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잇따른 내 말에 노인은 눈을 번쩍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것도 잠시.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술을 마시듯 차를 쭉 들이켠다.
“능력도 좋다 싶었는데, 자네 농담도 잘하나 보군. 하지만 그런 농담은 공방의 다른 사람 앞에선 삼가게나. 나라서 봐주는 거지 다른 이들은 그리 아량이 넓진 않을 걸세”
그저 한순간의 농담거리로 치부하고 넘기는 노인.
하긴 나라도 생판 모르는 타인이 와서 단번에 탑의 100층까지 가도록 만들어 준다고 하면 믿을 리는 없을 테니까.
분명 나도 저 노인처럼 농담으로 넘길 것이다.
허나.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말은…?”
“정말 이게 없어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
웃음기 없이 사뭇 진지한 내 발언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다.
어차피 나야 여기에서 검의 수리까지 1년이 걸린다면 다른 곳을 수소문하면 되고.
15일만 지나면 바로 다음 층으로 갈 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발언으로 추측하건대, 자유의 몸인 나와는 달리 그들은 제약이 있다.
그것도 이곳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제약이.
이 기회를 발로 걷어차면 후회하실 텐데?
그걸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듯한 내 눈빛에 그는 사뭇 진지한 안색이 되었다.
저건 상인이 아닌, 동포들을 이끌어야 하는 공방장으로서의 눈이다.
“혹시 결례가 아니라면 그걸 직접 살펴볼 수 있겠나.”
“어려울 건 없지. 다만 깨뜨리면 그만큼의 각오는 해야 할걸.”
“걱정하지 말게나.”
가볍게 던진 농담에 노인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며 포션을 손에 쥐었다.
방금 전에 내 검과 아티팩트를 살펴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그는 목함에 넣어 둔 안경을 쓰며 포션을 달리 쥐었다.
순간 포션을 쥔 노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의 에너지가 병에 깃든다.
‘명색이 대장장이인데 감정 스킬 한두 개쯤은 있겠지.’
포션을 얻기까지의 과정부터 시작해서 구구절절 읊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잘됐네.
자기가 직접 확인하면 남이 말하는 것보다도 신빙성이 설 테니.
한참 포션을 살펴보던 그의 시시각각 혈색이 달라졌다.
만세의 즐거움을 손에 얻은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냉바람이 부는 것처럼 냉정해지고, 그 뒤엔 한가을 속 낙엽이 떨어지듯 어두워졌으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꾹 닫고 있던 입을 뗐다.
“자, 자네… 이만한 물건은 도대체 어디에서 얻었나!”
“영감님 언제는 농담으로 넘기더니 이제야 관심이 동했나 봐.”
내 말에 노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금까지의 그가 했던 발언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그는 가지고 왔던 서류를 직접 손으로 찢으며 양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공방을 찾아온 귀인을 몰라뵈고 내가 큰 실례를 저질렀구만, 이에 대해선 공방을 대표하여 사과하겠소!”
그는 후련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손님이 아니라 공방과 동등한 입장으로서 귀인을 모시겠소.”
손님이 아닌 탑 제일의 공방과 동등한 입장.
그가 꺼낸 말은 상당한 내용이었다.
공방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탑의 NPC 집단이 일개 등반자와 같은 눈높이로 대화를 나누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공방주로서 자네에게 정식으로 거래를 제안하네. 그 포션을 주기적으로 공급한다면… 그러고 보니 그전에 하나만 물어보겠네. 혹시 이거 한 병뿐은 아니겠지?”
그는 조심스러운 자세로 물음을 건네왔다.
포션이 엄청난 물건이긴 하지만, 만일 단 한 병뿐이라면 곤란하니 말이다.
나는 그런 걱정을 종식시키듯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거래를 할 놈처럼 보여?”
“크하하하! 아무렴, 내가 실언을 했군. 이 점은 깊이 사과하겠네.”
단 한 마디.
그것만으로 그는 수긍했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 보인 가치로는 충분하고도 남을 테니.
