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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29화 (29/150)

29화

회의가 끝난 직후, 도리아는 할아버지에게 불려 의장의 집으로 향했다.

의장에게 약을 내밀며 투자 건을 이야기하자 의장은 턱을 만지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도리아는 검증된 약효를 설명하며 진품임을 확실히 했다.

“약이라…… 우리 쪽에선 제대로 다루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의장은 꺼림칙해했다.

사냥꾼이나 용병들 사이에서 상처와 피로 회복에 좋은 약들이 소문으로 전해질 뿐.

전문적으로 약을 제조하거나 거래하는 곳은 없었다.

“비전문 분야라서 더 개척할 만한 값어치가 있지 않습니까?”

“도리아 공주라고 했나? 내가 이 제안을 꺼리는 데에는 큰 이유가 두 가지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첫째는 총국과 등을 지는 것. 듣자하니 카나리스의 3왕자도 이 약이라는 것 때문에 말썽에 휘말렸다지? 우리라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는가?”

“방금 설명드렸다시피 3왕자께서는 그러한 문제를 막고자 여러 곳의 지분 참여를 명시했습니다. 공국이 지분에 참여한다면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직 두 번째가 남았어. 도리아 공주가 3왕자와 정혼을 한 사이지만 아직까진 어디까지나 제노비아의 일원. 이 일을 진행하려면 카나리스의 공식적인 인물이 필요하네. 거래란 그런 것이야.”

제3의 인물이 나서봤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정혼자란 사실만으론 카나리스의 대리인이란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잘 아는구만. 이렇게 위험한 도박을 하려면 본인이 직접 오라고 하게.”

단호한 의장에 언질에 이번에는 글렌이 나섰다.

“의장님. 현재 카나리스는 내정 문제로 왕족이 쉽사리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을 건성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 이대로 진행되면 카나리스는 뒷짐을 지고 우리가 대리인이 될 수 있어. 총국의 비난과 세레니스의 압박. 둘 다 감당할 자신이 있나?”

의장에 말에 둘은 말문을 닫았다.

의장이 말한 예측된 결과가 현재 카나리스의 내정 문제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도리아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저희 제노비아는 공식적으로 이 약에 대한 지분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제국 금화로 50만 닢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금액을 들은 의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정도로 나오는 걸 보니 약에 대한 검증은 확실한가 보군.’

“뭐 제노비아의 의견을 알겠네. 하지만 난 그 회사라는 것에 대해 잘 몰라.”

의장은 상회와는 비교적 다른 개념의 회사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보통 상회는 개인이나 가문이 100퍼센트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투자를 하고 수익금을 나누어가는 개념은 존재했다.

하지만 공동 지분이란 개념이 없었기에 그는 망설였다.

“상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공국이 의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지분을 가진 자들이 회사의 방침을 결정합니다.”

지분률에 따른 것으로 회사의 중요 방침을 결정하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도리아의 말에 의장이 물었다.

“제노비아가 50만 닢을 낸다면 지분을 얼마나 가져가는 건가?”

“왕자는 총액 500만 닢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1할이죠.”

“카나리스는?”

“약의 조제법으로 5할의 지분을 가져간다고 했습니다.”

“하, 그럼 그렇지.”

의장은 입꼬리를 씰룩였다.

금화 한 장 내지 않고 회사의 결정 방침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에 헛웃음이 나온 것이다.

이에 도리아 공주는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2년 후에 5할의 지분은 2할을 민간에게 증여한다고 했습니다.”

“민간에게 증여?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 민중에게 무상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돈 한 푼 안 받고 민중에게?”

의장이 의아해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도리아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이야기했다.

민중도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만들어 혹시 있을지 모를 외압을 방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특정 인물이나 단체에게만 지분이 몰려 있으면 외압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니 개개인에게도 지분을 주자?”

“그렇습니다. 애당초 여러 국가에 투자를 받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도리아의 설명에 글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 초연합 공동체가 생기는 거군.”

글렌의 말에 의장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면 설사 제국이나 총국이 공국에 외압을 걸어와도 공국은 5할의 지분이 없으니 따를 수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다.’

