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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40화 (40/150)

40화

세레니스 제국의 재무국은 한 해 다루는 금액이 수천만, 수억 닢에 달했다.

2년에 한번 화폐를 제조할 때 대륙에 통용되는 자국 화폐의 통계를 내는 일은 일상이었다.

재무국 제3조사실은 위조 화폐를 담당하는 부서였고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제3조사실의 문이 열리며 뚱뚱한 귀족 하나가 들어왔다.

덜컥-

“유리아.”

“오셨습니까, 페리어튼 경.”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녀의 상관인 페리어튼 경이었다.

슬림 핏의 하얀 제국 군복을 입은 유리아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각이 잡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군인답게 군살 없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걸 조사해 와라.”

페리어튼은 그녀의 앞에 뭔가를 던져놓고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러곤 익숙한 듯 탁상에 두 발을 올리고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유리아는 몇 장의 양피지로 이루어진 보고서를 집었다.

“이건 뭡니까?”

“제1조사실에서 보내온 보고서다.”

“또 위조 입니까?”

“아니. 위조는 아니고 조폐국 감사를 해달라는군.”

“감사요?”

유리아는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보고서엔 보고가 되지 않은 화폐가 돌아다니는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폐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화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겁니까?”

페리어튼은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숨을 몰아쉬었다.

“유리아군. 자네 여기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이제 1년 반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출세하고 싶다고 했지? 내가 비결을 알려줄까?”

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울 때 발 뻗을 자리를 잘 보고 뻗어.”

“그 말씀은…….”

“조폐국 수장이 누구야?”

“게돈 국장님이십니다.”

“게돈 국장의 아들이 누구야?”

“재무국 국장님이십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유리아는 입을 다물었다.

허울뿐인 감사라는 말이었다.

유리아가 착잡한 표정을 짓자 보다 못한 페리어튼이 발을 내리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유리아가 그에게 다가갔다.

“요새 조폐국이나 우리 재무국이나 일손이 부족해. 알지? 히스렐다에서 돈 세탁 걸러낸다는 거.”

“네,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자금의 흐름이 힘들어졌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탈세도 많이 잡아낼 텐데요.”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은 자금이 막혔단 말이야. 상단을 가진 귀족들이 원성이 크다고.”

“그럼 조폐국이 일부러 허가받지 않은 돈을 찍어낸다는 겁니까?”

“그거야 나야 모르지. 다만 머리를 굴려보면 답은 나오잖아?”

“아, 그렇군요.”

“아, 그렇군요가 아니야.”

페리어튼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조용히 말했다.

“재무국이나 조폐국이나 같은 식구야. 뭔가를 발견해도 모른 척.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좋아.”

페리어튼은 자신의 서랍에서 작은 뭉치를 꺼냈다.

유리아에 앞에 내려놓자 주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며칠 쉬다가 와. 자넨 단독 감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고 해두지. 올 때는 내가 만족할 만한 보고서를 들고 오도록.”

“배려 감사합니다.”

유리아는 자신의 짐을 챙겨 들고 재무국을 나섰다.

자신의 손에 든 주머니의 안을 살펴보니 자신의 세 달치 월급이 들어 있었다.

‘이걸로 나도 공범인 건가?”

페리어튼이 요구한 것은 감사의 시늉만 하고 문제없다는 보고서를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유리아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상관의 말대로 집에서 쉬면서 보고서나 대충 만들 생각이었다.

그녀의 집은 서민들이 사는 구역이었다.

인구 500만이 모여 있는 제국의 수도는 총 5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중 두 구획은 서민들이 사는 구역이었다.

“나 왔어.”

“오늘은 웬일로 일찍 오느냐?”

그녀의 아버지가 유리아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며칠 휴가 받았어.”

“휴가? 요즘 제일 바쁘다고 하지 않았니?”

“아, 그렇게 됐어.”

“설마 해고당한 거니?”