내가 그에게 건네준 건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
10층에서 유채아에게 건네받은 포션은 주머니 속에서 산처럼 쌓여 있다.
만일 부족해진다면?
그럼 그때 유채아한테 연락해서 충분한 양을 공급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나를 길드에 섭외해야 하는 그녀로선 내 부탁을 쉽사리 거절하긴 어려울 테니까.
“우선 앞서 했던 이야기로 되돌아와 검은 자네가 다음 층에 가기 전까지 완성해 놓으마.”
노인은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가슴을 두들겼다.
장인의 정신이 돋보이는 모습에 절로 믿음이 간다.
하나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영감님 거래를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지. 우리가 아까 전까지 나눈 협상은 그쪽에서 당연히 해 줘야 하는 걸 받아 낸 거지. 거래가 아니잖아. 그걸로 생색을 내면 쓰나.”
“…….”
탁 탁 탁.
일정한 간격으로 내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치자,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무얼 원하는 거지?”
“뭘 새삼스럽게 그래? 원하는 거야. 여기에 널리고 널린 거잖아.”
나는 VIP실의 벽과 장식장을 그득하게 채운 값비싸 보이는 여러 광물과 아티팩트를 향해 턱짓했다.
원래는 접객하기 위한 손님을 상대로 공방의 권위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겠지만, 지금의 나한테는 쓸 만한 먹이밖에 되지 않았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 그의 얼굴에는 낭패감이 실렸다.
“미안하게 됐지만 이건 안 된다. 여기에 걸린 물건들은 전부 우리 공방의 혼이자 선대부터 줄줄이 내려온 정신이다!”
“아 그래? 그쪽에서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뽀옹!
포션의 뚜껑을 따고 입에 털어 넣으려고 하자, 그는 다급히 내 손을 말렸다.
“머, 멈추게나! 도대체 무슨 짓을…”
“뭐긴 뭐야. 그쪽에서 거래를 못 한다는데 내 주머니에서 썩힐 바에는 요즘 기력도 허한데 차라리 내 배 속에 털어 넣는 게 낫지.”
“알았다네! 자네의 뜻대로 우리 공방에서 할 수 있는 재료와 최선을 다해서 만들겠다네!”
“쯔쯧,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
내가 툭 내뱉은 한마디에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주먹을 쥔다.
뭐가 그리도 억울한 모양인지 노인의 머리는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두어 번 정도 숨을 고르고 나서야 페이스를 되찾은 그는 이를 악다물며 말했다.
“그래, 후우… 이걸로 만족하겠나. 그럼 어서 계약서를…”
“이 영감탱이가 노망이 들었나 뭐라는 거야.”
내가 말을 딱 자르자 그는 금세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는 듯한 표정.
나는 그 해답을 알려줬다.
“이건 내가 샘물과 포션을 구해 준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 너희들에게 주기적으로 공급할 포션에 관해선 별도로 계약해야지.”
“이런 식으로 횡포를 부리면 내가 순순히 계약을 할 것 같느냐.”
“어, 할 거 같은데. 그쪽이야말로 믿는 구석도 없잖아.”
대놓고 돌직구를 박아 버리자 그는 합죽이가 되었다.
‘요새 젊은것들은 노인에 대한 공경도 없어.’란 구시렁거림이 들리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곤 준비해 둔 책을 펼쳤다.
“책? 그건 뭐지?”
책의 상당한 두께에 노인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의 의문에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뭐긴 뭐겠어.
“명색이 거래를 하는데 필요한 거 한두 개 가지곤 안 될 거 같아서 참고용으로 좀 적어 왔거든.”
“그렇담 그 두꺼운 책에 적힌 내용이 전부…”
“이제부터 그쪽이 내게 줄 거지.”
나는 책장을 넘기며 씨익 웃었다.
* * *
“역시 탑 제일의 공방이라는 명성을 대문짝만하게 달을 만하네.”
이름이 헛되지 않았어.
협상을 마치고 VIP룸으로부터 나온 나는 이를 이쑤시개로 쑤시며 배부른 웃음을 지었다.
