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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5화 (15/150)

15화

한 목소리로 인사한 지니들을 뒤로 두고 구슬이 수정구 앞으로 다가갔다.

“왕이시여, 구슬에 두 가지 색상이 보입니다. 이런 경우가 없어서 왕을 청하였나이다.”

물의 지니가 물의 정령왕이라 불린 구슬과 대화를 시도했다.

물의 정령왕의 목소리는 오직 물의 지니만이 들을 수 있었다.

“저희끼리는 판단할 수가 없어 왕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네? 하지만 그런 전례는…….”

“…….”

“그렇군요. 그럼 색상은 정확한 건가요?”

“…….”

물의 정령왕과 물의 지니는 잠시 둘만의 대화를 나누었다.

물의 지니인 여성은 몇 번을 더 확인하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

“그럴 수가…….”

물의 지니가 말을 잇지 못할 때 물의 정령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뭔데? 뭐가 잘못된 거래?”

빛의 지니가 물의 지니에게 슬그머니 물었다.

“색상도 형태도 전부 맞다고 하시는데?”

“그럼 맞나 보지.”

“하지만 두 속성의 중급 정령이라고?”

수정구에서 보이는 형태는 정령의 등급을 뜻했다.

하급 정령은 점의 형태.

중급 정령은 삼각형.

상급 정령은 사각형.

지니는 육망성.

정령왕급은 정령왕의 이름이 나타났다.

지금 수정구에서는 각각 다른 색상의 삼각형 두 개가 나타나고 있었던 것.

“두 속성의 중급 정령이면 대체 누구지?”

“엘프 중에서도 고위급이겠지. 하이 엘프 정도?”

“이런 경우가 있었나?”

“있었지. 한 300년 정도 전에. 지금 엘프의 지도자인 란데르센이 소환했었지.”

“혹시 헤츨링?”

“헤츨링이라면 최소한 상급이었겠지.”

지니들은 수군거렸다.

“뭐 우리끼리 수군댄다고 달라질 건 없어. 빨리빨리 보내자고.”

“물의 지니여, 색은 무슨 색을 띠고 있는가?”

“그게…….”

물의 지니가 말끝을 흐렸다.

* * *

“변화가 없는데?”

“이상하군. 분명 반응했는데.”

육망성에서 빛을 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잠잠했다.

어둠의 정령이 육망성을 살펴보는 동안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설마 내 정령 친화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자칫 포인트만 날려먹은 것이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진이 반응했다.

그의 앞에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머리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우웅-

여성이 나타나자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헉! 저분은!”

어둠의 정령이 여성을 보고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뭐야? 누군데?”

“물의 지니이시다.”

“지니? 정령왕 다음 등급?”

상상도 못 한 존재가 나타나자 태훈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여성의 모습이 온전히 다 드러나자 여성이 태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대가 소환 의식을 행한 자인가?”

“그렇습니다.”

“독특한 인간이군. 아니, 인간이 아닌 것인가?”

그녀가 어둠의 정령처럼 자신의 특이성을 눈치챈 것이라 생각한 태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소환에 응하신 게 당신입니까?”

“건방진 인간이구나. 인간이 지니급을 소환하는 경우는 없다. 조금 특별한 경우라 내가 상황을 보러 온 것이다.”

여성의 말에 태훈은 굉장히 아쉬워했다.

‘하긴 내 마나로 지니급을 소환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여성은 태훈의 옆에 있던 정령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이자가 소환술을 쓴 것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이자는 저희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기운이 전부 느껴지는데 정말로 인간이 맞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물의 지니는 태훈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제 소환 의식에 문제가 있습니까? 왜 그러시는 거죠?”

“아니, 네 소환은 문제가 없었다. 조금 독특한 상황이 발생해서 말이지.”

“독특한 상황?”

“서로 상반된 두 속성의 정령이 부름을 받았더구나.”

“상반된 속성? 그게 문제가 됩니까?”

“두 속성의 정령이 소환되는 경우는 이상할 것이 없다. 다만 상반된 경우는 태초 이래로 없었기 때문이지.”

물의 지니는 태훈을 꼼꼼히 살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보다 그대는 어떻게 하여 세 기운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는가?”

“그걸 제게 물으셔봤자…….”

태훈은 시치미를 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상당히 재밌는 일이야. 세 가지 기운을 모두 다룰 줄 아는 인간이라니.”

“문제가 없다면 제 소환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좋다. 바로 정령들을 보내도록 하지. 인간이여, 이름은?”

“메드니안입니다.”

“정령과 인연이 있는 아이여,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또 볼 수 있기를 가대한다.”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은 사라졌다.

물의 지니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금빛 머리를 가진 여성형 인형과 검은 박쥐가 남아 있었다.

“오, 이게 내 정령인가?”

“확실히 신기하군. 빛과 어둠의 정령이라니.”

“빛과 어둠? 그럼 이 박쥐가 어둠의 정령인가?”

“그렇다. 내 바로 아래 단계인 어둠의 중급 정령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중급 정령들의 앞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 진에 손을 가져다대어라. 그리하면 계약이 이루어진다.”

늑대의 말대로 진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자 진은 빛을 내며 사라졌다.

동시에 몸에서 급격한 마나의 소비가 느껴졌다.

진이 사라지자 두 정령은 자신을 향해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곤 신기한 듯 태훈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제 된 건가?”

“그렇다.”

“마나 소비가 너무 큰데.”

“돌아가라고 말하면 된다. 현신을 하지 않아도 계약한 정령에게는 언제든 명령을 할 수 있다.”

태훈이 돌아가라고 하자 두 정령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라고 말하자 마나가 빠져나가며 둘이 나타났다.

