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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36화 (36/150)

36화

대관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사람들은 나라가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국왕만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것을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상아탑의 대리인이 로텐바르의 머리 위에 왕관을 씌우자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릎을 꿇고 있던 로텐바르가 일어서서 왕궁의 테라스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수만의 백성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광장을 볼 수 있었다.

로텐바르는 오른손을 들어 군중을 조용하게 만들고는 입을 열었다.

“나 로텐바르 카나리스는 제 289대 국왕으로 맡은바 소임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번 이 나라의 옛 영광을 되찾고 나라와 백성을 수호하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을 맹세한다!”

“우와아아!”

수만 명의 인파가 지르는 함성은 왕궁을 울렸다.

그의 뒤에서 아넬리아와 태훈이 지켜보고 있었다.

쾅-!

그때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모두의 눈길이 그쪽으로 쏠렸다.

거기엔 새롭게 왕실 수호기사단장이 된 기사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

상아탑의 대리인이 그를 나무랐다.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었습니다! 급히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아니, 무슨……”

다른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장은 급히 로텐바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손을 흔들던 로텐바르의 손이 잠깐 멈추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몇 번을 흔들고는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아라!”

기사단장이 소리치자 시중인들이 급히 테라스의 문을 닫았다.

“그게 정말인가?!”

로텐바르가 다급히 외치자 기사단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방금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북부 중앙군…….”

그때 기사단장은 말끝을 흐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장에는 카나리스의 귀족들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사절단들도 같이 있었다.

로텐바르가 왕관을 벗으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손님들께서는 궁에 마련된 거처에서 편히 쉬십시오.”

“이제 축하연이 있습니다만.”

“먼저들 즐기고 계시오. 잠깐 일이 생겼으니 곧 가겠소.”

로텐바르는 기사단장과 급히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태훈에게 눈짓을 해보였다.

따라 나오라는 신호였다.

‘무슨 일이 생겼나?’

태훈은 긴장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국왕의 집무실로 들어선 로텐바르는 단장에게 다시 한번 보고를 시켰다.

“현재 북부 중앙군이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수도에 원군을 요청했습니다!”

그의 말에 태훈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아무드가!? 하지만 제노비아에선 아무 말도…….”

“아무드가 아닙니다. 적은 언데드 군단입니다.”

“언데드?”

“네, 그중에는 제노비아 왕국군의 군복도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제노비아의 군복…… 우리 쪽 상황은?

“영지 한 곳이 무너졌습니다. 북부 중앙군이 막고는 있지만 중과부적이랍니다.”

“대체 언데드가 몇이길래?”

“적들은 군세를 이루고 있으며 어림잡아 3천이라고 합니다.”

“3천? 그게 정말인가?”

로텐바르가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놀라긴 태훈도 마찬가지였다.

“3천이라니.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고 그 정도로 군세가 모일 때까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태훈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떠올렸다.

언데드가 나타나는 것은 희귀한 일이 아니었다.

좁은 지역에 많은 시체가 묻히거나 낙후된 지역에서 나타나는 자연 현상에 가까웠다.

언데드에게 당한 사람은 똑같이 언데드화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지구의 좀비와 비슷했다.

‘3천이란 숫자가 자연 발생이라고 하기에는…….’

단장은 곧 전령을 불러왔다.

겁에 질리기도 했지만 전령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리치는 목격되었는가?”

로텐바르의 물음에 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리치가 있었습니다. 다만 캐스터 계열의 리치가 아니라 기사에 가까운 리치였습니다.”

“기사?”

“오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거의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어 모습도 확실히 보였습니다.”

리치의 원래 모습은 상당히 중요했다.

상대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고 추후 원인 조사에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곧 사람 하나가 불려 와서 전령에게 듣는 내용으로 인물화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초상화가 거진 완성되었을 때 태훈은 신음을 흘렸다.

‘이 남자는 포인트를 강탈하려던 자…….’

자신이 죽여 묻었던 남자가 리치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사태로 죽은 사람이 적지는 않았어. 하지만 언데드화가 될 정도의 많은 수는 아니었는데?’

“아는 자더냐?”

“아니요, 모르는 자입니다.”

태훈은 모른다며 부정했다.

“헌데 제노비아의 군복이 있다는 것은 제노비아의 군대도 당했다는 말입니까?”

그는 주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제노비아의 군복을 입은 언데드가 있긴 했지만 많은 수는 아니었습니다.”

“국경을 돌아다니던 자들이겠군. 그렇다면 언데드의 발생 지역은 제노비아인가?”

“그렇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리치가 이자라면 발생 장소는 명백히 우리나라다. 잠깐, 그럼 동선이 이상해지는데?’ 보통 리치가 최초 언데드로 지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체불명의 남자가 리치화 돼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제노비아의 군인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남하하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사고 능력이 낮은 언데드가 구태여 그런 짓을 벌일 리가 없었다.

“어쩌면…… 흑마법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흑마법사?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이번 리치는 기사라고 했습니다. 애당초 마나가 아닌 오리진의 기운을 가진 리치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아탑에서는 리치의 탄생을 마나 때문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보다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사망.

직후 마나가 사멸하지 않고 시체나 땅의 독기 때문에 타락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러를 다루는 자들은 오리진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마나가 없는 자를 언데드화 시켰다면 흑마법사라는 결론이 나오죠.”

“흑마법사라. 희귀한 인물이 나오는군. 그럼 그가 왜 남하하고 있지? 목표는 우리인가?”