독박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의장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다.

“으흐흠, 이해는 했네.”

“의장님, 단가만 적절하다면 포션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총국 이상으로 수입을 늘릴 수가 있습니다.”

총국보다 세레니스 제국에게 더 영향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은 의장에게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의장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 안을 본인이 아닌 제3자가 가지고 온다는 것은 상도가 아니야. 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카나리스의 대표가 와서 이야기하라고 하게.”

의장의 완강함에 도리아는 발끈했지만 글렌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물면 의장님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나야 반대할 이유는 없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도록 하죠.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의장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저택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리아는 풀이 죽어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었다.

‘아무드를 전면에 내세워 제노비아와 카나리스를 모두 손아귀에 넣으려는 걸 막기 위해서는 총국보다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데.’

글렌에게서 아무드의 마장기 증강 배경에 대한 이유를 들어서 더욱 그랬다.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너는 할 만큼은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 없느냐. 의장에게서 긍정적인 의견을 얻은 것은 큰 성과다. 이제 머리를 맞대서 카나리스의 대표를 불러와 보자꾸나. 약을 만든 제3왕자 본인이 오면 좋겠지만…….”

저택으로 돌아온 도리아는 서신을 통해 제노비아와 카나리스 모두에게로 연락을 넣었다.

편지의 내용은 상황을 전파했다는 것과 빠른 시일 내에 카나리스의 대표가 와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저택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공주님, 제노비아에서 사람이 도착했습니다.”

“벌써?”

생각보다 빠른 고향의 답변에 도리아는 놀랐다.

길과 날씨가 도와준다 하더라도 제노비아에서 공국까지 도착하려면 최소 열흘은 걸리는 길이었다.

그리고 답신을 가져온 사람을 보는 순간 도리아는 얼어붙고 말았다.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아하, 많이 놀라셨습니까? 빨리 오려다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카나리스 왕국에 있어야 할 제3왕자였다.

* * *

태훈이 히스렐라 공국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도리아 공주가 보낸 서신 때문이 아니었다.

실제로 공주가 보낸 서신은 태훈이 공국에 도착한 시점에 아직 제노비아에도 도착하지 못한 상태.

그런 그가 글렌 의원의 집에 나타난 이유는 다름 아닌 파케 백작 때문이었다.

백작은 그의 엄포에 자신이 자료를 숨겼노라 직고했다.

그 이유를 묻자 백작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연금술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그는 연금술이 자신의 어린 시절의 행복을 빼앗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훈은 넌지시 은의 추출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고 왜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망설였다.

“연금술 가문의 자손인 제가 다시 한번 연금술을 이용하자고 말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리고…….”

“그리고?”

“연금술은 사람을 불운하게 만듭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학문이란 말입니다. 다시 연금술이 등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말하지 못했습니다.”

태훈은 깊은 속내를 말하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내가 맹세하지. 이번엔 연금술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태훈은 자료들을 달라고 말했다.

“저 그게…….”

“뭔가? 아직도 나를 못 믿겠다는 건가?”

“그게 아닙니다. 자료를 감춘 것은 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손에 없습니다.”

“없다니? 잃어버렸다는 것인가?”

태훈은 당황했다.

파케 백작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면목이 없다는 듯 말했다.

“제게 손녀가 하나 있습니다. 연금술 가문의 피는 못 속이는지 학문에는 일가견이 있죠.”

“그런데?”

“2년 전쯤에 제가 숨겨둔 자료들을 발견하더군요. 처음에는 혼을 냈지만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는 말에…….”

“자료를 내준 건가? 그런 경솔한!”

“아들 내외가 죽고 나서 하나밖에 없는 손녀였습니다.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고 그만…….”

“자료와 함께 그 손녀를 데리고 오게. 이 일은 비밀로 진행해야만 해.”

“저, 그것이…… 반년 전에 가출을…….”

태훈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출? 그럼 자료만이라도 가져와.”

백작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불안감이 그의 뇌리를 스쳤고 백작은 그의 직감이 옳다고 증명해주었다.

“손녀가 자료들과 함께 가출했습니다.”

