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12화 (12/150)

12화

?

?

?

제노비아의 왕성으로 돌아온 태훈은 바로 도리아 공주를 찾았다.

국경의 감시를 강화할 방법이 있다고 말하자 도리아 공주의 눈이 빛났다.

“그 방법이 대체 뭔가요?”

“하늘에서 감시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평야 지대의 몬스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죠.”

“그리폰 기사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공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폰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리폰의 육성은 여간 힘 든 것이 아니었다.

알부터 성인 개체까지 키우는 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리고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했다.

제국들도 그리폰 기사단의 규모를 쉽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닙니다. 마법이나 그리폰 없이 하늘에서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날개가 달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늘에서 지상을 감시할 수 있다는 거죠?”

“하늘을 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거죠. 제 나라에서도 아직 구상 중인 단계이긴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러한 물건을 구상했던 적은 없었다.

태훈은 펜과 양피지를 부탁했다.

펜과 양피지가 도착하자 태훈은 그림 하나를 그렸다.

그림이 완성되자 공주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건가요?”

“저는 이것을 기구라고 부릅니다. 마장기와 같은 마도구라 보시면 됩니다.”

태훈이 생각한 것은 열기구였다.

단순히 뜨거운 공기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간단한 마법회로와 최하급 원석으로도 만들 수 있어 보였던 것이다.

공주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명을 요구하는 공주의 물음에 태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저희도 극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국가 기밀을 함부로 발설할 수는 없죠.”

“이해했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이 기구라는 것에 대한 개발의 책임자는 접니다. 폐하께 말씀드려 주시면 좋은 조건에 협상안을 제시하겠습니다.”

공주는 부채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알겠다며 자리를 일어섰다.

잠시 후 태훈은 국왕에게 불려갔고 그 자리에는 공주 말고도 한 명의 인물이 더 있었다.

“저는 국방대신인 립튼 공작입니다. 왕자님의 설명을 듣고자 참석했습니다.”

“여기 공작님과 아버님께 다시 한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태훈은 최하급 원석을 이용해 물체를 공중에 띄운다는 것을 설명했다.

훈련을 받은 일반인이라면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일반인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거기다 마도구이지만 마장기보다는 훨씬 저렴한 물건입니다.”

“공격 수단은 있습니까?”

“아쉽지만 이것은 정찰용입니다. 살상 능력은 없습니다.”

“적이 화살이나 마법으로 공격하면 대응하기 어렵겠군요.”

“화살이나 마법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립튼 공작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국왕이 물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에게 어떻게 제공해 준다는 것인가?”

“제노비아가 투자금의 절반을 제공한다면 본국은 순수 건조비만 받고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가격을 말해보게.”

“지금까지 개발에 들어간 비용는 대금화 6천 닢. 한 대당 건조비는 대금화 30닢으로 세레니스 제국 금화 기준입니다.”

태훈은 국경에서 돌아오며 대략적인 계산을 잡아보았다.

최하급 원석과 자신이 알고 있는 자재들의 가격을 합한다면 대금화 10닢도 채 되지 않는 가격.

나머지 20닢은 마법회로를 만들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인 셈이었다.

그의 말에 공주와 립튼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장기의 경우 가장 출력이 작은 것만해도 기체와 원석, 마법회로의 대금이 대금화 5천 닢이라는 가격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대금화 30닢이면 요새를 하나 새로 만드는 가격보다야 훨씬 저렴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에 들어가는 마법회로는 상아탑에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쪽에서 가능합니다.”

이 말에 세 사람은 술렁였다.

그것은 양국의 협의로 얼마든지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회의가 필요한 내용이군.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게.”

“알겠습니다.”

태훈이 나가자 국왕은 두 사람에게 물었다.

“립튼 공작?”

“예, 폐하. 왕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계획했던 요새의 추가 건설은 필요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요새의 건설에 드는 비용이 얼마였지?”

