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9년만에 귀환한 고인물-51화 (51/175)

제51화

“무슨 날파리도 아니고, 왜 이렇게 잘 도망가.”

방 안에 홀로 서 있던 나는 흡혈귀의 팔뚝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내뱉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팔을 버리고 도망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나는 손에 힘을 줘서 놈의 팔뚝을 터뜨리고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놈의 피 냄새가 성내에서 진동했기에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기척을 살피고 자시고 할 거 없이 땅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따라가면 돼서.

핏자국은 복도를 따라 길게 이어지더니, 이윽고 익숙한 장소에서 멈췄다.

그곳은 바로 일전에 왕자와 흡혈귀가 접선했을 때의 장소.

방 안으로 들어서자, 수척해진 몰골로 숨만 쉬는 흡혈귀는 샛빨개진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이렇게 함정을 파 놓은 걸 보니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얼마나 우리를 쉽게 봤으면 이런 함정을…….”

그는 잔뜩 분노했는지 핏대를 끌어올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만 보면 당장에라도 나를 찢어발길 것처럼 보였지만, 방금 전의 일이 떠올랐는지 섣불리 덤비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놈이 그러는 사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함정?”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아아,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지 알고 놈을 농락하기 위해서 왕자를 박살 내놓고 함정에 빠뜨렸다고 오해한 모양인가.

꽤나 그럴듯한 추리였으나 나는 곧바로 오해를 부정했다.

“뭘 어떻게 오해했는지는 몰라도 그래도 절반은 맞았네.”

“그게 무슨 뜻이지?”

“넌 알 필요 없어. 그런 게 있으니까.”

전혀 의도치는 않았지만 왕자를 저 꼴로 만든 건 나였으니까.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그 새끼를 데리고 가는 건 나도 용납할 수 없어서 말이지.”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진 몰라도, 그쪽의 마음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만드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

나는 지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강력한 압력과 마찰로 인해 진흙이 된 토사가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이걸로 빠져나갈 길은 없다.

“아, 참고로 창문으로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관두는 게 좋을 거야.”

그럴 일이 벌어질까 봐, 일부로 궁중 마법사들에게 부탁해 결계를 만들어 놨거든.

일을 저지르는 건 상관없지만 불꽃에 타 죽는 건 나도 장담 못 한다.

기껏 걱정해서 건네준 충고였건만 그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살기를 흩뿌렸다.

그의 주변으로 이전보다도 강렬한 피 냄새가 풍긴다.

“감히 인간 따위가 능멸하다니, 내가 질 것 같으냐!”

“어, 네가 질 거 같은데?”

무의식중에서 나온 대답.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 것이었으나, 나는 구태여 정정하지 않았다.

‘그야 진짜니까.’

적어도 없는 내용을 지어서 말하진 않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흡혈귀는 모멸감에 이를 악다물고, 자신의 손으로 배를 찔렀다.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으나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쪽을 매섭게 노려본다.

“흐흐, 나약한 인간 따위와는 달리 흡혈귀는 부상이 심할수록 강해지지.”

그의 배에서 흘러내리던 피는 실처럼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수백, 수천 개의 실이 복잡한 궤도로 흩날린다.

얼마나 빠른지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실.

놈의 중심으로 흩날리던 실은 침대와 테이블을 박살 내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한 개를 피하더라도 남은 수백 개의 실이 내 목을 노려올 테니까.

피하기엔 실의 크기도 물량도 너무 많았다.

“뭐, 피하는 게 애매하면.”

굳이 안 피해도 되는 거잖아.

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내뱉자, 이를 잠자코 듣고 있던 흡혈귀는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이 새끼 뭐야.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 정도였을 줄이야. 그게 몸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면….”

그가 말을 전부 잇기도 전에 수백 발의 실이 내 몸을 꿰뚫었다.

아니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꿰뚫으려고 했으나, 실은 강철에 부딪힌 거처럼 꼼짝도 못 했다.

나는 피로 만든 실을 잡고는 한 번에 끊어내며 대꾸했다.

“거봐, 잘 막히는데?”

“……!!”

마치 거미줄을 뜯듯이 쉽게 걷어 내자, 놈은 경악에 물든 얼굴이 되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했으나 그는 인상을 구기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언제 만들었는지 놈의 손에는 피의 능력을 이용해 만든 단검이 들려 있었다.

하단을 노리고 낮은 지점에서 달려드는 놈.

내가 장검을 들고 있어서 타점이 맞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썩 괜찮은 선택이었으나.

“밑에서 달려드는 괴수와는 지겹도록 싸웠거든.”

그렇다고 해서 맞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나는 검을 땅바닥에 박고는 놈을 향해 손아귀를 뻗었다.

쏴아아악!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흡혈귀는 실을 와이어처럼 사용해 공중에서 백덤블링을 한다.

