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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61화 (61/150)

61화

태훈이 다시 눈을 떴을 땐 땅거미가 질 무렵이었다.

‘마나 고갈로 정신을 잃은 건가?’

8클래스 마법으로 바닥났던 그의 마나는 모두 복구되어 있었다.

은신처가 아닌 낯선 풍경을 확인한 태훈은 몸을 추스렸다.

“뮤즈?”

뮤즈를 불렀지만 그녀의 반응이 없자 태훈은 연거푸 불렀다.

‘어딜 간 거지?’

태훈은 먼저 은신처로 돌아가 있으려 했다.

그러다 싸움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긴장하고 주위를 살폈다.

상당한 실력자들의 싸움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뮤즈가 휘말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위를 살피던 태훈은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뮤즈라는 것을 바로 알아챈 그는 황급히 달려갔다.

등에서 가슴까지 이어진 관통상을 발견한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뮤즈, 정신 차려!”

“…….”

불러봐도 대답 없는 그녀에게 태훈은 치유 주문을 사용했다.

하지만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고 신력은 상처를 통해 줄줄 새어 나왔다.

그녀는 정령이었기에 상처에서 출혈은 없었다.

태훈은 그녀를 업고 은신처로 돌아왔다.

은신처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뮤즈가 눈을 떴다.

“……주인님?”

“정신이 들어? 어떻게 된 거야?”

“홀든이…… 배신했어요.”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뀌었다.

“장군님이?”

“가면을 쓰고 신기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럴 리가…….”

“죄송해요, 당해 버려서…….”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신력이 듣질 않아.”

하지만 뮤즈는 다시 정신을 잃으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태훈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은신처 앞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발견했다.

물가로 달려간 태훈은 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이 완성되자 그 위로 올라서며 외쳤다.

“물의 지니! 내 부름이 들린다면 당장 이곳으로 와라!”

파앗-

막대한 마나가 흘러나가며 마법진이 빛났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물의 지니는 태훈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렇게 무례한 목소리는 처음이라 누군가 했더니 당신인가요?”

“뮤즈가 다쳤어. 신력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아.”

물의 지니는 태훈의 뒤로 보이는 4뮤즈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러곤 이내 어쩌라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요?”

“정령을 치료하는 방법이 뭐야? 도와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방법만 알려줘.”

“정령이잖아요. 애초에 당신에게 정령에 대한 지식이 제대로 있는 게 맞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정령은 다치거나 힘이 떨어지면 정령계로 복귀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상식인데요.”

그 말에 태훈은 아차 싶었다.

뮤즈가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라 잊고 있었다.

“지금 정신을 잃었어. 어떻게 정령계로 보낼 수 있지?”

“정령이라면 스스로 돌아가죠. 저 혼종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군요.”

“그럼 저 녀석을 데리고 돌아가 줘.”

“제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요?”

“너희는 나와 협조하기로 했을 텐데.”

“혼종을 돌보라는 말까지는 들은바 없습니다.”

그 말에 태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물의 지니는 자신이 말하고도 조금 걸렸는지 이내 눈에 힘을 풀며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드리죠. 다만 회복에는 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상관없어. 저 녀석을 회복시켜 줘.”

물의 지니는 은신처로 가서 누워 있는 뮤즈의 옆에 섰다.

“그리고 앞으로는 예의있게 소환하세요. 자기 종을 부르는 듯한 언행은 삼가해주시길.”

그 말을 끝으로 물의 지니는 뮤즈와 함께 사라졌다.

한시름 던 태훈은 싸움이 있던 장소로 다시 향했다.

‘뮤즈는 같이 당해 버렸다고 했어. 그렇다는 건 장군님도 당했다는 소리다.’

홀든의 흔적을 찾기 위해 숲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아낸 것은 홀든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었다.

혈흔이 섞인 흙을 만지며 태훈은 고심에 빠졌다.

홀든이 떠나던 때를 생각한 그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대체 왜 배신을…….’

