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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80화 (80/150)

80화

쿨럭-

한쪽 폐를 관통당한 푸에르코의 입에서 피거품이 쏟아졌다.

“네놈, 마법사가 아니라더니. 대체 뭐 하는…….”

“안심해. 죽지는 않아. 바로 치료해 줄 테니.”

정보를 빼내기 좋은 상대였기에 태훈은 바로 폐를 치료하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푸에르코의 혈관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온몸의 혈관이 터지며 검은 피가 뿜어져 나오자 당황한 태훈은 재빨리 떨어졌다.

치이이익-

땅에 닿은 피는 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증발했다.

흰자밖에 보이지 않았던 푸에르코의 눈에 동공이 돌아왔다.

그의 목과 입에서 물이 끓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털썩-

무릎을 꿇은 푸에르코의 몸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다.

또 입과 코에서 증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며 그의 몸에서 근육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뭐,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끄어어어어…….”

단말마 같은 신음 소리를 내던 푸에르코의 몸이 쓰러졌다.

쓰러진 푸에르코의 모습은 미라 같았다.

그에게 다가가자 심한 악취가 풍겨졌다.

“남작님! 괜찮으십니까!?”

유리아가 달려왔고 그 뒤로 경비들이 달려왔다.

난장판이 된 환경을 둘러보며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뭣들 하고 있던건가! 경비를 맡은 자들이!”

유리아는 경비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들에게 뭐라 하지 마. 내가 대기하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태훈은 경비대장에게 걸어갔다.

신력으로 살펴보니 내장이 많이 상해 있었다.

맥을 짚는 듯한 자세를 취한 뒤 조용히 신력을 흘려보내 그의 장기들을 치료했다.

경비대장의 혈색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그를 옮기라 지시했다.

주위를 살펴보던 유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사람이 싸운 흔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남작님, 이게 전부 뭡니까?”

“저기 쓰러져 있는 놈이 범인이야. 원래 근육질의 덩치였는데 쓰러지면서 말라비틀어지더군.”

“남작님이 쓰러뜨리신 겁니까?”

“나? 아니야. 나 잠옷 입고 있는 거 안보여?”

태훈은 정신을 잃고 있는 경비대장에게 공을 돌렸다.

유리아는 코를 틀어막고 쓰러져 있는 푸에르코에게 다가갔다.

“대체 이놈은 뭡니까?”

“보기엔 흑마법 같은데.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태훈은 흑마법사와 딱 한번 싸운 적이 있었다.

그의 몸에서 증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올 때 미약하지만 그 노인과 비슷한 기운을 느꼈었다.

경비대장을 안으로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병들이 나타났다.

태훈은 불량배 하나가 시비를 걸었다고 둘러댔다.

“그런데 거리가 이 지경이 된 이유가…….”

“거리는 내가 원상복귀 해놓을 거야. 문제가 있다면 내가 바스테리온 공작님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바, 바스테리온 공작?!”

위병은 공작의 이름을 듣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들의 직급상 순찰일지에 소란이 있었을 뿐이라고 적고 끝낼 게 분명했다.

위병들은 널브러져 있는 푸에르코에게 다가갔다가 물러섰다.

이미 죽어버린 푸에스코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썩은 내가 풍기고 있었다.

“그건 놔두도록 해. 내가 처리하지.”

“하지만 절차가…….”

“그자는 뒷골목에서 활개 치던 자라던데 아는 얼굴 아닌가?”

위병들은 코를 틀어막고 시체를 유심히 처다보았다.

“푸에르코?”

“이……. 이게 푸에르코라고?”

위병들은 앙상한 몰골을 보고 놀랐다.

어렴풋이 남아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면 알아차릴 수 없었다.

“신원확인은 된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뒤처리는 맡겨도 되겠습니까?”

위병들은 태훈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고는 금세 사라졌다.

위병들에게도 푸에르코는 골칫덩이였다.

함부로 손댈 수 없던 골칫덩이를 해결한 데다 뒤처리까지 해준다니 그들로선 불평할 거리가 없었다.

