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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50화 (50/150)

50화

태훈은 공국으로 돌아왔다.

파케 영애에게 그간의 연구 성과를 보고 받고는 크게 감명받았다.

자신의 능력으로 알려준 약초들의 효능.

그리고 광물에서의 분리법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내었다.

“대단한데? 내가 알려준 것 외에도 많이 발전했어.”

“왕자님이 알려주신 것도 많은 도움이 됐고 무엇보다 구레드르 씨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에헷, 전설의 대장장이인 내가 한몫 거들었지.”

붉은 수염을 가진 중년이 가슴을 활짝 열고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짧은 수염만큼이나 다리도 짧은 드워프였다.

“전설까진 아니잖아요. 술 마셔서 쫓겨난 주제에.”

“어허, 드워프에게서 술을 빼면 시체라고. 그건 인간 놈들이 우리 습성을 몰라서 생긴 오해야.”

그는 제국에서 병장기를 다루던 드워프였다.

본래 노예였으나 그의 실력을 높이 산 제국의 귀족이 병장기의 생산을 맡겼다.

다만 잦은 음주 폭동으로 노예로 강등됐었다가 탈출한 드워프였다.

그런 그가 향한 곳은 이종족 노예 제도가 없는 공국.

그는 뒷골목 세계에서 파케 영애와 친해졌고 파케 영애가 태훈에게 소개한 것.

그것은 천운이었다.

그를 통해 제국의 은화 제조에 큰 발전을 이루었던 것.

지금은 파케 영애와 함께 공방의 연구를 돕고 있었다.

“그나저나 전쟁이 일어난다며? 요즘 떠들썩해.”

구레드르의 말에 파케의 얼굴이 바뀌며 태훈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는 카나리스의 귀족.

“걱정하지 마. 이 전쟁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그러니까 파케는 연구에 전념해.”

“알겠습니다. 왕자님만 믿고 있을게요.”

“어이, 왕자. 근데 어제 보내준 이건 뭐야?”

구레드르가 양피지 한 장을 손에 쥐고 흔들어 보였다.

“자네 말에 따르면 이건 생물의 시체 아닌가?”

“네, 보통 호수나 바닷가 근처에서 발견되는 거예요. 혹시 아십니까?”

“난 몰라. 우리는 산속이나 땅속에서 산다고. 물과는 그리 친하지 않아.”

구레드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있어야 합니다. 그럼 전쟁을 빨리 끝낼 수도 있어요.”

“뭐? 이거 위험한 거야?”

“아니요, 그건 안전한 겁니다. 아무튼 그걸 구해야 하는데.”

“음, 내가 있던 고향에 가볼까?”

구레드르는 자신의 고향에 큰 호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말라 버린 냇가와 작은 호수도 있다고 했다.

“호수가 말라요?”

“우리 광산과 대장간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거든. 떠오는 게 힘들어서 아예 수로를 내버렸더니 작은 것들은 말라 버리더라고.”

“음, 기대해 볼 만하네요.”

태훈은 그에게 고향에 다녀오도록 하라며 상단의 용병을 붙여주겠다고 했다.

드워프 같은 기술을 가진 종족은 십중팔구 노려지는 것이 당연.

공국 밖으로 나가면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랐다.

“왕자님. 이것도 완성되었어요.”

“오, 그래?”

태훈은 영애가 주는 두 시험관을 받아 들었다.

“섞진 않았지?”

“네, 신신당부하셔서 아예 멀찍이 보관했어요. 말씀하신 방법을 연구해서 만들어내긴 했는데 이게 대체 뭐죠?”

“새로운 약의 재료. 하지만 동시에 악마의 물건이 될 수도 있지.”

“……저한테 독을 만들라고 시키신 건가요?”

겁에 질린 영애의 말에 태훈은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아니야. 파케는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물질들을 만들어낸 거야. 걱정하지 마.”

태훈의 말대로 그것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약이 될 수 있었고 반대로 죽일 수도 있는 성분이었다.

구레드르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한 태훈은 당분간 자리를 비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공국 외곽에 있는 수도원.

지어진 지 300년이 넘었고 버려진 지는 50여 년이 되었다는 수도원은 곳곳이 잡초 투성이였다.

석조 건물로 된 터라 마치 고대 문명이었던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과거 예배당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홀로 향했다.

그리고 돌로 된 제단 뒤로 가서 벽에 걸린 촛대를 옆으로 돌렸다.

드드드드득-

그러자 제단이 움직이며 그 자리에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 아래로는 계단이 있었다.

초기 공방이 차려지기 전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던 태훈은 이곳을 발견했다.

