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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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7년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로 일하고 있는 지안 비지시 커미셔너는 그전 직책이 사무국 CFO였다.
전임자인 롭 맨 프레드 커미셔너 밑에서 총괄책임자로 일하면서 메이저리그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똑똑히 관찰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그때 지안 비지시 커미셔너는 이성호의 일로 소집된 몇 번의 회의에 모두 참석했었다.
예를 들어 데뷔 이후, 연속 사이 영 상과 연속 MVP에 관해 연속 수상이 안된다는 전통을 따라야 되는지, 아니면 전통을 깨야되는지에 관련된 회의 같은 것에 말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메이저리그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다.
"커미셔너님."
"으음... 불렀나?"
"예... 세 번이나 불렀는데... 조금 피곤하시면 있다가.."
"아, 아닐세. 잠깐 옛 일 좀 생각하느라 말이지. 허허. 다 모였구만. 그래. 다들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알겠지? 다들 한 마디씩 해보게. 어떻게 하면 좋겠나?"
"커미셔너님. 사실 이 문제는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당장 위원회와 관련있는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부터 보면.... 어떤 선택을 하던간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어쩌면 이번시즌 사이 영 상 부터 시작해서 MVP 투표마저 보이콧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대중들의 반응도 점점 반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물론 다들 상식적으론 그렇게 해야 정상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반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다보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메이저리그와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이었지만, 정작 선수와 팬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투표에 직접 관련있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투표의 권한은 오로지 미국 야구 기자협회 (BBWAA)에 속한 기자들에게만 주어지니 말이다.
메이저리그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지켜보는 눈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가리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 부분.
외부에서 지켜보는 눈이 바로 문제였다.
"기자들이 과거에 취해있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사실 팬들을 대신해 투표해야 하는 만큼 선수의 과거들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또한 맞지만... 21세기 들어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종과 관련된 이슈가 여전히 야구계를 들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않나? 이건 거의 모든 팬이 썩어 문드러졌으니 도려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네."
지안 비지시 커미셔너가 손보고 싶은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명예의 전당 위원회에 속한 기자단은 엄연히 팬들을 대신해 존재하는 것이지, 팬들을 반대하는 권력을 갖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자단의 권한들을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권한을 빼앗는 장치 역시 필요해 보였다.
"커미녀서 님.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쇄신을 위해서 시간을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기도 하니... 우선 현재 속해있는 위원회 기자들에게 투표 권한을 주는 것은 그대로 하되, 본인의 투표 내용 공개를 거부함는 기자들은 아예 투표에서 빠져도 된다고 선택지를 건네 주는 겁니다."
"그걸 그들이 따르겠나? 혹여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나서지 않다면 다행일텐데 말이지."
"사실 그건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왜지?"
"따르고 안 따르고는 그들의 몫이지만, 여론이 확실한 상태니까요. 다수의 기자도 현재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이번 명예의 전당에서 혹여 논란이 생긴다면 자신들의 자리가 위험해진다는 것을요."
"흐음..."
"투표에 참여할지 말지 그것은 스스로 선택을 하게 두는 거죠. 어차피 투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상, 어떤 선수에게 투표할지는 전부 기자들이 정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네만..."
"팬들 또한 모두의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는 결과이니, 저희는 그저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만 만들어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니 그렇구만. 우리가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어. 규정을 정하는 것은 우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할 일이었지. 그리고..."
"규정이 잘못됐다면 바르게 고쳐야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죠. 커미셔너님. 어떻습니까?"
"좋은 방법이구만. 기자들은 틀 안에서 본인들 뜻대로 투표하게 하고.... 팬들은 공감을 하고... 좋은 생각이야."
"그럼 바로.."
"내가 바로 움직이겠네."
결국, 성호에 의해.
[메이저리그. 100년의 역사가 담긴 명예의 전당을 때려 고친다!]
[야구의 신에 의해, 야구의 신을 위한, 규정? 논란을 빗고 팬들의 환영을 받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 방식이 바뀌게 되었다.
명예의 전당 투표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여전히 어떤 선수에게 투표 할 지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었지만,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순간 투표 내용 역시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마저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팬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방법.
예전과 같이 말도 안되는 득표율을 저지하기 위해 권한과 함께 책임도 갖게 하도록 규정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이는 메이저리그 선수와 팬 모두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드디어 우리의 꼰대 같던 메이저리그가 달라지고 있다고! 그것도 야구의 신 덕분에 말이야!
2.
2048년 7월.
명예의 전당이 있는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개최되었다.
이날 새로이 명예의 전당에 합류하게 될 선수는 모두 5명.