위병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다시 푸에르코에게 다가가니 몰골이 형편없었다.

방금 죽은 사람이라곤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군데군데 히끗히끗한 뼈가 보일 정도였다.

시체를 조사하기 위해 파케 영애를 불렀다.

파케 영애가 도착한 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사체는 해골만 남긴 채 모두 부패해 버렸다.

부패로 생기는 구더기 같은 것이 생길 틈도 없었다.

“이상하네요.”

“뭐가?”

파케 영애는 냄새와 섬뜩한 해골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이 사람 여잔가요?”

“아니? 엄청난 덩치의 남자였는데?”

“그래요?”

파케 영애는 아무렇지 않게 뼈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본 태훈이 물었다.

“예전에도 시체를 본 적 있어?”

“뒷골목에 있다 보면 이런 거 한두 번쯤은 봐요.”

영애는 이리저리 뼈를 들어보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훈이 이유를 묻자 그녀는 냄새나는 뼈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덩치 큰 사람의 뼈로는 안보여요. 왕자님이 아니었으면 여자 뼈인 줄 알았을걸요.”

태훈은 주머니에 있던 약병을 꺼내주며 자신이 본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병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냄새도 맡았다.

“그러니까 이걸 먹고 몸이 풍선처럼 부풀었다는 거죠?”

“응, 그런 약을 들어본 적 있어?”

“저는 연금술을 몸에 적용시켜 보려고 한 적이 없어요. 연금학이 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왕자님을 만난 후에요. 이런 약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성분을 조사해 볼 수 있겠어?”

“아마 알아내기는 힘들 것 같은데. 시도는 해볼게요.”

“화장품은 지금 품목으로 당분간 괜찮을 것 같으니까 신상품보다는 그 약 쪽에 신경을 좀 써줘.”

영애는 뼈까지 챙겨 저택 지하실로 돌아갔다.

태훈은 책상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자작가 아들도 가면의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되어먹은 거지? 하나같이 전부 그놈들하고 엮여 있잖아.’

오일 경이나 바스테리온 공작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다음 날.

그는 인사차라는 명목으로 도자기와 화장품을 들고 직접 오일 경과 공작을 찾았다.

그곳에서 뮤즈를 불러 가면들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사업은 잘되어가나?”

“네, 덕분에 모든 게 순조롭습니다. 다만 오웬 자작가가…….”

“아, 나도 이야기는 들었네. 그쪽에서 훼방을 놓는다지?”

오일 경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오웬 가문이 상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웬가가 그쪽 업계에서 좀 오래된 가문이지. 내가 한번 손을 써봄세.”

“아닙니다. 그러실 것까지 없습니다. 상인이라면 장사로 승부를 봐야 하죠.”

“허허, 그런가. 역시 제대로 된 사람이구만. 그나저나 한 가지 이상한 소문이 들리던데.”

“이상한 소문이요?”

오일 경은 보스완 백작가와의 관계를 물었다.

자신이 결혼 상대를 알아볼 수 있게 파티를 주최한 것은 맞지만 상대가 보스완 가문이란 소문을 듣고 설마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입니다.”

“그럼 진심으로 그 가문 영애와 만나고 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어허, 왜?”

오일 경은 진심을 담아 반문했다.

혼기를 놓친 데다가 추녀로 손가락질 받아 가문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 처자였다.

“음, 그냥 레이첼 영애가 마음에 듭니다.”

“자네 어디 머리를 다친 건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가 왜…… 내가 더 좋은 혼처를 찾아봐 주겠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레이첼 영애가 진심으로 마음에 듭니다.”

“어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구만.”

오일 경과 헤어지며 돌아오자 알이 다가왔다.

공작가는 지하 수로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돌아오는 길에 총국 사람들도 이리저리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더는 마법진이 발견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서신을 품속에 넣었다.

“다른 일은 없었어?”

“몇 가지 있습니다. 상회 소매 판매점의 물건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그리고 의료원에서도 약을 더 보내달라고 요청이 있었습니다.”

“공장 부지는 어떻게 됐어?”