그와 동시에 내 뒤통수를 노리고 쇄도한 비수.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한 방을 먹일 생각이었으리라.

내가 봐도 감탄할 정도의 순발력과 판단력이다.

한시가 급한 전투에서는 정면에 있는 적을 상대하기 바쁘지, 주변 지형을 이용할 발상을 하기 어려우니까.

그런데.

“그걸 내가 모를까 봐?”

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튜토리얼 안에서 전투를 밥 먹듯이 해 온 나다.

전투적인 감각이라면 내가 한 수 위다.

나는 지면에 박아 둔 검을 발로 힘껏 차올렸다.

하늘 위로 부유하는 검과 부딪히며 비수의 궤도가 틀어진다.

“어, 어떻게 그걸?!”

“어떻게 하긴 잘하면 되지.”

한, 천 년쯤 괴수들하고 싸우면 별의별 일도 다 생기기 마련이거든.

나는 적당히 말을 끝맺으며 바닥에 떨어진 비수를 잽싸게 주워 놈에게 다시 날렸다.

피윳!

전광석화처럼 날아간 비수는 놈의 미간에 정확하게 박혔다.

단 일격에 즉사.

비수가 꿰뚫은 부위에서는 피와 뇌수가 섞인 채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아무리 자신의 피를 다루는 흡혈귀라고 하더라도 불사는 아니다.

“아씨, 그러고 보니까. 저놈한테는 알아낼 것도 있었는데 괜히 죽였나.”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소리를 냈다.

실수로 정보를 알아내진 못했지만, 굳이 놈이 아니더라도 정보를 알아낼 흡혈귀는 지천에 깔려 있었다.

나는 성에서 느껴지는 흡혈귀들의 기척을 살피며 몸을 풀었다.

‘그중에 한 놈을 붙잡고 물어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또 굳이 그것들이 아니어도 물어볼 상대는 있었다.

나는 방금 전의 전투로 박살 난 목재 조각을 주워 왕자의 몸에 날렸다.

“꾸아아아아악! 아악!”

목재 조각에 맞은 왕자는 돼지와 유사한 소리를 내며 비명을 내질렀다.

잘못 맞아서 뼈라도 부서진 모양인지 왕자는 온몸이 꽁꽁 묶인 채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왜 가만히 있으면 내가 모른 척하고 넘어갈 줄 알았지?”

“⎯⎯!”

그 순간 왕자는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내 말에 거스르다간 어떻게 되는진 잘 알고 있어서.

그리고 직전의 싸움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던 것이었다.

성에 있는 그 누가 덤벼도 내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능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왕자를 향해 물었다.

“기껏 살려 줬는데 목숨값은 해야지?”

묻는 대답에만 순순히 대답한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 *

한편.

신한별의 명령에 따라 안전한 장소에 병사를 안치해 둔 성녀는 치료는 마치고는 서둘러 움직였다.

이러는 사이에도 부상을 입고 쓰러져 가는 병사들은 수도 셀 수 없이 많으리라.

여기저기서 화마가 치솟아 오른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병사들이 대처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거 같았지만, 그들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움직일 수밖에 없어.’

딱 잘라 결정을 내린 그녀는 성의 중심지를 향해 달려갔다.

시중이나 기사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중심지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려 있을 터.

그리 생각하면서 움직일 때였다.

파아앗!

그녀의 뒤에서부터 강렬한 기운과 함께 레이저와 같은 혈술이 펼쳐졌다.

가히 눈으로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으나, 그녀는 인간의 무위를 초월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회피했다.

단 한순간의 격돌.

하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전에 조우했던 흡혈귀보다도 더 강한 놈이라는 것을.

“호오, 웬 인간인가 싶었는데. 네년이 성녀라고 불리는 고것이구나.”

“…….”

“헌데 신이라는 놈의 개가 반쪽짜리 흡혈귀였을 줄이야. 이건 놀랄 만한 일이구나.”

상대에게선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릴 정도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끈질긴 집념으로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성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움츠러들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반쪽짜리임에 불과했으나,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흡혈귀의 피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종족을 뛰어넘은 강함이 가지는 자연의 섭리를.

“……흡혈귀의 수장.”

“반쪽짜리 피인데도 나를 알다니 제법이로군.”

언젠가 동화 속에서 읽은 존재의 이름을 입에 담자, 상대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날뛰어도 상대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나, 그녀는 허벅지 안쪽에서 나이프를 꺼내며 상대와 같은 혈술을 발휘했다.

팔 쪽에서 떨어진 피가 나이프의 날에서 맺히며 새빨간 예기를 발했다.

“이 뒤로는 가실 수 없을 겁니다.”

“흐음…. 반쪽이라고 해도 같은 일족으로서 모른 척하고 넘어가 주려고 했건만.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쿠구구구웅!

