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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22화 (22/150)

22화

“아이고, 왕자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태훈을 본 알은 몸을 뉘이고 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으극!”

“가만히 있어, 늑골이 두 개나 나갔다며?”

“며…… 면목 없습니다.”

포션은 외상에만 효과가 있었기에 알은 두꺼운 천을 대고 그 위를 붕대로 두르고 있었다.

태훈은 씩 웃으며 조금 마른 사과를 그에게 던졌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다행이다.”

“죄송합니다. 왕자님을 끝까지 지켰어야 했는데.”

“그래도 한 녀석 잡았으니 위로로 삼자고.”

“그 녀석은 지금 어딨습니까?”

“심문 중이야. 넌 몸조리나 잘해.”

“하지만 제가 없으면 왕자님의 경호가……”

“로텐바르 형님이 와 있다. 그러니 걱정 마.”

“네? 그럼 더더욱 걱정 아닙니까!”

펄쩍 뛰는 알을 태훈은 안심시켰다.

늦은 밤까지 나누었던 왕세자와의 대화를 생각하면 당분간은 믿어도 될 법했다.

“혹시 베닝스라는 이름을 알아?”

“베닝스요? 성은 뭡니까?”

“성은 몰라. 그런 이름 들어봤어?”

“음…… 베닝스…… 베닝스…… 아뇨, 모르겠습니다.”

“그래?”

태훈이 입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실망하는 듯하자 알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중요한 사람입니까? 제가 알아볼까요?”

“음? 아니야. 넌 여기서 몸조리나 해. 난 로텐바르 형님과 함께 수도로 돌아간다.”

“그……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그 몸으로 따라오면 더 민폐야. 안심해도 되니까 완쾌하면 수도로 돌아와.”

태훈은 방을 나서며 머릿속에서 베닝스라는 이름을 되뇌었다.

하지만 그의 기억 어디에도 그런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베닝스라는 자부터 찾아야겠어. 저승 관련 인물도 아닌데 어째서 포인트에 대해서 알고 있던 거지?’

거기다 자신이 많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태훈은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복도의 맞은편에서 중앙군의 기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맨 앞에 있던 기사가 자신을 향해 경례를 하더니 잽싸게 뛰어갔고 태훈은 맨 마지막 병사의 팔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왕자님이 사로잡으신 포로가 사망했답니다.”

“뭐?”

태훈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러곤 병사의 팔을 놓고는 기사들이 뛰어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도착한 지하 감옥에는 신관 하나가 손에 붕대를 감고 병사들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이단 심문관.’

그의 로브 가슴에 새겨진 망치 문양을 본 태훈은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감옥 안에는 끊어진 밧줄과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공들여 메고 온 여성의 시체.

그리고 병사의 주검이었다.

태훈은 상황을 파악하고 이단 심문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된 일이야?”

“으음, 주문을 영창하려고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함 소리가 들려 눈을 떴습니다. 그랬더니 죄인이 단검을 하나 들고 보초를 쓰러뜨리더군요. 저도 녀석의 칼에 찔리고 도망치려고 하는 찰나 정신을 잃었습니다.”

“뭐라고?”

인상을 쓰며 자신의 목을 주무르는 신관의 대답에 태훈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산에서 업고 내려올 때부터 몸수색을 했지만 단검 같은 것은 없었다.

‘대체 어디서 단검을 구한 거야.’

태훈이 입술을 깨물고 있을 때 로텐바르도 현장에 도착했다.

그도 감옥 안을 살펴보고는 혀를 찼다.

‘그런데 왜 자살을 한 거지? 병사를 죽이고 신관을 기절시켰으면 탈출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나?’

그는 병사와 암살자의 시체를 자세히 살폈다.

병사는 턱 밑 경동맥에 자상이 있었고 암살자 역시 같은 위치에 자상이 있었다.

가만히 그걸 보고 있던 태훈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데?’

태훈은 두리번거리다가 감옥 바닥에 있는 몇 개의 얇은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그러곤 그걸로 시체들의 상처에 집어넣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저…… 전하?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부…… 불경한 짓입니다. 지금 무슨…….”

부하들의 만류에도 태훈은 아랑 곳하지 않고 나무 막대를 살짝살짝 돌리기까지 했다.

“우웩…….”

“전하, 그만하십시오.”

