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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23화 (23/150)

23화

태훈은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방에 감금되었다.

이단 심판을 받기 전까지 중앙 신전에 투옥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신전 쪽에서 양보한 듯했다.

도착 직후 국왕으로부터 상황을 전부 들은 태훈은 탄식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빨랐어.’

태훈은 자신이 차기 국왕의 자리를 두고 로텐바르와 경합을 벌일 때까지는 조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왕위에 올려 세력을 과시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로텐바르는 수도에 돌아온 직후 왕비가 아닌 공작가로 향했다.

태훈과 합의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왕세자는 태훈이 적이 아님을 알았고 자신을 도와 나라의 미래를 도모할 것이라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공작가와 피나 왕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이번 암살 시도로 겁을 먹어 같은 편인 척하는 것뿐이라며 태훈의 진심을 매도했다.

“그 말인즉슨 이번 일은 할아버님과 어머님이 주도했단 말입니까?”

“공공연스럽게 뭘 그러느냐. 너도 뒷정리를 하러 갔던 것 아니었느냐?”

“제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국경은 왜 갔느냐. 듣자하니 내 기사들을 방해했다고 하던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느냐.”

공작의 말에 로텐바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 지금 당장이라도 할아버님을 왕족 살해 미수로 잡아들일 수 있습니다.”

“뭐가 어째?!”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공작의 목에 핏대가 섰다.

같이 있던 왕비도 그런 로텐바르를 나무라듯 말했다.

하지만 로텐바르는 꿋꿋이 자기 할 말을 이어나갔다.

“총국과 손을 잡았습니까?”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앞으로 제 나라가 될 나라입니다. 알고 말고는 제가 정합니다.”

“그래도 이 녀석이…….”

공작은 화를 내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평소 왕세자의 성격을 아는 터였기에 자신이 화를 낸들 눈 하나 꼼짝도 안 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 너를 위한 일이다. 신경 꺼라.”

“무엇을 알고 말지는 제가 정합니다. 뭘 거래하셨습니까.”

“채굴권이다. 상아탑의 지분을 넘겨주기로 했다.”

공작을 대신해 피나 왕비가 말했다.

채굴권이란 말에 왕세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군요. 그래서 심문관을 통해 암살자를 제거한 겁니까?”

“증거는 없다. 메드니안 쪽에서 이쪽을 추궁할 염려는 없어.”

“총국은 배척 대상이었습니다. 어찌 그들과 손을 잡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군요.”

“정치적인 건 내게 맡겨라 넌 아무 걱정 말고 왕위에 오르면 돼.”

“그렇군요. 이것도 평소 말씀하시던 정치적 이해타산입니까?”

똑똑-

그때 공작의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시종이 들어왔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들여라.”

그리고 잠시 후 들어온 것은 카를로스 집정관이었다.

왕세자를 본 카를로스 집정관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고, 우리 왕세자 전하 아니십니까. 같이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난 집정관이 태연히 공작가를 드나들 정도인 줄은 몰랐소만.”

“이제 한배를 탄 사이 아닙니까. 아, 전하는 모르셨던가요?”

집정관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공작이 집정관에게 물었다.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소?”

“그렇습니다. 뭐 상대도 준비는 열심히인 것 같습니다만 결과는 뻔하지요.”

“확실히 하시오. 이번 기회가 절호의 기회요.”

“저희도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로텐바르는 집정관이 하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

주둔지에서 공문을 받았을 때 로텐바르는 이단의 근거로 삼는 것이 뭔지 아냐고 태훈에게 물었다.

그때 태훈은 자신이 만든 약 때문일 것이라 말해주었다.

‘아마 아넬리아 누님을 낫게 한 약 때문일 겁니다.’

‘약? 아넬리아의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네가 준 약이었느냐?’

‘대량생산하게 되면 포션의 입지가 위험해집니다. 포션은 전 대륙에서 절대적인 입지. 그걸 건드렸으니 가만히 있을 순 없었겠죠.’

‘그럼 대책은? 그걸 예상했으면 대응 방안도 있을 테지?’

