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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46화 (46/150)

46화

태훈이 파둔 함정으로 인해 총국은 입지가 상당히 곤란해졌다.

물론 총국은 모르는 일이라 반박했지만 고위급 신관의 날인이 있는 편지와 명령서가 결정적이었다.

수십 명의 고위 신관이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나오자 총국 내부에서도 혼란이 일었다.

자연히 이단 심문은 안중에도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뮤즈가 소식을 전해왔다.

“무도회?”

“네, 남부 왕국들이 모두 참석한다는데요.”

“자세히 말해봐.”

“제국의 황제라는 자가 남부 왕국들의 군비 경쟁이 심하다면서 화해의 장을 주선한다고 해요.”

뮤즈의 보고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일 경의 말로 제국은 아무드의 전쟁을 지지한다 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구실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무도회는 구실이라는 이야긴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다는 거군.’

태훈은 바로 오일 경에게 찾아갔다.

오일 경은 태훈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

“오오, 여기 제국을 위해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왔구만!”

오일 경이 태훈을 반갑게 맞이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총국의 탈세 투고는 비밀에 부쳐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하여 밀고자가 레드크로스 상회라는 것은 유리아와 오일 경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자네가 큰일을 해주었어.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건가?”

“제가 상인이기 이전에 공국의 의원이잖습니까. 총국에 대비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겁니다.”

총국의 훼방을 염려하여 뒤를 캐다가 알게 된 우연한 사실이라는 것으로 둘러대었다.

“자네 덕분에 내 입지도 크게 올라갔어. 아, 덧붙여 유리아도 이번에 크게 진급했네.”

“아, 들었습니다. 1조사실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거기다 무려 사무장이지. 젊은 친구가 인맥을 잘둔 결과야. 크하하하.”

“오일 경도 이번에 따로 영지를 하사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축드립니다.”

“뭐 쪼매난 땅 하나 받긴 했지. 그래도 크로이츠 의원 덕이니 뭔가 보답을 해야겠는데.”

“아, 그럼 이번에 저 좀 도와주십시오.”

태훈은 본론을 꺼냈다.

자신이 아무드로 가려 하는데 총국의 국외 출타 제한령을 풀어달라고 했다.

이단 심문은 무한정 연기됐지만 제재는 남아 있었다.

“어허, 그건 걱정 말게. 그런데 아무드엔 왜 가려고 하는가?”

“곧 전쟁이지 않습니까. 전략 물자 수요도 조사할 겸 가려 하는데 이상한 소문이 하나 돌더군요.”

“소문? 무슨 소문?”

“남부 왕국들이 한데 모여 무도회를 연다고 하는군요. 전쟁이 코앞인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자네는 소문도 빠르구만. 그치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자네 일을 보면 되네.”

“그렇다면 무도회는 역시나 연극인 건가요?”

끄덕끄덕-

오일 경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문으로 다가가 밖을 살펴보고는 문을 굳게 잠갔다.

술을 꺼내 들며 태훈에게 권했고 그는 흔쾌히 술잔을 받았다.

술잔을 들고 나란히 앉은 오일 경이 물었다.

“무도회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 것뿐이지. 아마 거기서 사달이 하나 날거야.”

“무슨 사달입니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걸세. 물론 우리 쪽 인사들은 상관없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나도 자세한 것은 몰라. 다만 일이 벌어진다는 것만은 알아두게.”

태훈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무도회를 빌미로 모인 자리에서 사건이 발생.

그 혐의를 제노비아나 카나리스가 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제노비아와 카나리스는 연합 중이지. 둘 중 하나만 말려들게 하면 같이 말리게 된다.’

전쟁까지 갈 수 있는 명분.

거기에 사람이 다치고 죽는다는 말은 암살과 연결되었다.

그러려면 아무드의 고위급 인사가 죽거나 다쳐야 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난감하군요. 곧 아무드에 가야 하는데.”

“아, 자넨 나와 같이 가면 되겠군.”

“오일 경도 가십니까?”

“나야 아무드 놈들과 만나서 돈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원래 아버님이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 일로 내 평가가 급격히 올라갔어. 자네 덕분이지. 크크크.”

이번 일이라는 것은 탈세를 말하는 것이었다.

탈세와 비자금 명목으로 발견한 현물과 화폐는 무려 대금화 1천 닢 상당이나 되었다.

태훈으로는 뼈아픈 지출이긴 했지만 그중 절반은 위폐였기에 위안을 삼았다.