상황을 보건대 명확히 자신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푸드득-

전서구 하나가 태훈을 찾아왔다.

편지를 읽어본 태훈은 입술을 깨물며 일어섰다.

알로부터 긴급한 호출이었다.

* * *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알현실에 있던 모든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등장한 황제는 나이가 많은 남자였다.

앙상한 뼈마디가 보일 정도로 마른 황제는 지팡이에 의지하며 착석했다.

한 귀족이 앞으로 걸어 나와 계단 밑에 무릎을 꿇었다.

“평안하셨습니까, 폐하.”

“아, 바스테리온 공작 덕분에 무탈하다. 오늘 모두 참석했나?”

“네, 그렇습니다. 국경 방어를 위한 변경백을 제외한 모든 귀족이 폐하의 하명을 받기 위해 등청했습니다.”

“보고는 들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등장했다고?”

세레니스 제국군은 연합군과 아무드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수께끼의 용병 집단이 등장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최소 2명이 그랜드 마스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속은 불명이다?”

“송구하게도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그들이 어느 소속인지 불분명합니다.”

“융 제국일 가능성은?”

융 제국은 3제국 중 하나로 세레니스 제국보다는 한 수 접어주는 국가였다.

세레니스 제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진 않았지만 서로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저희 정보원이 융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소득이 없다?”

“네, 송구스럽니다.”

황제는 턱을 괴며 한심하다는 듯이 공작을 쳐다보았다.

“융제국이 뒷배경일 가능성이 높다. 그놈들은 우리 계획에 항상 훼방을 놓지 않았는가.”

“전력으로 조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새 총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군.”

황제는 실무를 담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놓았다고 할 정도로 보고만 받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황태자와 공작이 하고 있었다.

“탈세와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총국을 확실히 움켜쥘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굴복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많은 희생을 감안해야 할 텐데?”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한 귀족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소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너는?”

황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수많은 귀족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긴 힘들었다.

“예, 재무부 소속의 오일이라고 합니다.”

“말해보아라.”

오일 경은 재빨리 공작의 뒤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총국을 대신할 만한 자가 있습니다.”

“대신할 만한 자가 있다?”

“공국의 귀족입니다. 레드크로스 상회를 이끄는 크로이츠란 자로 젊고 장사 수완이 뛰어납니다.”

“공국과는 협력 관계에 있지. 그를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일 경은 레드크로스 상회에 대한 자료를 전달했다.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황제가 물었다.

“이 상회가 그렇게 자금이 많은가?”

“지난달 세납이 이미 총국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백성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합니다.”

“들은 적이 있다. 싼값에 약을 공급한다고 하던데.”

“그렇기에 백성들로부터 인기가 좋습니다. 이번 아무드의 전쟁으로 막대한 수입도 올렸으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약과 약품들이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흠, 약 따위가 신전의 포션을 능가하는가?”

“애초에 신전의 포션도 만능이 아닙니다. 가격도 적지 않아 백성들이 손에 넣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 레드크로스 상회와 손을 잡으시면 백성의 평판과 경제적 이득을 모두 취할 수 있습니다.”

오일경의 장황한 설득을 들었지만 황제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황제는 총국과의 관계를 쉽게 내칠 수는 없었다.

황제가 머뭇거리는 듯싶자 오일 경은 더욱 밀어붙였다.

“어차피 총국을 움켜쥐려 해도 부수적인 피해는 생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득도 챙기고 레드크로스를 이용해 신전에게 위기감을 심어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흠, 나쁘지 않군. 한쪽에게만 과도하게 기대는 것도 좋지 않지. 오일 경은 이자를 잘 아는가?”

“그와는 친분이 두텁습니다. 공국의 귀족이라곤 하지만 신생이라 제국으로 끌어들이는데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공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지. 결과가 좋다면 포상을 내리겠다.”

“맡겨만 주십시오, 폐하.”

