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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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곁에는 함께 미국을 다녀온 와이프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빠와 엄마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나한테 당신이랑 결혼 하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잖아. 그러지 않았으면 내가 당신이랑 결혼할 일이 있었겠어?"
"무슨.... 그게 아니었어도 우린 결혼했을 거야. 당신이 나를 계속 사랑했다면 말이야. 다른 일이 아니었어도 당신은 엄청나게 매력적이니까."
메이저리그 생활 11년차가 되던 해 성호는 야엘 실비아와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오해와 다툼이 있었찌만, 결국에는 하나가 되는 것을 택했다.
오해와 다툼의 원인은 모두 성호의 주변에 몰려든 여자들.
"당신 말 들으면 나야말로 당신 어머님께 감사하지. 내가 하려는 일을 적극적으로 옆에서 지지해 주셨잖아. 우리를 믿고 모든 걸 맡겨주셨고 말이야."
무려 26년 동안 메이저리그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준 성호는 남들이 보기에도 은퇴하기 늦은 나이에 은퇴를 하였다.
은퇴하는 그해에도 무려 홈런을 40개 넘게 때려내 투수가 아닌 타자로써도 최고의 모습보였지만, 더 이상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에 미련이 남지 않았기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만 맡겨왔던 일을 직접 맡아 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야구를 꿈꾸는 아이들을 돕는 일.
그사이 야엘 실비아와 결혼한 성호는 그녀의 아버지 도움을 받아 야엘 실비아와 기부재단 경영을 직접 맡게 되었다.
이것이 불과 은퇴 이후 있었던 5년간의 일들.
"에밀리가 믿어준 만큼 당신이 잘했잖아? 5년 사이 재단 재정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데? 그덕분에 불치병 걸린 아이들에게도 후원을 할 수 있게 되고...."
"그건 기부금이 늘어서 그런 거지, 내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야."
"그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당신 팬들이 우리 재단에 기부금을 보내주는 건데... 그게 당신 능력이 아니면 대체 뭐겠어? 이런 일에는 괜히 겸손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우리 둘만 있는데 자랑 할 수도 있지 뭐 그래?"
"그래도..... 그건 팬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거니까..."
성호와 야엘 실비아가 운영하는 자선재단.
이미 재단 재산이 한화로 5조가 넘었다.
나는 나이가 먹을수록 미래의 기억대로 투자했던 투자금들을 거의 다 회수하고, 벌였던 사업들을 모조리 축소 후, 재단에 더 많은 재산을 맡겼다.
또한 성호가 재단 대표를 맡은 후 기부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를 위해 수많은 강연과 자서전과 같은 책들을 내야 했지만, 성호는 이를 결코 힘들어 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공을 잘 던지기 위해서는 달리기를 많이 해야 했던 것처럼, 그가 진정 바라는 것을 위해서라면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 약속한 것을 모두 끝내지 못했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참! 며칠 뒤에 에밀리 한국에 오는 거 알고 있죠?"
그때 다른 주제를 꺼내든 야엘 실비아.
"아.... 그게 며칠 뒤였어? 한국에 강의하러 온다는 게?"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당신 좀 수상해."
"순간 기억이 안 났어.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알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
성호를 좋아했던 또 다른 여자이자 그의 에이전트였던 에밀리.
그녀는 여전히 성호와 친하게 지냈다.
물론 야엘 실비아와도 친했다.
세 사람은 아주 오래 전, 복잡한 관계에 휩싸이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모든 걸 잊고 잘 지내고 있었다.
간혹 에밀리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사랑이 성호엿다고 말할 때가 있긴 했지만, 이제는 그 역시도 쉽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 돼버렸다.
그도 그럴게 에밀리의 나이 역시 어느 덧 남들에게 진정한 어른이라고 불릴 만큼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비록 평생을 일을 하며 보내, 남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다.
"어쨌뜬 그날은 전날부터 약속이나 스케줄 잡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낮에는 우리 베이비랑 경기 응원가야 하니까."
"베이비는 무슨.... 이제 다 큰 놈인데, 그런 호칭은 정서에도 안 좋아. 이제 스스로 클 때가 됐다고."
"내 눈에는 아직 아기거든? 언제까지나 그럴 거고. 그나저나 이번엔 정말 약속 어기면 안 돼. 저번에 어겨서 며칠이나 울었는지 당신도 알잖아."
"알았어. 안 어길게."
"하여간... 입만 열면 맨날 알았대. 얼씨구?"
성호는 실비아의 잔소리가 길어질 것을 예감해 얼른 그녀를 껴안았다.
나이를 먹었음에도 끝없는 관리를 통해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는 성호의 폼에 안기는 것 조차 그림 처럼 보였다.
"이렇게 안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치?"
"그렇긴... 아, 그게 아니지. 하여간 말 돌리는덴 이제 도사야. 도... 읍!"
그리고 이어진 입맞춤.
평소에도 금술이 좋은 부부로 소문이 난 만큼 오랜만의 입맞춤은 꽤 길었다.
"실비아, 사랑해."
"...씨. 약속 꼭 지켜."
"알겠어. 그보다 잊은거 없어?"
"아! 맞다! 우리 베이비가 올 때가 됐는데...."
띡- 띠딕- 띠딕 띡-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두 사람의 아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였다.
어느덧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두 사람은 한국 나이로, 16살.
미국 나이로 15살인 아들이 하나 있다.
