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19채널로 입장합니다.(32층 전용 채널)〉
- 오늘자 공중 도시 나락가는 거 실시간으로 본 사람은 개추
⤷ 개추~
⤷ 개추~
⤷ 개같이 추천~
- 이 시각 가장 ㅈ된 사람: A급 아티팩트 떴는데 하늘에서 바위 떨어져서 묻힘
⤷ 운 디지게 없네ㄷㄷ
⤷ 아ㅋㅋㅋ 그거 1년 뒤에 땅 파서 수확하면 된다고ㅋㅋㅋ
- 근데 공중 도시 저거는 갑자기 왜 떨어짐?
- 몰?루
- 밖에서 보니까. 뭔가 시끄러운 거 같은데
공중 도시가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한 시점.
마찬가지로 32층을 등반하는 플레이어들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의 특성상 플레이어들은 익명성의 뒤에 숨어 여러 찌라시를 지어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익명의 플레이어가 완전히 폐허가 된 공중 도시 속 사진을 업로드한 게시물을 올린 것은.
- 실시간 나락 가는 중 .JPG
- 엥? 위에 게시물 뭐냐? 합성 아님?
⤷ 안녕하세요^^ 사진 전문가인데 화질이나 그래픽이 멀쩡한 것을 봐서는 정말인 걸로 보이며 자세한 내용은……
⤷ 응~ 방구석 좆문가
⤷ 지금 다른 플레이어한테 연락 왔는데 저거 진짜라는데?
- 사진 올린 놈인데, 지금 신한별이 시꺼먼 놈하고 싸우고 있음ㅇㅇ
⤷ 쥐엔장!! 또 신협이냐고!
⤷ 신멘!!!!
- 이 정도면 신협단 발작 버튼 ㅇㅈ해줘야 함
- 어쨌든 여기 난리임ㅇㅇ 하늘에선 드래곤 날아다니고, 신한별 분투 중임
*
- 솔직히 이 정도면 신협 해결사 아니냐ㅋㅋㅋ 뭐 일 터지면 항상 보이네
- ㄹㅇ 이 시대의 영웅
- ‘아아, 이게 히어로라는 것이다.’
⤷ 히어로는 느그 신협단한테만 히어로겠지
⤷ 신협단 비하?
- 신협 오빠 사랑해요♡
⤷ (덜렁)
- 근데 사진 속에 드래곤 뭐임? 와 ㅁㅊ 개쩐다. 드래곤 실물 ㄹㅇ 첨보는데
- 그러고 보니까. 저 드래곤 항상 신한별 옆에 다니는 애완동물 닮지 않았나?
⤷ 아, 쫌!!! 또 신협단 억까하네
⤷ 드래곤은 무슨 드래곤이야. 그 갓리엇조차도 못 이겼는데 드래곤 드립치네;;
- 팩트: 요즘 대세는 신협〉〉〉〉〉〉갓리엇〉유채아다.
- 그나저나 진짜 신협은 저 위에서 뭐함? ㅈㄴ 궁금하네
* * *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주제가 플레이어 사이에서 급부상했을 즈음.
그 시각 공중 도시의 중앙 공원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도… 도대체 어… 어떻게……]
천사들의 몸에서 자신의 지배력이 완전히 말소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놈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럴 만도 하겠지.
왜냐면 나도 실시간으로 놀라는 도중이거든.
‘혹시 몰라서 한 번 해봤는데 정말로 흡수할 수 있을 줄이야.’
튜토리얼에서 밥 먹듯이 써서 그런지 체감을 못해서 그렇지, 알고 보니 생각보다 대단한 직업 같은데?
하긴 생각해보면 이터는 일반적인 경로로는 습득 자체가 불가능한 직업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중요한 사실은 내가 지닌 권능이 놈한테도 먹힌다는 것.
어쩌면 놈의 거추장스러운 능력을 타파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한테 잘 통하는 것도 알았겠다. 안 쓸 이유도 없지.”
기왕이니 팍팍 써야지.
놈은 천사를 다시 세뇌시키기 위해 암흑 물질을 비수처럼 흩뿌렸지만, 그보다도 먼저 나아간 이터의 권능이 집어삼킨다.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사실을 알아챈 모양인지 어둠의 정기는 차가운 살기를 내뿜었다.
하나 그래 봤자다.
“미안한데 헛수고야.”
나는 콧방귀를 뀌며 제자리에서 도약했다.
단숨에 목전에 도달하고선 검을 횡으로 긋는다. 갑작스러운 상황 서둘러 방벽을 세우려는 것 같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면 몰라도 두 번은 안 당한다.
나도 대응책 정도는 생각해놨어.
촤아악!
귓가를 파고드는 파열음과 함께 떨어진 팔뚝은 형체를 잃어버린 채, 출렁이는 액체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다.
그대로 지면 속으로 스며들어서 빠져나가려는 모양이었으나 그보다도 빨리 발동한 이터의 권능이 잡아 삼켰다.
검은 액체는 회오리치며 깔끔히 소멸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어둠의 정기는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어, 어… 째서?]
여전히 어눌한 말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혹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럴 만도 하겠지.
자신을 상대할 적이 없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천적을 만난 셈일 테니까.
놈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쇼크로 다가왔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다려주진 않는다.
오히려 빈틈이 생긴 지금이야말로 찬스.
나는 두 눈을 빛내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왜 통하지 않는진 죽고 나서 생각해봐.”
[크으윽…… 꺼져라!]
내 모습에 놈은 제 머리채를 붙잡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놈의 몸에서부터 폭발적인 기운이 쇄도하며 암흑 물질이 비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강력한 기운.
