끌어주는 형식이 되자 알렉이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미안하군. 짐만 되는 것 같아.”

“어차피 가장 중요한 정보는 네가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돕는 것뿐이야. 그리고 이번 신탁은 우리 종족에게도 있어 중요하니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두려고 하는 거고.”

둘은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벽을 탔다.

창문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눈보라가 완전히 그친 뒤였다.

“놈들이 움직이는군.”

“후우, 아직 겨울인데 진군하려는 건가.”

쓰러져 있던 언데드들이 하나둘 일어나자 마음이 급해진 둘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을 넘자 바로 계단이 나왔다.

위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다행히 내려오는 자는 없었고 곧이어 발코니 같은 것이 나타났다.

발코니에 다가서자 아래로 널따란 공간이 나타났다.

“찾는 것이 저것인가?”

“응, 맞는 것 같아.”

넓은 공간에는 검붉은 색깔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볼일이 끝났으면 돌아가자.”

“쉿!”

알렉은 호아킨의 어깨를 잡고 허리를 숙였다.

마법진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헤라 님, 눈보라가 그쳤습니다. 군단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오그리아 놈들은?”

“준비하고 있습니다.”

“느려터진 놈들 같으니. 우리가 먼저 진군한다. 병력을 나누어.”

“예.”

부하로 보이는 자가 등을 돌려 나갔다.

“저자가 지휘관인가.”

“그런가 보군. 아는 자인가?”

호아킨이 물었으나 알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언데드 군단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것으로 보아 상대는 상당한 흑마법사로 보였다.

“우리 둘이서 가능할까?”

“무엇을?”

“지휘관 하나를 해치우면 저놈들 발을 늦출 수 있어.”

알렉의 말에 호아킨은 고개를 저었다.

“상대에 대해 정보가 전혀 없어. 애초에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 녀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게 먼저 아닌가.”

“음, 그렇지.”

알렉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만지작거렸다.

적이 흑마법사라면 기습을 통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탈출은 어려워 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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