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태훈이 준 과제들은 파케 영애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과제들은 그가 지구에서 알고 있던 지식들을 기반으로 한 정보였다.
그는 지구와는 일부 다른 이곳의 화학 정보를 파케 영애로부터 상당량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토대로 약의 베이스들을 개발하는 것을 그녀의 업무로 배정했다.
반면 파케 영애는 처음 그의 지식에 많은 의구심을 품었다.
어디서 그런 지식을 얻을 수 있었냐는 물음에 태훈은 경험이라고 답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태훈이 그런 많은 경험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 영애는 끈질기게 정보의 출처를 물었다.
재야에 있던 스승이나 모두에게 잊혀 있던 금단의 책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훈은 당연히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어릴 때부터 연금술을 공부했다는 말로 대체했다.
일관된 태훈의 반응에 시간이 흐를수록 영애의 생각도 바뀌었다.
의구심보다는 자신보다 천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처음엔 시기 어린 마음도 들었지만 존경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으어어어, 힘들다.”
“방 안에 처박혀서 소꿉장난하는 게 힘들단 말인가?”
그녀의 투덜거림에 구레드르는 콧방귀를 끼었다.
영애는 옆에 있던 걸레를 던지며 그를 나무랐다.
“누구처럼 몸을 쓰는 게 아니라 머리를 쓴다구요. 아주 쉴 틈 없이.”
“흥, 그래봐야 밤낮으로 망치를 두들기고 무거운 틀을 옮기는 나만하겠나.”
그러면서 구르드르는 자신의 팔뚝을 자랑스러운 듯 꺼내 보였다.
“보라! 이 근육을! 이건 근육을 뛰어넘어 성실과 근면의 산물이다! 힘의 상징이지!”
“징그러운 것 좀 그만 보여줄래요?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강하다구요.”
“뭐? 지금 내 근면 성실한 60년 묵은 근육을 모욕한 건가?”
그의 코에서 콧김이 분출되며 수염이 떨렸다.
“왕자님은 그런 무식한 근육 없어도 강하던데요?”
“크흠, 그건 그 인간이 특별한 거지. 오리진을 다루는 인간하고 비교하면 반칙이지.”
구레드르는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내 반색하며 말했다.
“그 알이라는 종자보단 내가 더 강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