“자네는 나와 함께 우리 측 일원으로 가지. 그러면 그 말썽에 휘말릴 일도 없을 거야. 거기다 아무드 놈들과 거래도 터주지.”

오일 경이 제시하는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꽤나 선심을 써준다는 것을 안 태훈은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 잘되면 아무드에도 의료원 개원을 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 듣자 하니 의료원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친다는데 이제 돈을 쓸어담을 일만 생겼어.”

오일 경은 웃으며 태훈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무드와 좋은 루트를 만들게 되면 모두 오일 경 덕분이죠.”

“그때 가서 나 모른 척하면 안 되네?”

“그럴 리가요! 제가 따로 섭섭지 않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크하하! 역시 마음에 들어! 자, 한 잔 더 하게!”

거나하게 취한 오일 경을 자택으로 보내고 태훈은 거처로 돌아왔다.

“알, 장군님은 아직이야?”

“네, 아직 기별이 없었습니다.”

“흐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맡겨달라던 홀든은 흑마법사를 데리고 나간 뒤로 연락이 없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었찌만 홀든이 혼자인 게 마음에 걸렸다.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그간 준비도 충분히했고 무엇보다도 그게 있는데.’

홀든은 그간 태훈에게 훈련을 받으며 능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전보다 강해진 것은 당연했다.

거기다 태훈이 만들어준 활은 보통 활이 아니었다.

6클래스 마법주문이 3개나 새겨진 마법무구였던 것.

무기에 새겨진 마법회로는 태훈이 신경 써서 작업했다.

서운해할 것 같아 알에게도 마법 무구를 만들어주었다.

마법 무구라 해도 사용자의 오리진이나 마나의 양에 따라 사용 유무가 달라졌다.

알의 무기에는 민첩성과 완력을 증강시켜 주는 신력을 걸어주었다.

“음, 장군님한테 경호를 맡기려 했는데.”

“네? 아니, 저는 이제 버림받는 건가요?”

“넌 부지배인이잖아. 내가 출타 중일 땐 네가 책임자잖아.”

“아, 그렇죠.”

얼마 후 오일 경이 사람을 보내왔다.

아무드로의 일정이 잡히자 태훈은 준비를 했다.

먼저 자신이 거느린 호위 용병단 중 가장 뛰어난 용병대를 불렀다.

아사드 용병단.

레드크로스 상단과 계약하기 전부터 용병단으로 움직이던 집단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지배인님.”

“응, 아무드로 갈 채비를 해. 여기 목록.”

태훈은 용병단장인 칼에게 목록을 넘겼다.

“이번엔 약이 아니군요.”

“귀족들에게 줄 선물들이야. 그리고 이번엔 다들 무장에 신경을 쓰도록 해.”

“기존의 무장으로는 부족합니까?”

“여벌의 무기는 물론 소모성 물건들은 두 배로 준비해. 전투가 있을 수 있다.”

“부하들에게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칼은 44세의 용병이었다.

용병 생활만 25년을 했다는 그는 노련했다.

“얼마나 있다 오실 예정이십니까?”

“출발은 일주일 후. 돌아오는 건 여유 있게 한 달 정도로 잡도록 해.”

“그렇다면 눈발이 시작될 수도 있는 시기군요. 방한 용품을 구입해도 되겠습니까?”

“필요한 건 뭐든지 준비해.”

“네.”

칼은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멈추어 섰다.

“저기, 지배인님.”

“음? 왜?”

“저기 여줍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물어보고 싶은 거?”

“수인족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수인족? 노예 말인가?”

수인족은 동물과 인간의 혼혈 정도 되는 종족이었다.

짐승의 귀를 가지고 있고 덩치가 크며 야행성이었다.

거친 성격 때문에 인간과의 마찰이 많았고 이따금 노예의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갑자기 수인족은 왜?”

“아무드로 가는 길은 대부분 산지입니다. 저희 용병대는 대부분 기병과 궁병이라 대응이 늦을 수 있습니다.”

공국과 제국은 길이 잘 뚫려 있었다.

그만큼 교역양이 많기도 했지만 타국으로 가는 길은 상황이 달랐다.

“음, 일리는 있지. 당장 출발이 코앞인데 산지 전투 훈련을 시킬 시간은 없지.”

태훈은 고민했다.

웬만해서는 이종족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피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단원 중에 경험 있는 자가 있나?”

“네, 전에 이종족을 부리던 단원이 몇 명 있습니다.”