“이런 망…… 아니, 가출을 하려면 곱게 하지 왜 자료를 들고 가? 설마 다른 곳에 팔아먹으려고?”

“그건 아닐 겁니다. 아마 직접 실험실을 만들려고 한 모양입니다.”

백작의 손녀는 자료의 지식들을 모두 습득한 후에 그것을 직접 실현해 보고 싶어 했다고 했다.

하지만 연금술 실험실을 만드는 것은 금기였기에 백작은 반대를 했다.

“그럼 연금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료를 들고 튀었다?”

“튀, 튀었다? 아, 예. 뭐 그런 셈입니다.”

“그게 어딘데!”

태훈은 파케 백작의 대답을 듣고는 바로 공국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총국을 등에 업은 공작을 두고 쉽사리 자리를 비울 수는 없던 노릇.

그는 어렵게 왕세자와 타협을 하여 3주간의 말미를 얻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소문이 나지 않게 몰래 수도를 출발.

공국에 입국할 때는 제노비아의 왕비에게서 받은 검을 보여주였다.

검에는 제노비아 왕실의 문양이 찍혀 있었기에 자신의 신분을 속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실은 알지 못하고 왕국의 빚을 갚기 위해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말만 들은 도리아는 살짝 실망한 눈초리였다.

“그 사람이 누굽니까? 할아버지를 통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그 부탁을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본국에서 출발할 때 제노비아에 들렸는데 왕비님께서 귀띔을 해주셨습니다. 저를 위해 공국으로 가셨다고.”

“아니…… 왕자님을 위해서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양국의 외교 관계를 위해…….”

도리아 공주는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더듬었다.

많이 당황한 듯 두 손은 허우적거리기까지 했다.

태훈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간곡한 말투로 말했다.

“갑자기 부탁을 드려서 미안합니다. 할아버지 되시는 분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공주는 손을 급히 빼고는 할아버지를 찾았다.

글렌 의원은 카나리스의 3왕자가 도착했다는 것을 듣고는 급히 그를 마중 나갔다.

“자네가 메드니안인가?”

“그렇습니다. 카나리스의 제3왕자인 메드니안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빨리 도착했군. 이걸로 의장을 설득할 수 있겠어.”

“저를 기다리셨다는 말투로 들립니다만.”

“뭐야? 도리아가 불러서 온 것이 아닌가?”

태훈은 그제야 약에 대한 투자 건을 듣게 되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들은 태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당초 제가 계획했던 일이니 설명은 문제없습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도리아가 그를 도와 말을 이어갔다.

“왕자님은 사람을 찾으러 오셨답니다.”

“사람? 누구?”

“크리스탈 파케. 나이는 18세로 갈색 단발머리를 한 여성입니다.”

“뭐야?!”

글렌 의원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정혼자인 자신의 손녀딸을 앞에 두고 여성을 찾으러 왔다는 말에 심사가 뒤틀린 것이다.

“이, 이놈이 감히 정혼자를 앞에 두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런 뜻에서 찾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사내놈이 이 먼 곳까지 여자를 찾으러 왜 온 것이냐!”

연금술에 대한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해야 했던 그는 진땀을 빼며 글렌 의원을 설득해야 했다.

국가 채무와 관련되어 중요 인물인 사람이라고 설명을 들은 글렌 의원은 잠시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 여자가 국고를 횡령하기라도 한 건가?”

“음, 조금 다릅니다. 국고는 아니지만 뭔가를 횡령하기는 했죠.”

“그럼 범죄자구만?”

“그…… 런 것도 아닙니다만 하여튼 그 사람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일주일 안에 찾아야 합니다.”

“사람 찾는 것은 도와줄 수 있지만 그보다 자네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을 텐데.”

“그럼요, 이왕 온 김에 그것도 해결하겠습니다.”

“이왕 온 김에? 지금 얼마짜리 거래가 왔다갔다 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건가?”

다시 글렌 의원의 심기가 뒤틀리는 것을 느낀 태훈은 수습에 나섰다.

“죄송합니다. 워낙에 경황이 없게 움직이다 보니 말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카나리스와 공국의 공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렌 의원의 노기를 잠재운 태훈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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