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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42화 (42/150)

42화

유리아는 제복을 입고 집에서 나섰다.

아버지의 밥은 먹고 가라는 말에도 됐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어디로 가지?’

상관에게 며칠 조사 흉내를 내다 오라고 들은 지 3일이 지났다.

보고서는 올려야 했기에 그간 길거리 탐문과 상단 조합을 돌며 이상한 점을 찾으려 했다.

‘단순히 조폐국과 귀족들 간의 문제라고 하기엔 이상한데.’

위에서는 자금의 유통을 위해 조폐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화폐를 유통시킨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유리아는 새 은화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금화가 아닌 은화라는 점이 그녀의 마음에 걸렸다.

그녀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상단 조합이었다.

“오늘도 오셨네요?”

“아, 귀찮게 해서 미안하네.”

상단 조합의 안내원은 그녀를 향해 피식 웃었다.

“오늘은 뭐 다른 점은 없나?”

“딱히 없는데요?”

“그 레드크로스라는 관련된 정보는 없나?”

“아, 그러고 보니 요새 다른 상인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요. 레드크로스라는 상단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좀 이상하다는군요.”

“이상해? 뭐가 말인가?”

안내원은 대답 대신 장부 몇 개를 가져와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조합에 등록된 상단에 관한 정보를 기입한 장부였다.

“이걸 나에게 보여줘도 되는 건가?”

“당신이 신분을 속인 게 아니라면 딱히?”

유리아는 장부를 펼쳤다.

살펴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재?”

“최근 다른 상인들 말로는 그 상단이 구입하는 마차나 토지 규모가 상당하다고 해요. 처음에는 병장기나 식료품 거래인줄 알았는데 어제 등록한 건 약재라네요?”

“그들이 구입한 토지가 많은가?”

“엄청나요. 듣자하니 수도 외곽에 구입한 땅만 수도 크기의 10분의 1 정도예요.”

“1할이나?”

유리아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통 상단에서 토지를 구입하는 경우는 창고를 짓기 위해서다.

약효가 좋은 약재는 사냥꾼이나 채집꾼들에게 좋은 값에 팔렸다.

하지만 수도 크기의 1할이나 되는 크기의 창고를 쌓아둘 정도의 양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사재기인가? 그래도 그 정도 양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데.’

“시청에도 가보세요.”

“시청?”

“들리는 소문에는 상단만 운영하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정보 고맙네.”

유리아는 바로 시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레드크로스란 이름의 또 다른 항목을 찾을 수 있었다.

‘의료원? 제약회사?’

낯선 단어들이 레드크로스란 이름 뒤에 붙어 있었다.

“이게 다 뭡니까?”

유리아는 자신보다 높은 직급을 가진 직원에게 물었다.

“나도 물어보니 약을 만든다더군.”

“약이라면 상처에나 바르는 약입니까?”

“먹기도 하는 약이라더군. 설명은 대충 들었는데 어려워서 잘 모르겠네.”

“그런 정체불명의 집단을 허가해도 되는 겁니까?”

도발성이 섞인 유리아의 질문에 대머리의 사내는 미간을 좁혔다.

“우리야 제대로 세금 갖다 바치고 서류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허가를 내어주는 게 일이야. 그러는 자네는 재무부 소속이면서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불신과 경계심이 가득한 그의 눈빛이었다.

‘뇌물인가.’

유리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사 중인 것과 관련이 있어서 그럽니다.”

“자네 재무국 어디 소속이야?”

사내의 성화에 유리아는 시청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상해.’

비단 시청 직원이나 경비 대장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많은 상단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낯선 단어들과 토지 구입 대금이 대부분 은화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 수도 외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상단들의 짐마차가 드나드는 창고들이 있었다.

거기서 대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본 유리아는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판자로 된 창고가 아닌 반투명한 천막으로 된 형태의 건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낯익은 인물을 발견했다.

‘저 사내의 이름이 뭐였지?’

그의 이름을 기억해 낸 유리아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알 로렌츠?”

“아, 유리아 사무관님이군요. 여긴 어쩐 일로?”

