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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39화 (39/150)

39화

“선택? 몰라, 그런 거. 하지만 뉘앙스로 봤을 때 신기라는 걸 다루는 너는 선택받은 자로군?”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선택받은 자일 수도 있지. 나와 함께 가자.”

노인은 이번엔 회유하려 들려 했다.

‘신기만 되찾아도 큰 성과지만 그분의 조력자가 될 인물도 데려간다면 크게 기뻐하시겠지.’

노인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를 따라와라. 너라면 그분의 도움이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배웠는데. 그러는 네가 나를 따라오는 건 어때?”

“흠, 넌 나에게 나라 하나쯤은 줄 수 있나?”

“그건 내 능력 밖이네.”

태훈은 검기를 일으키기 위해 뮤즈에게 마나를 흘렸다.

마나가 흘러들어 가자 검신의 무지갯빛이 더 밝아졌다.

검의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몸 안에 있던 세 가지 기운이 한데 뭉쳐지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워.’

태훈은 발을 굴렀다.

순식간에 노인의 코앞까지 다가가자 스스로가 놀랐다.

놀란 것은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이!”

노인은 다시 한번 자신을 중심으로 마나를 폭발시켰다.

풍압과 거대한 마나가 그를 덮쳤지만 그와 부딪히며 반으로 갈라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아 있는 노인의 팔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태훈은 자신이 뛴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노인을 지나쳤다.

쿠구구구-

기다란 자국을 남기며 태훈은 간신히 멈추어 섰다.

남은 팔마저 잘려 나갔지만 노인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그저 멀거니 잘려 나간 팔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잘못 생각했군.”

“항복하기로 결심했나?”

태훈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만큼 온몸에 힘이 넘치고 있었다.

“널 그분께 데려간다는 게 잘못되었어. 내 출세를 위해서라도 넌 여기서 죽어야겠다.”

잘려 나간 노인의 양쪽 팔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맹렬한 기세로 퍼져 나가는 기운에 닿는 것들은 보랏빛으로 물들며 바스러졌다.

노인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독기다!”

상아탑의 마법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프로텍트 쉴드! 신관들도 어서!”

“홀리 워!”

두 겹의 방어벽이 펼쳐졌다.

한편 주변을 메우기 시작하던 보랏빛 기운은 이내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언데드들을 삼켰다.

그러자 머리가 잘려 나간 시체들이 일어서더니 리치에게로 모여들었다.

리치 역시 온몸에 검이 박혀 쓰러져 있었다.

언데드들이 한데 뭉치며 마치 젤리처럼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내 거대한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는 소리.

그리고 지독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뭐야, 슬라임도 아닌데…….”

3천에 가까운 시체가 모여 만든 인간의 형상은 거대했다.

그때 노인의 몸이 뜨더니 거대한 형체로 다가갔다.

“크크크, 전부 여기서 죽여주마.”

노인은 거대한 인간의 형상의 가슴속으로 사라졌다.

‘그랑죠냐!’

이내 거대한 형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둔해 보이는 몸뚱이었지만 상당히 빠른 동작이었다.

후웅-

펑-

거대한 손바닥이 그를 지나쳐 바닥을 때렸다.

태훈은 삽시간에 수 번의 검을 휘둘러 내려친 팔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버렸다.

잘라진 팔은 땅에 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합쳐졌다.

‘아까와는 다르게 복원이 되는 건가?’

그는 거대한 덩치의 발치로 뛰어들어 갔다.

그러곤 발목부터 타고 올라가며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가자 거대한 몸의 여기저기가 터져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터져 나간 살점들은 한데 모여들었다.

‘보통 이런 놈의 공략은 핵을 잡아내는 건데.’

골렘의 머리끝에 서서 고민하던 태훈은 자신을 잡으려는 손을 피해 땅으로 내려왔다.

그러곤 멀찍이서 골렘을 바라보며 공략할 부위를 살폈다.

‘심장? 아니면 그 노인이 핵인가?’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골렘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크크크. 좀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어디 간 거지?”

골렘에서 흘러나오는 노인의 비웃음에 태훈은 실소를 터뜨렸다.

“웃어?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실성한 건가?”

“압도적이라. 덕분에 고민을 덜었네.”

뮤즈가 검으로 변한 뒤 그녀의 힘을 고스란히 쓸 수가 있었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막대한 마나와 오리진의 기운이 그의 전신을 돌고 있었다.

그가 상체를 돌리며 검을 뒤쪽으로 향했다.

웅웅웅-

약한 파공음과 함께 검신의 무지갯빛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후우웅-

검신을 중심으로 주변의 기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골렘도 심상치 않은 마나의 기운을 느꼈는지 그를 주시했다.

태훈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들은 상아탑의 마법사는 화들짝 놀랐다.

“저…… 저 주문은?”

“지금 왕자님이 뭘 하는 겁니까?”

적을 눈앞에 두고 꿈쩍도 하지 않는 왕자가 답답했는지 신관이 보채기 시작했다.

“저건 6클래스 완창 주문이요.”

“완창 주문?”

신관이 어리둥절해하며 묻자 수석 마법사는 그를 위아래로 훑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5클래스까지는 한번 주문을 외워 사용하면 시동어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6클래스부터는 주문의 완창이 있어야만 발동이 가능하오. 헌데 왕자님은 아직 4클래스…….”

상아탑 수석 마법사의 말에 모두가 왕자를 주시했다.

태훈은 자신의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보는 눈이 많군. 오히려 잘됐어.’

주문이 끝나자 태훈의 검을 중심으로 스파크가 일었다.

