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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32화 (32/150)

32화

태훈은 카나리스로 출발했다.

크리스에게 연은분리법의 개요와 원리를 설명하고 몇 가지 도구들의 설계를 알려주었다.

그녀가 공방을 마련하고 장비를 마련하는 동안 그는 카나리스에서 납 광석을 보내줘야 했다.

쓸모없는 광석에서 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자신도 은을 어느 정도 추출해 봤다는 설명이 그를 더욱 믿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효율이 좋은가요? 몸에도 해롭고 나오는 양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가 알려준 방법으론 확실히 효율이 좋을 거야. 그리고 납은 분명 몸에 독이 된다. 내가 말한 수칙을 잘 지켜.”

“그런데 은만으로는 나랏빚을 다 갚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빚을 갚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안거야?”

“가끔 할아버지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셨죠. 그리고 3왕자라는 사람이 금기인 연금술을 이용해 은을 만든다 하면 대충 짐작은 가죠.”

그녀도 나라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태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만은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위조 화폐라는 말에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어차피 여기는 막대한 재화가 도는 곳이니 눈에 띄진 않겠네요.”

“생각보다 머리가 좋구나. 너만 믿는다. 재료는 내가 카나리스에서 보내주마.”

“걱정 붙들어 메세요. 확실히 임무 완수해 보이겠습니다.”

그녀는 호기에 가득 차 있었다.

‘혼자 타지에 와서 도박판에서 사기꾼으로 돌아다닐 만하네.’

태훈은 정보 유지에 힘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도리아 공주와 함께 돌아가려 했다.

가는 길이었고 바래다주고 싶은 마음에 동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공국에 남아 조사할 것이 있다고 했다.

“제국과 아무드의 동맹 때문인가요?”

그도 글렌 의원에게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네, 그냥 넘기기엔 정황이 너무 뚜렷해서요.”

“그 정보는 저도 굉장히 신경 쓰입니다. 사실이라면 제노비아 다음은 카나리스겠죠.”

“어머님께는 잘 설명해 주세요.”

“괜찮겠습니까? 혼자서?”

그는 진심이 우러나온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후부터는 그녀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걱정하는 이유는 이곳이 타국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정보만 보자면 적국이 될지도 모르는 제국의 비호 아래에 있는 도시였다.

태훈 역시 글렌을 통해 크리스를 찾은 데에는 그 이유가 컸다.

내정에 문제가 있는 왕국의 왕자가 제국령과도 같은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 마세요. 제 할아버지가 있는 곳입니다.”

“저도 최대한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태훈은 글렌 의원을 찾았다.

그에게는 다시 한번 공국이 적극적으로 제약 회사의 설립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했다.

“민간에게 양도하겠다던 지분을 줄이고 우리 쪽에 좀 더 지분을 주겠다면 강력하게 밀어볼 수 있을 듯하네만.”

“민간에게 판매되거나 양도할 지분을 줄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다른 방법?”

“회사가 설립된다면 사장과 이사라는 자리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상회의 대표 자리라고 할 수 있죠. 그 자리를 공동 대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 봐야 중요 결정은 가장 지분이 많은 쪽이 결정한다면서?”

“그 누구도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순 없을 겁니다. 그렇게 놔두지도 않을 거구요. 그리고 매번 모든 지분 보유자들이 모일 순 없습니다.”

사장이나 이사도 그냥 허수아비라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충분히 중요 결정을 먼저 내리고 주주 회의라는 자리에서 보고를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글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밀어붙여 보겠다고 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일이 마무리됐다고 느낀 태훈은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 * *

태훈이 카나리스로 돌아왔을 때, 왕가와 총국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사전의 통보나 협의도 없이 날짜를 지명한 뒤 빚의 상환을 요구했기 때문.

이에 왕세자는 강압적인 신전 진압을 계획하고 있었다.

“총국이 무슨 이유로 공작을 돕는지 이유는 알아내셨습니까?”

“확실한 이유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왕좌를 노리는 것 아닙니까?”

“무시할 순 없는 이야기지. 하지만 총국이 이 나라에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어.”