“이것들은 뭐지? 단순한 창고는 아닌 것 같은데.”

유리아는 알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본래 18세인 그녀는 타인에게 존댓말을 썼다.

하지만 타지 사람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경어를 쓰지 않았다.

“일종의 농장입니다. 병충해를 막고 비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는 것이죠.”

“자네 상단은 약재를 취급한다고 했는데 설마 직접 재배하는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재무국 소속인 유리아 사무관님이 저희에 대해 꽤나 조사하셨군요.”

“흠, 뭐 그렇지.”

유리아의 태도는 다소 불편해 보였다.

처음 유리아의 이름을 불렀을 때 곤경에 빠진 것을 해결해 준 것은 태훈이었다.

그는 유리아에게 알이 유리아를 보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모르는 남자가 자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에 기분이 나빠진 그녀가 이유를 물었다.

태훈은 재무국 옆에 붙어있는 시청에 등록을 하러갔을 때 알이 그녀를 목격하고 이름을 알아두었다고 말했다.

유리아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은 군관 출신의 사무관.

미의 기준과는 먼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태훈은 알이 그녀를 마음에 든다고 말해둔 상태.

그렇다 보니 알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침 식사 시간인데 식사라도 같이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보다 물을 게 있네. 의료원이나 제약회사는 대체 뭔가?”

“병자를 돌보고 약을 만드는 곳입니다.”

“치료소 같은 개념인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리고 하나 더 물을 게 있네. 자네 상단에서 대부분 은화로 결제를 하던데. 그 이유가 있나?”

알은 태훈에게서 전해 들은 대로 답을 해주었다.

“공국에서 검은 돈의 출처를 밝히고 걸러내는 작업을 하는 건 아시죠?”

“알아, 그것과 무슨 관계지?”

“공국에서는 대량의 금화 반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은화로 환전해서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수조사라는 명목하에 금화의 유통이 제한되고 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었다.

자신의 상관도 자금의 유통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딱히 트집을 잡을 만한 것이 없자 유리아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다.

* * *

“어때? 첫 단추는 잘 꿰었어?”

“흠, 아무래도 절 싫어하는 것 같던데요?”

“세상에 쉬운 여자가 어딨겠어. 잘해봐. 그게 널 부지배인에 앉힌 이유잖아.”

“그냥 왕자님이 하면 안 될까요? 왕자님이 부티도 나 보이고 저보단 잘하실 것 같은데.”

공사현장에서 돌아온 알은 칭얼대듯 말했다.

태훈이 알에게 맡긴 일은 유리아를 꼬시라는 임무였다.

태훈은 제국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국 내에서 원활하게 물건을 수급하고 약초를 생산해 내려면 많은 인맥이 필요했다.

거기에 앞으로 약을 생산하고 의료원을 운영하려면 신전과의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

아군을 만들어두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자신을 만나주려는 제국의 귀족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외로 고위급 인사들은 낯선 인물들과의 접촉을 꺼려했다.

결국 택한 방법은 목마른 사슴이 샘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

공국의 자금 제한 때문에 제국 귀족들의 상단의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글렌 의원을 통해 제국으로 흘러들어 가던 자금의 상당 부분이 묶여 있다는 것을 들은 태훈은 재무부를 포섭하기로 했다.

귀족이 힘들다면 국가 기관을 아군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먼저 막대한 현금을 동원했다.

상단의 밑바탕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국의 재무부는 당연히 레드크로스 상단의 자금에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예상은 적중했고 재무부와의 연결 고리로 태훈은 유리아라는 인물을 선택했다.

“나보단 네가 적격이지. 15세의 나이에 기사 시험에 응시했지만 불합격. 그러다 군관으로 임용되어서 지금은 재무국 소속.”

“그게 왜 제가 적격입니까?”

“넌 진짜 기사잖아. 기사였던 걸 어필하면 그녀가 관심을 보이지 않겠어?”

“음, 과연 그럴까요?”

“지금은 냉랭할 거야. 일단 자주 눈에 띄면서 네가 기사였던 걸 슬쩍 흘려.”

