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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27화 (27/150)

27화

태훈이 자신 있게 소리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검술을 연습했던 폐광과 어둠의 정령을 만난 곳에서 발견한 물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현금화하기 위해선 연금술 지식이 필요했다.

‘약을 만들 때도 그랬지만 지구에선 없었던 물질이나 화학적 요소가 미묘하게 달라. 시간을 줄이려면 정보가 필요해.’

태훈의 손에는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왕궁의 지하에는 왕가의 보물들이 있는 금고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금고로 들어가는 문 옆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태훈이 열쇠로 문을 열자 퀴퀴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태훈이 마법으로 불을 밝히자 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복층으로 되어 있는 구조의 방에는 수많은 두루마리들과 책이 있었다.

“이게 전부 연금술에 대한 정보인가.”

그의 입꼬리가 들썩였다.

문을 닫은 태훈은 뮤즈를 불러냈다.

여전히 흑기사의 복장을 하고 있는 뮤즈는 심술이 난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에 대해서도 연구를 해봐야 하는데.’

비단 뮤즈의 존재 말고도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많았다.

자신의 포인트를 노리고 다가왔던 가면의 인물.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편지의 발신인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급한 것부터 해결해야겠지.’

“뮤즈, 여기 있는 것들 중에서 찾아줄 게 있어.”

“오래간만에 불러내시길래 기대했는데…… 저는 베고 찌르는 걸 하고 싶은데요?”

“이 중에서 끓는점과 녹는점에 대해 기술한 자료를 찾아.”

그는 전생의 기억을 포함하여 자신의 기억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뮤즈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화학적 사고 지식도 일부 공유하고 있었다.

‘정작 자신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지식인 줄 모르는 것 같지만.’

“그건 뭐 하시려고요?”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찾아.”

뮤즈는 투덜거리며 두루마리와 책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도구 같은 건 남아 있지 않는 건가?’

약을 만들 때도 그랬지만 실험 기구는 상당히 귀했다.

유리로 만들어서 값이 나가는 것도 있었지만 일반 유리 가공품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

그가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몇 가지 도구조차 장인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간신히 만든 것들이었다.

그래서 연금술에 대한 모든 것이 보관되어 있다고 들었을 때 내심 기뻐했다.

하지만 실험기구는 보이지 않았고 태훈은 아쉬움을 뒤로하며 자료에 열중했다.

* * *

아침 일찍 한 남자가 왕성으로 들어섰다.

북부 주둔지에서 부상을 회복하던 알이었다.

신관에게 완전한 회복을 확답받자마자 수도로 달려온 것이다.

그러다 오는 도중 사태의 소문을 듣고는 내심 기뻐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입성했다.

“3왕자님은 어디 계시지?”

“지하 왕실 창고에 계십니다.”

“왕실 창고?”

알이 창고에 처박혀 있는 태훈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왕자님!”

“이런 제기랄…….”

태훈에게 달려가려던 알은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한 태훈의 말과 표정에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와……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아, 알이냐? 몸은 괜찮아졌어?”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자는 누굽니까?”

알은 뮤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음, 뭐 알이라면 괜찮겠지. 일단 정령을 다룰 줄 아는 수호기사 정도로 해둘까.’

“아, 둘은 초면인가? 인사해. 이쪽을 알. 내 수호기사야.”

“아, 네가 알이야? 주인님의 기사라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반말로 나오는 뮤즈에게 이번에는 알의 표정이 구겨졌다.

“당신은 누구…….”

“안녕, 난 주인님의 새로운 수호기사 뮤즈라고 해.”

“주인님? 수호기사?”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암살사건도 있고 해서 내가 개인적으로 고용했어.”

“그 말씀은 정식절차 없이 고용됐다는 겁니까?”

“뮤즈는 모습과 기척을 감출 수 있지. 비밀리에 경호원 하나쯤 둬도 나쁠 건 없잖아?”

“그래도 그건…….”

알이 투덜거리자 싱글싱글 웃고 있던 뮤즈가 얼굴을 구겼다.

“뭐야, 지금 내가 불만이라 이거야? 주인님 하나 지키지 못하고 누워 자빠져 있던 주제에.”

“뭐…… 뭐야?”

“뭐하면 여기서 누가 더 나은지 한번 해볼래?”

뮤즈가 순식간에 거대한 낫을 꺼내들자 알은 뒷걸음질 쳤다.