‘동시에 둘은 힘겹군.’

“너희 이름은 뭐야?”

“상급 정령은 되야 대화가 가능하다. 저들은 너의 명령대로 움직일 뿐이다.”

“아, 그래? 그럼 감정도 없나?”

“감정은 있다. 다만 성숙하지 못하지. 아마 골치 아플 때가 많을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빛의 정령들은 장난치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들었다. 정령계에서도 말이 많지.”

“그래도 말을 못 한다니 좀 아쉽네.”

태훈은 아쉬워하며 둘을 다시 돌려보냈다.

며칠 후 제노비아에 도착한 사절단은 바로 국경 지대로 이동.

열기구의 시범을 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직접 시승에 참여했던 각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립튼 공작의 얼굴은 신수가 훤할 정도로 밝아졌다.

“훌륭합니다. 다만 생각보다 크기가 상당하군요. 이래선 바로 눈에 띄일 것 같습니다.”

“크기가 크면 어떻습니까. 적이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들은 시제품에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국왕도 만족해하며 바로 50기의 기구를 주문했다.

대금화 1500닢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가 성사되자 태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납기에는 얼마나 걸리겠나?”

“1년 안에 가능하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납기하겠습니다.”

“좋네. 자세한 계약은 립튼 공작과 함께 진행하도록 하게.”

열기구를 정리하던 태훈은 요새 한 구석에 있는 마장기를 보았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군데군데 녹이 슬고 먼지로 덮여 있었다.

“저 마장기는 왜 저렇게 방치되어 있습니까?”

“초창기 모델의 마장기입니다. 효율이 좋지 않아서 원석이 아까워 폐기한 것이죠.”

구석에 처박힌 마장기를 눈여겨보던 태훈은 마저 열기구를 정리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도의 성으로 돌아왔을 때 안내된 방 안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오, 도리아 공주.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한껏 기분이 좋아진 태훈이 반갑게 도리아 공주를 맞았다.

그는 도리아 공주와 악수하며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생각보다 큰 반응에 도리아 공주는 잠시 주춤했다.

“사……상당히 기분이 좋으신가 보군요.”

“제가 만든 뭔가가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처음이거든요.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 그렇군요. 보내 드린 물자들은 잘 받으셨나요?”

“네, 마지막 품목까지 모두 잘 받았습니다. 아, 보내주신 선물도 잘 받았습니다.”

태훈은 외투 속에서 두툼한 목도리를 꺼내보였다.

계약금 명목으로 보냈던 물자 중 처음 도착한 물건들 속에 도리아 공주가 보낸 선물들이 들어 있었다.

은빛으로 은은한 광택이 나는 목도리였다.

“물어보니 은빛 여우라는 게 굉장히 보기 힘든 동물이라고 하더군요. 귀한 선물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공주의 오라가 잠시 자줏빛으로 일렁였다.

자줏빛이 뜻하는 심리는 실망감.

태훈은 얼른 짐꾸러미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드레스가 한 벌 들어 있었다.

태훈은 보답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주위의 반응은 달랐다.

여성이 먼저 선물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넬리아는 꼭 답례를 하라고 떼를 썼다.

그렇게 고른 것이 드레스.

옷을 본 도리아 공주는 조금 감동을 받았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드레스인가요?”

“네, 제 누이가 골라준 옷입니다.”

“빛나는 자수는 처음 봅니다.”

실제로 드레스에는 조금 과하다 싶은 정도의 자수가 박혀 있었는데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공주의 말에 태훈은 어깨를 으슥거리며 대답했다.

“이게 사실은 마법회로입니다.”

“이 자수가 마법회로란 말인가요?”

“네, 이 팔찌와 같이 착용하시면 됩니다.”

태훈이 건넨 것은 하급 원석이 박힌 팔찌.

“이 팔찌의 원석에서 마나를 공급받아 옷에서 열기가 나오게 됩니다. 추운 겨울에는 그만이죠.”

“그 귀하다는 마법회로와 원석을 옷에다 썼단 말이십니까?”

“하급 원석입니다. 저희 나라에서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니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훈의 말에 공주는 말없이 끄덕였다.

사실 공주에게 값이 고가냐 아니냐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문제는 등에 놓인 마법회로라는 자수가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

간단한 마법회로라 하더라도 복잡한 수식이 필요한 마법회로 덕에 드레스의 등은 요란했다.

“마법회로가 들어간 최초의 옷입니다. 잘 사용해 주세요.”

“가……감사합니다. 잘 간직할게요.”

도리아 공주는 옷이 든 상자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상자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시녀들이 다가와 상자 안의 옷을 보고는 꺅꺅거리기 시작했다.

“카나리스의 왕자님이 주신 옷인가요?”

“그것 봐요. 이번에 오실 때 갖고 오신다고 하셨죠? 언니들, 다들 내놔요.”

몇몇의 시녀들은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한 시녀에게 동화를 건넸다.

“뭐야, 너희들. 내기라도 한 거야?”

“공주님이 하도 저쪽 왕자님 푸념을 하시길래 내기했죠. 그래도 제 말대로 선물 보내길 잘하셨죠?”

돈을 움켜쥔 시녀가 공주와 친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사이 한 시녀가 상자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어머, 어쩜. 옷이 너무 곱네요.”

그러다 등 뒤에 새겨진 무늬를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무늬가…… 화려…… 하네요?”

“카나리스 왕국에는 이런 게 유행인가 봐요.”

시녀들은 조심스럽게 옷을 도로 상자에 넣었다.

시녀들이 나간 뒤에도 도리아 공주는 한동안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이내 피식 웃으며 상자 안의 옷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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