‘뭘 하는 거지?’ 모두가 그를 말렸지만 로텐바르만은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역시 이상해. 왜 칼이 위쪽에서부터 삽입됐지?’

그는 암살자를 보았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가장 키가 작았다.

그녀가 자신보다 키가 큰 병사를 위에서부터 찔렀다고 보기엔 조금 무리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훈련을 받은 암살자겠지. 점프해서 찔렀다고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다른 하나가 더 걸린다.’

문제는 그녀의 자살로 생긴 자상이었다.

‘보통 칼로 자기의 목을 찌르면 아래에서 위로 들어가거나 수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 여자의 자상도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어.’

두 시체의 자상이 똑같은 방향이었다.

태훈은 신관을 바라보았다.

그의 키는 현장에 있던 세 사람 중에 가장 키가 컸다.

태훈은 신관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여자가 당신을 찔렀나?”

“그랬습니다. 얼떨결에 손으로 잡았지 뭡니까.”

“그 당시 상황을 좀 설명해 줄 수 있겠나?”

“눈을 떴더니 병사가 쓰러져 있고 저를 보더니 달려오며 단검으로 찌르려고 하더군요.”

“어딜 찌르려고 하던가?”

“음, 심장이었습니다.”

“많이 아팠겠군.”

“그렇습니다. 이봐, 빨리 포션 좀 가져오라니까.”

신관은 병사에게 짜증을 내며 포션을 가져오라고 했다.

태훈이 상처를 보여 달라 하자 신관이 손을 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범인은 암살자가 아니야.’

태훈은 신관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지구에 있을 때 온갖 범죄 드라마를 즐겨보던 그는 자신의 기억을 살렸다.

자신보다 키가 작은 여성이 달려오며 검을 찌른다.

그것을 손으로 잡게 되면 보통 마이크를 잡듯 쥐게 되거나 살짝 돌려서 잡게 된다.

손바닥이 아닌 엄지와 손바닥이 어어지는 부분 근처에 자상이 입게 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신관의 상처는 그보다 위쪽에 있었고 비교적 깊지 않았다.

‘이놈이 둘을 죽이고 스스로 상처를 냈어. 무서워서 깊게 상처를 내진 못한 거야.’

태훈은 머릿속으로 현장을 그려보았다.

포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암살자가 아닌 심문을 지켜보던 병사에게 현혹 주문을 건다.

신력이 없는 병사는 현혹 마법에 걸리고 신관이 다가가 자신보다 키가 작은 병사의 목을 찌른다.

병사가 쓰러진 뒤 암살자에게 다가가 똑같이 찌른다.

그리고 암살자가 탈출한 것처럼 보이기 하기 위해 포박된 줄을 자르고 풀러주었다.

그러곤 자신의 손바닥에 상처를 내고 기절한 척한다.

‘여기까지가 내 이론인데. 맞는 것 같기도 하군.’

태훈은 신관의 옷을 살폈다.

두 사람의 피를 뒤집어썼기에 손바닥에 난 얇은 상처에 맞지 않게 많은 피가 신관의 옷에 튀었다.

‘피나 왕비가 총국에게 손을 쓴 건가? 그건 쉽지 않을 텐데.’

서로 앙숙인 왕비와 집정관이 손을 잡았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 태훈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다.

“왕자님. 현장을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음. 그래.”

태훈은 자리를 비켜주며 로텐바르의 옆으로 다가갔다.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무슨 일이지? 아까 한 기괴한 행동은 또 무엇이고?”

“진범은 신관입니다. 암살자가 스스로 한 짓이 아니에요.”

“그건 무슨 소린가? 이단 심문관이 범인이라고?”

태훈은 자신의 추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직접 단도를 쥐어보며 시체들의 상처와 신관의 상처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로텐바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군.”

“무엇보다 두 사람을 공격하고 자살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자신의 고용자를 위해 자결을 택했다면 포박을 풀고 왜 바로 자결을 하지 않았을까요. 굳이 다시 붙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훈련된 병사와 신력을 다루는 신관을 공격했겠습니까?”

“적을 하나라도 죽이겠다는 생각이 아니냐?”

“저자는 암살자지 타국의 군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었다면 기절해 있는 신관을 끝까지 처리하지 않고 자결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그렇군.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압니다. 총국 소속의 신관을 구속할 방법이 없죠.”

