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79화 (79/150)

79화

푸에르코는 달이 뜨자 움직였다.

그의 우람한 덩치가 달빛에 드러났다.

그와 맞닥뜨린 건 경비대장이었다.

경비대장은 오밤중에 나타난 거대한 거구를 본 순간 적이란 걸 알아차렸다.

“자작가에서 보낸 똘마니냐?”

“그러는 그쪽은 뒷골목 전설이라던 그놈인가?”

존대와 반말을 섞어가며 푸에르코는 여유를 보였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둘은 적막감에 휩싸였다.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경비대장이었다.

“후, 이거 젊었을 적 업보가 이제야 오는 건가? 그건 그래도 빈손으로 오다니.”

푸에르코는 맨손이었다.

그는 터질 듯한 근육을 움직여 보이며 웃었다.

“칼은 겁쟁이 같은 놈들이나 쓰는 거지.”

스릉-

경비대장은 군말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경비대장은 검을 치켜들고 빠르게 다가갔다.

상대의 몸집은 컸고 벨 곳은 많았다.

거기다 상대는 자신의 움직임을 못 따라오는 듯 멀거니 서 있었다.

상대가 풍기는 살기를 느꼈던 그는 손속에 정을 두지 않았다.

훙-

검은 팔을 베는 대신 허공을 갈랐다.

순식간에 경비대장의 뒤로 움직인 푸에르코는 주먹을 휘둘렀다.

마치 거대한 나무를 휘두르는 것 같은 파공음이 경비대장의 귓가를 스쳤다.

핏-

상대는 주먹이었지만 경비대장의 귓볼에서 핏자국이 튀었다.

거대한 풍압을 얼굴로 느낀 그는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맞으면 골로 간다.’

오래되긴 했지만 다년간 뒷골목 싸움을 해왔던 그는 단번에 상대의 파괴력을 가늠했다.

두어 걸음 물러섰지만 푸에르코는 거대한 몸집을 끌고 그에게 달라붙었다.

리치가 짧아지자 경비대장의 검은 쓸데가 없어졌다.

‘큭, 어쩔 수 없이 또 길거리 싸움인가.’

그는 검을 버리고 육탄전으로 나섰다.

그래도 상대의 한 방이 부담스러웠기에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다.

카운터라도 맞는다면 그대로 끝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턱-

저택의 담장에 부딪히며 퇴로가 사라졌다.

날아오는 주먹을 간신히 피하자 담장이 푸에르코의 주먹을 대신 받았다.

쾅-

와지직-

푸에르코의 주먹이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담장에 금이 갔다.

푸에르코가 박혀 있던 주먹을 빼자 담장 일부가 허물어졌다.

재빨리 자리를 바꾼 경비대장이 식은땀을 흘렸다.

“무식한 힘이군. 네놈 설마 오리진을 다루는 건가?”

“그걸 알면 달라지는 게 있나?”

“어처구니없군. 오리진을 다룰 줄 알면서 뒷골목에서 놀고 있다니.”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 보자고.”

푸에르코가 달려들자 경비대장은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그 순간 푸에르코의 발이 지면을 강타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울렸다.

발을 딛고 있던 땅이 울리며 그의 몸이 한순간 균형을 잃었다.

그사이 간격을 좁혀 들어온 푸에르코는 그대로 자신의 어깨를 경비대장의 몸통에 꽂아 버렸다.

파엉-!

“크허억!”

강철로 된 그의 판금 갑옷이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경비대장의 입에서 한 움큼 피가 쏟아져 나오며 쓰러지려고 하는 찰나.

푸에르코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크크크, 한 방에 나가떨어져서야 되나.”

“괴……. 괴물 같은 녀석.”

쾅-

그는 멱살을 잡힌 채 땅에 처박혔다.

동공이 풀린 그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뭐야, 바퀴벌레가 하나 더 있네?”

거구가 등을 돌리자 거기엔 또 다른 목표가 서 있었다.

실크로 된 잠옷을 본 푸에르코는 코웃을 쳤다.

“행색을 보아하니 네가 남작 놈이냐?”

“남작 놈이 아니고 남작님이시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태훈은 나자빠져 있는 경비대장을 보았다.

움찔거리는 것이 살아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거 남의 집 경비견을 그렇게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네가 개집이라도 들어갈련?”