“그만. 안 그래도 정신머리 사나우니까 그만해 줄래?”

“네에~”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하는 뮤즈의 모습에 알은 당황한 표정으로 태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살짝 원망스러운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와…… 왕자님. 그럼 저는 해고인 겁니까?”

“왜 해고야? 뮤즈는 어디까지나 비밀 경호원이야. 알은 지금처럼 공식 석상에서 내 경호원을 맡으면 돼. 둘이서 잘 지내라고.”

“하…… 하지만.”

알은 낙담하듯 말끝을 흐렸다.

뮤즈가 태훈의 뒤에서 자신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넌 여기서 가장 믿을 만한 내 수족이다. 지금처럼만 해주면 돼.”

알의 기분을 눈치챈 태훈은 그의 어깨를 쳐주며 격려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하나 있어. 이건 알에게만 맡길 수 있는 부탁이야.”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태훈은 웃으며 품에서 종이를 꺼내 알에게 건네주었다.

가면의 사나이에게서 입수한 편지였다.

“거기 보면 베닝스라는 자가 발신인이야. 그자에 대해서 조사해 줘.”

“아, 일전에 물어보셨던…… 이자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일단 조사부터 해줘. 어느 정도 정보가 모이면 이야기해 줄게.”

“아, 알겠습니다.”

“너는 내가 믿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심복 중 하나야.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물론입니다!”

편지를 받아 든 알은 힘차게 대답했다.

알이 방에서 나가자 태훈은 어지럽혀진 방을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이미 누군가가 다녀갔을 줄이야.’

태훈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혀를 찼다.

자료는 방대했다.

뮤즈와 함께 둘이서 잠도 거르며 자료를 파악하는 데만 3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그가 원하던 자료는 끝끝내 찾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가 원하던 자료는 극히 일부분이거나 가장 원하는 자료는 빠져 있었다.

가장 중점을 둔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던 자료는 전부 다음 권에서 이어지는데 다음 권이 없어.’

다분히 누군가의 고의적인 자료 빼돌리기가 의심되는 일이었다.

낙담하던 그에게 펼쳐진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유심히 지켜보던 태훈은 이내 다급히 다른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모든 자료의 끝에 같은 이름들이 등장했다.

‘알론스 파케…… 알론스……. 아!’

그는 초대 국가 연금술사의 이름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연금술에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을 때 연금술의 수장격인 존재에게 부여되는 칭호.

국가연금술사.

한때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위치였던 직업.

하지만 사기 학문으로 몰락되는 순간 숙청 1순위의 직업으로 전락되어 지금은 사라진 작위였다.

태훈은 편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던 알을 불러 세웠다.

“알, 가는 김에 파케 가문에 대해서도 조사해 줘.”

“파케 가문이요? 파케 가문은 왜 그러십니까?”

“파케 가문을 알아?”

알이 안다는 뉘앙스로 대답하자 의외라는 듯 태훈이 되물었다.

“알다마다요. 귀족들 중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하죠.”

“잠깐, 지금 파케 가문이 남아 있다는 거야?”

“그럼요. 왕자님도 한번 뵈셨던 분인데요?”

“뭐?”

태훈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파케라는 성을 가진 귀족을 떠올리지 못했다.

“내가 그 가문 사람을 만났다고?”

“네, 몇 년 전인가? 국가의 재정을 잘 아는 사람을 불러다 달라고 하셨잖아요.”

“맞아. 기억해.”

태훈은 왕실의 재정 상태를 알기 위해 몇 년 전 사람을 불렀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총국에게 막대한 빚을 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 모시고 온 분이 파케 가문의 사람이었습니다.”

“아, 그래? 이름이 뭐였지?”

보고받는 내용에 관심이 가 있던 터라 정작 누구에게 보고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바울로 파케 백작입니다. 현재 조세청의 수장으로 계시죠.”

“그런 이름이었나?”

“저는 가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 가봐. 비밀 엄수 잊지 말고.”

알이 떠난 뒤에 태훈은 생각에 잠겼다.

‘연금술사 가문들은 모두 숙청된 것으로 아는데. 그 가문이 남아 있다? 거기다 지금은 조세청에 있다고?’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상황에 태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돌아가야겠어.”

“네? 그럼 전 다시 정령으로 돌아가요? 오랜만에 나왔는데.”