황성을 나온 오일 경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단순히 수도 귀족인 자신이 가문을 독립하여 귀족이 될 수도 있는 기회였다.

그길로 레드크로스 상회로 달려간 그는 알을 찾았다.

“부지배인 있는가!”

“아, 오일 경 오셨습니까.”

알이 오일 경을 맞이했다.

“크로이츠의 용태는 어떠한가? 아직도 요양 중인가?”

“아, 어제 복귀하셨습니다.”

“뭐라? 그렇다면 어째서 연락하지 않은 것인가?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숙소에 계십니다. 지금 모셔오겠습니다.”

“아니, 내가 직접 가지.”

오일경은 알이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태훈과 만난 오일 경은 두 팔을 벌렸다.

“오오, 크로이츠 의원. 건강해 보이는군!”

“아, 오일 경 오셨습니까.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난 문제 없네. 그보다 이제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

오일경은 친히 태훈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며 확인했다.

“네, 이제 괜찮습니다.”

“그런 것치곤 낯이 어둡네만?”

“아, 좀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뭐야? 총국 놈들이 시비 거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보다 기별도 없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어허, 자네와 나 사이에 기별이라니. 일단 우리 목이라도 좀 축이지.”

태훈과 오일 경은 응접실로 자리를 옮겼다.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까지 한 오일 경은 마치 자기 집인 것마냥 술병을 집어 들었다.

“자자, 한잔 들게.”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아아, 자네에게도 좋은 이야기고 나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가져왔지.”

오일경은 태훈에게 술을 들게 권유했다.

한 잔 들이켜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일경의 이야기를 듣고 난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제가 제국이 귀족이 되는 건가요?”

“그렇네. 자네가 승낙하면 내가 최소 백작의 지위를 약속하지.”

태훈은 제국의 귀족이 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제국보단 공국이 법으로나 규약으로나 활동이 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레드크로스 상단에는 주주가 존재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 혼자 결정할 수 없습니다. 레드크로스 상단에는 주주가 존재합니다.”

“주주? 그게 뭔가?”

태훈으로부터 주식회사의 개념을 들은 오일 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는 건 레드크로스 상단은 온전히 자네 것이 아니란 이야기군?”

“그렇습니다. 제가 최대 주주라 결정권이 있지만 애초에 자금은 여러 국가에서 나온 거죠.”

“흠…….”

오일 경은 자신의 계획이 애초에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에 낙담했다.

무엇보다 황제 앞에서 큰 소리 치고 나온 뒤였다.

‘이 자식, 나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나 보군.’

태훈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 있었다.

“입장이 난처하신가 봅니다.”

“당연…… 그, 그렇네.”

척 보기에도 많이 의기소침해진 오일 경이었다.

그런 그에게 태훈은 한 가지 제의를 했다.

“저에게 오일 경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그게 뭔가!”

“헌데 오일 경 손에서 하실 수 있는 문제일지…….”

“걱정 말게! 내 힘으로도 안 된다면 우리 가문의 힘이라도 동원하겠어! 말해보게!”

그의 절박함을 느낀 태훈은 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제국이 걱정하는 건 자금줄 아닙니까? 총국과 사이도 좋지 않고 공국에서 자금 세탁 색출이란 문제로 자금도 원활하지 않구요.”

“그렇지. 그게 가장 큰 문제지.”

오일 경은 얼떨결에 태훈을 돈줄로 보았다는 것을 시인했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저희가 생산하는 일부 제품의 특허권을 사는 것은 어떠십니까?”

“특허권? 그게 뭔가?”

태훈은 특허권의 개념을 설명했다.

다 듣고 난 오일경은 생소한 개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지금 상회에서 판매하는 약의 권리를 팔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태훈이 팔려는 약은 기본적인 위생을 위한 약이 아니었다.

항생제와 흔한 전염병의 약을 제외한 고품질의 약을 말하는 것이었다.

일전에 제노비아의 왕비에게 선물로 주었던 그런 고품질의 약을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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