‘아직 없습니다. 적어도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공작가와 총국이 손을 잡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기억을 떠올리며 로텐바르는 공작과 집정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공작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중에 왕세자 전하가 국왕이 되시고 난 후의 일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로텐바르의 미간이 씰룩였다.

마치 자신을 자기 것처럼 취급하는 공작의 언행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더 이상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가봐라.”

왕궁으로 돌아온 로텐바르에게서 상황을 들은 태훈은 고심에 빠졌다.

‘설마 채굴권을 걸고 손을 잡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걸로 총국은 완전히 귀족파로 넘어갔군.’

고민하는 태훈을 향해 로텐바르가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총국은 아마 저에게 약에 대한 제조법을 털어놓으라고 할 겁니다. 그리고 약에 대해 부정하라고 하겠죠.”

태훈은 손톱을 깨물었다.

지구에서부터 있었던 습관이었다.

‘자신들이 제조해서, 그것도 한 종류의 포션이라고 하며 팔 것이 분명해. 실제로 효과가 있으니 총국의 명성을 더 올라가겠지.’

태훈은 제조법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총국에 의해 약이 널리 퍼지면 좋겠지만 문제는 단가.

포션만큼이나 비싸게 팔린다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렇다고 총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자신을 이단자로 몰 것이 자명했다.

그는 초조했다.

적어도 자신이 계획했던 것 중 주식회사의 기반이라도 마련이 되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총국에게 대항할 만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시간이다. 시간이 없어. 어떻게든 회사를 세울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거짓 제조법을 알려줘 볼까?’

하지만 총국이 그리 허술하게 나올 것 같지 않자 그 생각도 접어야 했다.

“채굴권 이야기는 사실이겠죠?”

“아마 그럴 거다.”

“형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너와 이야기했던 것에 변함이 없다.”

“암살자라는 물증이 없어졌습니다. 공작가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일 터. 그럼 상아탑을 끌어들여야 겠군요.”

본래 채굴권을 가지고 있던 상아탑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형님은 이번 암살에 대한 증거를 어떻게든 모아주십시오. 저는 상아탑과 시간을 끌어보죠.”

“알겠다. 그리고 알 대신 내 직속 부하 하나를 붙여주지.”

“고맙습니다.”

태훈은 바로 자신의 마법 스승을 불렀다.

태훈의 마법 스승인 알비타는 6클래스로 백발의 할머니였다.

그에게서 채굴권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펄쩍뛰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이건 상아탑을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국왕님께 이야기는 하셨습니까?”

“총국이 등을 돌린 것을 보고 아버님도 예상은 하실 겁니다. 하지만 문서화된 거래 증거가 없으면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상아탑에 기별을 넣겠습니다. 이건 무례를 넘어 왕국과 상아탑의 오랜 관계를 짓밟는 짓입니다.”

“상아탑이 힘이 되어줄까요?”

“여지가 있습니까.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현자께서도 한걸음에 달려와 주실 겁니다.”

알비타의 말에 태훈은 미소를 지었다.

“상아탑이 마법 회로에 대한 거래에 제동을 걸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희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대한 거래입니다.”

“카나리스만이 아닌 모든 왕국이요?”

그녀는 잠시 놀라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륙에 퍼진 총국을 압박하려면 모든 국가의 압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서로 국방이 약해지는 것을 원치는 않아질 테니 총국은 모든 국가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상아탑에 전하는 시간과 결정할 때까지 왕자님의 재판은 어떻게 미룰 생각이십니까?”

그녀의 말에 태훈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뭐겠어요. 꾀병이죠.”

* * *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밤.

수도의 외곽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민의 차림이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절도가 있었고 검을 쥐고 있었다.

“정지. 여기다.”

사람들은 한 집을 앞에 두고 멈추었다.

2층짜리 목조 주택 주변은 고요했다.

옆 건물에서 건물을 감시하던 남자가 재빠르게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상황은?”

“반시간 정도 감시했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목표는 확인했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조금 전에 한 무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눈치채고 일당을 불러들인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잠입한 것으로 보아 저희처럼 목표를 노리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리더로 보이는 남자는 되물었다.

자신들 말고도 목표를 노리는 자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 하죠? 들어갑니까?”

