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2만 포인트로 환생하기-4화 (4/150)

4화

허공에 게임 인터페이스 같은 것들이 나타났다.

[빈 슬롯]

[빈 슬롯]

[빈 슬롯]

“뭔가 빈 슬롯이라는 게 나타났는데요.”

“총 몇 개 인가요?”

“3개입니다.”

“오! 시작이 좋군요.”

남자는 마안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능력을 담을 수 있는 슬롯이 다르다고 했다.

“잘된 겁니까?”

“보통 한두 개가 고작입니다. 마안이 상급 마족의 것이었나 봅니다. 그럼 이제 이걸 드십시오.”

기억보존의 앰플을 집어 든 태훈은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눈을 깜빡이자 변화가 생겼다.

[기억 보존] 활성

[빈 슬롯]

[빈 슬롯]

“기억 보존이라는 것이 생겼네요.”

“그럼 된 겁니다. 이제 잔금만 치루시면 됩니다.”

태훈은 남자에게 잔금을 치렀다.

“이제 돌아가시죠.”

양복의 사나이가 천막을 나가려하자 태훈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나머지 두 개의 슬롯은 비워두는 겁니까?”

“뭐 특별히 넣지 않는다면 그렇죠.”

“그 말은 기억 보존 이외에도 다른 능력을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양복의 남자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은 이대로 나가기가 찝찝했다.

두 개의 능력을 더 담을 수 있는 마안을 비워두자니 아까웠다.

태훈의 의도를 알아챈 듯 양복의 남자는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뭐가 있는지 알아야죠.”

잠자코 있던 후드의 사내가 태훈에게 뭔가를 던졌다.

“이 중에서 골라봐.”

그것은 일종의 목록표였고 특정 능력과 함께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목록을 훑어보며 태훈은 자신이 하려는 계획에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상세하게 읽었다.

“이것과 이걸로.”

“선불이다.”

태훈은 두 가지에 대한 금액으로 백만 포인트를 바로 치렀다.

이미 천만이라는 포인트를 지불했는데 더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후드의 사나이는 두 개의 엠플을 건네주었고 그것을 복용했다.

눈을 깜빡이자 다른 두 가지의 능력이 나타났다.

[기억 보존] 활성

[감정] 활성

[간파] 활성

감정은 시야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능력이나 효과를 알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약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세상의 식자재나 약초에 대한 성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간파는 대상의 기분이나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오라의 형태로 알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제 나가게.”

“안 그래도 갈 거요.”

태훈과 남자는 천막에서 나왔다.

“옳으신 선택을 한 겁니다.”

“그러길 바라야죠. 거금을 주고 산 건데.”

다시 광장으로 돌아온 태훈은 남자와 함께 보아둔 세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포승줄에 묶인 한 무리와 맞닥뜨렸다.

모두가 검은 천으로 된 망태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손은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그러다 포승줄에 묶인 그들의 손등에서 똑같은 문양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뭡니까?”

“간혹 저렇게 잡혀가는 사람들이 있죠. 죄명은 알지 못하는 지라.”

“손등에 똑같은 문양들이 있던데 조직입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범죄자들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요.”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재판을 받고 범죄자 전용 지옥으로 가죠. 심하면 영혼 소멸까지 갑니다. 자, 들어가시죠.”

봐두었던 문에 도착한 둘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데스크를 지키고 있는 한 금발 머리의 여자를 마주했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의 손님이군요.”

여자가 부드럽고 공손한 말투를 보이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이곳 세상에서 고를 수 있는 적성의 목록입니다. 저쪽으로 가서 작성하시죠.”

태훈은 목록을 받고 유심히 살폈다.

수십 가지의 적성이 목록에 적혀 있었고 항목마다 가격이 전부 달랐다.

‘어디보자 지금 있는 게 대략 320만 정도 되던가?’

가진 자의 여유인 듯 태훈의 눈길이 간 곳은 가장 마지막 장에 있는 고가의 적성들이었다.

이미 거금을 지불한 터라 남김없이 포인트를 사용하여 만전을 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른 능력은 총 네 가지였다.

1. 마법 적성

마법 적성은 레벨 1부터 9까지 존재. 적성 레벨이 곧 클래스에 해당한다.

레벨 1은 2천 포인트, 레벨 2는 4천 포인트, 레벨 3은 8천 포인트 등 레벨이 오를 때마다 제곱의 형태로 포인트가 필요.

2. 신력 적성

신력 적성은 각각 하급, 중급, 상급, 고위, 대신관 급의 신력을 가질 수 있다.

계급당 2만 포인트의 제곱의 포인트가 소모.

3. 정령 적성

정령 적성은 하급, 중급, 상급, 지니, 정령왕급을 다룰 수 있는 단계가 있으며 계급당 2만 포인트의 제곱이 포인트가 소모.

4. 신체 적성

웨폰 마스터의 기초가 되는 능력.

선택할 경우 100만 포인트 차감.

또한 질병에 강한 면역을 보인다.

태훈은 고른 적성들의 최상위 등급을 선택했다.

“다해서 234만 4천 포인트군요. 다음은 환생하는 개체에 대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여자는 또 다른 종이를 건네주었다.

거기엔 온갖 종류의 몬스터의 이름이 있었고 심지어 드래곤도 있었다.

‘내가 아는 병은 인간에게 발생하는 병이다. 그럼 인간으로 가야겠지.’

인간의 종류에는 신분이 있었다.

그중 태훈의 눈길을 끄는 것은 왕족이었다.