공국 근처에 마련된 공방에서 보내져 오는 물량은 부족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자 태훈은 제국에도 약의 공장을 지으려고 계획 중에 있었다.

“수도에서 하루 거리에 있는 부지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넓이는?”

“공국의 공장 3배는 되는 부지입니다.”

“진행해. 그리고 당분간 상회 주인은 너다. 나한테 일일이 보고할 필요 없어.”

태훈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다.

가면의 조직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싶었다.

“저더러 전부 결정하라는 겁니까?”

“파케도 여기 와 있고 하니 어려운 점은 없을 거야.”

“알겠습니다.”

밤이 되자 태훈은 뮤즈를 불렀다.

예전처럼 아무도 없는 뒤뜰로 가서 물의 지니를 소환했다.

“뭔가 소득이 있었나요?”

“거짓말을 했더군. 우리 관계는 여기서 끝이야.”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관계를 끝내려 하자 물의 지니는 화들짝 놀랐다.

그가 대신관에게서 들은 내용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조용해졌다.

“왜 거짓말을 한 거지? 정령왕의 지시인가?”

“인간이 그걸 알아서 좋을 게 없어요.”

“좋고 나쁘고는 내가 판단할 문제지 그쪽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이대로 영영 돌아가던가 아니면 정령왕을…….”

슈욱-

갑자기 뮤즈의 몸에서 막대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뮤즈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태훈은 정령왕이 강림했음을 느꼈다.

물의 지니는 뮤즈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저, 정령왕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인간이여 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영겁의 시간이 아니라면 들어줄 용의가 있다.”

물의 정령왕은 물의 지니를 돌려보냈다.

그러곤 주위에 마법을 펼쳐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았다.

“어디 속 시원하게 설명해 보시지.”

“고대 문명이 왜 멸망했는지는 알고 있나?”

“신의 자리를 넘봤다며. 신기는 그 산유물이고.”

“네가 본 마법진은 그 자리에 다가갈 수 있는 마법진이다.”

물의 정령왕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훈이 본 마법진이 완성되어 발동되면 천계로 가는 문이 열린다고 했다.

“고대 문명은 신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었다.”

“성공했다고?”

“문을 여는 데까지만. 하지만 그 이후는 우리가 막았다.”

정령왕들은 마법진이 발동되자 고대 마도 왕국으로 쳐들어갔다.

마도 왕국의 병사와 백성들이 정령들과 전쟁을 벌인 것.

그 과정에서 왕국의 왕이 전사함에 따라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고 했다.

“그럼 그 유산과 지식을 아는 자가 남아 있는 거야?”

“그럴 리 없다. 분명 우리가 모든 지식을 지우고 관계자들을 멸했을 터.”

“하지만 나조차 이 마법진의 완성 모습을 알고 있어. 일 처리를 제대로 한 게 아니잖아.”

“일부 문서는 남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을 발동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진 자는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 긴 세월을 살 수 있는 지상의 생명체는 남아 있지 않아.”

물의 정령왕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듯 확신에 차서 말했다.

하지만 신기가 다시 제작된 것도 그렇고 마법진이 그려진 것 자체가 반증이었다.

그것을 지적하자 물의 정령왕은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너희들이 제대로 일 처리를 못해서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건가?”

“당시 우리도 많은 희생을 치렀던 일이다. 가벼이 여기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내가 알바인가? 일 처리도 못 한 데다가 너희는 나를 속였어. 신뢰하지 못할 상대와는 더는 일할 수 없는 게 이쪽 업계의 상식이다.”

태훈은 관계를 끝내자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여기서 빠질 테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분노의 삿대질을 했다.

“자네는 빠질 수 없다.”

“왜? 이제 앞으로 그 녀석들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면 상관하지 않을 거야. 나도 내 할 일이 있다고.”

“자세히 모르는 것 같은데 그것이 발동되면 이 세상은 끝이 나버리는 거다.”

대신관도 비슷한 말을 읊은 적이 있었다.

물론 아직 100억 포인트를 모으지 못한 태훈도 그 점은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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