청결을 중요시해야 하는 공방으로 쓰기엔 너무도 낡고 비위생적이라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뮤즈가 방정맞게 돌아다니다가 촛대를 건들게 된 것이 천운이었다.

‘이걸 발견하고 내심 기대했던 때가 생각나네.’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것처럼 던전이나 혹은 보물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계단 아래에는 높이 5미터 정도의 초등학교 운동장만 한 공간만이 있었다.

곳곳에 석조 기둥이 버팀목을 이루고 있었다.

나중에 조사해 본 결과 그 당시 총국은 제국과의 다툼으로 인해 이런 대피소를 만들어두었다고 했다.

태훈은 짐을 풀었다.

그 안에는 여러 등급의 마나석과 얼마간 버틸 수 있을 양의 식량이 들어 있었다.

“뮤즈. 나와봐.”

그러자 뮤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왜 그러세요?”

“지니를 불러줘. 지난번에 봤던 물의 지니면 될 것 같아.”

“에엑? 그런 놈을 왜 불러요?”

“너에게 묻고 싶지만 넌 모른다며?”

태훈은 뮤즈가 신기를 흡수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것이 내심 부러웠다.

하루는 날을 잡아 강해짐의 비결을 물었지만 그녀는 모른다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

“주인님은 제가 지켜 드릴게요. 드래곤이든 정령왕이 오든 제가 상대하면 되요.”

“나도 강해져야 해. 항상 네 도움만 받을 순 없어.”

“쳇. 안 그래도 되는데.”

뮤즈는 툴툴거렸지만 이내 곧 모습을 감추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갑자기 태훈이 있던 장소의 배경이 바뀌었다.

모든 색채가 사라지고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이 잿빛의 상태가 되었을 때 태훈의 뒤에는 뮤즈와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관심을 두겠다는 말을 했지만 이렇게 호출할 줄은 몰랐습니다.”

“오시라 해서 죄송합니다. 뮤즈를 통해 연락하는 방법 말고는 몰랐거든요.”

“무슨 일이죠? 용건만 간단히 말해주세요.”

태훈은 먼저 신기에 대해 말했다.

또 뮤즈가 그것을 흡수하여 성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면의 인물이나 포인트 같은 전후 사정은 건너뛰었다.

신기에 대해 잠시 듣던 물의 지니는 생각에 잠겼다.

“신기라는 물건은 어떻게 생겼죠?”

“딱히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각자 모양이 달랐어요.”

“확실히 이 혼종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지난번과는 다르군요.”

“이게 어따 대고 자꾸 혼종이래. 혼종한테 먼지 나도록 맞아볼래?”

펄펄 뛰는 뮤즈를 보고도 지니는 개의치 않아 했다.

“그보다 그 신기라는 걸 갖고 다니는 자에 대한 정보는 없나요?”

“신기라는 것에 아시는 것이 있나요?”

“아직 메드니안 님에게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도 좀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 말에 태훈은 그녀에게 정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거듭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니는 말을 아꼈다.

더 알아내고 싶지만 이쪽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이상 태훈은 다음 용건으로 넘어갔다.

“저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만물을 다스리는 정령이라면 뭔가 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이미 이 혼종의 힘은 지니 이상의 능력인데 뭘 더 필요로 하신다는 거죠?”

“저 혼자서도 강해져야 합니다. 적이 사방에 널렸어요.”

“강한 힘의 반발력이죠. 그 정도는 예상하셨을 텐데요?”

‘만물의 균형을 우선시하는 정령답게 내가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태훈은 그녀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꼈다.

정체도 모를 강한 존재를 데리고 다니는 데다 태훈이 여러 힘을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불균형을 뜻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기에 속성 교육이 필요했다.

“그럼 거래를 합시다. 추후에 신기라는 것을 얻게 되면 그쪽에 넘겨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흥미가 없습니다.”

“서로 힘빼지 맙시다. 그쪽이나 나나 그런 물건이 지상에서 돌아다니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잖습니까.”

조금 전만 해도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말을 끊던 지니의 모습에 태훈은 딜을 쳤다.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메드니안 님과 거래를 한다는 거죠?”

“그럼 지니들이나 정령왕들이 직접 지상으로 나올 겁니까? 그건 아닐 텐데요. 지금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통제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그 말은 우리가 메드니안 님을 고용하라는 겁니까?”

“고용이란 것은 수직 관계죠.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하자는 겁니다.”

태훈은 신기와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자들에게서 정보를 얻으면 주겠다고 했다.

‘물론 저승과 관련된 증거들은 줄 수 없지만 다른 것들이라면 상관없어.’

최근에 만난 가면은 자신에 대해 전생에 관한 정보를 물었다.