수인족은 전투 노예였다.

하지만 거친 성격을 가졌기에 담당자가 필요했고 어느 국가든 관련 법안이 있었다.

‘수인족이라.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지.’

고민하던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 * *

아무드로 출발하는 제국 행단은 규모가 컸다.

레드크로스 상단 이외에도 두 개의 대형 상단이 참가.

제국 귀족들까지 합쳐 무려 천 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크로이츠 의원님.”

“그러게 말입니다. 올 때는 더 춥겠는데요?”

행렬에서 화제는 레드크로스 상단이었다.

의료원과 약초라는 생소한 아이템으로 시작한 상단이라는 점.

상업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돈을 쓸어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상단에서 유통에 관심을 갖고 태훈에게 접근을 해왔다.

“그나저나 요새 손이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허허, 그쪽 상단이 손 놀릴 여유가 있습니까? 듣자 하니 요새 미친 듯이 곡물 사시느라 바쁘신 것 같소만.”

두 상단은 서로 견제를 하며 각전을 벌였다.

‘슬슬 유통을 늘릴 때도 되긴 했는데.’

공국에서 증설된 공장 때문에 내년부터는 약의 제조량이 늘어날 전망이었다.

동행하는 두 상단의 크기나 유통 능력은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태훈은 슬슬 운을 띄웠다.

“저희도 운송단을 4개나 운영하긴 하지만 손이 부족하긴 하네요.”

“그럼 저희에게 맡겨주시죠. 저희 상단은 모든 국가에 지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곤잘 상단의 책임자의 눈이 반짝거렸다.

후작 가문의 상단으로 제국 상단 중 가장 큰 집단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모든 국가에 지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태훈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저희 물건은 보기와는 달리 좀 섬세합니다.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짐마차에도 특별히 제작합니다.”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 마법회로를 본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마나석을 이용한 마나회로로 신선도를 유지하죠.”

“팔고 계신 약의 가격이 상당히 낮던데 그래서 이윤이 남습니까?”

곤잘 상단의 말에 다른 상단도 태훈을 쳐다보았다.

일리가 있었기에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크게 남지는 않습니다만 남기는 남습니다. 저희는 박리다매가 원칙이거든요.”

“박리…… 뭐요?”

“박리다매. 싸게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긴다는 뜻이죠.”

“흠, 월 매출을 물어보고 싶긴 하지만 업계에서 그런 건 불문율이니.”

“손해가 난다면 제가 하고 있을까요? 하하하.”

웃던 태훈의 시선이 행렬의 뒤로 향했다.

거기엔 떠나기 직전 구매한 수인족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레드크로스 상단뿐만 아니라 다른 두 상단도 수인족을 데리고 있었다.

특수 제작된 재갈과 수갑을 찬 그들의 눈은 매서웠다.

그들이 아무드의 수도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였다.

아무드에서는 환대하게 그들을 맞이했고 그로부터 3일간 그들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태훈도 가져간 선물들을 아무드의 귀족들에게 뿌리며 정보를 얻기 위해 힘썼다.

그러다 뜻밖의 소문을 들었다.

“정략결혼이요?”

“그렇습니다. 저희에겐 나쁜 소식이죠.”

아무드가 무도회와 동시에 왕족과 남방 국가의 왕족과 정략결혼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었다.

군비 경쟁이 치열하니 정략결혼을 통해 열기를 식히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각이 나왔군.’

오일 경을 통해 전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안 태훈은 그들의 속셈을 알 수 있었다.

밤이 되어 개인 숙소에 도착.

뮤즈와 단둘이 된 태훈은 생각을 정리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아무드의 왕족이 제노비아나 카나리스의 인물에게 살해당하는 건데…….”

“결혼 상대로 내세울 왕족이요?”

“그렇지. 화평을 위한 자리를 피로 물들이면 편하게 진행되겠지.”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죠?”

“상대로 나올 아무드쪽의 왕족을 보호하면 되. 넌 그걸 맡아줘.”

“주인님은요?”

“희생양이 될 제노비아나 카나리스의 인물을 찾아야 해. 누구누구가 오는지 알면 좋겠는데.”

태훈은 오일 경을 찾아갔다.

밤도 늦었으니 술이나 한잔하자는 오일 경에게 초대 손님의 명단이 있는지 물었다.

오일 경은 흔쾌히 명단을 넘겨주었고 그것을 본 태훈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거기엔 자신이 아는 인물 두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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