“아니, 일단 넌 바로 전하께 달려가 상황을 보고해라. 여차하면 부딪힐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망을 보던 자는 바로 왕궁을 향해 달렸다.

그들은 로텐바르가 조직한 은밀 기동대였다.

공작이 주도한 암살 시도의 증거를 잡기 위해 왕세자는 정보력을 총 동원했다.

그중 태훈에게서 당시 상황을 듣고는 판단하기를 용병이 투입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절단을 습격한 인원은 적지 않았고 그 인원에 공작가의 사병을 투입시키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

그 결과 범죄자로 분류되어 있는 몇몇 용병들이 최근 보이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의 행적을 뒤쫓았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도달한 자의 이름을 들은 왕세자가 물었다.

“말빈? 뭐 하는 자지?”

“베일에 싸인 자입니다. 한때 암살자들 사이에선 최고의 경지라고 하더군요.”

“한때? 지금은?”

“10년 전에 은퇴했다고 합니다. 소문으로는 제자를 양성한다고 합니다.”

“암살자 주제에 별짓을 다하는군. 그자를 찾아내라.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

그 명령이 있은 직후 은밀기동대는 그자의 마지막 행방을 찾아냈고 지금 그 자리에 있었다.

“어떻게 하죠? 먼저 쳐들어갈까요?”

“전직이 암살자다. 온갖 함정들이 있을 수 있어. 섣불리 움직이다간…….”

콰앙-!

그 순간 2층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파편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불에 시커멓게 탄 한 남자의 몸이 그들의 앞에 떨어졌다.

퍼억-

떨어진 자의 머리가 바닥과 부딪히며 깨져 나갔다.

“이렇게 된다.”

“놈입니다!”

체구가 작은 그림자가 땅에 사뿐히 안착하는 것을 본 한 명이 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전원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명심해라!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옛!”

“흥, 나를 사로잡아?”

말빈은 그들을 조롱하듯 재빠르게 움직였다.

다리를 노리는 기동대의 검들은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에잇, 미꾸라지 같은 놈!”

“흥, 실력이나 더 키우고 와라. 너 같은 헷병아리들한테 잡힐 내가 아니다.”

말빈의 뒤를 쫓던 기동대들은 얼마 후 한 무리와 맞닥뜨렸다.

“저기 있다.”

다른 무리들도 말빈을 보고는 큰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쳇, 저놈들은 또 뭐야?”

기동대를 이끌던 남자는 한 무리가 나타나자 혀를 찼다.

그리고 자신들의 편이 아님을 알자 가차 없이 명령을 내렸다.

“표적을 제외하곤 모두 제거하라!”

기동대는 새롭게 나타난 자들과 맞서기 시작하며 발이 묶이기 시작했다.

“크크, 서로 싸우는군. 그래, 니들끼리 싸우다 죽어라.”

말빈은 그런 그들을 비웃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오자 한숨을 돌렸다.

“공작도 작정한 이상 이 나라를 떠야겠군. 모아둔 돈은 충분하니 미련은 없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밤길을 걷던 말빈은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발을 멈추더니 웃었다.

“그만 나와라. 어설프게 숨어 있지 말고.”

그러자 골목의 반대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말빈인지 말밥인지 하는 놈이냐?”

“넌 뭐 하는 놈이냐? 내가 누군지 알면서 숨어서 나를 기다린 것이냐?”

“알다마다. 내 주인의 화를 돋우게 한 놈을 모를까.”

“네 주인?”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사이 하늘의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이내 초승달이 드러나자 두 사람을 비추었다.

상대가 여성임을 확인한 말빈은 코웃음 쳤다.

“이거 네 주인에게 얕보였군. 감히 날 잡으러 어린년을 보낼 줄이야.”

상대의 목소리가 미성임을 안 말빈은 상대를 어린 여성으로 단정 지었다.

“지금 나보고 년이라고 했어?”

“흥, 너 같은 추녀에게 년이란 말도 아깝군. 말라비틀어진 것이 엘프보다 추하……”

순간 상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말빈은 긴장하며 말을 끊었다.

푸슉-!

말빈의 오른쪽 입가가 찢어지며 선혈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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