하지만 대화에서 가면들은 저승이나 포인트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그 이야기인즉슨 가면들도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하수인이란 소리였다.

잠시 생각하던 지니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신기를 얻은 즉시 우리에게 넘길 것.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자들을 데려오세요.”

“사로잡으라는 말입니까?”

“되도록이요.”

“노력해 보죠. 그럼 제 제안은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시는 겁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겁니다.”

“목숨까지 걸어야 합니까?”

“단시간 안에 강한 힘을 얻으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하셔야죠.”

물의 지니는 태훈에게 설명했다.

재능이 없는 자는 살아 돌아올 수 없다고.

“인간들이 말하는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시련이 될 겁니다.”

“저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얼마나 걸리는 일이죠?”

“그건 메드니안 님이 하기 나름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태훈은 뮤즈를 쳐다보았다.

뮤즈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이미 태훈은 각오를 하고 이곳으로 온 몸이었다.

“좋습니다. 거래하죠.”

그 말에 지니는 살짝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본 뮤즈가 눈에 쌍심지를 키며 물의 지니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훗, 시련에서 살아 돌아오시면 좋겠군요.”

물의 지니는 그 순간 손가락을 튕겼고 태훈은 잠시 멍해짐을 느꼈다.

바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뮤즈?”

뮤즈를 불러보았지만 답은 없었다.

한참을 텅 빈 공간에서 서성이던 그는 낯선 점을 느꼈다.

공기의 흐름이 멈추어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힘들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는 느낌에 겁이 나긴 했지만 침착했다.

“시련이란 게 시작된 건가?”

그렇게 말할 때 한쪽에서 빛이 들어왔다.

자신이 걸어 내려왔던 입구 쪽이었다.

입구로 나간 태훈은 잿빛으로 변해있는 예배당을 벗어났다.

“으음…….”

건물 밖으로 나오자 녹음도 사라지고 흙빛의 세상이었다.

하늘에선 눈 같은 것이 내리고 있었고 손으로 만져보니 부서졌다.

‘재?’

무색무취.

그런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시련인가.”

그는 코웃음을 쳤다.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

영화나 소설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이기라는 것인가?’

자신이 한 걸음 나서자 자신의 분신도 한 걸음 나섰다.

그걸로 목적은 분명했다.

태훈이 검을 뽑아 들자 상대도 검을 뽑았다.

‘속 편한 설정이구만.’

쓴웃음을 짓던 태훈은 앞으로 튕겨지듯 쏘아져 나갔다.

* * *

아무드의 5천 기병은 요새에서 쏟아져 오는 적의 병력을 목격했다.

달이 없어도 불길 때문에 주위가 환해진 상황이었다.

“당황하지 마라! 대열을 정비해라, 기동력에선 우리가 우세하다!”

백작은 다섯 무리로 나뉘었던 기병을 한데 모았다.

그리곤 포위되지 않기 위해 한쪽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쪽 병력에 구멍을 낸 뒤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저들의 보병을 뚫은 그들의 앞에 제노비아의 기병이 나타났다.

“어째서 기병이!?”

요새 쪽에서 기병이 나타나자 백작은 당황했다.

농성을 예상한 적들이 기병을 요새 안에 두기보단 밖에 두어 타격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쳇, 병력을 더 데려올걸 그랬나.”

일부의 병력만 데려온 것을 후회하는 백작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뒤로는 적들의 보병이 포위를 해오고 있었고 정면에는 적의 기병이 달려오고 있었다.

“전원, 전력으로 적을 돌파한다! 애송이 놈들을 일일이 상대하지 마라!”

“예!”

아무드의 기병은 제국의 기병 수준마저 뛰어넘는 정예 중의 정예.

거기다 어렴풋이 보이는 적들의 숫자는 자신들보다도 적었다.

백작 역시 부하들을 믿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백작의 생각은 5분 뒤에 바뀌게 되었다.

기동성을 살린답시고 무장을 줄인 것이 화근이었다.

아군의 군마들은 무거운 갑주를 입은 적의 군마들에게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기수들끼리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말 위에서는 전력으로 다할 수 없었던 터라 무기가 제노비아 기수들의 갑주를 뚫기가 힘들었다.

나자빠지는 기병들을 본 백작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고작 제노비아의 기병 따위에!”

낙마한 기병들은 적의 발굽에 짓밟혀 죽거나 뒤에서 쫓아온 보병에게 쓰러졌다.

노여워하던 그는 주변을 살폈다.

‘이대로 돌아갈 순 없다. 가문에게까지 피해가 가게 할 순 없지.’

자신의 실패를 무마시킬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적당한 목표를 발견한 백작은 그쪽을 향해 말을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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