“호오? 나를 보고도 그렇게 여유를 부린다고? 말라빠진 약골이 허세는 대단하군.”

엄밀히 말하면 태훈은 말라빠진 약골이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도 밀도 높은 근육을 자랑하는 탄탄한 몸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푸에르코가 보기엔 그저 말라빠진 비리비리한 몰골이었다.

태훈은 담장이 무너질 때 밖의 상황을 눈치챘다.

다른 경비들도 소란을 듣고 무장을 하던 것을 태훈은 말렸다.

별일 아니라며 잠옷 바람으로 나선 이유는 그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덩치가 살벌하구만. 그런데 그렇게 근육을 키워선 효율이 떨어져.”

“파리 새끼가 뭐라고 앵앵거리는 거야. 이 몸의 근육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푸에르코는 가슴에 힘을 주었다.

가슴 근육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씰룩거렸다.

태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끔찍하군.”

훙-

푸에르코의 전신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2미터 정도 뛰어오른 푸에르코 때문에 태훈에게 그림자가 질 정도였다.

“찌부려뜨려 주마!”

손에 깍지를 낀 푸에르코는 그의 머리를 향해 내려쳤다.

태훈은 그런 그를 여유롭게 쳐다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소설이 안 써져서 짜증이 나던 참인데.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다.”

쾅!

푸에르코의 깍지가 그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족히 100킬로그램은 넘을 것 같은 푸에르코의 체중.

그 체중이 실린 공격이 태훈의 정수리 바로 위에서 멈추었다.

그의 왼쪽 손이 푸에르코의 깍지를 막아냈다.

“한 손으로?!”

“눈이 너무 높잖아.”

태훈은 푸에르코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끌어당기듯 당겼다.

푸에르코는 버텨보려 했지만 자신을 압도하는 완력에 그대로 지면에 얼굴을 박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태훈은 그의 뒷덜미를 잡고는 그대로 던져 버렸다.

쓰러져 있는 경비대장 위를 날아 더 멀리 날아간 푸에르코.

길바닥에 나뒹굴던 그가 일어났을 때 그의 근육들은 더 흥분해 있었다.

“감히 나를 집어던지다니. 네놈 마법사냐?”

“마법사가 완력 쓰는 거 봤어? 무식하기는.”

“네놈, 그냥 평범한 귀족 나부랭이가 아니구나.”

“그러는 너도 평범한 건달은 아니야. 그렇지?”

푸에르코는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자작가 아들을 만난 이후로 자신의 적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전력을 다할 만한 적수가 나타난 것이다.

“오랜만에 힘 좀 쓰겠군.”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풀겠네.”

둘은 맨몸으로 맞붙었다.

태훈은 모든 신력을 동원해 신체 강화에 전념했다.

거기에 마법으로 몸 전체에 약한 실드를 쳐 대미지를 중화시켰다.

담장보다 더 단단한 벽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자 푸에르코는 오리진을 사용했다.

파캉!

퍼엉!

맨 주먹이 살갗에 닿는데도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훈은 구태여 상대의 주먹을 피하지 않다가 상대가 주먹에 오리진을 걸치자 자신도 오리진을 둘렀다.

실드와 오리진으로 이루어진 두 겹의 보호막은 절대 뚫리지 않았다.

자신의 주먹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자 푸에르코는 잠시 떨어졌다.

“네놈, 정체가 뭐냐?”

“말라빠진 귀족. 왜 벌써 지쳤어?”

“훗, 그 허세도 이제 끝이다.”

푸에르코는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

낮에 그웬이 준 약병이었다.

두 병을 모두 꺼내 마시고는 약병을 뭉개뜨려 부숴 버렸다.

이내 그의 근육이 부풀어올랐다 빠졌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오오오……. 이 느낌. 크흐흐흐.”

태훈이 느끼기에도 오리진의 급격한 증폭이 느껴졌다.

‘약으로 오리진을 인위적으로 올렸다?’

그 순간 푸에르코의 발치에 있던 땅이 거뭇하게 변했다.

흙 위의 잡초들도 한순간에 시드는 것을 본 태훈은 섬뜩함을 느꼈다.

‘내가 아는 오리진과는 다르군. 저 약은 대체 뭐지?’

쿵- 쿵-

한껏 더 커진 덩치의 푸에르코는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왔다.