이터의 권능을 발동하기 위해 손바닥을 올렸으나, 이내 팔을 내리고는 다시 검을 붙잡았다.
‘쯧, 발동하긴 글러 먹었네.’
무리하면 못 할 건 없었지만 반응하기엔 너무 늦었다.
어쩔 수 없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엔.
검날을 비스듬히 눕혀 몸을 비틀자, 흘러나간 암흑 물질은 산처럼 쌓인 잔해를 단숨에 녹여버렸다.
입이 쩍 벌려질 만큼의 공격력,
저 공격에 조금이라도 스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의문이 은연중에 떠올랐지만, 그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였다.
일격을 내보낸 후에 빈틈이 생긴 지금이야말로 기회!
전투로 인해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에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사고는 점점 차가워졌다.
‘몸이 이끄는 대로 막 움직이는 건 삼류나 할 짓이니까.’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더라도 언제나 사고는 냉철해야 한다.
그것이 일류와 삼류의 차이.
그리고 난투에서는 그 한 끗 차이가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
빠르게 흘러가는 급류 속을 거스르듯 빠르게 이동한 뒤, 나는 검 끝으로 유유한 한 획을 그었다.
일섬.
아주 작은 반딧불이 점점 광량을 키워나가면서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거대한 태양을 이룬다.
파앗!
빠른 속도로 나아간 검은 급류를 뚫는 것에 모자라 거대한 흐름조차 바꿔버린다.
무시하기엔 강렬한 압박감에 반박자 늦게 반응하는 듯 보였으나 내 움직임이 더 빨랐다.
“적당히 좀 하고 뒈져.”
콰드드득! 두꺼운 철판이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은 절반으로 갈라졌다.
이게 커뮤니티에서 흔히들 말하는 반갈죽인가?
그런 생각이 잠깐 스치고 지났지만, 그러기도 잠시. 나는 서둘러 몸을 비틀듯이 허리를 꺾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로 수십 발의 작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일반적인 작살도 아닌, 암흑 물질로 만들어낸 무기.
“시발, 이게 살아있어?”
나는 반쯤 질린 듯한 눈빛으로 놈을 바라봤다.
바퀴벌레도 이렇게까진 끈질기지 않겠다.
아니나 다를까.
절반으로 나눠진 놈의 형체는 꿈틀거리며 빠른 속도로 원상태로 수복했다.
단 1초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
다른 플레이어가 봤다면 놀랄만한 광경이었으나 나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뭐 제법이긴 한데.”
내가 그런 놈들을 못 봤을 줄 알아?
아무리 쪼개고 쪼개도 분열하는 괴수부터, 수명이 끝날 때까지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괴수까지.
그간 여러 유형과 싸워봤으니, 당연히 해결 방법 또한 존재했다.
‘그야 간단하지.’
〈직업: 이터의 권능을 발동합니다.〉
〈괴수 1000마리의 영혼을 바쳐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을 상승시킵니다.〉
몸에서부터 뻗어져 나간 수십, 수백의 가지가 분열된 괴수의 시체를 휘감고, 흡수하기 시작했다.
흡사 나무의 뿌리를 연상케 하는 광경.
물론 놈 역시도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쳇, 허… 튼 짓을……]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알아챈 어둠의 정기는 이를 방해하기 위해 곧바로 움직였다.
썩 나쁘지 않은 판단력이다, 물론 그래봤자 상정 내의 행동이었지만.
원래 적이 파워업하는 것을 멀쩡히 보고 있는 것만큼 안달 나는 게 없거든.
손에서 뿜어져 나온 이터의 권능은 용과 같은 모습으로 헌신하며 놈의 사지를 옭아맸다.
제대로 속박당한 채, 움쩍도 못 하는 놈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안달 내진 마. 안 그래도 전부 끝났으니까.”
나는 마지막 남은 괴수의 영혼까지 갈무리하며 주먹을 쥐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달리 괴수 천 마리 치 영혼이라 그런지, 엄청난 효과였다.
마치 도핑이라도 한 것처럼 주변 시야가 훤히 보이며 온몸에 힘이 넘쳐났다.
간만에 능력을 써서 그런가.
이전보다도 활력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크흐흑… 소… 용 없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내 몸에는…… 무의미…]
“무의미한지 아닌지는 보면 알겠지.”
그 말대로 한 두 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놈을 쓰러뜨릴 수 없다. 끝없이 분열하는 놈의 특성이 있는 까닭에.
그렇다면 한두 번이 아니라 천 번, 만 번…… 아니, 그 이상이라면?
또 놈이 지닌 재생력으로 회복되는 것보다 더 빨리 벤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힘이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엔 절대적인 건 없다.
‘열 번 휘둘러서 쓰러지는 나무도 없다니까.’
이터의 권능에 의해 단단하게 사로잡힌 놈을 바라보며 나는 스산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넌 몇 번이면 쓰러질까?
[자, 자… 잠깐…]
“까고 있네. 누구 마음대로 잠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놈의 몸에 수백, 수천 개의 호선이 그어졌다.
하나하나가 강력한 위력이 담긴 일격.
상당한 속도의 섬전 끝에 놈의 신체는 수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놈의 중심부에 있는 암흑 물질을 걷어내자, 시꺼먼 빛을 내뿜는 구슬이 눈에 들어왔다.
‘어둠의 정기.’
고민은 짧았다.
나는 곧바로 정면을 향해 손을 뻗었고.
마침내 손에 어둠의 정기를 쥐자, 밤하늘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암전이 눈앞에 도래했다.
* * *
〈어둠의 정기(B)를 획득하셨습니다.〉
〈32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따라서 연계층인 33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32층의 플레이어 전원 강제 이동합니다.〉
※ 보상이 집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