“상아탑에 반기를 든 흑마법사는 흔하죠. 일단 관련된 인물들을 모으시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태훈은 관련된 자들을 모아오게 시켰다.

대관식을 위해 참석해 있던 상아탑의 대리인과 총국의 신관.

그리고 제노비아의 사절단으로 온 인물이었다.

로텐바르에게서 언데드의 등장을 들은 사람들은 신음을 흘렸다.

“어허, 이 시기에 언데드라니. 시기가 참 절묘하군요.”

“이 이야기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제 막 대관식이 이루어졌는데 민심의 동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저희 상아탑에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상아탑의 대리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상아탑에게 흑마법사는 이에 낀 음식물처럼 매우 불편한 존재였다.

“메드니안 왕자님의 말처럼 흑마법사라면 필시 상아탑을 노린 일.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상아탑만으론 중과부적일 것 같습니다. 적의 군세는 3천이 넘는다고 합니다.”

“3천?!”

숫자를 들은 사람들이 태훈이 그랬던 것처럼 깜짝 놀랐다.

“거기다 상황이 급박합니다. 상아탑에서 구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릴 틈이 없어요. 제노비아에서는 아는 게 없습니까?”

“아, 네. 특별히 보고받은 바가 없습니다. 아마도 국경 근처의 일부 병력이 당한 것 같습니다만.”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노비아도 대비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네, 가능한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원군을 파견할까 합니다.”

태훈은 수도의 병력과 상아탑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들로 원군을 꾸렸다.

신전의 의향을 묻자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수락했다.

“가용 가능한 신관들을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신전 측은 집정관의 치부를 씻으려는 듯 보였다.

“좋습니다. 형님은 수도를 지켜주십시오.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로텐바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사람들은 대관식을 즐기고 있었다.

대책 논의에 함께했던 사람들만 방을 나오고 나서부터는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란에 빠지지 않게 그들은 웃으면서 자기의 할 일을 했다.

모두가 바삐 움직인 덕분에 두 시간 만에 수도 바깥쪽에 중앙군으로 이루어진 원군이 모였다.

총 병력 1천에 신관과 마법사 30여 명.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빼내 올 수 있는 가용 가능한 병력의 수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언데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태훈은 걱정스레 스스로에게 물었다.

고위 신관 하나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원래 언데드라는 것들은 저능한 놈들입니다. 오히려 북부군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 아닌지?”

“최근에 북부군을 볼 기회가 있었소. 그들이 자만해서 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군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이 미숙한 것일 수도 있죠.”

신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출발 준비가 다 되었다는 신호에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왕성 쪽에서 마차 한 대가 다가오자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마차에 타고 있었던 것은 아넬리아였다.

“누님이 왜 이곳에?”

“오라버니가 보냈어. 몸 조심히 돌아오래.”

아넬리아는 마차의 창문 너머로 메드니안의 손을 잡았다.

마차는 바로 돌아갔고 태훈은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의 손엔 손수건과 함께 포션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지금 따라가는 신관만 몇인데 굳이 포션을…….”

중얼거리던 태훈은 이내 피식 웃더니 다시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원은 전부 말이나 마차를 타고 있었다.

대관식으로 인해 휴무하고 있던 상단들의 짐마차를 가져 온 것이다.

장기전을 보는 것이 아니어서 개인 짐이나 많은 물자는 없었고 무기만을 휴대하고 있었다.

마차 50여 대는 쉬지 않고 북쪽을 향해 달렸다.

* * *

영지군과 근처 신전의 지원까지 받은 군은 화공으로 적들을 상대했다.

기름과 마른 장작들로 길목을 막고 불을 질러가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과 공포를 모르는 언데드와 대치한 지 사흘째.

병사들은 상당히 지쳐가고 있었다.

“원군은 아직 소식이 없나?”

루데이아나 영지의 영주가 묻자 북부군 장교가 대답했다.

“네, 아직. 하지만 이 요새라면 원군이 올 때까지 버텨줄 겁니다.”

그들은 간이 전진기지를 만들고 있었다.

전진기지를 만드는 데 근처 마을 주민들도 가세하고 있었다.

“미안하군. 피난을 시켜도 모자를 판에.”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여기가 무너지면 저희는 돌아갈 곳이 없어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영주의 말에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했다.

그들의 말대로 이미 영지의 대부분을 잃었기에 더 퇴각을 한다면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동원령이 내려졌을 때 군말 없이 발 벗고 나섰다.

그때 멀리서 말 하나가 달려왔다.

“언데드들이 옵니다!”

“숫자는?”

“많이 줄이진 못했습니다. 대략 2천 500 정도 되어 보입니다.”

“아군은?”

“…….”

영주의 물음에 달려온 병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함정을 더 키운다며 떠났던 병사 100여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미안하군.”

영주가 이번에는 장교에게 사과했다.

“그런 말 마십시오. 다들 후회는 없을 겁니다. 전원 전투 준비! 영지민들은 북부군 주둔지까지 후퇴하라!”

전진기지는 목책으로 둘러싸인 요새였다.

급조한 티가 나긴 했지만 쉽사리 무너질 목책은 아니었다.

“이보게, 목책 주위로 기름을 뿌려두게.”

“……기름을요?”

“요새 덕분에 이곳은 가장 큰 함정이 됐어. 목책은 물론이고 곳곳에 기름통을 두면 훌륭한 불구덩이가 될 거야.”

영주를 물끄러미 보던 장교는 이내 자신들의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은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아무 말 없이 명령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평선 너머로 그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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