“메가 라이트닝.”

그가 휘두른 검에서 거대한 전격 마법이 뻗어져 나갔다.

거대한 번개 폭풍이 골렘에 적중했다.

골렘의 주위에 있던 방어막은 잠시 그의 마법을 막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방어막은 전격에 흡수되었다.

골렘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시체들의 신경이 전격에 반응하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내 터져 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다시 복원되었다.

“크크크, 뭐 대단한 마법인 줄 알았다니 고작 전격? 그런 걸론 골렘의 복원을 이길 수 없다고!”

노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치이익-

골렘의 온몸에서 연기와 함께 살코기 타는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짧고 굵은 공격마법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검에선 계속해서 전격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전격 마법은 오히려 점점 강해졌다.

대미지가 강해지자 이제 복원 속도보다도 타들어가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이…… 이럴 수가 복원 능력이 따라가지 못한다고?’

노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태훈이 쏟아붓는 마력 양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놈은 마나가 무한대인가!’

노인은 골렘의 시야로 보이는 태훈을 보며 경악했다.

마나가 바닥을 내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골렘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늘어나고 있었다.

태훈은 흥분에 가득차 있었다.

자신의 마나는 줄어들지 않았고 순전히 뮤즈가 가진 마나만으로 위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신기라는 것은 이 정도의 마나를 가진 것인가?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아.’

전격의 저항으로 골렘의 외피가 거의 타들어가자 어렴풋이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지금이다.’

태훈은 전격을 쏘아내며 뛰어들어 갔다.

노인이 황급히 골렘의 팔로 그를 막으려 했지만 팔은 사라지고 없었다.

번쩍-

태훈의 몸이 골렘과 맞닥뜨리는 순간 엄청난 섬광이 터져나갔다.

상당한 풍압도 터져 나가며 모두의 몸이 휘청거렸다.

눈을 떴을 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적은? 해치운 건가?”

“왕자님. 3왕자님은 어디 계신 건가!”

사람들은 태훈이 적을 섬멸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압도적인 힘으로 골렘을 억누르던 그가 졌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도, 왕자도 사라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왕자님을 찾아야 한다!”

“수색조를 편성하라!”

사라들은 부랴부랴 태훈을 찾아나섰다.

해가 져도 수색은 계속되었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되었지만 태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알은 수색조에 가담하지 않고 태훈이 있던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는 주변을 수색하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설마 왕자님이 당하신 건가?”

“그럴 리가. 분명 적을 압도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알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검을 땅에 꽂았다.

검이 꽂힌 자리는 태훈이 마지막으로 서 있던 자리였다.

“왕자님은 자신을 희생하여 적을 물리치셨습니다.”

“뭐라고?”

“왕자님은 자신의 생명까지 소진해 가며 적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알의 확고한 대답에 상아탑의 마법사가 다가갔다.

“어떻게 장담하는 건가? 왕자님의 사체도 발견되지 않았거늘.”

“저도 기사입니다. 웨펀 마스터의 경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죠. 그것은 일반적인 웨펀 마스터의 경지가 아니었습니다. 숭고한 희생이었습니다.”

“지금 왕자님이 적과 함께 사멸했다는 말을 하는 건가?”

알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적을 물리쳤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었지만 왕자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이번 일을 조사해야 합니다. 왕자님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으음…….”

사람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를 꼬박 수색했지만 왕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어떤 가정을 해도 상황이 쉽사리 설명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의 말이 가장 설득력 있었다.

“난감하군. 왕궁에 뭐라고 보고를 한단 말인가.”

“있는 그대로만 전달하면 됩니다. 정체불명의 흑마법사를 상대하시다가 자신을 희생하셨다고 말입니다.”

“일단 그렇게 보고는 하겠지만 수색은 계속해야 하네.”

“북부군을 중심으로 수색조를 편성하겠습니다. 제노비아 쪽에도 협조를 구하도록 하죠.”

뒷정리도 문제였다.

언데드들이 활개 친 구역을 정화해야 했고 북부군을 재정비해야 했다.

알은 새 국왕이 된 로텐바르에게 보고했다.

“적은 강하던가?”

“그렇습니다. 같이 있던 신관들과 마법사들까지 압도했습니다.”

“그렇군. 메드니안이 단신으로 그런 적을 제압했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알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로텐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군. 당분간 입단속하라. 정리가 되면 내가 공표하겠다.”

“알겠습니다.”

“메드니안을 지키지 못한 너에게도 처분이 있을 것이다.”

“달게 받겠습니다.”

얼마 후, 로텐바르는 북부 접경지대에서 있었던 일을 공표했다.

소속 불명의 흑마법사가 리치와 언데드들을 이끌고 북부 지역을 점령했고.

이에 메드니안이 군을 이끌고 나서 적을 격퇴했다고.

다만 이 과정에서 메드니안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나라는 슬픔에 잠겼다.

특히 충격을 적잖이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전 국왕과 아넬리아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장 아끼던 아들의 죽음에 전 국왕은 칩거에 들어갔다.

아넬리아는 한 달 가까이 태훈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비보를 들은 도리아 공주는 실신했다.

제노비아 왕국도 어수선해졌지만 로텐바르는 선물과 함께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한 동맹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신시켰다.

알에게는 자신의 수호 대상을 지키지 못한 죄가 지어졌다.

태형 30대와 수호기사 신분의 면직.

기사직을 반납해야 했고 왕궁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자신의 짐을 가지고 왕궁을 나온 알은 걷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은 당당하고 힘찼으며 마치 가야 할 곳을 안다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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