본래 아들과 딸을 원했지만 결혼 4년차에 아들 하나를 낳고 더 이상 임신을 하지 않자, 포기를 한 두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현재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어 중학교 3학년이었다.
"아빠! 엄마!"
아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두 사람을 불렀다.
무슨 일이 있는지 보통 때와는 전혀 다르게, 신나보이기까지 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끌려 안방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성호는 일단 아들을 꾸짖기부터 했다.
"이성구! 투수는 항상 침착해야만 된다고 그랬지? 왜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평상시에도 쉽게 흥분해선 안된다고 했잖아!"
"리, 뭐 어때요? 활기차서 보기만 해도 좋은데... 베이비! 훈련 중에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신났을까? 이리 와!"
"엄마!"
이성호의 아들 이성구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하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재능까지 물려받았는지 실력이 훌륭했다.
게다가 부모 둘 모두 키가 커서인지 체격마저 좋았다.
중학교 3학년인데 벌써 키가 185cm를 넘고 아버지, 성호의 키인 193cm를 넘보고 있었다.
심지어는 중학교 3학년 들어 훈련을 열심히 해 탄탄한 몸 상태도 만들어진 지 오래였고.
얼굴은....
말할 것도 없었다.
벌써부터 제 2의 성호라며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니 뭐...
만약 이 상태로만 자라준다면 여자 여럿을 울릴 준비는 끝났다나 뭐래나...
물론 성구는 여자엔 관심이 없고 온통 야구에 빠져있었지만 말이다.
"아빠! 오늘은 이래도 돼요! 정말 신기한 일이 생겼거든요!"
"무슨 일인데? 중학교 연습게임에서 퍼펙트라도 했어? 그건 저번에도 했잖아. 그땐 시시하다고 불평불만은 다 부렸으면서...."
"아니거든요! 그런 시시한 일이 아니라! 그보다 더 대단한 일이 있었어요!"
"으음.... 무슨 일일까 우리 아들?"
성호의 말에도 아들 이성구는 전혀 주눅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쉽게 볼 수 없는 모습.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성구는 두 사람 앞에서 몇 분이 지났음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았다.
"두 분 다 듣고 놀라시지 마세요. 이건 친구들도 안 믿었는데 진짜 있었던 일이란 말이에요!"
"성구야, 걱정 하지마. 네가 뭘 말해도 우린 다 믿으니까. 설마 이 아빠가 누군지 잊은 거야?"
당연히 알았다.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남자라는 것을.
심지어 얼마 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나온 100% 득표율을 얻으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남자라는 것을 아들 이성구는 잘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성구는 자신의 아빠, 이성호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빠는 하나도 안 궁금한 표정인데요? 또 뭐 야구 기록 이야기 하는 줄 알겠죠! 하지만 오늘은 아빠도 놀라실 거에요! 확실해요!"
"......그래, 일단 말해 봐. 대체 뭔 일이 일어났기에 우리 아들을 이렇게 신났는지 보게. 대신 시시한 일이면 아빠, 엄마랑 나가서 노는 거다?"
"그건! 좀 아닌데..... 으음. 알겠어요!"
자신의 아들이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저번에 있었던 일처럼 야구 이야기 일 거라고 생각했던 이성호는 이제는 놀라는 척 조차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약속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들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을 듣고서는 결코 그럴 수 없었다.
"저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빠는 할아버지 알죠?! 할아버지가 아빠랑 만났다던데!"
"...으응?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어젯 밤 끔에 나타나시더니, 제가 손자라면서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저랑 닮지는 않았지만... 헤헤. 아무튼 아빠랑 찍은 사진도 보여주고 막 그랬어요! 그리고는 무슨 계약을 하자면서.... 꼬시길래 했거든요! 근데 일어나보니깐 무슨 이상한 글씨 같은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말씀으론 이걸로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거라는데...."
말을 잇더니 갑자기 시무룩해진 아들, 이성구.
평소 아들 바보라고 불리는 성호는 그 모습을 전혀 신경쓰지 못한채 자신의 아들이 한 소리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응? 뭐, 뭐... 잠깐만 뭐라고? 할아버지?"
아무리 모든 고난과 역경을 버텨낸 성호라고 해도,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는가.
짧은 시간 안에 그의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추측들뿐.
인스타그램 소원 보상을 받은 이후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야구의 신.
아니, 아버지였다.
근데 갑자기 아들의 꿈속에서 나타났다니?
가슴이 두근거리며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자,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실비아가 팔짱을 끼는 걸로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전쟁 중.
그러다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설마.... 그 놈, 아니 야구의 신이 내 아들도 찾아 온건가?'
진짜로 야구의 신이 자신의 아들을 찾아왔다는 것.
그 하나 뿐이였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아들, 성구에게 나온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우씨! 근데 저보고 타자를 하라잖아요! 아빠가 야구계를 너무 들쑤셔놔서 투수 쪽은 재미가 없다고요! 그래서 저 오늘부터 타자하려고요!"
"....."
조금 이상한 의미로 충격적이었지만 말이다.
-은퇴 이후의 짧은 이야기.-=============================※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이제 다음 편부터 외전이 진행됩니다.!!
외전으로 궁금하셨던 점들을 써드릴건데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써드리겠습니다!!!
댓글로 소설을 보시던 중 궁금하셨던 점들을 모조리 써주세요!!!
다만, 외전 특성상 연재가 조금 느리거나 지금과 같이 1일 1연재가 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후원 쿠폰과 원고료 쿠폰은 작가에게 큰 힘이됩니다.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보러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품은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