각 항목마다 붉은 펜으로 체크를 마친 책을 덮고는 주머니 속에 넣었다.
덕분에 공방의 기둥도 탈탈 털었다.
안에서 먹은 것이라곤 차와 다과밖에 없는데, 벌써 배부르게 먹은 기분이었다.
공방에서 얻은 것만으로도 포션의 값어치는 능히 메꾸고도 남으니까.
‘흐흐, 창조 경제가 바로 이거지.’
아니, 창조 경제가 아니라 창조라고 해도 다름없지.
앞으로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유채아에게 쪽지를 보낸 다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차피 전염병도 나한텐 안 통하겠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둘러보지 않는 것도 섭섭하지.
물론 이 사실을 공방장이 안다면 눈이 회까닥 돌아가며 말릴 테지만, 이미 거래로 인해 회까닥한 상태였기에 별문제는 없었다.
나는 공방의 지도를 살폈다.
“자, 보자. 보통 이런 데 보면 숨겨져 있는 장소가 있기 마련이거든.”
“한별, 보물찾기하나? 나도 좋아한다. 보물찾기!”
지도를 살피고 있자 어디에선가 불쑥 나타난 둘리가 외쳤다.
하긴 이 녀석의 나이를 생각하면 미지의 장소나 모험 같은 걸 좋아할 만도 하지.
인간과 드래곤를 동일시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을 소모해 지도를 살피다 말고 나는 인상을 구겼다.
‘뭔가 이상한데.’
지도의 내용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지도의 재질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미끌미끌하고 묘하게 구겨지지 않는 게 마치 특수 코팅이라도 한 느낌이……
“그러고 보니까…”
지도를 좌우상하로 이리저리 살피다 말고, 용광로가 비치는 빛에 지도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지도의 한쪽 구석에서 기존에는 없던 장소가 비친다.
한눈에 그것을 파악한 나는 눈에서 이채를 빛냈다.
“심 봤다.”
“한별? 지금 뭐라고 했나?”
“쓰벌! 심 봤다아아아!!”
나는 지도를 얼싸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에 대해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진 모른다.
까놓고 말해서 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 중 눈썰미가 좋다면 금방 알아챌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가기도 전에 포기할 순 없지.’
사람 일은 혹시 모르는 거잖아.
나는 곧바로 둘리를 챙겨서 지도의 숨겨진 장소를 향했다.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갈수록 점점 공방의 외각으로 빠졌다.
외각으로 갈수록 전염병으로 인해 땅이 황폐해지며 살풍경한 자리가 펼쳐졌다.
지금이라도 되돌아가는 게 나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저 멀리 앞서 나가던 둘리가 지면을 손짓하며 말했다.
“한별! 한별, 땅바닥에서 빈 공간이 느껴진다.”
“빈 공간이라고?”
둘리의 말에 나는 발로 지면을 툭툭 찼다.
확실히 둘리가 가리킨 땅바닥은 빈 공간이 이어져 있는지 퉁퉁 울리는 소리가 난다.
여기에 뭔가 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린 나는 지면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콰앙!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지면 속으로 빈 공간이 펼쳐졌다.
곁으로 보기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맨홀같이 보이지만, 군데군데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이 눈에 띈다.
“지하 통로?”
“한별 어떤가! 내 말이 맞지 않나? 둘리가 맞췄다!”
“정신 사나우니까. 가만히 있어 봐.”
지도의 숨겨진 장소에 직접 가서 땅바닥을 파봤더니, 그곳에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둔 지하 통로가 있다.
그 의도는 둘리도 떠올릴 정도로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그 영감탱이들 자기네들만 쓰려고 숨겨 뒀다 이거지?’
나는 두 눈을 번뜩이며 지하를 내려다봤다.
얼마나 높은 모양인지 기감으로 가늠해 봐도 쉬이 추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봐선 밑에는 상당한 크기의 공간이 있다는 얘기.
“기껏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았는데 여기에서 물러날 순 없지.”
“한별! 여기에서 떨어지면 사람은 죽는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냥 죽는 것으로 끝날까.