코앞까지 다가온 푸에르코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슬슬 오금이 저리시는가?”

“입냄새 나잖아, 새끼야.”

후웅-

푸에르코가 팔을 휘두르자 거대한 풍압이 그의 머리를 휘날렸다.

주먹을 받아낸 태훈은 마치 트럭에 받힌 듯한 느낌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촤아악-

단 한 번의 주먹질에 수 미터를 밀려난 그는 푸에르코의 주먹세례를 받아야 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연사력을 본 태훈은 당황했다.

쩌억-

실드에 금이 가자 태훈은 반격을 시도했다.

그의 속도도 빨랐기에 푸에르코는 그의 발차기를 고스란히 받았다.

수차례의 연격을 푸에르코는 막지 못하고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들였다.

연타를 끝낸 태훈은 마지막으로 그의 발꿈치를 찍어내렸다.

콰앙-

정수리를 가격당한 푸에르코의 면상이 바닥에 처박혔다.

땅에 착지한 태훈은 두어 걸음 물러섰다.

‘죽었나?’

보통의 인간이라면 죽었을 터였다.

하지만 푸에르코는 바닥에 처박힌 얼굴을 빼냈다.

“이야,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었어.”

“네놈 몸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거냐?”

태훈의 연격은 하나하나가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푸에르코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고 멍자국 하나 없었다.

상대의 눈은 어느새 동공이 보이지 않았다.

오롯이 흰자만을 번뜩이고 있었고 입에서는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게 끝이야? 이게 다라면 실망인걸.”

“너 혹시 가면의 조직이랑 관련이 있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자 태훈은 가면의 조직을 떠올렸다.

“가면? 그건 무슨 소리지?”

“얼굴에 가면을 쓴 놈들을 모르나?”

“싸우다 말고 갑자기 무슨 뚱딴지…….”

푸에르코는 말을 하다 끊었다.

그러곤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너도 그놈들과 한패냐?”

“그놈들? 안다는 모양이네. 한패거리일 줄 알았어.”

태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들어 무슨 일만 벌어졌다하면 가면의 조직이 연관되어 있었다.

“엥? 난 그놈들과는 상관이 없어. 그놈들 일은 도와줬지만.”

“너한테 물어볼 게 많아졌다. 미안하지만 전력으로 간다.”

스트레스를 풀려던 태훈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상대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 망설임이 없어졌다.

근처에 떨어져 있던 경비대장의 검을 고쳐 쥔 태훈은 오리진을 집중했다.

파바밧-

소리를 내며 검에 검기가 둘러졌다.

“약골인 줄 알았는데 기사였나?”

“지금부턴 전력으로 간다. 봐주는 거 없어.”

“크크크, 바라던 바다.”

둘은 동시에 발을 굴렀다.

인간의 스피드를 초월한 둘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갈라지고 파였다.

캉-!

살갗과 검기가 부딪히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호각인 것 같았으나 푸에르코의 몸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크하하핫, 네 몸에서 피가 흐르다니. 오랜만이군!”

푸에르코는 더욱 광분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방은 소음으로 가득했다.

주변의 민가에선 일이 험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지만 나와보지는 못하는 듯했다.

대신 저택 쪽에서 불이 켜지며 소란스러워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경비들이 유리아를 깨우는 듯했다.

“시간이 없다. 한 방에 가자.”

“네놈의 전력인가? 크흐흐, 좋다. 어디 한번 와봐라.”

푸에르코는 와보라는 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려 보았다.

태훈이 검을 찔러 넣는 동작으로 돌진했다.

그것을 본 푸에르코는 낙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하군. 겨우 그게 전력인가?”

“파이어 월!”

순식간에 푸에르코를 중심으로 원이 생겨났다.

그러곤 마치 토치를 킨 듯 엄청난 불길이 바닥에서 치솟았다.

“크학!”

“어때, 쇠조차 녹이는 불맛이.”

불길이 미처 사그라지기도 전에 태훈은 다음 마법을 시전했다.

이번에는 바닥이 얼며 얼음창이 솟아났다.

흐물흐물해진 그의 피부를 얼음창이 파고들며 피가 튀었다.

뿐만 아니라 얼음창이 푸에르코의 관절들을 관통하여 그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푸에르코가 몸을 뒤틀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얼음창이 부서졌다.

하지만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태훈의 검이 그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