“아, 쫌! 그냥 휴가라고!”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제복을 벗던 그녀는 이내 다시 고쳐 입으며 방문을 열었다.

거실에서는 그녀의 아버지가 탁자 위에 뭔가를 차리고 있었다.

“뭐 해?”

“아직 점심 안 먹었지? 금방 차려줄게.”

“됐어. 나가야 돼.”

“수프라도 한술 뜨고 나가. 금방…….”

쾅-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달리 갈 곳 없는 그녀는 수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명색이 월급을 받는 군인인 만큼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환전소.

“어서 오십시오. 군인 나리.”

그녀의 어깨에 있는 장교 계급을 본 주인은 유리아를 반갑게 맞이했다.

제국 내에서 일반 병사가 아닌 장교의 입지는 상당히 높았다.

상대가 어린 나이의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주인은 깍듯했다.

“물건을 맡기러 오셨습니까?”

“아닐세. 오늘은 볼 일이 있어서 왔네만.”

유리아는 재무국의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신분증을 본 주인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요?”

“난 세무 소속이 아니야. 근래에 새 것 같은 주화가 다량으로 들어온 적이 있나?”

“군인 나리.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주화를 만지는지 아십니까? 그런 거에 신경 쓸 틈이 없습니다.”

주인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이니 협조 좀 해주게.”

“설마 위폐가 돌아다니는 겁니까?”

주인이 잔뜩 긴장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건 아니네. 다만 조사하는 내용은 극비라 말해줄 수 없군. 이 환전소에서 보유한 주화들을 보고 싶네.”

“뭐 좋습니다. 따라오십쇼.”

민둥머리의 주인은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주인은 허름한 골방으로 안내한 뒤 그녀의 앞에 묵직한 자루 몇 개를 내려놓았다.

“오전에 상단들이 환전해 가서 지금 가진 주화는 이게 전부입니다.”

“협조 고맙네.”

“금액 전부 아니까 슬쩍할 생각 마십쇼.”

끼익-

주인이 나가자 유리아는 탁상 앞에 앉았다.

주머니를 뒤집자 안에 든 주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촤르륵-

금화와 은화, 동화의 더미에서 그녀는 새것과 헌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구분이 끝난 뒤에는 옆에 있던 저울을 이용해 금화들의 무게들을 쟀다.

‘무게는 전부 정상. 위폐는 없는 것 같은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무게.

위조범이 마음먹고 위조를 한다면 무게를 흉내 내는 것은 가능.

하지만 대량의 주화가 위조될 때 균일한 무게를 가지는 것은 힘들었다.

반면 조폐국이 발행하는 주화는 모두가 균일했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두 번째는 질이었다.

성분의 질도 중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양.

제국을 상징하는 심볼인 드래곤의 문양은 드워프들이 하나하나 세공하는 것.

백여 년 전 드워프 종족을 종속시킨 제국은 수천 명의 드워프로 하여금 비밀장소에서 문양을 새기게 하고 있었다.

보통 위폐는 이 요인에 의해서 발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새것처럼 보이는 건 없는데.’

마지막으로 발행된 주화는 2년 전의 것.

아무리 닦아 낸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손때는 묻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중 유리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은화였다.

발행 년도가 2년 전의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녀는 은화들을 모아보았다.

9할 이상이 2년 전의 것.

한 번에 최근 주화가 이렇게까지 몰리기는 힘들었다.

유리아는 주화 자루에 찍힌 상단의 이름을 확인했다.

‘레드크로스?’

처음 들어보는 상단의 이름이었다.

제국과 거래하는 모든 상단은 재무국에 신고를 해야 했다.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

방을 나온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계속 조사를 할지 아니면 상관의 말대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는 듯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상인 조합을 찾아갔다.

자신의 신분증을 내보이며 상단 목록을 달라 했다.

“재무국 소속이면 그곳에도 목록은 있을 텐데요?”