“세레니스 제국 금화로 대금화 3천 닢이 들어가게 됩니다. 유지비는 병사들의 임금을 합해 1년에 대금화 150닢 정도입니다.”

“음, 공작의 생각은 어떠한가?”

“초기 투자 금액이 적지는 않으나 시간과 인력이 절약됩니다. 요새의 건설에는 족히 3년이 걸리고 추가 적인 병사 모집을 하지 않아도 되지요. 물건의 납품이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입니다.”

“아버님, 그는 아직 구상과 개발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시일은 물어봐야겠지요.”

공주의 보충 설명에 국왕은 생각에 잠겼다.

초기 투자 금액만 제외한다면 모든 것이 상당한 메리트가 있어 보였다.

국왕이 신중해 보이자 공작이 거들었다.

“아직 그 기구라는 것을 직접 본 것이 아닙니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그 기구라는 것에 대한 개발의 총 책임자가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것. 그가 돌아가기 전에 의향은 전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도 합니다. 앞으로 양국 사이의 미래를 본다면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대답을 내는 게 좋겠습니다. 혼약 후엔 공주님이 살아갈 나라가 아닙니까.”

두 사람의 말에 국왕은 고심만 더욱 깊어졌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자 공주가 대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대금화 3천 닢이라는 금액을 선뜻 지불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계약 금액을 제한하고 시제품을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주의 말에 국왕은 자신의 무릎을 치며 대답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구체적인 생산 방법도 듣고 싶구나. 립튼 공작과 함께 계약 내용은 만들어보도록.”

공주는 립튼 공작과 함께 간이 계약서를 만들었다.

다음 날 공주가 태훈에게 내민 계약서에 적힌 계약금은 대금화 500닢이었다.

동시에 시제품을 받아보고 싶으니 그것이 언제가 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태훈은 내년 봄 중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이미 설계는 완성 단계였습니다.”

“그럼 계약금은 마음에 드십니까?”

“시제품도 보지 않고서 계약금을 주시는 것에 만족합니다. 저를 많이 신경 써주신 듯하군요.”

“두 왕국 사이에 그 정도의 신용은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신용에 보답할 만큼의 물건을 만들어 보이도록 하죠.”

“혹시 그 기구라는 것에 들어가는 마법회로를 왕자님께서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마법사들이 마법회로를 다룰 줄 안다고는 하지만 직접 만드실 줄이야.”

공주가 태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특출 난 자들만이 다룰 줄 안다고 알려진 것이 마법회로.

실제로 그는 연구소에 들어가는 정화 회로와 살균에 들어가는 회로를 직접 만든 장본인이었다.

기구에 들어갈 마법회로는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낮은 수준의 회로였다.

“좋습니다. 이대로 하지요.”

“그럼 조금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직 올해 추수한 식량들과 암염을 처분하지 못했습니다.”

“아, 대금은 물품으로 받겠습니다. 저를 위해 신경 써주셨는데 저도 배려해 드려야죠.”

태훈은 선심을 쓰는 척 말했다.

소금은 약의 재료로도 쓰였고 목적은 식량이었다.

그런 그의 대답에 공주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렇군요. 카나리스에게는 그것이 더 유용하겠군요.”

“잘 아시는군요. 그러면 대금만큼의 식량과 소금의 양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식량과 소금의 비율은 어느 정도를 원하십니까?”

“8 대 2 정도면 되겠습니다.”

공주는 사람을 불러 대금화 500닢 분량의 식량과 소금의 양을 계산하게 했다.

그리하여 나온 식량의 양은 짐마다 1,000대 분량, 소금은 짐마차로 50대 분량이었다.

‘그 정도면 500톤 정도 되는 건가?’

식량 500톤이면 성과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계약금 명목의 분량이었으니 시제품이 나오고 계약이 되면 더 많은 식량을 받을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오늘 오후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빨리 가서 시제품을 만들어야죠. 그게 양국에 도움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태훈이 서두르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포드 영지를 떠나올 때 그는 배낭에 있던 마법회로의 원석을 어둠의 정령에게 넘겼다.