인간 선택에 드는 비용은 10만 포인트, 왕족에 대한 선택에는 30만 포인트가 들었다.

“인간으로 환생하는 데 이렇게 포인트가 많이 들어갑니까?”

태훈의 물음에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비교적 비인기 세계라 싼 겁니다. 지구 같은 경우는 50만 포인트죠.”

“왜 저희가 저승에 머물면서 포인트를 모으시는지 아시겠습니까?”

양복의 사나이도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종족과 신분까지 선택하자 태훈에게 남은 포인트는 50만도 되지 않았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조금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자가 태훈이 작성한 서류를 들고 사라졌다.

그 틈을 타 사나이는 다시 한번 주의를 당부했다.

“명심하십시오. 절대로 태훈 님의 능력을 타인에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소문이라도 들어가면 바로 생이 정지되고 다시 저승으로 소환되실 겁니다.”

“명심하죠. 절대 발설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또 명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적성은 우연히 발현할 수도 있지만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말 그대로 적성이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 기억을 보존하는 거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능력만 가지고 가면 썩힐 수도 있으니.”

“좋습니다. 그럼 수수료 결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불법 시술로 지출된 1100만 포인트를 제외하고 설계로 지출된 비용의 5%를 지불해야 했다.

그 금액까지 지불하고 나니 남아 있는 금액은 처음과 비교하면 바닥이었다.

‘이번에 어떻게든 본전 이상은 뽑아야겠어.’

굳게 다짐하는 사이 여자가 돌아왔다.

“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여자가 안내를 하려하자 양복의 사나이가 태훈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모시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헤어지려니 조금 아쉽네요.”

“귀인님을 다시 뵐 때는 천국으로 안내할 수 있길 바랍니다.”

사나이는 웃음을 짓더니 미련 없이 문을 나섰다.

망설임 없는 그의 발걸음에 태훈은 조금 섭섭함을 느꼈다.

여자와 단둘이 남은 태훈은 쭈뼛거리며 다가갔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벗으세요.”

“네?”

여자가 갑자기 벗으라고 하자 그는 당황했다.

그는 죽기 직전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던 앞치마 차림이었다.

“다 벗으셔야만 환생이 가능합니다.”

“아, 네…….”

알몸이 된 태훈은 중요 부분을 가리고 여자가 안내하는 곳으로 갔다.

도착한 곳은 낭떠러지.

아래쪽에선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본 그가 물었다.

“낭떠러지인데요?”

“네, 여기서 뛰어내리시면 됩니다.”

“네?”

그가 되묻자 여자는 밑에는 생명의 강이 있으며 그 강에 떨어지는 것이 환생의 방법이라 했다.

태훈이 머뭇거리자 여자가 다가왔다.

“도와드릴까요?”

“그래주시겠습니까? 고소공포증은 없지만 높이가 좀…….”

“저도 지구 출신입니다. 마땅히 도와드려야죠.”

여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요? 저는 한국에서 왔는데 어디 출신이신지…….”

“지중해 쪽입니다. 지금은 그리스라고 불리는 모양입니다만.”

“그럼 조금만 도와주시겠습니까? 살짝 밀어주시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여자는 자신이 쓰고 있던 안경을 벗더니 자신의 윗옷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힐을 벗었다.

“안경이랑 신발은 왜…….”

“굽은 아프실 테니까요.”

“네?”

힐까지 벗은 여성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살벌함과 비장함이 가득한 눈빛에 태훈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마치 맹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표정이 바뀐 여성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디스 이즈 저승!”

“억!?”

아픔도 잠시.

가슴팍을 걷어차인 그의 몸이 거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어어어어어어!”

온몸으로 받는 풍압을 느끼며 태훈은 의식을 잃었다.

* * *

태훈이 정신을 차렸을 땐 몸이 부자연스러웠다.

눈이 떠지지 않았고 사지는 미세한 감각만 있을 뿐 움직여지지 않았다.

숨을 쉬는 것 같지 않았지만 괴롭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렇군, 지금은 태아인가?’

따듯한 환경.

이따금 들려오는 메아리 같은 소리.

자신이 정상적으로 환생을 했다면 태아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

태훈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자신의 심장 소리와 어머니로 추측되는 사람의 심장 소리는 더할 나위 없는 자장가였다.

정신이 깨어 있을 땐 그저 멍하니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몸 안을 돌고 있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피? 아니야 이건 뭔가 달라.’

심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의 몸을 흐르는 무언가가 확연히 느껴졌다.

‘설마 이게 마나인 건가?’

태훈은 소설 속에서 보았던 기나 마나를 떠올렸다.

보통 그런 류의 기운은 심장이나 단전을 중심으로 흐른다는 설정이 있었다.

그는 심장 주위의 기운을 다루기 위해 노력해 보았다.

비싼 포인트를 지불하고 산 적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톱만 한 기운이 자신의 심장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래, 이게 마나구나.’

사실 태훈이 모은 것은 마나가 아닌 오리진이었다.

하지만 오리진을 마나로 착각한 태훈은 계속해서 그 기운을 모으기 위해 애를 썼다.

‘설마 심장이 터지거나 하진 않겠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늘어나는 기운을 보며 태훈은 가슴을 졸였다.

기운이 혈관을 막아 태아인 주제에 동맥경화로 사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심장이 커지면 모을 수 있는 기운도 커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몇 개월이 지났다.

모인 기운과 심장의 크기가 비슷해졌을 때 태훈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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