공작이 총국에게 보여줄 수 있는 카드는 그것 말고는 없었다.

채굴권은 물 건너갔고 왕세자가 등을 돌린 이상 다음 정권에서 우대를 바랄 수 없는 상황.

공작이 세력을 규합하고 차관을 빌미로 압박을 해온다면 가능할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총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박이었다.

그때 태훈의 머릿속으로 공국에서 들은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다.

“형님, 짐작 가는 것이 있습니다.”

태훈은 글렌 의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왕세자에게 전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로텐바르의 안색은 굳어져 갔다.

다 듣고 난 왕세자는 윗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냐?”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글렌 의원이 알아보고 있고 도리아 공주도 그것 때문에 공국에 남아 있습니다.”

“공주를 만난 것이냐?”

“네, 이미 그곳에 있더군요.”

“음, 일이 복잡해져 가는군.”

고민하던 로텐바르는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올해는 네 결혼식이 있는데…… 자칫 결혼이 미뤄질 수도 있겠구나.”

“그 점은 개의치 마십시오. 그보다 신빙성 있는 정보로 보이십니까?”

“제국이 아무드에게 전쟁 지원을 하고 있다. 그 목적이 결국 우리의 원석이라면……. 공작을 차기 국왕으로 내세우려고 하겠지.”

“그렇다면 총국이 공작이라는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결국 총국과 공작의 뒤에는 제국이 있다는 거네요.”

상대해야 할 적이 늘어나는 듯하자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 채굴권을 넘겨야 합니까?”

로텐바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환 날짜였다.

방으로 돌아온 태훈은 침대에 몸을 뉘여 고민에 빠졌다.

뮤즈가 나타났지만 태훈은 그녀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공국을 떠나올 때 태훈은 글렌에게 총국과 제국에게 압박을 넣어줄 수 있냐는 부탁도 해보았다.

하지만 글렌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태훈은 심심하다며 칭얼거리는 뮤즈를 바라보았다.

‘결국 강제 진압밖에는 없나.’

공작을 잡아 넣는다 하더라도 총국은 여전히 채무 상환이라는 카드를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집정관에게도 혐의가 있었기에 공작과 집정관 모두를 잡으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다만 상대가 성기사들이란 것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마법이나 신력, 오러는 정령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거기다 신력과 오러를 모두 사용하는 성기사들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뮤즈, 이번엔 네가 좀 나서줘야 할 것 같다.”

“할게요, 할게요! 근데 뭔데요?”

“실력 발휘를 좀 해야 할 거야. 단, 살상은 안 돼.”

“네~!”

저녁이 되자 태훈은 로텐바르를 찾아갔다.

왕세자도 강제 진압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상황을 국왕에게 보고했다.

아무드와 제국이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더 기다릴 것 없다. 외부 세력이 껴들기 전에 서둘러 정리해라.”

“알겠습니다.”

태훈은 바로 신전 진압을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신전을 포위하고 있던 기사의 보고를 통해 적의 병력을 파악했다.

“성기사는 어림잡아 열, 병사와 사병은 모두 합하여 300명 정도 되어 보입니다.”

“적의 병력을 두 배로 상정하고 아군 병력을 구성하도록 한다.”

신전 제압에 동원된 병력은 수도 중앙군 병력 1천과 기사 10명.

왕궁 수호기사단 기사 20명과 마법사 5명이었다.

구성과 숫자로만 본다면 작은 요새 정도는 공략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태훈은 알을 포함한 수호기사단 10명과 병력 500명을 데리고 후문으로 진입하는 양동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기사의 자격과 마법사의 자격을 모두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태훈 쪽에는 마법사를 붙이지 않았다.

새벽이 되자 병력은 신전을 향해 나아갔다.

몸을 숨기며 때를 보던 정문 쪽 병력은 로텐바르의 명령과 함께 진격을 시작했다.

미리 준비를 해둔 신전 쪽에서도 그에 응수를 하며 시끄러워졌다.

챙-!

챙-!

한밤중에 병장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후문 쪽도 움직였다.