교황 총국은 국가를 떠난 초월적인 조직이었다.

여러 나라에 중앙 신전을 두고 세력을 키운 총국은 초월적인 법규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지구의 치외 법권처럼 신관들에 대한 처우와 신병은 교황 총국에게 있었다.

“문제는 피나 어머님이 어떻게 총국에게 손을 썼냐는 겁니다. 분명 사이가 좋을 리 없을 텐데…….”

“음, 그 문제는 답이 있는 듯하구나.”

“그게 무슨 소립니까?”

“조금 전에 도착한 문서다. 이걸 너에게 전해주려고 할 때 나도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로텐바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태훈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태훈은 그가 내미는 양피지를 받아 들고는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이게 무슨 소립니까? 이게 총국에서 온 문서라고요?”

“그렇다. 가져온 사람들 중에는 수호기사단장인 엠버스타인 경도 있었으니 아버님도 아시는 것 같았다.”

태훈은 다시 한번 찬찬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문서에는 선명하게 태훈에 이단의 혐의가 있으니 그를 심문하기 위해 수도로 압송해 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 * *

“그게 무슨 소립니까!”

분을 참지 못한 도리아 공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건 모합입니다! 당장…….”

“당장 무엇을 말이냐? 군대라도 보내자는 말이냐?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그런…….”

도리아 공주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어머니인 왕비가 들고 온 소식에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왕비가 들고 온 소식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었다.

좋은 소식은 국경 지대에서 자신의 반려자로 지목된 왕자가 암살 시도를 받았지만 무사하다는 것.

나쁜 소식은 교황 총국으로부터 이단 혐의를 받고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증거를 가지고 이단 혐의가 주어졌다는 것입니까?”

“아무래도 이것 때문인 것 같구나.”

왕비는 그녀의 앞에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엔 3분의 일 정도가 비워진 병이 담겨 있었다.

“이게 뭡니까?”

“왕자가 나에게 선물로 주고 간 약이다.”

“약이요?”

왕비는 태훈과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도리아 공주가 병을 집어 들었다.

“이게 효과가 있었습니까?”

“효과는 있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었지.”

“그런데 왜 이것이 이단의 혐의라는 것입니까?”

“왕자의 누이 중 하나가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느냐?”

“압니다. 성함이 아넬리아로 왕자님의 바로 윗누이이시죠.”

“그 누이의 병이 이 약으로 완쾌되었다더구나. 그 누이를 위해 만든 약인데 포션으로 고치지 못한 병을 이 약으로 완쾌되었다고 하구나.”

“다행이군요. 하지만 그게 이단과 무슨 상관입니까?”

“총국에서는 포션을 욕보였다는 이유로 그를 이단으로 결론 내렸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약이 효과가 좋다고 이단이라뇨?”

“포션으로도 치료하지 못한 병을 약으로 치료했다는 거짓을 주장한 것이 이단이라는 것 같구나.”

“아……”

도리아 공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약병을 쳐다보았다.

“그럼 왕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구나.”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까?”

“폐하도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

“고민할 것이 무엇입니까? 압력이라도 넣어야죠.”

“총국을 상대로? 그게 가당키나 하겠니?”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에게 생각이 있다.”

왕비는 태훈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설명했다.

주식회사의 개념과 히스렐다 공국에 근본을 두고 싶다는 태훈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그것을 들은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가인 히스렐다 공국을 통해 총국을 압박하자는 것이군요.”

“그렇다. 히스렐다 공국은 제국들과 9왕국의 교류를 잇는 교두보. 총국으로 향하는 각 나라들의 자금들 또한 경유하지.”

“그것을 막겠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외가에서도 그럴 명분이 없을 텐데요.”

“공국은 교역으로 먹고 사는 곳이다. 당연히 총국과 등을 지려 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 약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을 증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약이 정말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요?”

“난 왕자의 말대로 이 약이 포션과 상응하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뭐라도 해야겠다고 한 것은 바로 너잖느냐.”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직접 공국으로 가겠습니다.”

“직접? 그 먼 길을?”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약 상자를 챙겨 방을 박차고 나가는 딸의 모습을 본 왕비는 웃음을 지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역시 내 딸이구나.”

흐뭇한 미소를 짓던 왕비는 딸에게 들려 보낼 서신 한 장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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