하지만 모든 기자와 팬의 관심은 한 선수에게 집중되었다.
[명예의 전당 투표 역사상 두번째 100% 득표율]
이성호가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당연히 뉴욕 양키스 모자와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이날 행사에 참여한 나는 잔신의 순서가 되자 모두의 앞에서 서서 감사의 인사를 하게 됐다.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리! 리! 리!"
"리! 리! 리!"
명예의 전당 헌액식 임에도 자그마치 6만여명의 시민이 외치는 소리.
뉴욕 양키스 팬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이 자리에 온 모두가 가장 사랑하는 야구 선수가 이성호일 거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이미 이성호는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에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성호는 그들 앞에 서서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 젖은 표정을 보이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 제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떨리네요. 마치...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첫 데뷔를 했을 때처럼 말이에요."
선수 생활 이보다 더 많은 관중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이성호.
그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본격적으로 말을 꺼내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성호는 그것을 보며 미소로 화답하고, 천천히 차근차근 자신의 옛기억을 꺼내놓았다.
"이제와 보면 모든 게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남들과 전혀 다른 나라인 한국에서 처음 야구를 배우고, 남들보다 훨씬 늦게 미국으로 와서 야구를 시작하고..."
성호의 야구 인생에 '평범'이라는 말을 붙일 시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것 따위는 한 신을 만나며 사라져버린지 오래였으니까 말이다.
전생의 기억은 여전히 뚜렸했지만 모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순 없었다.
그저 지금처럼 혼자 소중한 추억으로 길일수밖에.
"그래도 그런 것들이 저를 강하게 해주었다고 믿습니다. 그만큼 제가 뉴욕에 와서 공을 던질 수 있는 시간 모두가 제겐 소중했거든요. 아마도 그건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던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순간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데뷔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의 2선발.
중반부터는 에이스로 활동했다라고 알려진 성호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성호의 말은 모두의 환호성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그래도 그런 힘든 시기를 거치며 '팬' 이라는 소중한 존재들을 뒤늦게 깨닫게 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팬이 있기에 제가 있었다고요."
"우아아아아!! 리이이!!"
"리! 리! 리!"
성호의 말에 모두가 환호성을 보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성호가 얼마나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성호가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도 잘 알았다.
선수 생활 동안 누구나 한 번 갖게 되는 FA.
성호는 6년차 이후 첫 FA 시즌.
뉴욕 양키스와 15년 10억 5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금액 중 50% 이상을 야구를 꿈꾸는 어린이 재단과 아동 재단에 기부.
그뿐만 아니라 야구를 보는 팬들중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항상 성호가 앞장서 매년 주기적으로 깜짝 이벤트를 치뤄주는 둥 수많은 일을 해주었다.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세상 어떤 사람보다도 차갑고 냉정하지만, 내려왔을 때는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성호였다.
"앞으로도 이제까지처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행운은 그러라고 찾아온 거라고 믿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없으신 분들께도요. 당신들이 만들어진 역대 최초..... 아니 두 번째죠? 좀 어색하네요. 하하하."
"하하하하!"
역대 최초라는 말이 어울리는 성호의 입에서 두 번째라는 말은 굉장히 어색했다.
그것을 팬들도 느꼈는지 폭소하기도 잠시.
금세 달라진 얼굴을 한 성호의 표정에 다시금 그의 입을 바라봤다.
"당신들이 만들어주신 '100%' 득표율이라는 명예에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운드에 올라 섰을 때보다 내려왔을 때. 더 멋있어 질 수 있게요."
".....우아아아아!!"
조금 늦게 나온 환호성.
이제 마지막의 때가 다가 왔다는 것을 아는 관중들은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19살에 데뷔.
자그마치 2017년부터 2043년까지 야구를 함께한 선수의 은퇴가 이제야 실감된 것이다.
"울지마세요. 은퇴는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시작점에서 팬 여러분들과 함께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게 나의 두 번째 인생 목표였다.
"이 자리가 선수로써의 제 마지막 자리가 될 것 같으니...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제게 이런 기회를 주신 신께 감사합니다. 또한 저와 함께해주신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정말 정말...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아니.
두 번째 야구 인생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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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에필로그와 외전 형식으로 궁금한 부분들은 다 전개 해드릴 예정입니다.
단순히 야구 전개가 반복적이다보니 애초 야구 소설인 점에서 일찍이 완결을 내고 외전을 추가하는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원고료 쿠폰과 후원 쿠폰은 글 쓰는데에 너무 큰 힘이 됩니다.
첫 작이다보니 부족한 점이 있다보니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들은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발전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오늘도 보러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