후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병사들이 있었다.

앞서 달린 병사들이 벽을 등지고 무릎을 굽혔다.

뒤이어 달려오던 병사들과 기사들이 그들의 무릎과 어깨를 밟고 뛰어올랐다.

몇몇은 담을 넘었지만 몇몇은 적 병사들의 창에 찔리며 뒤로 떨어졌다.

“왕자님!”

알이 벽을 등지고 자세를 취하자 태훈은 한 번에 그의 어깨를 밟고 도약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높이었다.

벽 너머에서 창을 들고 있던 병사들은 창보다 높은 태훈을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서 검을 꺼낸 태훈은 검을 휘둘러 창끝을 모두 잘라내 버렸다.

“오…… 오러!?”

희미하게 빛나는 그의 검을 본 병사들이 사색이 되며 물러섰다.

“뭣들 하느냐! 어서 막아라!”

“오와아!”

안쪽에서 대기하던 검을 든 병사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살생은 피해야 한다!’

태훈은 유수처럼 그들의 검을 피하면서 검을 든 팔의 어깨를 찔렀다.

순식간에 자신을 에워싼 병사 다섯 명을 쓰러뜨린 태훈은 굳게 잠긴 철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3왕자님이 아니십니까. 왕자님이나 되시는 분이 담을 넘다니 도가 지나치십니다.”

그들은 두터운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한 명의 무기는 거대한 철퇴.

또 다른 자의 무기는 거대한 투핸드 소드였다.

“호오? 설마 오러 유저이셨을 줄이야. 정보가 잘못된 건가?”

“아무렴 어떤가. 오히려 잘됐지.”

“3왕자는 마법도 쓴다고 하니 조심하라고.”

둘은 양방향에서 거리를 좁히며 태훈에게 다가왔다.

후웅훙-

철퇴 끝에 달린 쇠공이 무겁게 바람을 갈랐다.

그들의 무기에서도 희미한 오러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압!”

“으라라랏!”

양쪽에서 동시에 가해지는 공격.

태훈은 뒤로 덤블링을 하며 둘의 공격을 피하고 거리를 벌렸다.

성기사들은 쉬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확실히 이들이 더 빨라!’

오러를 다루는 왕실 수호기사단들과 검을 섞어 본 적이 있는 태훈은 그들의 검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성기사들은 오러를 사용함과 동시에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는 신력도 사용하고 있었다.

“자자, 왕자님! 넋 놓고 있다간 머리가 깨지실겁니다!”

특히 철퇴를 휘두르는 자는 광적인 눈빛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광폭화 상태인가?’

성기사들 중에서도 상당한 경지에 오르는 자들이 쓰는 기술.

철퇴가 부딪히는 곳은 땅이며 벽이며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군.”

태훈은 푸른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파이어 애로우!”

세 발의 붉은 화살이 광전사에게로 날아갔다.

광전사가 철퇴로 화살을 때리자 화살이 폭발하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를 뚫고 태훈의 검이 그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어이쿠!”

어느새 작은 사각 방패를 들어 태훈의 검을 막아낸 광전사.

검끝이 방패를 긁고 지나가며 불꽃이 튀었다.

“으라차!”

그사이 거대한 검이 태훈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태훈은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텅-!

마치 속이 두꺼운 쇳덩이를 내려친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을 휘두르던 성기사의 눈이 커졌다.

“맨손으로 내 검을 잡다니!”

태훈은 자신의 손에 오러를 두르고 있었다.

“오러를 손에!?”

무기가 아닌 신체에 오러를 두르는 것을 처음 본 두 기사는 무기를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방에서는 벽을 넘어오기 시작한 병사들과 방어하는 병사들이 내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대단하군요. 손에 오러를 두르다니. 일반 기사가 아니셨어.”

“그 정도 경지면 정보가 잘못된 거군. 하루 이틀 전에 오러에 입문한 사람의 경지가 아니야.”

“칭찬 고맙군. 하지만 난 바쁜 몸이라. 이번에는 내가 간다.”

태훈은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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