밑에는 뭐가 있을지 모르니 시체가 성히 남을지도 장담할 수 없겠지.
근데 말이야.
“둘리 넌 사람은 아니잖아. 그럼 문제없잖아?”
“자, 잠깐만 있어 봐라! 마음의 준비를…”
“됐어, 둘리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뛰어내릴 테니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둘리를 품에 안고 지하로 뛰어내렸다.
끝도 안 보일 정도로 긴 지하에 떨어진다.
반항할 새도 없이 내 손아귀에 잡힌 둘리는 강한 바람을 얼굴로 맞닿아 내며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악! 두, 두울리리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아아!”
“엄살은. 죽긴 누가 죽어.”
처음부터 죽을 걸 생각하고 행동하는 놈은 없다.
상상 이상으로 가파른 속도에 비명을 지르는 둘리를 내려다보며 실소를 흘렸다.
상당히 높은 장소였지만 벽을 번갈아 가며 박차는 것으로 속력을 줄인 다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면에 착지했다.
“그나저나 여긴 뭐 하는 곳이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대충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보기보다는 상당히 큰 공간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영 앞이 안 보이니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이곳에 출입하기 위해 지나쳤던 통로에서 옅은 빛이 들어오긴 했으나 공동 전체를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곤란하다는 듯이 뺨을 긁적이고 있자, 품속에 있던 둘리가 위를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브레스가 천장에 닿자 벽에 촘촘히 달린 등에서 불이 화르르 불타오르며 주변을 밝힌다.
“뭐야? 이거 네가 했어?”
“둘리가 한 게 아니다! 둘리는 그냥 브레스만 뿜었다!”
브레스만 뿜었는데 알아서 횃불에 불이 붙었다고?
여러모로 의문이 드는 공간이지만, 나는 잡념을 지운 채 시선을 옮겼다.
그런 잡다한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내 시선의 끝에는 수 미터는 훌쩍 넘기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한 구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돌처럼 보이는 물체.
나는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눈에 집중했다.
〈띠링!〉
〈사물의 정체를 갱신합니다!〉
〈재액의 알(SS)〉
- 24층의 컨셉이 생기게 된 원흉.
-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서서히 앗아 가는 막강한 위력의 방사능을 내뿜습니다.
- 어이쿠! 알에 관심을 가진 당신! 가까이 다가가다간 큰 화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어?”
알과 관련된 시스템창을 읽어 보던 나는 순간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24층의 주요 골칫거리를 발견했다는 건 둘째치고.
‘전염병의 정체가 방사능이었어?’
미친, 다른 것도 아니라. 그 방사능이라고?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소독과 회복약을 들이부어도 병이 낫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원흉이 방사능이라니….
이제 와서 보니 모든 상황이 퍼즐처럼 딱 맞아떨어진다.
놀랍긴 했지만 어쨌건 24층에서 문제의 근원을 해치우려면 저걸 처리해야 했다.
‘어떻게 처리하면 잘 처리했다고 소문이 날까.’
내가 지닌 무한의 포켓에는 어떤 물체든 양과 형체에 상관없이 수납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포션이 있다.
만약에 포션을 알에다가 전부 쏟아붓는다면 방사능 자체를 정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괜찮은 발상이라고 생각했으나 나는 머지않아 계획을 철회했다.
“애초에 SS급 방사물 폐기물을 A급이나 S급 포션 가지고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 리는 없지.”
내가 SS급이나 되는 방사능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도 그보다 등급이 높은 SS+급의 갑옷을 착용해서다.
둘리는…
저 녀석은 논외로 치자 드래곤이니까 탈은 안 나겠지.
어쨌건 본론으로 돌아와서.
설사 그 계획을 직접 실천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물량을 쏟아부어야 할지도 미지수다.
아무런 보증도 없는 일을 무작정 저지를 순 없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도중이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괜찮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잠깐만 내가 지닌 무한의 포켓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아공간이라면….
“알 자체를 수납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알을 노려보며 궁금증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