조합의 아가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극비 임무 중이네. 원한다면 수사 허가서를 받아오겠네만.”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그다지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니까요.”

목록을 살펴보던 그녀는 레드크로스 상단이 히스렐다 공국에 본점을 둔 것을 알아내었다.

‘등록일이 3개월 전이군.’

잠시 고민하던 유리아는 거래 장부까지 요구했다.

“거래 장부는 수사 허가서를 가져오셔야 합니다.”

“아, 그런가?”

그녀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엔 애매했다.

“그럼 이곳에 레드크로스 상단의 지점이 있는가?”

“네, 있습니다. 상단 구획의 맨 가장자리에 가보시면 있어요. 아직 건물을 짓고 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요.”

상단 구획으로 가자 사람과 마차로 붐비고 있었다.

짐의 상하차는 물론 거래까지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종족도 보이곤 하는 곳이었다.

맨 끝으로 가자 제법 큰 규모의 터가 나타났다.

기반 터를 잡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다른 상단의 건물보다 면적이 커 보였다.

“이 정도면 상당한 돈이 들어갔을 텐데. 이정도 재력을 가진 신생 귀족이 있는 건가?”

그녀는 공사자의 인부를 불렀다.

공사장의 인부는 그녀를 보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부, 부르셨습니까?”

“음?”

그녀는 인부의 목덜미에 있는 문양을 보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노예의 낙인이 찍혀 있었다.

“어째서 사슬을 풀고 있는 거지? 네놈은 노예가 아닌가?”

“아, 그…… 저…….”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굉장히 난처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유리아는 그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금발의 머리를 한 다부진 남자는 검을 차고 있었다.

그는 정겹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희 노역부가 무슨 문제라도?”

“으음, 어째서 노예가 사슬을 풀고 있는 건가? 제국의 법도에 노예는…….”

“그렇죠. 사슬을 달고 있어야 하죠. 우선 이것 좀 보시죠.”

남자는 그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녀가 멈칫거리며 종이를 받아 들었다.

‘치안 백인대장?’

종이에는 수도 치안대의 이름 있는 백인대장 중 한 명의 이름이 기입되어 있었다.

종이에는 노예의 사슬을 풀어도 좋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못 미덥다는 눈치로 그를 바라보자 남자가 말했다.

“일의 효율을 위해서 잠시 사슬을 풀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도망가려면 어쩌려고?”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만약 그렇게 되어 문제가 발생될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까지 기입되어 있습니다.”

“이곳 사람인가?”

“아닙니다. 히스렐다에서 왔습니다.”

“신분증과 통행증을 보여주겠나?”

남자가 나무로 된 패와 종이 한 장을 더 넘겨주었다.

종이는 공국에서 발행한 신분증이었고 패는 제국에서 발행한 통행증이었다.

“알 로렌츠? 성이 있으니 귀족인가?”

“몰락귀족이지만요.”

“레드크로스 상단 사람인가?”

“그렇습니다만 문제가 있습니까?”

“아, 아니네. 그럼 자네가 상단의 지배인인가?”

“부지배인입니다.”

유리아는 공사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터가 크군. 땅값만 해도 상당히 비쌌을 텐데?”

“상단의 소유주는 히스렐다 공국의 크로이츠 의원입니다. 의원이 되신 지 얼마 안 되어 잘 모르실 겁니다.”

“대답이 꽤나 세밀하군.”

“여기저기서 자주 물어봐서 익숙하죠. 문제가 없으면 이만 가봐도 될까요?”

유리아는 그에게 물건들을 돌려주었다.

남자는 품 안에 물건들을 집어넣고는 살짝 목례를 했다.

유리아도 발걸음을 돌렸다.

“들어가십시오, 유리아 사무관님.”

그녀는 그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네?”

“난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가?”

“아…….”

남자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유리아는 다시 한번 공사 현장을 훑어보고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내 이름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봤네만?”

“아, 그 저…….”

남자는 당황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를 찾는 듯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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