태훈은 유리아가 알에게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알은 그녀와 식사 약속을 잡았다는 통보를 해왔다.

알이 기사 출신이라는 것에 그녀가 반응을 보인 것.

태훈은 다시 알로 하여금 재력을 뽐내라고 했다.

“부자 노릇을 하라는 건가요?”

“넌 명백히 상단의 부지배인이다. 부티 나게 하고 좀 다녀.”

“기사 지망생인 그녀가 재력에 관심을 보일까요?”

“알아보니까 빈곤층 출신이던데. 그리고 동기생들한테 물어보니 알아주는 짠돌이래.”

“그럼 기사가 되려 한 것도 출세하기 위해서라는 겁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이제 좀 차려입고 다녀라.”

태훈은 알에게 돈이 든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왕자님은 뭐 하시게요?”

“난 공방을 왔다 갔다 하잖아. 놀러다니는 게 아닌 거 알면서.”

태훈은 제국 수도에서의 일은 알에게 대부분 맡겨두었다.

자신은 공국의 공방에 자주 들러 파케 영애와 함께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었다.

홀든은 그런 그를 따라다니며 경호를 담당하고 있었다.

공방에서도 성과는 있었다.

카나리스에서 만들었던 항생제의 대량생산 준비에 필요한 기구들이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항생제를 비롯한 약의 생산은 공국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아참, 그리고 상단 조합에서 용병대를 모집하지 않을 거냐고 묻던데요?”

“아, 일전에 말한 호위대?”

중소 규모의 상단들은 짐 운반을 위해 용병을 고용했다.

하지만 일손이 없을 때도 있었고 워낙 단가가 비쌌다.

그렇기에 제법 규모가 되는 상단들은 호위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보안도 보안이지만 지출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였다.

용병들이야 고정 봉급이 들어오니 큰 상단들의 호위대는 인기가 제법 되었다.

“네, 장안에 소문이 파다합니다. 레드크로스 상단이 규모가 크고 신생이다 보니 용병들이 기대가 크다던데요?”

“우리도 호위대는 있어야지. 나중에 총국 쪽에서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르니까.”

“그럼 진행할까요?”

“그건 너와 홀든이 알아서 해. 미안하지만 그쪽에 신경 쓸 여력이 없네.”

태훈도 상당한 경지에 있지만 일반인들의 실력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장교 출신인 홀든과 기사 출신인 알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예산은 어느 정도?”

“용병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알아봤어?”

“1급 용병들의 고정 급여는 대략 소금화 5닢입니다. 2급 같은 경우 소금화 2닢 정도던데요.”

“장군님. 북부군에서 복무하실 때 급여가 얼마 정도 되셨죠?”

“한 달에 소금화 1닢에 20실버였습니다.”

이번엔 알에게 물었다.

“일반적인 장교는 몇 급 용병과 맞먹지?”

“3급? 제법 실력이 있다면 2급 정도 될 겁니다.”

“음, 정규군 장교보다 용병이 상당히 비싸네.”

“아무래도 정규군보다야 목숨 걸 일이 더 많으니까요. 마법사나 신관은 더 천정부지로 비쌉니다.”

“총 3개 호위대로 구성하되 직업군은 잘 맞춰봐. 1개 호위대의 인원은 30명으로 한다.”

상당히 큰 규모였다.

태훈이 말한 정도의 인원과 3개 호위대 구성은 제국의 가장 큰 상단과 맞먹는 규모였다.

태훈은 알과 홀든에게 직접 실력을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믿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총국의 훼방이나 몬스터의 습격에도 믿을 수 있었다.

“고정비가 상당해질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현재 레드크로스 상단의 재정은 넉넉한 것이 아니었다.

생산되는 은화의 3할은 글렌 의원에게.

카나리스 왕국에도 은화의 3할이 들어가서 상단에 남는 것은 생산된 은화의 4할이었다.

“투자받은 자금이 곧 들어올 거야. 물건이 제대로 생산되려면 재료의 수급이 얼마나 원활하냐가 중요해. 호위대에는 신경을 많이 써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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