“왕궁에 있을 때는 좀 참아. 밖에선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해줄 테니까.”

필요한 자료들을 챙긴 태훈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자료들을 자신의 금고에 넣어두고는 사람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왕자님.”

“조세청의 바울로 파케 백작을 불러와. 내가 보잔다 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파케 가문에 대한 자료를 있는 대로 가져와. 옛날 거든 지금 거든 닥치는 대로.”

“네, 알겠습니다.”

파케 백작은 일 때문에 당장 입궁이 힘들다는 뜻을 태훈에게 전해왔다.

이틀 뒤로 약속을 잡은 태훈은 그사이 파케 가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 * *

며칠 뒤 찾아온 파케 백작은 고령의 노인이었다.

기억 속에서 그의 모습을 떠올린 태훈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 파케 백작.”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늦게 찾아뵌 점 사죄드립니다.”

“아니야, 아니야. 일단 앉아.”

파케 백작은 담담한 표정으로 태훈과 마주 앉았다.

“요새 공무가 바쁘다며?”

“네, 왕자님 덕분에 저희 업무가 배로 늘었습니다.”

백작의 말대로 자금을 관리하는 부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총국과 왕실의 대립.

그것은 곧 융자금에 대한 분쟁으로 번질 것을 직감한 백작의 조치였다.

“이거 미안하네.”

“아닙니다. 언젠간 터질 일이었죠. 제 세대가 아니길 바랐을 뿐이지만요.”

“오늘은 그 일로 불렀어. 그래서 돈 좀 만들어낼 궁리는 했나?”

“송구스럽습니다만 현재 왕국의 재정은 빠듯합니다.”

“내가 돈 좀 벌어다 주지 않았어?”

“왕자님이 마장기 1대의 운용 비용과 파병군의 부담을 줄여주신 덕에 여유 자금이 생기긴 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액수입니다.”

“음, 들은 대로 깐깐하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헌데 오늘은 무슨 일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태훈은 금고에 있던 자료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백작은 그것을 받아 펼쳐보았다.

“연금술에 관한 자료군요.”

“맞아, 왕실 창고에서 찾아냈지. 그런데 이다음 것들이 없더군.”

“그런데 왜 이걸 저에게?”

“이다음 것들. 갖고 있지?”

태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잠시 백작의 침묵이 이어졌다.

“저희 가문은 더 이상 연금술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 정말 없어?”

“이미 알아보신 것 같은데, 연금술을 배척한 건 전부…….”

“맞아, 백작이 시작했지. 자신의 손으로 증조부와 조부를 쳐내면서까지 말이야.”

백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태훈은 파케 가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며 백작을 대단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50년도 더 된 옛날.

파케 백작이 아직 풋내 나던 시절 연금술이 몰락하기 시작하던 시절의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 시대의 흐름을 파악한 파케 백작은 연금술을 사기 학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조부와 증조부가 몸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금술이 나라를 수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귀족들 여론의 힘에 힘입어 그는 자신의 조부와 증조부를 내치며 연금 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인물이었다.

“저는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덕분에 나라는 더 큰 빚을 지지 않게 되었지요.”

“백작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야. 어린 나이에 그런 결단력이 있었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지. 자신의 조부와 증조부를 쳐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과찬입니다. 그런데 그것과 이 자료들이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당시에 연금술에 대한 자료의 처분을 당신이 맡았다고 하던데. 이다음 내용들이 사라진 것과 연관성이 없다고 할 것인가?”

“지금 저에게 보여주신 것들은 지금도 쓰고 있는 기술들입니다. 사료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남겨둔 것이죠. 나머지는 전부 폐기했습니다.”

백작은 전혀 망설임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쉽게는 입을 열 생각이 없나.’

태훈은 그가 나머지 자료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파케 가문은 연금술사로 귀족의 반열에 오른 가문.

그의 증조부나 조부도 국가연금술사로 활동했다.

연금술의 바람이 불던 시절에 연금술사 가문으로 태어난 그가 연금술에 대해 무지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필시 자료를 폐기하던 중에 중요한 것들은 가져간 게 틀림없어. 문제는 왜 가져간 거냐다.’

태훈은 그것에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다.

“좋아, 전부 폐기했다고 치자. 그럼 그 정보의 유효성을 판단한 건 누구지?”

“그건…….”

그의 뜸 들이는 모습에 태훈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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