그의 주변으로 인위적으로 지면이 일어나며, 가공할 만한 압박감이 몰아닥친다.

마치 폭풍우와 같은 기척.

숨을 쉬는 것마저 가빠질 무렵에 다다랐으나 그녀의 눈빛은 풀 죽지 않았다.

‘신한별 님이라면 이런 불리한 자리에서도 이겨 냈을 거야.’

그녀는 언제나 당당했던 사내의 등을 떠올렸다.

그렇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그였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탈탈 털고 일어났을 테니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성녀였다.

쉬리릭!

성녀는 가뿐한 움직임으로 장애물을 지르밟고 흡혈귀를 향해 검을 내찔렀다.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한 번에 찔러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각오하고 내찌른 단검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랐다.

허무할 정도의 결과.

그걸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그녀의 복부를 향해 묵직한 일격이 쏟아졌다.

콰광!

일대를 울리는 파공음과 함께 그녀는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쿨럭쿨럭.”

잔해 속에서 일어난 성녀는 입에서 각혈과 동시에 구토를 했다.

토사물에서는 일전의 식사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한 방울토마토가 있었다.

본래 그녀가 가진 능력이었다면 이 정도로 약하진 않았을 테지만 본래 먹어선 안 되는 것을 먹었기에 몸이 둔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먹은 것을 억지로 게우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미쳤어.’

그 한순간에 공격을 피하고, 되레 반격을 한 것이었다.

한 치의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도저히 그녀로선 놈을 상대해서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뱃속이 아려올 정도의 충격이 울린다.

충격파로 인해 어지럼증이 생겼으나, 방심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상대는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단검을 주우려는데, 그녀의 손 위로 강렬한 충격이 일어났다.

“윽!”

의구심에 고개를 들자, 피보다도 더 새빨간 흡혈귀의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겠군. 비록 반쪽짜리라고 하더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인간의 피가 필요할 터.”

“…….”

“그러기 위해선 살육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놈이 인간을 구하겠다고 하면서 성녀를 자처하다니, 그거야말로 위선이자 모순이 아닌가?”

정론이었다.

반쪽인 그녀는 일반적인 식사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영양분은 얻을 수 없었다.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인간의 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인간과 흡혈귀.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공존하지 못하는 반쪽짜리임이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받기 위한 심정으로 성직자로 위장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남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도, 약자를 위해 돌보고 싶은 마음은 거짓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남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위선이 아니었으니까.

“시끄러워. 난 너희랑은 달라.”

“크하하하,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당연한 소리를 할 줄이야. 네년처럼 덜떨어진 년이 우리와 같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면 곤란하지.”

악에 받친 그녀의 목소리에 흡혈귀는 조소를 터뜨리며 비웃었다.

한참 동안 웃는 것도 잠시.

흡혈귀는 완전히 바뀐 기척으로 그녀의 이마를 향해 주먹을 가져다 댔다.

“이대로 끝내 주마.”

“…….”

짧은 한마디.

죽음.

그 명칭대로 그토록 그녀가 버티던 삶은 이 자리에서 끝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목숨이 사라짐으로써 인간의 피를 탐하는 사악한 존재 한 명이 사라지는 것에 불구하니.

죽음을 선고하듯 흡혈귀의 주먹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고.

콰득!

그 뒤에는 그녀의 머리를 박살…

“…어?”

박살 났을 터였으나.

분명 놈의 일격에 의해 박살 났을 터인 머리는 멀쩡히 남아 있었다.

의아스러운 상황에 고개를 들자, 그녀의 앞으로 익숙한 등이 거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신한별 님…? 여긴 어째서……”

“뭐야. 위험한 거 같아서 왔는데. 왜 문제 있어?”

“…….”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와 투기.

그녀는 사내의 옷을 손으로 잡아당기며,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사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동안 구원자님께 속이고 있던 게 있어요. 저는 저들과 똑같이 인간의 피를 탐하는 흡혈귀예요.”

“그래서?”

“그러니… 구원자님이 저를 구해 주실 이유는 없어요. 왜냐하면 저 또한 본질은 저들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인간들 사이에서 성녀라 불리어 온 한 흡혈귀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고백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사내의 옷을 놓았다.

더 이상 살아갈 명분이 없었기에.

모든 걸 전부 포기하려 한 그때.

눈앞에 있는 사내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흡혈귀이든 귀신이든 간에 상관없어. 그런 것 따윈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으니까.”

“네? 아, 알고 있었다니….”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대답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을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우하고 있었다는 뜻이라 말인가.

툭.

그녀의 심연 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신한별은 언제나처럼 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보상도 주지 않고 무슨 명령이야. 난 처음부터 내가 꼴리는 대로 움직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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