자신이 다시 올 때까지 사람들의 마나를 흡수하지 말고 그것으로 버티라는 뜻이었다.

그의 대답을 들은 공주는 체념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후, 태훈 일행은 제롬을 떠났고 그 모습을 본 공주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저 남자의 안중에도 없구나. 저 정도면 남자가 맞는지도 의심이 들어.”

“네? 공주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시녀가 공주를 향해 되물었으나 공주는 됐다며 등을 돌렸다.

* * *

카나리스로 돌아온 후 태훈은 바로 국왕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국왕은 기구에 대해서 물었다.

태훈은 자신이 생각해 둔 물건이 있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네 자신감은 잘 알았다. 하지만 이번 일이 실패하면 결코 단순한 문책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는 있느냐?”

“물론입니다. 왕국의 명예와 아버님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네 자신감이 그 정도면 믿어볼 만하다. 하지만 다른 귀족들에겐 철저히 비밀로 해라.”

국가 간의 거래.

그것도 계약금으로 대금화 500닢 분의 식량을 받기로 한 거래였다.

실패한다면 그 뒷감당은 국왕도 구제하기가 힘들었다.

당장 이 소식이 알려진다면 귀족들이 권력 남용이라며 질타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절대 혼자서 행동하지 말거라.”

국왕은 태훈이 써서 낸 보고서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포드령에서 있었던 그림자 병에 대한 보고서였다.

국왕은 태훈을 호되게 꾸짖었다.

동시에 수행을 했던 알을 비롯하여 북부군에 대해서도 징계를 가했다.

“알겠느냐? 넌 그런 일에 함부로 나설 몸이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마족을 퇴치하고 병을 격퇴한 것은 틀림없는 훌륭한 업적. 그에 따른 포상은 따로 내리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그 기구라는 것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무두 장인과 봉제 장인이 필요합니다. 자제는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수배하도록 하마. 식량은 언제쯤 도착한다더냐?”

“아마 보름 후쯤이면 선발대가 도착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너의 외교적 성과라고 이야기해 두겠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태훈은 바로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마법회로였다.

정확히는 기구의 풍선 역할을 하는 가죽들을 경량화 시켜주는 마법회로의 제작이었다.

거기에 바람이 없어도 기구를 움직일 수 있는 추진력을 위한 마법회로도 필요했다.

다행히 경량화를 제외한 마법회로는 간단했다.

무두 장인과 봉제 장인이 도착하자 그들에게 모양을 설명했다.

“어때, 만들 수 있겠나?”

“어렵지는 않습니다. 헌데 뭘 만드시는 겁니까?”

장인들은 태훈이 만들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명을 들었을 땐 무지막지한 망태기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까지는 말할 수 없다. 걸리는 시간을 말해봐라.”

“닷새면 충분할 듯합니다.”

“좋다, 그럼 착수해라.”

태훈은 이제는 사람이 탑승할 부분을 만들기로 했다.

목수를 불러 도넨 나무라 불리는 나무를 베어오게 했다.

지구의 대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무게는 가볍고 탄성이 좋아 활과 화살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나무였다.

동시에 아넬리아에게 줄 향신료의 체크도 잊지 않았다.

첫 약이 만들어지자 아넬리아에게 가져다주었고 맛을 본 아넬리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게 뭐야? 달고 시고 짜고…… 역해.”

“그래도 드셔야 돼요. 꾸준히 드시면 분명히 좋아지실 거예요.”

“계속 먹어야 한다고? 얼마나?”

“음, 두 달?”

“안 먹어. 이걸 어떻게 두 달이나 먹어.”

“하루에 세 번씩 두 달은 드셔야 돼요.”

“하루에 세 번?”

아넬리아는 질겁하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태훈은 그런 그녀에게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녀는 마지못해 약을 받아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